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떨고 있는 남자는 내가 알고있는 민윤기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비와 함께 무너져버릴 것같은 그를 빗속에 그냥 둘수가 없어 민윤기 손에서 우산을 빼앗아 우산을 펼쳤다. 우산을 펼치자 더 선명히 보이는 그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보다 주먹을 너무 꽉 쥐고 있는 탓에 손이 하얘지고 있는게 보여서. 일단 민윤기가 들고 있는 짐을 내가 지고 우산까지 들고 힘겹게 그를 끌고가보려고 했지만 그가 멍하니 서서 중얼거린 말이 너무 아프게 만들었다. "비오잖아..나 혼자두고 가지마.." 도대체 그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나는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지금 나로써는 받아드리기 힘든 그런 상황 이었고, 민윤기의 아픔은 내가 안기엔 너무 무거워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수있는건 한가지였다. "맞다 이불" 이불을 케이스에서 꺼내 민윤기 몸에 둘렀다. 어차피 여름이라서 덮을 필요도 없었고 일단 떨고 있는 민윤기를 어떻게든 멈춰야 할것같은 일차적이고 단순한 생각이었다. 민윤기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그대로 민윤기는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에 박은채 쓰러졌다. 의식을 잃고. "누가보면 시체 유기하러 가는줄 알겠네 시발" 이불 세트에 우산에, 우산은 민윤기끌고 오느라 쓰지도 못하고 그와중에 민윤기는 비맞으면 안될것같아 머리까지 두르고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서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이상한 눈으로 봤다. 이 쓸데없는 오지랖 때문에 피해본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일단은 이 남자가 너무 위태로워 보였으니까. 엘레베이터의 3층을 누르고 이불 사이로 보이는 민윤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쌕쌕 거리면 거칠게 숨을 쉬는게, 곧 감기가 걸릴것같았다. 301호는 엘레베이터에 내리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보였기 때문에 더이상 힘쓸일은 없었고 집에 무사히 돌아올수 있었다. 물론 민윤기가 이렇게 된건 무사히가 아니지만. 분명 집에 돌아왔는데 여유는 커녕 곧바로 바빠졌다. 민윤기를 감싸고있던 젖은 이불을 거실 한구석을 내팽겨 치고 다른 이불로 민윤기의 물기를 닦아 냈다. 그리고 민윤기의 옷을 갈아입혀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물에 젖은 옷을 입고 있는건 감기에 걸리고 싶어서 안달난사람들만 하는 행동이었으며 나는 민윤기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민윤기가 입고있던 흰티를 벗겼다. 그리고 흰티또한 방구석으로 내팽겨친뒤 민윤기의 가방을 뒤졌다. 뒤지려고 뒤진건 아니었지만 나한텐 이게 더 급했으니까. 가방에 다른 물건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며 그덕분에 나는 검정색 무지티와 츄리닝 바지 하나를 찾을수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티를 입히는건 아무렇지 않았지만 바지를 벗기는건 하고 싶지 않았고 변태가 되는 기분이라 선뜻 하지 못했다. 그렇게 민윤기바지를 잡고 놓았다 다시잡았다 몇번을 반복하다 결국 고개를 돌리고 벗기는 쪽을 택했다. 바지는 물에 젖어 쉽게 벗겨지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벗겨졌고 나는 민윤기의 열개의 발가락만 보며 츄리닝을 입히기를 시전했다. 이불을 민윤기에게 덮어주고 민윤기의 흰티와 바지를 챙겨 거실로 나왔다. 아차하는 마음에 방으로 들어가 민윤기의 이마를 짚자 비를 맞아서 그런지 이마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오래 생각하고 있을 겨를도 없이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갈수 밖에 없었다. 아까 이마트에서 산 우산을 들고 다시 이마트로 전력 질주를 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빠른 속도로 난 지금 상황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수건, 빨랫대, 세제, 냄비, 쌀, 야채, 칼, 참기름 까지 정신없이 구매하고 집까지 뛰어오는데 한가지 생각나는게 있었다. '밥은 무조건 시켜먹을 것' 하지만 난 곧 머릿속에서 지울수 있었다. 사람이 아프고 열이 나는데 밥을 시켜먹는다고 해도 이상황에서 시킬 밥은 없었으니까. 집에서 미친듯이 뛰쳐나와 다시 미친듯이 집으로 들어오기까지 10분 걸렸다. 수건 포장지를 손으로 뜯어버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에 몇번을 적셨다. 수건을 짜고 방으로 들어가 민윤기 머리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난 옷도 안갈아입고 이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생리까지 하는 주제에. 그래서 나는 옷을 갈아입었고 내옷, 민윤기 옷, 이불까지 손빨래로 하기 시작했다. "미쳤지" 미쳤다고 내 몸도 안 챙겨봤는데 병간호에 빨래에 요리까지 하게 생겼으니, 나도 참 대단하다. 빨래를 하는 중에도 뜨듯해진 수건을 몇번을 갈아줘야 했으며 빨래를 억지로 짜서 빨랫대에 걸어놓는데 짜증나게 물이 뚝뚝떨어지는 탓에 화장실을 몇번은 왔다갔다 하며 물을 짜야 했다. 나의 고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죽을 끓여야 했다. 지금은 내가 쓰러질것같았지만 일단 이미 쓰러진 사람이 먼저니까 냄비와 쌀, 야채, 칼, 참기름을 이마트봉지에서 꺼내들고 아무것도 남지않은 봉지를 한번 찬뒤 부엌으로 좀비처럼 걸어갔다. 야채를 먼저 잘게 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도마조차 사지 않았기에 싱크대 턱위에 놓고 썰다가 냅다 내 손을 썰어버렸다. 물론 진짜 손이 썰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피가 줄줄나는데 내가 할수 있는건 물에 쓰라린 손을 들이 미는것밖에 없었다. 나를 위해 사온건 아무것도 없어서 피가나는 손가락을 내 가방안에 있는 손수건으로 대충 감싸고 세게 묶는것 뿐이었다. 난 내손이 다시 썰리고 싶지 않아서 야채를 정말 조심히 썰었고 참기름에 야채를 볶기까지 1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민윤기 수건이 갑자기 떠올라서 민윤기의 수건을 살펴보려 방으로 들어갔는데 민윤기가 눈을뜨고 있었다. 눈은 아까봤던 눈 그대로였지만. "민윤기 괜찮아? 몸은 어때? 열은 좀 내렸어?" 계속대는 나의 질문에도 민윤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포기한 나는 민윤기의 수건을 챙겨 적셔오기 위해 수건을 잡았는데 그순간 민윤기가 수건을 잡은 내 손을 끌어당겨 내가 민윤기 위에 있는, 마치 내가 덮치는 것같은 자세가 되었다. 당연히 나는 아무 말도 할수 없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민윤기와 나는 조금만 다가가면 닿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 자세로 우린 시간이 멈춘듯이 있었고 나는 눈을 굴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민윤기가 입을 열었을때 "김탄소" 그의 눈은 내가 알던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거 손, 왜 이러냐" 가까이서 들리는 낮지만 잠긴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더 낮구나 감탄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민윤기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순간, "손 왜이러냐고 묻잖아" 그제서야 민윤기의 말이 들렸고 민윤기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손수건 전체를 적셔 이제는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피가 보였다. "아" 내 손을 잡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 민윤기는 나한테 당황한 표정을 해보였다. "아니 비와서. 아 그니까 이건" 민윤기 앞에만 서면 왜 말을 더듬는 지 모르겠다. 난 계속 말을 못하는 병에 걸린것처럼 말을 더듬고 있었고 민윤기는 손수건을 풀어 처참한 내 손가락을 확인했다. 그리고 허.하고 웃었다. "가지가지한다 진짜" 어이가 없었다. 가지가지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민윤긴데 짜증이 나서 뭐라도 덧붙여 주려는 찰나. 민윤기가 벌떡일어났고 그탓에 민윤기 무릎위에 앉아있던 나는 자연스럽게 뒤로 꼬꾸라져 머리를 박았다. "아오 민윤기!" 내가 소리치고 쿵쿵소리를 내며 민윤기를 따라가다 갑자기 멈춘 민윤기에 한번더 머리를 박았다. "으으 시발" 온갖 욕을 해대며 박은 뒷머리와 앞머리를 번갈아서 쓰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민윤기가 또 뒤를 도는 탓에 난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너 진짜 골때린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다시 부엌쪽으로 가는 민윤기를 보며 난 빡칠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입을 여는 쪽보다는 닫는 쪽을 선택했고 그저 볼펜을 들고 벽에 붙은 지켜야할 사항에서 '밥은 무조건 시켜먹을것'을 마구 까맣게 칠했다. 신기하게 민윤기는 할줄아는 요리목록에 죽이 있었는지 죽을 끓여왔고 여전히 손에서 뚝뚝흐르는 피를 보고 내손가락을 흐르는 화장실물에 갖대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선 바닥에 떨어진 피를 수건으로 닦았고 변기커버를 내려 그위에 나를 앉힌채 현관문을 나가 밴드와 소독약을 사왔다. 그리고 상처를 보며 중얼거렸다. "남 챙기기전에 니몸부터 챙겨" 내손가락에 소독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는 와중에도 서툴지만 자신의 손이 스치는 내손가락이 아릴까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동작들에 나도 모르게 속이 울렁거림을 느꼈다. 그때도 나는 단지 피때문에 빈혈이 왔다거나 감기기운으로 머리가 아픈거라고 넘겼다. 내앞에 쭈그려앉아 밴드를 붙이고 있는 민윤기를 내려 보고있자니 새삼 내가 이 남자랑 같이 살고 있다는걸 실감할수 있었다. 아. 젠장. 민윤기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친게 느껴져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일어나 씩씩하게 화장실 문밖으로 나가 죽앞에 털썩 앉았다. 민윤기는 그런 나를 봤는지 허.하고 웃으며 잠시뒤 화장실 불을 끄는 딸깍. 소리와 함께 자신도 죽앞에 앉아 BTS편의점이라고 쓰여진 봉지에서 일회용 숟가락을 두개 꺼내 하나를 나에게 건냈다. "먹어" 저 말투 진짜 거슬린다. 나를 짐승취급하는 듯한 저 말투.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한 말투였지만 아픈사람을 두고 따질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죽을 먹으라는 민윤기의 명령을 거스를수 없었기 때문에 숟가락을 들어 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멈췄다. "나랑 술마실래?" 검은봉지에서 초록병을 꺼내며 나에게 저렇게 말하는 민윤기가 보여서 그리고 거절하면 다시 용기내지 않을것같은 모습에 나는 당차게 말했다. "그래 마시자 까짓 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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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여유가 생겨 글을 올리고 있는 달구비에요! 이렇게 또 글을 오시러 온분께 감사하단말 드리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다음편은 정말 금방 올 예정이니까 아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럼 전 이만(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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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우 진짜 세금 내기 싫은가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