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오자마자 윤하에게 전화를 하니 행정실로 가보라 그래서 행정실로 갔다. 가자마자 보이는건 사서분이셨다. 저번에 늦게 자서 인사를 못 드린것이 생각나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뵙고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앞으로 잘하면 되죠 뭐." 생각보다 사서분은 친절하셨고 그덕에 나는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일을 물었다. "아. 학생은 잘못 꽂혀있는 책이나 아침저녁으로 사서실 안에 있는 쓰레기 줍고 닦는거 또 우리가 가끔 시키는 심부름 같은거해주면 돼요. 아 그리고 내가 자리 비울때 책 대출하는거 잠깐 잠깐 씩해주고 또 도서실에 한시간마다 올라가서 자리 비어있으면 자리최소 시키는것도 하고요. 컴퓨터실에서 게임하고 있는 학생들도 종종있는데 그 학생들도 좀 봐줘요. 그정도는 할수있죠?" 할 수 없는데요. 라고 입밖으로 말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도서관에서 내가 할일은 많았고 도서관에서 알바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하긴 윤하가 도서관 알바자리 꽂아줘서 도서관에서 알바하게 된건데 이정도는 해야하는게 당연한 일인것 같기도 했다. 도서관 알바는 눈뜰새 없이 바빴고 망할인간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죄다 엉뚱한데 꽂아놔서 그 일하기에도 벅찼다. 분명 책에는 하836.40 이라고 적혀있는데 400번대에 꽂아두질 않나. 쓰레기를 책과 책사이에 껴두질않나. 짜증이 슬슬 올라왔다. 누군가 어깨를 잡아 돌렸고 반가운 얼굴에 도서관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엌!.ㅁ.." 그순간 민윤기가 자신의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고 알바 첫날부터 쫓겨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민윤기는 나를 도서관 밖으로 이끌었고 도서관 책냄새만 맡아도 토가 올라올 것 같았던 나는 못 이기는척 밖으로 향했다. 흘리듯이 한 말이었는데 도서관까지 온 민윤기를 멀뚱멀뚱보고 있었는데 민윤기는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리를 오래 비우면 안될것 같아서 다시 도서관에 들어갈려는 찰나 민윤기는 입을 열었다. "밥먹자" "ㅁ...뭬?" 도서관까지 와서 고작 한다는 말이 밥먹자라니 어이가 없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지금 시간이 몇시라고 밥을 먹어" 민윤기를 흘기듯보고 핸드폰시계를 봤는데 어느새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넘겨 3이라는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건 뭐 점심이 아니라 저녁이 되겠는데. 그래도 사서분께 허락을 받아야할 것 같아서 민윤기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도서관으로 다시 들어가 사서분께 조심스럽게 여쭈어봤다. "저어..밥먹고 와도 될까요?" "한시간이내로 들어오세요." 분명 웃는 얼굴로 말하고 있었는데 왜 때문인지 압박이 느껴졌다. 한숨을 내쉬며 윤하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않았다. 그래서 그냥 도서관 밖으로 나가 민윤기를 찾으니 아까모습 그대로 서있는 민윤기가 보였고 그 옆에는 쫑알쫑알 거리며 나중에는 콩콩발까지 구르는 박지민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뒷모습을 향해 뛰어가 역시 남동생 삼고싶은 박지민의 어깨에 내 팔을 걸쳤다. "요오오올 박지민 웬일이냐" "나도 책 읽거든!!그러는 너는 동화책만 읽을것같게 생겨가지고!" "허. 자기소개하세요?" "도서관이랑 탄소라니 참 안어울리는 조합이네~" "아 진짜 박지민!" "둘다 닥쳐 좀!!" 앞뒤안가리고 투닥거리던 우리둘은 민윤기의 말에 입을 다물었고 멀리서 달려오는 윤하의 모습에 나는 잠시 내 두눈을 의심했다. "야 김탄소!! 나한테 전화했었으면서 왜 내가 전화할때는 안받아!!" "너도 안받아놓고 무슨 걍 쌤쌤해." 나는 나한테 쏘아댈때는 언제고 민윤기와 박지민을 번갈아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윤하의 모습을 볼수있었다. "흠흠 탄소야 이분들은 누구시니?" 윤하에게 대충 친구라고 둘러대고 정말 예상치도 못한 어색한 조합과 김치볶음밥을 먹으러 식당에 왔다. 꼴에 낯을 가리는지 민윤기는 아무말도 하지않았고 열심히 쫑알거리던 박지민은 입을 닥쳤으며 윤하역시 핸드폰만 들여다 보느라 조용했다. 그덕에 나는 김치볶음밥을 먹는중에도 김치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바닥과 김치가 춤을 추고 있는지 조차도 헷갈렸고 다행히도 체하진 않았지만 다시는 이 멤버들과 밥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정말 어찌된건지 이번주 월수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 멤버 넷이서 밥을 먹게 됐고 다음주, 그 다다음주도 이 멤버로 일상을 보냈다. 가뭄이 온건지 다행히 비가 오는 일은 없었지만 이젠 제법 윤하와 말을 트게된 민윤기와 박지민은 그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와 함께 8월을 보냈다. 사실 민윤기는 도서관에 오는 목적이 책인것 같았다. 박지민 역시도 그랬고. 내가 컴퓨터실, 독서실, 청소를 하기위한 화장실을 번갈아 왔다갔다 거리는 와중에도 그 둘은 사서실에 놓인 책상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고 간혹 떴다고 해도 그목적은 화장실이거나 밥먹을때 아니면 자판기에 음료수를 뽑으러 가는 것이었다. 도서관알바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민윤기는 사진작가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경력이 부족하지만 감정이 묻어나오는 사진과 주제로 소수 매니아 사이에서는 이미 인정받는 작가였다. 둘을 몇주동안 관찰해본 결과 둘은 여중고딩 사이에서는 음료수와 편지를 선물 받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여느날처럼 내가 책을 꽂아두러 책장을 지나는 와중에도 간혹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너 그 말없는 오빠랑 귀여운 오빠 알아?월수금 마다 오는 오빠들 있잖아!" 분명히 소근거리는 소리였지만 내 귀에는 들렸다. 뭔가 엿듣는 기분이여서 그냥 지나갈까 생각도 했으나 일단은 두 남자를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아 알지! 내 용돈이 일주일에 세번 사이다로 나가고 있잖아" 불쌍하지만 사이다는 내입속으로 다 들어갔단다 아가들아. 그런 생각을 하며 책장에 머리를 기대고 얘기를 들었다. "근데 그오빠들이랑 같이 다니는 언니들 알아?" "아 그 밥먹을때 같이 나가는?" "솔직히 오빠들이 뭐가 부족해서 그 언니들이강 같이 다녀? 재수없어" 내 얘기가 들려오는 순간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소근거리던 소리는 내귀에서 멀어져갔고 점점 사라져갔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남자들과 어울리는 걸 죽어도 못보는 그런 사람들. 그당시엔 몰랐지만 내가 누군가를. 남자를 도와주는걸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난 항상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애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지나친 오지랖인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지만. -김탄소, 14세- 내가 중학교에 막 입학해 정신이 없을 무렵 같은반 우유배급을 하는 남자애가 혼자 우유봉지를 들고 가는게 보였고 그래서 같이 들어줬다. 그리고 하루는 다른 남자애가 손에 가득 들고가던 교과서를 들고가다 놓친게 보여 같이 반까지 나눠들고 갔다. 그런 상황이 몇번 반복되자 학기초에 나와 같이 다니던 여자애들이 나와 거리를 점점 두는 것이 느껴졌고 한마디로 나는 왕따가 됐다. 그때까지도 나는 왜 그렇게 된건지 이유조차 알수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하는 말을 무시하는 걸로 시작했고 그걸 시작으로 책상에 걸레, 창년, 더러워 뭐 이런것도 써져있었다. 그것까진 참을 만 했다. 그아이들은 소위말하는 뒷담을 일상화했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역시나 나였다. 뒷담을 까면 우정이 돈독해진다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그아이들이 친해지는 것 만큼 나에게 대하는 대우는 엿같아졌다. 유치한장단에 나도 놀아나고 싶지않아 가만히 있었다. 적어도 1학기 기말고사 전까지는. 하지만 도는 점점 지나쳐졌고 그아이들은 내 사물함에 죽은쥐를 넣어놓고 상한 우유를 뿌려놓기 일쑤였으며 하교할때 그아이들무리를 발견하고 신발을 갈아신자마자 그아이들에게로 달렸고 그아이들앞을 가로 막아 소리쳤다. "너네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건데?? 내가 뭘그렇게 잘못하고 뭘 그렇게 죄를 지었는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들리는건 여자애들의 비웃음소리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욕들. 정말 노골적이도록 불쾌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그 시선들을 견디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그애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먼지였다. 그들은 그렇게 나를 지나쳐갔고 나는 펑펑울며 집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그애들의 비웃음소리와 뒷담을 까던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것 같았고 집에 도착하고 난 후에야 알았다. 그들이 내게 마지막으로 저지른 그 유치한 장단은 그들이 죄책감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넘쳤다는 것을. 신발을 벗었는데 내눈을 믿지 못할정도로 양말이 피로 물들어있었다. 주저앉아 발바닥을 확인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압정이 한개도 아니고 몇개가 박혀있었고 마침 집으로 퇴근하시던 엄마가 나를 발견함과 동시에 나는 쓰러졌다. -김탄소, 현재시점- 그이후로 나는 병원에서 몇달을 지내야했고 병원에서 나온 뒤로는 내가 다니던 학교를 떠나 남자들이 보이지 않는 여중으로 가게 되었다. 여중에 다니고 윤하를 만나게 되고 결국에는 별탈없이 여자애들과 어울렸지만 그때의 기억은 그때로 돌아가라면 절대 돌아가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주저앉아있던 나를 누군가가 일으켰고 고개를 들자 보이는건 민윤기였다. 내가 과거의 기억으로 힘들때마다 항상 민윤기가 있었고 걱정해주는 민윤기가 있었다. "괜찮냐." 이제 나는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네가 있어서 정말 괜찮아졌다. "응 괜찮아." 월수금마다 도서관에 출석을 해서 사서분께 얼굴도장을 단단히 찍은 민윤기 덕분에 오늘은 학교다니면서도 안해본 조퇴를 해봤다. "진짜 괜찮아? 괜찮은 사람이 넋이 나가있냐고." "어어어!존나 괜찮다고! 괜찮다는데 난리야. 잔소리는 아주 으으" 집으로 가다가 오랜만에 칼국수가 땡겨 집에 가는 골목에 있는 칼국수집에 들러 칼국수를 포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민윤기는 왼쪽방으로 그리고 나는 오른쪽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보일러를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 방에서 모든 끼니와 여가를 해결했다. 칼국수 봉지를 방에두고 방에서 나와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낸다음 방으로 다시 들어왔다. 방에서 모든 끼니와 여가를 해결하는 바람에 매 끼니마다 벽의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해야 했고 노트북이 민윤기 밖에 없어서 영화를 볼때마다 벽 문을 열어야 했으며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주고 받을 때도 벽문을 여는데 지친 우리는 벽문을 완전히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건 이미 칼국수 포장을 뜯어 칼국수를 섭취하고 있는 민윤기였고 나도 민윤기 앞에 앉아 김치를 가운데 두고 일회용 젓가락을 뜯어 칼국수를 흡입했다. 어느새 서로의 일상에 당연한 존재가 돼버린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한가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녀사이에는 친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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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이제 곧 설이라서 자주오지 못할수도 있지만 저 잊지 않으실거죠?8ㅅ8최대한 자주오도록 노력할게요!!정말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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