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태형] 태권도 국대와 동네 등신의 갭이란
W.super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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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래빗-요즘 너 말야
김태형과 알콩달콩 연애도 하면서, 또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어 열심히 연습도 하면서 한달 좀 넘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올림픽 체조 예선경기가 이틀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 이번에도 그렇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커서 몸이 덜덜 떨려올 지경이었다. 저번 친선경기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내서 팬들은 물론 코치님도 은근한 기대를 품고 계셔서 그런 것 같다. 연습할 때 동작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바로 날아오는 날카로운 시선에 연습을 거듭할수록 어깨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커졌다.
"진짜 부담스럽다..잘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안 어울리게 왜 시무룩해."
"요즘 내가 너무 예민한 것 같아.. 동료 선수들한테도 폐 끼치는 것 같고.. 눈치보이고. 이토선수 하는거 보고도 잘 해낼까 싶다.."
"괜히 사람들이 이토랑 라이벌 구도 만들어서 그래. 성적은 니가 더 좋아!"
"그래도.. 요즘 이토가 상승세야.."
나에게로 마음껏 던져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을 받아내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줄 사람은 김태형 뿐이었다. 벌써부터 나와 이토 선수를 라이벌 구도로 만들어내며 응원이 가열되고 있다. 꼭 이겨야 한다며. 일주일 전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우리나라로 입국하는 선수들의 소식이 들리면 나는 더 긴장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내 경기에만 온 신경이 몰려있어서, 김태형을 배려하지 못했다. 아직 생각이 어렸던 나는, 그저 내 마음의 짐이 덜어진 게 좋았다.
예선 당일은 김태형이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치르는 날이었다. 체력 안배를 해야하는 태권도 경기를 위해, 우리는 하루 전날, 마음속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그래도 나의 예선이 점심 즈음에 끝나고, 김태형의 예선이 5시 쯤에 시작해서 경기를 보러 갈 수는 있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친선경기때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기싸움이 대단했다. 그때보다 훨씬 큰 대기실에, 더 많은 선수들이 분주히 움직이는데도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엄숙한 분위기에 대기실을 나와서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체조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의 웅성거림도 여태까지와 차원이 달랐다.
사람들은 나와 이토가 어떻게 서로를 견제할 것인가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았지만, 이토는 나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경기를 하기 전에 서로 웃으며 격려해 주었고, 우리는 각자 준비해 온 무대를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나와 이토는 나란히 2위와 3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비로소 나의 첫, 올림픽 출전이었다.
*
예선이 끝나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태권도 경기가 열리고 있는 경기장으로 갔다. 김태형네 어머님께서 내 자리를 맡아주셔서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김태형은 오늘 총 세 명의 선수와 대련하게 된다. 지지 않고 이긴다면. 예선과 본선을 거쳐 준결승까지 이긴다면 내일 모레, 결승을 치루게 된다. 심판의 구호와 함께 첫 경기인 예선경기가 시작되었다. 첫 경기 상대의 성적이 김태형보다 현저히 낮았기에, 수월하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상대에게 점수를 많이 내준다. 몸도 평소보다 둔한 것 같고 화면에 잡히는 표정은 어딘가 멍한 듯 했다. 이번 예선 경기는, 김태형의 활약보다는 상대의 실력 부족으로 결과가 났다. 어찌어찌 이기긴 했지만, 좀 많이 찝찝했다.
본선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선수는 예선 때보다 훨씬 수준이 올라와 있었다. 쉬는 시간에 코치님께 한 소리 들었는지, 아까보단 경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전히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본선 경기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머리 호구를 벗고서도 그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머리를 쓸어넘길 뿐이었다. 김태형이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관중석에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다시 대기실로 들어가는 길에, 힘내라는 듯 한 코치님의 토닥임에 지어진 김태형의 표정은 며칠 전 스트레스를 잔뜩 풀어놓을 때의 내 표정과 무척 닮아있었다. 나는, 김태형이 지닌 어쩌면 나보다 더 무거운 짐들을 덜어주지 못했다.
나는 나만 생각했고, 김태형은 조금이라도 이기적일 줄 몰랐다.
한 시간 뒤, 준결승 경기가 시작되었다.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숙소로 돌아왔다. 내 방에 들어오자 밀려오는 미안함과 불안함,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르다 제발 김태형의 경기가 끝났기를 바라며 텔레비전을 켰다. 애석하게도, 김태형은 여전히 무거운 몸짓으로 아직 1라운드를 뛰고 있었다. 차마 꺼버릴 수가 없어 입술만 꾹 깨물고 화면 속의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여자친구라는 것 보다, 10년 넘은 친구로서라도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것이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화면 속으로 목소리만 들리는 중계진들은 방금 끝난 1라운드처럼 움직인다면 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한다. 힘겨운 듯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들이키는 김태형이다.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방금 전까지 아슬아슬하게 이기고 있던 김태형은 이번 2라운드에서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다음 라운드에서 뒤집지 못한다면 그대로 경기를 멈춰야 한다. 심판의 호명에 자세를 잡은 김태형이, 아까와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마지막 힘을 낸건지, 전보다 빨라진 움직임과 발차기다. 재빠르게 몸통을 공격하며 동점을 만들어 냈는데, 잘 피하다 상대에게 머리 공격을 허용해주었다. 동점을 만들자마자 다시 역전당한 김태형은 그 순간 표정을 싹 굳히더니 아까와는 다른 사람처럼 재빠르고 정확한 공격을 해냈다. 그 이후로 속수무책 점수를 내주던 상대는 종료 소리가 나올때까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 김태형이 파란색 머리호구를 벗고, 청 승.이라는 심판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화면을 끄고 김태형의 숙소 앞으로 뛰었다.
*
한 시간 쯤 기다린 것 같다. 씻고 온건지 약간 덜 마른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숙소 건물로 들어오는 김태형이다. 부르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안나와서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멍하게 땅만 보며 걷던 김태형이 고개를 들다, 나를 발견하곤 멈춰선다. 안아주고싶다. 살짝 팔을 벌리니, 빠르게 걸어와서 나를 꽉 안는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숨을 크게 들이쉰 김태형은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나를 안고 있었다.
"태형아."
"..응."
"미안해. 내 생각만 해서. 너도 힘든데 여자친구가 투정만 부리고."
착잡한 심정을 시무룩한 목소리로 줄줄이 말하며 등을 토닥이니,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듯 작게 웃은 김태형이 내 품에서 벗어나 똑바로 선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나한테 느껴질 정도로 사랑스럽게 나를 쳐다본다. 그렇게 가만히 눈을 마주하다, 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너 때문 아니야. 걱정 하지마."
"스트레스 받는거 나한테 다 풀어! 나 완전 준비됐어."
"..너 보니까 힘난다."
나를 빤히 보며 말하는 김태형에 온 몸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 눈을 데구르르 굴려 시선을 피했다. 나와 한 발자국 떨어져 서있는 김태형에게도 내 심장소리가 다 들릴 것만 같았다.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려 고개를 숙였더니, 낮게 나를 부른다.
"이름아."
"응?"
응?하며 고개를 들었더니, 그대로 내 손목을 잡아당겨 입을 맞추는 김태형이다.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있으니, 예쁘게 감겨있는 김태형의 눈이 보인다. 내 허리를 단단히 받쳐오는 팔에, 나도 눈을 감으며 김태형의 옷자락을 꼭 잡았다. 드라마 같은걸 보면 여자 주인공들이 키스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가끔 하던데, 다 뻥이다 그런건. 부드럽게 내 입을 감싸는 이 남자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내 첫키스의 기억은, 뜨거운 우리 둘의 입술과 시끄러운 심장소리로 가득찼다.
긴 뽀뽀로 부끄러워진 내가 손장난만 치고 있자, 그런 내 손을 꼭 잡은 김태형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내가 김태형에게 했던 것처럼. 주위의 과도한 기대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부담감. 아직 열 아홉의 우리가 이겨내기엔 너무나 무거운 것들이었다. 비슷한 입장인 우리 둘은 서로에게 좋은 버팀목이 되어주려 노력했고,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나 오늘 완전 멋있었지."
"당연하지! 태권도 할때가 제일 멋있어."
"그래? 그럼 이런거 할 땐 별로야?"
서로를 토닥이던 이야기들을 끝내고 김태형이 숙소로 데려다 주는 길. 태권도 할 때가 제일 멋지다 그랬더니, 아까 키스 할 때처럼 자세를 잡고선 이럴 땐 별로냐며 능글맞게 나를 놀린다. 놀리는 건지 분명히 알면서도 아까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재빨리 밀쳐내고 숙소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씻고 나오니 모레에 경기라 내일 못보는데 화이팅도 못해준게 기억났다. 그래서 카톡으로 나름 애교도 부려가며 힘내라고 했더니 바로 영상통화를 걸어온다. 윽, 이거 받았다간 심장마비로 경기 못할지도 모른다. 자기 전의 김태형은 굉장히 섹시해서. 매정하게 뚝 끊었더니 왜 안받냐며 카톡을 정신없이 울려댄다. 내가 대충 둘러대고 억지로 끊어버리자 그제서야 조금 잠잠해진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오늘은 김태형의 메달 색이 정해지는 결승전 날이다. 미리 관계자에게 부탁해 최대한 가까운 자리에 앉은 나는, 오늘도 잘생긴 남자친구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결승이라서 그런지 긴장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속으로 누구보다도 크게 응원하며 김태형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공격에 성공할땐 주먹을 불끈불끈 쥐며 속으로 얼마나 환호를 보냈는지 모른다. 확실히 이틀 전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아진 김태형은, 결승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큰 점수차로 금메달을 따냈다. 심판이 김태형의 승리를 말하고 조용히 머리호구를 벗어 머리를 털어낸 김태형은 언제 본건지 나를 한번에 찾고선 씩 웃어보였다. 경기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봤을 김태형의 미소에 당황스러워했다. 하지만 난 주위에서 당황하던 말던 김태형이 너무 대견스러워 마주보고 씩 웃어보였다. 그 순간 내 모습이 화면에 정면으로 잡혔고, 30분도 안되서 우리 둘은 네이냔 검색어 순위에 나란히 올랐다. 이런 기사 제목과 함께.
[태권도 금메달 김태형, 체조 여제 성이름과 연애중?!]
이렇게 공개되는 건 원치 않았지만, 딱히 부정할 이유도 없어서 우린 쿨하게 인정했고 우리에게 향하던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도 우리 중 한명을 마주치기만 하면 잘 어울린다, 오래가라, 귀엽다 등등 온갖 관심을 쏟아부어 주었다. 물론 응원과 관심은 감사하지만, 어딜가나 그런 얘기만 해대는 통에 피곤해졌다.
"아 진짜 김태형!"
"왜- 이렇게 대놓고 데이트도 하고 좋은데."
"기사뜨고 나서 내 이름보다 태형이꺼로 더 많이 불렸어!"
"오, 좋은데? 아주 맘에들어."
이자식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입을 네모로 만들어가며 흐흐 웃을 뿐이었다. 우리 둘이 있을 때마다 저런 빙구같은 웃음을 보이니, 지나가던 선수들이 흠칫하는 모습을 적지않게 본다. 정작 자기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지만. 한숨을 내쉬다가도, 뽀뽀해 달라며 귀엽게 입술을 내미는 김태형에게 나도 웃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태형아.
너 등신인거 이제 온 국민이 다 알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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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직 금요일이에요..!!
기다려주신 독자님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댓글보다 울뻔..ㅠㅠ
항상 힘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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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화에서 겹친다고 말씀드렸던 분들 ㅠㅠ 민슈팅 님이 아니고 슈민트 님이에요ㅜㅜ 피드백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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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