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남준] 직장 상사와 담배의 상관관계 W.superwoman 01.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스물 넷의 나이에, 나는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일이 잘 안 풀릴때면 담배를 피는 습관이 생겨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지 못하고 있다. 그저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 한 기분이라서 피기 시작했더니 이제 조금은 맛이 들린건지, 긴 숨을 뱉어내면 내 눈 앞을 가리는 뿌연 연기가 달게 느껴진다. 비교적 짧은 취준생의 기간을 거치고 입사한지 일년이 조금 넘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담배는 여전히 끊지 못했다. 집이 아니면 잘 피우지 않아 직장 동료들은 모르지만. "이름씨, 이것 좀 정리해줄래요?" "네, 알겠습니다." "이름씨, 나 커피 한잔만. 미안해-" "네, 여기요." "이름씨, 이거 다시 해와요." "네." 하루종일 네,네. 예스맨이 되어버린 듯 하다. 대학땐 나름 똑부러지는 성격으로 유명했는데. 열받고 답답해도 어쩌겠는가. 짜증나는 회사라도 다닌다는 것이 내 또래 친구들에게는 가장 부러운 점이었다. 작지도 않은 회사였기에, 졸업하고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취직한 나는 취준생인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언제나 가시방석이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편할 날 없는 내 위치에 유일한 안식처같은 것이었다. 담배. 들어온지 일년이 넘어 겨우겨우 막내 자리를 벗어난 나는, 막내인 전사원과 함께 여전히 온갖 잡일을 도맡아했다. 그래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주일에 두세번은 무조건 야근을 해야했다. 오늘도 일을 다 마무리하고 나니 퇴근시간을 두 시간이나 넘겨버렸다. 시간을 확인하자 온 몸에 힘이 쭉 빠져 의자에 늘어졌다. 게다가 금요일이라 일주일간의 피로까지 온 몸으로 밀려왔다. 느릿느릿 사무실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왔다. 대부분 퇴근한건지, 몇몇 층에만 불이 켜져있고 나머지는 컴컴하다. 얼른 회사를 빠져나와 근처 편의점에서담배를 샀다. 어제 밤에 피운 담배가 마지막이었다. 집까지 갈 기운도 나지 않아서 잠시 쉴까,하고 편의점 의자에 털썩 앉았다. 능숙하게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오늘도 후-하면 내 눈앞을 가리는 뿌연 연기가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해가 거의 다 져버린 하늘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 채. "..성이름씨?" "..아.팀장님.안녕하세요.." "담배 핍니까?" "아,아 네. 조금." 매사에 냉철하고 무뚝뚝한 우리 팀 팀장님의 이름은 김남준. 나와는 사적인 이야기를 한마디도 해 본 적 없기에, 담배 피냐고 물어오는 물음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를 잠시 쳐다보던 팀장님은, 이내 월요일에 보자며 나의 인사를 받고 차 쪽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터덜터덜. 발걸음에 힘이 하나도 없는 뒷모습이 왠지 내 모습과 겹쳐보여,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긴 한숨을 내뱉었다. * 그나마 회사 생활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성적에 맞춰서 간 무역학과에서 난 제대로된 적성을 찾아버렸다. 그때부터 바라던 무역회사에 취직한 나는, 업무를 볼 때 만큼은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다, 김대리님의 커피 부탁에 탕비실로 들어갔다. 최대한 빨리 타드리고 다시 업무를 보러 가야해서 바쁘게 커피를 찾는데,탕비실 문이 열리더니 팀장님이 들어온다. 팀장실 안에 커피포트랑 물 다 있는데 뭐하러 오신건지 궁금했지만 난 바빴기에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선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테이블 밑 서랍에서 커피믹스를 찾아내 종이컵 안에 붓는데, 옆에서 팀장님이 갑작스럽게 말을 건넨다. "몸에 안좋으니까 끊어요." "네?" "담배." 이건 명령인가. 싶어서 의아하게 쳐다보면 그건 아닌 듯 살짝 미소를 짓고있는 팀장님의 얼굴이 보인다. 어제부터 왜 자꾸 사적인 대화를 거는 거지. 일개 사원인 나한테 담배 고나리라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멍하게 물이 끓는 것만 보다가 종이컵에 물을 옮겨담았다. 김대리님은, 진하게.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커피가루가 다 녹은 종이컵을 들고 탕비실을 나가려는데, 내 앞에 서있던 팀장님이 내 손에서 커피를 가져간다. "고마워요." 얼빠진 내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혼자 씩 웃으며 탕비실을 나간다. 저렇게 웃는건 또 처음보네. 아니 근데, 커피 다시 타야 되잖아. 윽. 커피포트에 물이 남아있지 않았으면 당장 팀장님에게서 커피를 빼앗아 왔을수도 있다. 그래, 팀장님인데 뭐 어쩌겠어. 하는 생각과 다르게 티스푼을 움직이는 손에는 힘이 빡 들어가 있었다. * 담배 사건과 커피뺏기 사건 이후로, 팀장님은 나에게 조금씩 많은 대화를 걸었다. 예전엔 전부 업무와 관련된 말이었다면, 요즘은 열에 아홉이 사적인 이야기였다. 물론 내가 불편해서 피한게 대부분이지만. 갑자기 팀장님이 왜 저러는건지 궁금했지만, 다른 직원들에게는 예전과 변함없이 대해서 누구에게 팀장님이 변한 것 같다고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뭐, 그래도 덕분에 예전보다 더 편하게 의견따위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성이름씨." "네?" "담배는, 아직?" 문제가 있다면, 내가 담배피는 것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한다는 것. 정말 매일 빠지지 않고 물어보는 통에 짜증이 날 지경이다. 나름 비밀스럽게 물어본다고 가까이 붙어 목소리를 낮추면서. 그래도 어쩌겠나, 난 항상 을인데. 오늘도 대충 웃어넘길 뿐이다. 오늘 하루도 조용히 마무리 될 뻔 했는데, 상당히 기분상하는 일이 생겼다. 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 한번도 업무처리에 관해 크게 혼난적이 없는데, 내가 한 일도 아닌 걸로 엄청나게 쓴소리를 들었다. 사무실의 시선이 집중될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분은 김대리님.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김대리님의 말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만큼 화가 날 만 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한 일이 아니라는것. 내 기억으로는 분명히 한대리님이 처리한 서류인데.. 슬쩍 한대리님을 쳐다보니 한껏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가 했다고 나서지는 않는다. 그럴만한게, 남들 앞에서의 이미지를 무척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그래서 지금 대신 혼나달라 이건가..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빡침이 올라왔지만, 어쩌겠나. 난 저기 구석탱이에서 어벙한 안경을 올릴 생각도 못하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있는 막내를 제외하고 제일 권력이 없는데. 그래, 앞으로 내 회사생활을 위해 참으려고 했다. 정말 그러려고 했는데, "성사원 이런 기본적인걸 실수했으면 사과라도 정중히 해야하는거 아니야?? 부모님께 뭘 배운거야!!" 왜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부모님까지 욕보여야 하나. 순간 꾹꾹 참았던 화가 폭발해 고개를 번쩍 들고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내 입을 가로막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이름씨. 저 좀 보죠." 욱해서 얼굴까지 새빨개진 상태로 팀장실에 따라 들어갔다. 한마디 좀 해보려는데 왜 그 타이밍에 말을 끊었는지 팀장님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거기서 김대리님께 대들었다면 바로 찍혀버렸을텐데 잘 된건가 싶기도. 아무튼 아까 김대리샛키가 한 말들은 아직도 화가 안풀린다. 아무 말 없이 인상만 쓰고 서있는데,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던 팀장님이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넨다. "이름씨가 한 일 아닌거 알아요." 팀장님이 어떻게 알지? 순간 화났던 것도 잊고 놀란 눈으로 팀장님을 바라보았다. 그런 내 반응을 예상 했던건지 여유롭게 웃어보인 팀장님이 말을 덧붙였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는데," "..." "한대리 표정이 많이 안좋더라고." 한대리가 한 거 맞죠? 그 일. 팀장님이 다 안다는 눈빛으로 물어오는데, 내가 한게 아니라는걸 누가 알아주길 바란것도 맞는데 뭔가 유치해 보여서 대답도 안하고 입만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런 나를 이해 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팀장님이 자리에 가서 앉아 아직도 뻘쭘하게 서있는 나를 바라본다. "난 이름씨한테 오해 안한다는거 말해주고 싶어서 불렀어요." "..." "아 그리고 김대리. 말을 좀 필터링 없이 해대니까 그냥 흘려들어요. 다 담아뒀다가 속앓이 하지 말고." 잠시 팀장님과 이야기하다 잊은 김대리가 생각났다. 아.. 그인간 얼굴을 어떻게 다시 보지. 보자마자 욕이 튀어나올 것 같은데. 다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불쾌한 기억에 한숨을 작게 내쉬자, 용케도 들은건지 팀장님이 나를 힐끔 쳐다본다. "지금 나가기 좀 그러면 여기 있다 가도 되고." "..아니에요. 나가보겠습니다." 인사를 꾸벅 하고서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빌어먹을 김대리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자리에 돌아와 한껏 늙은 얼굴로 컴퓨터 화면만 멍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내 옆으로 한대리가 살금살금 다가온다. 이 팀에 유일한 여직원 선배인데 텃세도 없어서 호감이었다. 근데 무슨. 이제 그냥 불여시로 보일 뿐이다. "성사원 미안해.." "아닙니다. 괜찮아요." "미안해서 어떡해..내가 나중에 밥 한번 살게.." 내 옆에서 계속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사과를 해댄다. 대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물론 밥을 사준 적도 여러번이라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이제 내가 싫다. 어릴 때부터 존경해온 부모님이라 욕을 들어본 적은 정말 0.1프로도 없는데. 남 일 때문에 욕을 들어먹다니. 10명 남짓의 팀원들 앞에서.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더 치솟는 느낌에 관자놀이만 꾹꾹 누르니 옆에서 비타오백을 슬쩍 내미는 막내다. 우리 막내, 전정국이. 내 편은 너 뿐인가보다. 막내를 보고 픽 웃으니 어벙한 안경을 올릴 생각도 않고 같이 히죽 웃어보일 뿐이다. 하여튼, 귀여운 놈. * 최대한 신경 안쓰고 지내보려 했건만. 그 빌어먹을 김대리는 내가 눈에 보일때마다 나를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었다. 다른 팀원들은 이미 내가 한 일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어서 반응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아마 김대리 혼자만 모를거다. 아마 영원히. 오늘은 재수없게도 출근하는데 다른 팀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는 김대리가 보였다. 젠장.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빠르게 지나가려는데, 어김없이 나를 발견한건지 보란듯이 나쁜 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요즘 것들은 말이야. 취업이 된 게 어디야. 상사한데 혼 좀 났다고 토라져서는. 이래서 집에서 가정교육을 잘 받아야 하는거야- 정말 어휴." 요즘 것들? 기가막혀 코웃음을 쳤다. 그래봤자 우리 부모님 뻘도 안되는 사람이 저러니. 김대리의 나이는 많아봤자 30대 후반이었다. 차라리 내 욕을 하면 흘려듣고 말겠는데, 왜 굳이 부모님 욕만 골라서 하는건지. 저 집 아들은 자기 아들이 저렇게 철없는 뒷담화 하고 다니는걸 아실까. 신경쓰이는 건, 김대리와의 거리가 멀어질 때 잠깐 들렸던 내 이름과 같이 있던 다른 팀 직원들이었다. 설마 했더니, 역시나. 다들 근거없는 소문 퍼트리기는 왜이리 좋아하는건지. 다음날이 되자 다른 팀에도 김대리의 입을 통해 내가 어른에게 예의없게 대했다는 둥 그런 잡소리가 퍼진 것 같았다. 나를 보고 수근대는 분위기들이 느껴졌으니. 아 짜증나. 하루종일 든 감정은 이거 하나였다. 자기들은 사건의 내면을 다 안다는 양 수근거리는 모습이 꼴보기 싫었다. 담배가 무척이나 고파졌다. 개인적인 다짐으로 회사에는 담배를 안가져오는데, 오늘따라 그 다짐이 후회됐다. 내가 짜증난 상태이던 아니던, 나는 팀의 둘째막내였다. 막내 전사원은 내 업무를 돕느라 정신이 없기에, 오늘도 난 탕비실에 몇 번을 들락거렸는지 모르겠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자 또다시 나를 찾는 상사님들에 탕비실에서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놓는데, 팀장님이 들어왔다. 팀장님도 김대리가 퍼트린 내 소문 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다 정신을 차리고서 꾸벅 인사를 했다. "이름씨." "네?" "..담배는 아직도 펴요?" 아, 젠장. 이 사람은 또 담배타령이다. 순간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욱해서 인상을 쓰곤 네.계속 필건데요.라고 패기넘치는 대답을 해버렸다. 처음 보는 내 모습에 잠시 놀란 듯 한 팀장님이 눈을 크게 떠보였다. 온 몸이 짜증으로 가득찬 내 상태에선 그런 팀장님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잘 타진 커피를 들고 탕비실을 나가는 내 머릿속에는, 회사 진짜 때려칠까.하는 생각 뿐이었다. ------ 큐앤에이 글인줄 알았죠?! 제가 뜬금없이 이 글 들고온 이유는.. 독자님들 반응도 보고.. 태태글 뜸해서 사과도 할 겸.. 그리고 요즘 제가 낮누한테 심각하게 빠져버려..ㅅ..ㅓ.. 동시연재 할지 태태글 완결내고 연재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 이 글은 아직 암호닉 안받구요 그냥 어떤지..봐달라구 ㅎ....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방탄소년단/김남준] 직장 상사와 담배의 상관관계 01 109
9년 전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김남준] 직장 상사와 담배의 상관관계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4/16/1b691efbfe6bb51eeff5365be245a985.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