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지금이 제일 좋아."
"그래? 나도 탄소 제일 좋아."
나는 표정 말한 거였는데. 봐, 얘 갑자기 이렇게 훅훅 치고 올라온다니까? 볼 때마다 정말 감당 안 되게 내꺼스럽다. 박지민이 샤라라 하게 웃으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 한 쪽 입꼬리를 끝도 없이 위로 쭉 올렸다. 아아, 야. 입 찢어져. '프하하, 예쁘다. 탄소.' 아이, 이 표정이 아니라니까, 정말. 반대쪽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웃고 있는 박지민의 손을 치우고 이번엔 내가 양손으로 그의 양 입꼬리를 쭉 올렸다. 그래도 뭐, 잘생겼네.
연예인 덕후와 연애해요 06
"후…."
기분이 더럽게 좋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산도 없이 흰 옷을 입고 걷다가 새로 산 신 발이 다 젖어 한 걸음, 한 걸음이 떼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발검음을 옮겨 땅을 밟았더니 갓 배출된 것인지 온기가 느껴질 듯한 따뜻한 개똥을 밟은 것보다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 이 짜증나는 기분은 내 사랑 방탄도, 내 친구 아미도 아닌, 내 남자친구 박지민 때문이었다.
아니지, 사실 박지민보다는 박지민한테 미친 듯이 치대는 저 여자아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박지민은 분위기 메이커답게 모든 본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발랄하고, 유쾌했다. 그의 행동은 인기가 없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근데, 시발, 넌, 왜!!! 얜 여자친구가 있잖아!! 그게 나잖아!!! 지금 기분으로는 저 여자아이의 멱살을 잡고 한 대 칠 것만 같았다. 지민아, 잘 대처해라. 나 화낸다.
"지민앙!! 나 이것 좀 도와주라!!"
"어? 뭔데?"
자신의 사물함에서 교과서를 죄다 꺼낸 아이가 박지민을 불러냈다. 시발, 교과서는 왜 다 꺼내고 지랄이니. 저 지랄 맞은 년이 우리 지민이를 불러낸거야? 어? 지금 니 옆에 있는 남학생들은 병풍이니? 장식인거야?
교과서를 품에 안고선 힘이 든다는 듯이 숨을 내쉬며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는 척 했다. 우리 지민이는 워낙 착하니까 또 부른다고 가고. 저, 저…. 야, 너 조심해라. 네 교과서 내가 다 불살라 버릴거야!!!
"…저 년이."
"야, 쟤 저번부터 자꾸 니 남친한테 치대는데? 어떻게 해야하는 거 아냐?"
"아직은 그냥 빡치기만 하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듯…."
"내가 머리채 잡아 줘?"
"닥쳐줘."
"오케."
멀리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아미가 박지민이 비운 자리에 앉아 나에게만 들리라는 듯이 소곤댔다. 으, 간지러워.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아미가 나와 그 여자아이를 번갈아 보더니 정말 머리채를 잡기라도 하려는 듯이 교복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 올렸다. 진정해. 우린 말로 해결해야 해. 괜히 박지민 여자친구가 머리채를 잡았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으으, 끔찍한 상상에 또다시 머리를 저으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나저나 저건 또 왜 옮기는거야. 박지민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책을 그 아이의 자리까지 운반해 주었다. 그래그래, 착한게 좋은 거지. 긍정적이게 생각하고 싶었지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저번부터 자꾸 박지민한테만 무언가를 부탁하는 모습에 열불이 올랐다.
"지민아…."
"어? 탄소 왜요?"
"넌 왜 이렇게 착한거야…."
확 성격이 별로라서 쟤가 뭘 부탁해도 다 무시하고 나만 보지. 왜 괜히 착한거야…. 사물함 위의 교과서가 모두 사라진 것을 보자 아미는 빠르게 자리를 떴고, 다시 원래 자리인 내 옆자리로 돌아온 박지민을 보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교과서 위에 얼굴을 올렸다. 박지민은 내 말의 의도를 모르겠는지 '응?'하는 물음을 던졌고, 나는 그에 대답해주지 않으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박지민을 쳐다보았다.
"나 착해? 응?"
"응, 너무."
박지민이 그런 내 머리 위에 자신의 오른손을 얹었다. 머리를 한두 번 쓰다듬는 듯 하더니 시무룩한 내 얼굴을 보고선 웃으며 아프지 않게 볼을 살짝 꼬집었다.
"넌 좀 나빠야 해."
"헐, 탄소 나쁜 남자 좋아해?"
"엥?"
"나쁜 남자는 잘 모르겠고, 나 완전 상남자야. 이거 봐!"
그 뜻이 아니야, 멍청아. 박지민은 오른손을 내게서 거두고 오른팔을 접더니 자신의 팔뚝을 자랑했다. '만져봐!' 그게 아닌데…. 시무룩한 얼굴로 단단한 팔뚝을 만지작거렸다. 엥? 헐, 대박. 완전 상남자네. '이거 근육이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지민을 올려다보며 물어보자 박지민이 뿌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내 남자의 근육.
계속 만지기만 하면 박지민이 내 말뜻은 물론이고, 운동만 하겠지? 그럼 날 볼 시간이 줄어들지도 몰라. 아니면, 정말로 나쁜 남자가 되겠다고 내 연락을 다 씹으면 어떡해. 더 만지고 싶긴 한데…. 괜스레 아쉬움을 숨기려 입맛만 다시며 팔뚝을 만지던 손을 내렸다.
"아니, 나한테 나쁘지 말고…."
"나빠? 내가 어떻게 우리 탄소한테 나쁘겠어. 그치?"
"그거야 그렇긴 한데, 아, 어쨌든!"
박지민이 내 말투를 따라하며 '어쨌든?' 이라고 말꼬리를 늘리며 물었다. 물어보면 뭐해. 니가 말을 못 하게 하는데. 내 입꼬리를 자신의 양손 엄지로 잡아 옆으로 늘어뜨린 박지민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었다. 놓아달라는 듯이 고개를 흔들자 박지민도 따라서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웃음기 가득한 그의 말에 포기하고 그의 팔목을 잡았다.
"시발, 커플이라니. 존나 망했으면."
"아-, 여기가 지옥인가요?"
내 얼굴을 부여잡은 박지민을 보며 지나가던 남학생들이 못 볼 꼴을 보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부러우면 너희도 니들끼리 하세요! 화이팅! 속으로 한껏 놀려주고선 눈알을 굴리자 저 멀리서 나와 박지민을 바라보고 있는 그 여자아이가 보였다. 째진 눈으로 날 째려보았다. 아니, 저 년이? 지지 않겠다는 듯이 나 역시도 눈을 피하지 않고 째려보았다. 너만 째려볼 수 있는 것 같아? 나도 째려볼 수 있거든?
"응? 탄소 뭐하는 거야?"
"어, 어?"
"왜 날 안 보고 다른 데를 봐?"
"아, 아니야. 난 우리 지민이 보고 있지. 하, 하하…."
차마 널 두고 저 여자애를 째려보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건 말할 수 없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들이미는 박지민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하, 너도 참. 내가 지민이를 두고 누굴 본다고. 하하, 하하….' 당황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팔을 찰싹찰싹 때리며 변명했다. 시발, 안하느니만 못한 변명이었다.
"어구, 우리 탄소!"
"하하하, 하하, 하…, 와! 선생님 오셨다!"
오른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 박지민을 보며 어색하게 웃기만을 반복하다가 들려오는 문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선생님이 들어와 계셨다. 선생님, 나이스 타이밍. 제 시간에 들어오신 선생님을 처음으로 반기며 어색하게 웃느라 미세하게 경련이 일어나는 입 근육을 풀고, 맺힌 눈물도 쓱 닦아내었다.
그래, 이 모든 상황을 이겨내려 옆에서 열심히 필기 중인 박지민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다시 선생님께 시선을 돌려 성급히 볼펜을 놀렸다. 응, 누가 뭐래도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애써 마음을 가라 앉히고 거의 끝나가는 필기를 보며 '오늘 수업 필기는 이게 끝인가봐.' 라며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툭. 박지민의 옆자리 남학생이 박지민의 책상에 종이 쪼가리를 올려놓았다. 그 소리에 나와 박지민은 손을 멈추고 종이와 남학생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너…, 설마, 우리 지민이…. 의심에 가득찬 내 눈빛, 아니 살기를 띈 내 눈빛을 읽었는지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나 아냐, 쟤야 쟤.' 변명하듯 그가 손으로 가리킨 교실 끝자리엔 또다시 그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런 종이 쪼가리를 전달하려는 것까지 지켜보고 있던 것인지 그 아이는 타들어가는 내 속은 모르고 해맑게 웃으며 박지민에게 손을 흔들었다.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뭐야? 이걸 왜 나한테 줘?"
"…지민아, 나 싸워도 돼?"
"응? 아, 안돼! 다쳐, 다쳐."
교탁 앞 선생님을 최대한 의식하며 속삭였다. 박지민은 내 물음에 손가락으로 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오늘이 날인가봐. 쟤 죽고, 나 살자. 박지민이 그런 내 눈치를 보며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읽지 말까?"
"…우선, 읽, 읽어 보자."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 얘가 무슨 얘기를 썼을까? 박지민을 믿기에 걱정은 없다만, 화가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화로 인해 바들바들 거리는 손에 땀방울이 맺혔다. 박지민이 나를 보고 한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가리고 숨죽여 웃었다. 웃겨? 나는 지금 빡이 치는데 웃기니? 그렇지만 박지민이 웃는 모습이 예뻐서 가만히 놔뒀다. 아, 아냐, 이뻐서 가만히 놔둔거 아니야! 절대!
"왜 웃어…."
"프하, 탄소 손에 땀 난다."
그렇게 말하며 박지민이 내 손바닥을 자신의 손등으로 문질러 땀을 닦아냈다. 윽, 축축해서 기분 나쁠텐데. 그러지마…. 커진 눈으로 박지민의 손등을 내가 다시 박박 문질렀다. 어쩌다보니 쪽지는 펴지도 않고 둘이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 같아 손을 빼려하자, 박지민이 내 손을 꽉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또다시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웃었다. '그냥 읽지 말고 버릴까?' 박지민이 물었다.
"연애는 내 수업 끝나고 하지?"
"어, 어구야. 죄송합니다."
"하, 하하, 죄송합니다…."
둘이 손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선생님이 눈치를 주셨다. 젠장…. 교실 안의 모든 눈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놀라 우리는 붙잡고 있던 손을 떼고 떨어졌다. 하하, 하…. 뭘 보니, 공부나 하렴…. 어색하게 웃음짓자 반에서 큰 야유가 터져나왔다.
"아! 짜증나!!"
"샘, 쟤네 내보내요!!"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너무나도 크게 터져나오는 소리에 옆 반에 계신 선생님께서 앞 문을 열고 흘끗 쳐다보시더니 '시끄럽다.' 라고 시크한 말을 남겨 주신 뒤 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반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당황스러워 입을 꾹 다물자 선생님께서 '자식들아, 책 봐.' 라며 상황을 정리해 주셨다. 눈알을 돌리자 보이는 것은 그 아이의 굳은 표정이었다. 굳기만 굳은 것이 아니라 아주 살기를 띄고 있었다. 어쭈? 저게? 수업시간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로 책상을 박차고 달려가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들 뻔 했지만, 옆에서 박지민이 볼을 쿡 찌르는 덕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무슨 생각해? 이거 그냥 버릴…."
"아니, 내가 읽어 봐야겠어."
옆에서 굳은 내 표정을 보고 걱정스럽게 묻는 그의 말에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걱정마, 지민아. 아직은 안 때릴거야. 정말이야, 물지도 않아. 노트를 쭉 찢어서 적은 것인지 찢어진 흔적이 보이는 쪽지를 축축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폈다. 그 내용이 자신도 궁금한 것인지 박지민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지민아 나랑 떡볶이 먹으러 갈래? 학교 주변에 완전 맛있는 데 생겼대!!' 아니, 시발 이년이 지금 누구 남자친구한테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거야? 종이에 주름이 생기도록 꽉 종이를 붙잡고 손을 바들바들 떨자 박지민이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허헉, 얘 나한테 왜 이런대. 안 가, 안 가. 갈거면 우리 탄소랑 가야지.' 애교 섞인 그의 말투에도 쪽지에 쓰인 이 동글동글한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씩씩 거리며 숨을 내쉬었다. 흥분 상태인 것이 눈에 보였는지 박지민이 '탄소, 탄소야…, 진정. 응? 진정.' 이라며 내 등을 토닥였다. 그래, 진정하자. 진정.
"진, 진정이라니, 나 완전 멀쩡한데?"
"손에, 손에 쥔 펜은 내려 놓을까…?"
필통에서 찾은 0.25 두께의 볼펜에 잔뜩 힘을 주어 동글동글한 글씨 밑에 글씨를 쓰자 종이가 찍찍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박지민이 내가 쥔 볼펜을 흔들어 손에서 빼냈다. 그는 볼펜 뚜껑을 닫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그래, 그 펜은 내 기분같이 너무 날카로웠지? 0.7짜리가 어디 있을 텐…, 아, 찾았다. 다시 볼펜을 손에 쥐고 글 쓰는 것을 이어나갔다. '박지민 내 남자친구다. 떡볶이는 꿈도 꾸지마. 머리카락 온전하고 싶' 흥분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침착하게 글을 쓰자 옆에서 박지민이 '히익.'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내게서 종이를 빼앗더니 '이건 버리자. 응? 버리자….' 라며 애원했다.
"버려? 왜 버려. 나 아직 할말 다 못 썼는데?"
"그, 그만…."
애원하는 박지민의 모습을 보며 가출해버린 내 정신을 다시 되찾았다. 정신을 찾고 고개를 흔들자 박지민이 선생님 눈치를 살짝 보더니 내 어깨에 기대며 '어유, 이뻐.' 를 반복했다. 시계를 보니 곧 수업이 끝나겠다 싶어 내 어깨에 기댄 박지민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선 밀어냈다. 서운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박지민에게 '종 친다.' 라고 일러주었다.
말이 끝나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종이 쳤다. 반장인 김남준이 인사를 끝내고선 선생님은 반을 나가버렸다. 꼼지락대며 박지민의 손을 가지고 놀고 있자 갑자기 앞이 어두워지며 그림자가 졌다. 누가 왔나 싶어 고개를 들자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은 그 아이가 와 있었다. 시발, 너 잘 왔다. 말도 걸지 마!! 흥분하려는 나를 보고 기겁한 박지민이 내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러자 그 아이의 눈이 찌푸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탄소야."
너, 이, 씨…. 응? 뭐? 나 부른거야? 뭔데 왜 날 부르지? 예상과는 다르게 날 부르는 그녀에 깍지낀 두 손을 더 꽉 붙잡았다. 지민아, 나 갑자기 겁난다. 무서워. 잡은 손으로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아이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내게 내밀었다.
"탄소야, 네 번호가 없네. 번호 좀."
"어? 어…."
만나면 당장에라도 머리채를 잡아 흔들 기세였지만 오늘도 찌질한 나는 번호를 준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숫자를 꾹꾹 찍어 번호를 입력해주었다. 끝 자리를 틀리게 입력해 줄까하다 괜히 피하는 것같이 느껴질까봐 그만두었다. 내 번호를 받아들고선 '김탄소'라고 입력한 그녀가 싸늘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한 번 보고선 자리를 떴다.
"지, 지민아…, 나 무서웠다…."
"어, 어? 안 싸워서 다행이야…."
서로 동문서답을 하는 우리를 지켜보던 것인지 멀리서 아미가 도도도 달려왔다. 말이 도도도지 사실은 쿵쾅쿵쾅에 가까웠다. 달릴 때 좀 내숭 떨라니까, 쟤는.
"야! 쟤 뭐야? 왜 니 번호 가져가?"
"나도 몰라…."
"괴롭히면 바로 말해. 내가 머리채를 그냥!!"
"머리채…?"
머리채를 잡는다는 말에 박지민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걱정마, 난 아직 잡을 만큼의 깡이 없어. 잡고 싶지만…. 그런 박지민을 눈치챈 것인지 아미가 박지민의 어깨와 내 어깨를 툭 쳤다.
"박지민, 니 행동 똑바로 해라. 안 그럼, 너도 같이 잡힐 줄 알어."
"나, 나도?"
"아니, 멀쩡한 우리 지민이는 왜…."
"맞아, 우리 지민이는 왜?"
떨리는 목소리에 이어지는 낮은 목소리에 소름이 끼쳐 어깨를 들썩거리며 옆으로 물러났다. 나와 박지민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 김태형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슈발, 왜 사람을 놀래키고 그러는거야.
"쟤, 박지민한테 들이대."
"오우, 야, 인기쟁이."
"너도 머리 잡힐래? 여친이 있을 땐 얘기가 달라지잖아!!"
"아, 그렇넴."
아미의 말에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김태형이 박지민의 어깨를 툭툭 털어냈다. '이런 건 민윤기 전문.' 이라며 저 멀리서 자고 있던 민윤기의 뒷목을 잡고선 뒷자리로 끌고 왔다. 잠이 덜 깬 채로 해롱거리던 민윤기는 인상을 찌푸리며 김태형의 목을 쳤다. 김태형은 '컥.' 소리를 내며 목을 부여잡았다.
"무슨 일인데 자는 사람을 깨우고 지랄이야."
"뭔 말 하려 했지? 아, 맞아, 박지민."
"박지민?"
"응. 쟤가 자꾸 박지민한테 들이댄대."
아직도 졸린지 하품만 연신 해대는 민윤기를 보며 김태형이 멀리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가르키며 말했다. 야, 너무 대놓고 그러지마…. 나와 박지민을 번갈아 보던 민윤기가 김태형의 뒷통수를 쳤다. 김태형이 자신의 뒷통수를 붙잡고 끙끙 앓았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응, 니 얼굴로 협박해봐."
"썅, 뒤질래?"
"왜? 될 것 같은데."
얘들이랑 있으면 전혀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박지민의 얼굴도 시무룩해 보였다. 지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그들을 버려두고 교과서를 꺼내려 사물함으로 향했다. 내 책이, 여기 있을텐, 여깄다! 어질러진 사물함 안에서 책을 꺼내어 뿌듯하게 웃자 들려오는 발소리에 웃음을 멈추고 옆을 보았다.
"탄소야, 팔찌 예쁘다. 어디서 샀어?"
"어? 미안, 잘 기억 안 난다."
이상하게도 느껴지는 싸한 기분에 나 역시도 표정을 굳히고 대답을 피했다. 그녀가 물어본 팔찌는 얼마 전 박지민이 정말 카페에만 있을거냐고 징징대는 바람에 근처 옷가게에 들어갔다가 '예쁘다.' 는 말에 박지민이 혹해서 사준 것이었다. 선물 받았다고 하기에도 물어볼 것 같고, 어디서 샀다고 얘기해 주고 싶지도 않았다. 내 대답에 더욱더 표정을 굳힌 그녀는 '그래?' 라며 아랫 입술을 깨물더니 뒤를 돌아 자신의 갈길을 갔다. 이 모든 상황을 그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박지민도 굳은 내 표정에 안절부절하고 있었고, 아미는 얼굴을 붉히며 씩씩대고 있었다. 민윤기는 턱을 괸채로 고개만 끄덕였고, 김태형은 내 표정을 눈을 크게 뜨고 보고 있었다. 아마도, 내 굳은 표정은 처음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별것도 아닌데, 자꾸만 기분이 나빴다. 다른 사람이라면 별 일 아닌 듯 넘길 수 있었다고 해도, 난 전혀 그럴 수 없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암호닉-
ㅈㅈㄱ / 미리내 / 0418 / 복동 / 1116 / 요괴 / 치즈 / 정구가 / 따슙 / 정꾸기냥
꾸뭉 / 베기 / 동상이몽 / 나비 / 홈매트 / 설탕 / 침침커밋 / 침침참참 / 0523 / 0221
오아시스 / 침맘 / 니나노 / 미니미니 / 주네 / 태태태탯 / 난지민덕 / 쩡구기윤기 / 현 / 비침
초슈 / 꿈틀이폴 / 쿠마몬 / 산딸기 / 국쓰 / 0103 / 0101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사랑해요 쪽쪽 ♥3♥
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
제가 너무 게으릅니다. 날 쳐요.
어느새 1월이 끝나가다니, 말도 안 돼요!!!!!!
이건 말도 안 돼 엉엉어어엉ㅇㅇㅇ유ㅠㅠㅠㅠㅠㅠ
저랑 같이 이불 속에서 집 짓고 사실 분*^^*?
정말 이불 밖은 위험한데, 위험한데, 나가면 안 되는데….
진짜 이럴 수가.
네, 벌써부터 저는 다음작을 구상 중입니다.
사실 이렇게 말 해놓고 책임감 없이 연덕연도 못 끝내면 어쩌죠?(안절부절)
만약 제가 다음 글을 쓰게 된다면 느와르일 확률이 90%일거에요…. (소곤소곤)
(※쓰게 된다면…, 10% 확률 장담 못함)
분위기가 이 글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 글 여기와서 처음 써본단 말이에요 찡찡
러브라인이 있을 지, 없을 진 아직 구상 중이에요.
제가 아예 갈아엎고 안 쓸 수도 있지만 무작정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게 써둬야 약간의 압박감을 받지 않을까해서….
뭐, 그렇습니다!
아무튼 오늘도 읽어주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하트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