“ 이런 짓 하는거, 이제 질릴 때도 되지않았나? ”
“ 글쎄…질리기에는 진기 니가 너무 내 취향이라 ”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말이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사님 업무 처리하시느라 바쁘시니까, 조금만 여기 앉아서 기다리시라는 내 말을 무참히 무시한채, 무작정 이사실로 들어선 이 예쁘장한 여자 때문에, 이사님의 심기가 여간 불편해 보이는게 아니였다. 이 여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티가 철철 흐르는게 어디서 많이 본 얼굴…, 아 맞아. S그룹 회장 딸. 근데 여기는 왜…? 묘한 기류가 흐르는 둘 뒤에, 쭈구리처럼 멍하니 서서 어쩔줄 몰라 하는 나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인지, 여자가 그 특유의 당당한 표정으로 이사님께 다가가 말했다.
“ 여자 생겼어? ”
“ 니가 내 애인이야? 그거 하나 물어보려고 아침부터 이 지랄이야? ”
“ 난 물었어. 여자 생겼냐고 ”
듣자하니, 여자쪽이 이사님을 많이 좋아하는 듯 해 보였다. 뭐야, 난 또 여자 친구인 줄. 다짜고짜 여자가 생겼냐고 물어오는 여자를 보며, 상당히 불편한지 미간을 좁히던 이사님이 이내 한숨을 쉬다가, 곧 뒤에 가많이 서있는 날 바라보며 씨익 웃으셨다. 예? 왜…?
“ 어 ”
“ … ”
“ 니가 보다시피 ”
그리곤 이사님이, 여자에게 보란듯이, 턱짓으로 나를 가르키시며 한번 더 씨익 웃으셨다. 그 행동에, 그제서야 내 존재를 확인하는 듯, 뒤돌아 날 쳐다보던 여자가 픽 하고 비웃더니 어이가 없다는 말투와 표정으로 이사님께 말했다.
“ 너 취향 저런거였어? ”
“ 아직 사귀는 단계는 아니고 ”
“ …야, 이진기 ”
“ 내가 계속, 구애중이야. 그것도 엄청. ”
취향은 내가 몇번이고 말하지 않았었나, 누가 됬든 일단, 넌 내 취향 아니라고. 태도부터, 얼굴, 인성까지 전부. 그 사람 좋은 웃음으로 저런 날카롭고 단호한 말들을 내뱉는 이사님의 행동에 나는 살짝 흠칫했다. 평소에, 너무나도 다정하신분이 가끔씩 저러시면…, 그냥 갭차이가 존나 쩐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사님의 말에 꽤나 큰 충격을 받은건지, 한참이나 말 없이 가만히 있던 여자가, 곧 나 화났어요- 라는 걸음으로 이사실 문을 신경질적으로 열며 나갔다. 물론, 죄없는 내어깨를 한번 툭 치고 말이다.
“ … ”
“ 비서님 괜찮아요? ”
대체 방금 뭐가 지나간건지. 아침부터 몰아친 폭풍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져 온 나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 앉을 뻔 하였다. 그런 날 보고, 급하게 다가와 날 바쳐주신 이사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후 에서야, 나는 쇼파에 앉을 수 있었다. 아까, 여자가 치고 간 어깨가 꽤나 아파, 살짝 인상을 쓰고는 어깨를 감싸 안으니, 이사님이 표정을 한껏 찌푸리며 한숨을 푹 쉬었다. 미친년, 어깨는 왜 치고 가.
“ 미안해요, 많이 놀랐죠 ”
“ 아, 아니에요…여자분이, 이사님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
“ 몇년 째인지…, 지긋지긋해요. 애인이라도 되는 마냥, 행동하니. ”
“ … ”
정말 짜증이 났던건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넘긴 이사님이, 살짝 한숨을 쉬더니 곧 날 보며 입을 열었다.
“ 근데, 아까 나 여자생겼다는 소문 ”
“ 네 ”
“ 우리 비서님 때문에 나는건가 ”
“ 네? ”
내가 워낙 티냈었어야 말이지. 그 특유의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턱을 괴어, 날 바라보는 이사님 때문에 이 분위기가 다시 묘해지는 것같아 부끄러워졌다. 계속 눈을 맞춰 오는 이사님의 행동이 낯간지러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고개를 돌려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는 내 행동이 웃겼던 건지, 곧 낮게 웃으시는 이사님이였다. 우리 비서님은, 이런 거 참 부끄러워해. 귀엽게.
“ 아, 그리고 아까 내가 한 말은, ”
“ 아? 그, 저한테 구애 중이라는 그거요? ”
“ …응 ”
“ 아, 저 오해 안해요! 그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러실 만 했어요! ”
“ 응? ”
전 절대로, 이사님이 그 여자를 떼어내기 위해, 절 잠깐 빌리셨다는 것에 대해 불쾌 하지 않습니다. 하하! 전혀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어색하게 웃어 보이니, 그런 내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사님이, 뭘 깊이 생각이라도 하시는건지, 아무 말 없으시다가, 이내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시곤 내게 활짝 웃어 보이셨다.
“ 아 귀엽다 비서님. 눈치 없다는 소리 많이 듣죠? ”
“ …네? ”
“ 그거 오해하지 말라고 그런게 아니라 ”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시는
이사님과의 이 장면이
그 어떤 격정멜로보다 더욱더 진득하고, 야하게만 느껴졌다.
“ 내가 한 말, 다 진심이라고 ”
“ … ”
“ 최선을 다해서 작업걸잖아, 비서님한테 ”
“ … ”
“ 얼른, 넘어 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