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닮은 남준이와
햇빛을 품은 윤기가 보고 싶다.
Shizuko Mori - Sunny
가끔은 그런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악몽을 꾼 것도 아니고,
지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지만 유독 처지는 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괜히 무거운 마음에,
한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달구어진 거실의 기온이 짜증만 나는 날.
평소 자신이 재밌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도 다 흥미가 없고,
푹신한 쿠션이나 인형을 품에 안아도,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인 거실 한 켠에서 가만히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봐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으면.
결국 남준이는 무기력한 몸을 끌고 가 침대에 눕고 그 뒤로 쉽게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불을 뒤집어썼다가,
더워서 이불을 발로 차버리고,
그나마도 다 제 기분을 빼앗아 가는 것 같아 금방 늘어져버렸으면.
모로 누워 천천히 비어있는 제 옆자리를 쓰다듬으며 짜증의 원인을 알아내려 계속 생각에 빠졌으면.
잠깐 방에 들어왔던 윤기가 더워서 잠이 못 드는건가, 싶어 조용히 에어컨을 켜주고 나가면
더위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
그렇지만 이대로 있자니 짜증이 나.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풀리는거지?
왜 나는 지금 짜증이 나는 거지?
왜
지금
우울한거지?
평소였으면 기분좋게 제 땀을 식혀주는 냉기에 절로 웃음이 나왔을텐데
지금은 그저 저절로 나오는 한숨을 삼키기에 바빴으면.
얼마쯤 남준이가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었으면.
그러다 침실의 문이 약간의 소리를 내며 열리고 그 틈으로 윤기의 모습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윤기야, 너는 자박거리는 발걸음과 함께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아 남준이를 내려봤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자고 있지 않는 걸 확인하고나서 입술을 열어 목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준아. 내가 여기 있어도 돼?
정적에 스며드는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천천히 눈을 떠 고개를 돌려 윤기를 올려봤으면 좋겠다.
살짝 몸을 일으켜 윤기의 어깨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있어줘, 여기에.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조심히 자신을 안아오는 몸을 마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두 팔을 벌리고
너른 등을 감싸안아
남준이의 몸을,
남준이의 이유모를 우울함을
모두 자신의 품으로 가득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윤기의 숨소리가 울리고,
간간히 이불이 스치는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가만히 남준이의 품에 안겨있던 윤기가 남준이의 볼을 두 손으로 감쌌으면 좋겠다.
감고 있던 눈이 천천히 떠져 새카만 눈동자가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것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고개를 숙여 헝클어진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이마에,
곧은 코에,
마지막은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준이의 허리를 다시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허리와 등을 토닥였으면 좋겠다.
조금 투박해도 한없이 조심스러운 입맞춤과 손길에
남준이는 작게 입꼬리를 올렸으면 좋겠다.
가만히 볼에 패이는 보조개를 본 윤기가 이번에는 보조개 근처에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간지러운 감촉에 조금 더 짙은 웃음소리가 간지럽게 침실 위로 흩어졌으면 좋겠다.
윤기가 손을 올려 다시 남준이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몸이 숙여져 이번에는 윤기의 가슴팍에 제 얼굴을 대고
하염없이 그 품으로 파고들어갔으면 좋겠다.
느릿하게 남준이의 꼬리가 살랑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본 윤기가 따라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윤기가 햇빛을 등진 채
한참동안 남준이를 끌어안고 있었으면 좋겠다.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든 남준이가
윤기에게 고맙다는 말을 속삭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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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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