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이야기 추가.
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술상이 모두 치워지고 나면 조금 올라오는 취기에 당연하게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았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가볍게 분리수거를 하느라 부스럭거리고,
윤기는 쿠션에서 아까 한 입 가득 물어온 말린 당근을 우물거리며 먹고,
호석이는 남준이를 돕다가 먼저 자리에 누워있다가 슬쩍 일어나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호석이의 쓰다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참 입을 오물거리며 말린 당근을 모두 먹어치운 윤기가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다가 쿠션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발로 서서는
아까 제 입에 남아있는 딸기즙도 깨끗하게 닦아낼 겸
세수를 하듯이 두 앞 발로 얼굴을 문지르고 한 귀씩 쓸어내렸으면.
호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얼른 핸드폰을 가져와 윤기를 찍었으면 좋겠다.
귀엽다고 중얼거리면서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는 호석이를 본 남준이가 그제야 다가와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저 귀, 저거, 진짜 귀엽다. 야, 진심인데 내가 데리고 가면 안 돼?
어. 안 돼.
너한테 너무 아까운데, 윤기가.
너보다 나이 많다.
어? 얘 다 큰거야? 크기가 작아서 아직 애기인 줄 알았는데?
...
아, 악! 뭐야! 헐. 나 방금 물린 거 맞지?
... 물릴만 했지.
따가운 손을 털어낸 호석이가 동영상 촬영을 멈추고 저장한 뒤에
제 손을 바라보면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 앞의 하얀 토끼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아직도 코와 입술을 씰룩이면서 다시 깨물듯 다가오는 윤기에 얼른 뒤로 몸을 빼내었으면.
남준이는 남몰래 한숨을 삼키다가도 작다는 소리에 반응한 윤기가 귀여워 소리죽여 웃다가
진정하라는 듯이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였으면 좋겠다.
씩씩거린 윤기가 고개를 홱 돌리고 쿠션에 다가가 덮힌 담요 틈으로 몸을 넣어 그 안으로 몸을 숨겼으면.
그런 윤기의 반응이 내심 서운했던 호석이가 아쉬운 소리를 냈다가
이만 자라며 불을 꺼버리는 남준이에 두말없이 제 이불에 누웠으면 좋겠다.
어두운 방 안에서 한참 핸드폰을 만지던 호석이가 먼저 잠들고 나면
슬금슬금 담요 밖으로 나온 윤기가 남준이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밝은 빛에
인상을 찡그리며 앞발로 남준이의 볼을 꾹꾹 눌렀으면 좋겠다.
알았어요, 잘게. 잘게.
점점 강도가 세지는 앞 발에 남준이는 핸드폰을 내려놨으면.
그리고 호석이가 자는 것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가 윤기를 안아들어 이불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고
자신은 이불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이불에 휩싸인 윤기가 고개만 겨우 내밀어 남준이를 올려보면
남준이는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잠깐 사람으로 변해봐요.
...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요. 쟤 자면 절대 안 일어나니까 걱정말고요.
...
얼굴도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래. 응? 토끼야.
남준이의 부탁을 듣던 윤기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으로 변해서는 맨몸에 이불만 둘둘 말고 됐냐는 듯 남준이를 올려봤으면 좋겠다.
호석이가 오기 전까지도 아예 토끼로 있는 게 편하다며 토끼로만 지냈던 윤기였던지라
오늘 처음으로 윤기의 얼굴을 본 남준이가
잠시 아무 말 없이 윤기의 얼굴을 내려봤으면 좋겠다.
불빛 하나 없는 방 안에서도 어째 그 시선 하나만은 잘 보이는 것 같아
윤기가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했다가
슬금슬금 시선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왜, 그렇게 봐.
목소리가 떨렸을 것 같아 윤기는 한 마디만 겨우 내뱉고 다시 입술을 꾹 다물었으면.
그 뒤로 남준이의 웃음소리가 옅게 윤기의 귀를 간질였으면 좋겠다.
그냥요.
그럼 나 토끼로 다시 돌아간다.
조금만 더요.
아... 진짜.
그래도 어두우니까 제 붉어진 얼굴이 보이지 않을거란 생각에 윤기는 비교적 덤덤한 척 남준이의 시선을 받아내었으면 좋겠다.
묻고 싶은 게 뭐였냐는 윤기의 말에
그제야 아, 하는 짧은 소리를 낸 남준이가 소소한 질문을 건넸으면 좋겠다.
여전히 소근소근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호석이가 와서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아까 이것저것 먹긴 했지만 지금 혹시 배고프지는 않는지 등등.
내내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터라 그제야 윤기의 기분과 몸상태 하나하나 확인했으면.
그러다 무슨 생각이 또 든건지 미간을 찌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또
사춘기가 도진 건가...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남준이의 모습에 조용히 속으로 생각한 윤기가 손을 뻗어 남준이의 미간을 문질러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남준이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왜 표정이 그렇게 구려?
... 참, 표현이 예쁘기도 하다.
아, 아, 아파... 으... 그렇다고 또 볼 꼬집냐. 네 표정이 딱 구리... 아, 알았어. 알았다고. 손 내려라. 어... 너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는 토끼일 때의 형 상태 하나 모르는구나... 아는 게 없구나... 하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별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이불에 감싸진 발로 남준이의 다리를 툭 쳤으면 좋겠다.
바보냐. 토끼면 말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알아.
아니, 그래도요. 토끼 간식도 잘 모르고...
충분히 알아주니까 됐어.
네?
잠시 정적이 두 사람 사이를 흘렀으면 좋겠다.
이불로 얼굴의 반을 가린 윤기가 살짝 몸을 일으켜 남준이의 볼을 꾸욱 제 검지로 찔렀으면 좋겠다.
충분히 알아준다고, 너. 그러니까...
거기까지 말한 윤기의 말은 갑자기 들리는 호석이의 말에 뚝 멈췄으면 좋겠다.
남준이도 크게 놀라 몸을 들썩이다가 몸을 돌려 호석이를 바라봤으면.
... 정호석?
뭐... 하냐고... 어... 끄응...
윤기의 귀가 바짝 선 채로 끝이 잘게 떨렸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제 머리를 헝클였으면 좋겠다.
안심하라는 듯이 윤기의 어깨를 토닥였으면 좋겠다.
저거 잠꼬대에요. 잠꼬대.
... 쟤 자는 거 맞아?
네. 맞아요. 아, 새끼 진짜. 뭔 잠꼬대를 사람 간 떨리게 하냐.
알고보니 호석이의 잠투정이 절묘했던 것뿐이라 그제야 둘은 긴장은 풀고
남준이는 벽에 기대고,
윤기는 이불 안에 다시 파고 들었으면.
무슨 말하려고 했어요?
아냐. 나 잘래.
벌써요? 나 궁금한데...
문다.
알았어요. 나도 잘게요. 잘자요. 토끼야.
남준이의 인사를 받은 윤기가 이불 안으로 들어가 토끼로 변한 뒤에
쿠션으로 뛰어올라갔으면 좋겠다.
쿠션에 몸을 부비는 윤기를 보면서 남준이를 힐끗 자신이 저지른 일을 모르고 달게 자고 있는 호석이를 째려봤으면.
그러다 깊은 한숨을 내뱉고 궁금증을 끌어안은 채로 자리에 누웠으면 좋겠다.
얼마 안가 제 볼에 또 한 번 짧게 꾹 느껴지는 말랑한 앞발에
결국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무언가 아쉬우면서도
여전히 따듯한 밤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날 호석이는 짐을 챙기고 나가면서 윤기에게 인사하다가,
제 손을 야무지게 앞발로 쳐대는 모습에 서운하다고 울상을 짓다가
그대로 남준이에게 떠밀려 쫓겨나듯 나갔으면 좋겠다.
-
숨겨진 이야기 하나. 윤기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불이 스륵 내려가 남준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숨겨진 이야기 둘. 호석이는 돌아간 이후에 남준이에게 종종 토끼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달라고 카톡으로 조르다가 남준이에 의해 차단이 되었다. (일주일 뒤에 이 사실을 안 호석이가 전화를 해 겨우 그 차단이 풀렸다.)
숨겨진 이야기 셋. 윤기는 건초와 말린 당근을 모두 하루만에 먹고 그날 저녁에 과식으로 인해 쿠션 위에서 늘어진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숨겨진 이야기 넷. 윤기를 데리고 탈이 난건가 싶어 안절부절하던 남준이가 결국 동물병원을 결심하고 일어난 순간, 윤기가 앞 발로 남준이의 볼을 내리치고 사람으로 변해 배가 터질 것 같으니 자꾸 흔들지 말라고 도리어 혼냈다.
숨겨진 이야기 마지막. 그 뒤로 삐친 남준이를 달래느라 윤기는 나름대로 애교를 부리다가 진이 빠졌다.
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
현 / 2반 / 미름달 / 아몬드 / 린찡 / 날개 / 진달래 / 하앙 / 침침 / 파닭 / 설렘 / 나비 / 작가님사랑해요 / 수조 / 쌍디 / 크롱 / 오월 / 레티 / 루미 / 레연 / 꼬맹이 / 뀨를 / 밐 / 윤기야 / 모카 / 오리 / 0418 / 엉엉작가님사랑해요결혼해 / 준아 / #pillowtalk / 현! / 쌈닭 / 용의자 / 슙슙이 / 매듭달 / 헤븐 / 기쁨 / 밀 / 굥기 / 하앙쿼카 / 슙피디 / 상상 / 몽글이 / 요요 / 탄콩 / 바너바너 / 슈팅가드 / 초코에몽 / 홉요아 / 솜사탕 / 준이 / 주제 / 그린티 / 참참 / 각슈가 / 편지 / 찹쌀떡 / 감자 / 쩨 / 쿠쿠 / 구름 / 헐랭 / 쿠키주주97 / 짐짐 / 가가 / 뜌 / 토토네 당근가게 / 금붕어 / 맹공자 / 귤 / 모찌 / 연나 / 변호인 / 하늘 / 빠숑 / 다라다라달당 / 국윈 / 대형견 / 인천 / 딸기맛 / 프우푸우링 / 라즈베리 / 윤이나 / 아슈머겅 / 낮누몽몽 / 민트슈가 / 라떼 / 가슴이 간질 / 마트만듀 / 병든피클 / 밤 / 올림포스 / 노란윤기 / 쥬 / 초밥 / ♥남준이몰래 / 태태랑 나랑 / ♡피오나♡ / 스틴 / 희망찬란 / 어른공룡둘리 / 로슈 / 어른 / 주커 / 비숑 / ☆요다☆ / b612 / 이연 / 개미 / 흑백설탕 / 한소 / 너나들이 / 설탕모찌 / 부메랑 / 두부 / 비요뜨 / 우타 / 제어판 / 멍뭉이 / 연화 / 설탕맛 / 츄츄 / 포뇨 / 다이오드 / 니나노 / 슈가행성 / 소년 / 백 / ㄴㅎㅇㄱ융기 / 청연 / 슈가야금 / 로봇 / 구구 / 또르르 / 고딕 / 전정국. / 414 / 신셩 / ♥옥수수수염차♥ / 라일락 / 기나주 / 맥반석달걀닮았대요 / 사랑꾼 / 세계 / 클라리넷 / 사발면 / 수조 / 딸기빙수 / 비상 / 매혹 / 허니비sss / 호빈 / 0622 / 진진 / 굥기 / 찐슙홉몬침태꾹 / 윤기꺼야 / 고무고무열매 / 먹이주머니 / lucki1y / 플레어 / 슈비누나 / 삼월토끼 / 설탕과자 / 퀚 / 고요 / 감자도리 / 이구 / 유운기 / 다섯번째 계절 / 셜록 / 솨앙 / 사과나무에 꽃이 피면 / 박짐뿡 / 마음 / 밤밤 / 쿠야쿠야 / 새우깡 / 620 / 릴리아 / 치명 Y / 호두 / 04랩슈 / 새벽하늘 / 제제감 / 아망 / 따슙이 / 뿌꾸 / 링링 / 버거킹 / 13월 / 배이 / 도키28 / 반짝손톱 / 코카콜라 / 꾸잉진 / 코넛 / 뚜루뚜뚜 / 진미진 / 우왕굿 / 돌돌 / 블루라임 / 솔선수범 / 석진센빠이♡ / 도식화 / 스카이 / 씨쏘 / 설렘사 / 이사 / 넌봄 / 딸기장미 / 이끼 / ★껌★ / 썸월 / 0622 / 봄바람 / 감자요정 / 낭자 / 52 / 지니 / 슈비두밥 / 사랑현 / 공중전화 / 시에 / 겨울의꽃 / 세븐판다 / 영감 / 나나뚜 / 똥맛카레 / 제리젤리 / 켓흐 / 아르망 / 미역 / 쀼쀼 / 민윤기 / 슈보 / 밤이죠아 / 만개 / 충전기 / 슈징슈징 / 빙그레 / 망개침 / 하나비 / 유지비 / 쿠잉 / 누누슈아 / 첸첸걸 / 쿨밤 / ♥자몽주스♥ / 이좋은걸왜안해 / 와다 / 달토끼 / 플라스틱 / 곰지 / 모닝빵 / 복분자 / 하늘토끼 / 빵빠레 / 망나니 / 바움쿠헨 / 페스츄리 / 1 / 에이블 / 츄파츕스 / 피자호빵 / 버블티 / 일게수니 / 랄랄 / 세상마상 / 망고 / 11시 58분 / 연두 / 777 / 태쮸 / 당근 / 사과폰 / 퐁당 / 굥기형 / 프레시 / 낮누 / 리리아 / 미키부인 / 베어베어 / 자몽소다 / 젤리말랑 / 노닝 / 아야어여 / 슈가 / 쿱쿱 / 슙뚜뚜루슙슙섀도 / 자몽 / 소리 / 감자감자의감자농심클레오파트라호잇 / 매직핸드 / 아담 / 소뿡 / 유리꽃 / 호루라기 / 1230 / 덜RUN / 꾸엉 / 모찌부 / 홈매트 / 707 / 돌이돌이돌이 / 버뚜 / 늉늉기 / 민꿉 / 준나 / 두둠칫 / 새벽 4시 / Ban / 챈 / 촤롸뢍 / 미학 / 광어회 / 몬무이 / 원늘보 / 앨리 / 미성년 / 마이홉 / 십칠원 / 비바 / 디기 / 홍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