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게 큰 흉터를 남긴 채 그렇게 떠나는 구나
흉터는 지워지지않은 채 아직까지 내 가슴에 불을 지피는 구나
흉터는 아프지 않아,
다만 신경쓰일 뿐이야
- 작자 이불요정 (부끄) -
2009년 3월
전정국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단 하루, 내게 안녕하고 처음 인사했던 그 날만 학교에 왔다. 그럴거면 왜 학교에 왔는 지. 괜한 마음에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고3이라 그런 지 등교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도 학급의 절반이 다 와 있었다. 딱히 친구를 많이 만드는 걸 좋아하지않아 봄방학 전 학급친구들과 그렇게 많이 떠들지도 않았다. 그냥 작년의 전정국과 나 사이...보다 조금 먼 상태랄까. 멍하니 칠판을 바라보다 전정국이 생각났다. 약간 부끄러운 듯 내 뱉은 인사가 좋았다. 괜히 입꼬리를 호선이 되었다. 오늘은 오겠지. 괜한 기대감에 입술을 씹었다. 3월의 학교는 조금 쌀쌀했지만 포근했다.
- 드르륵
내 옆에 의자끄는 소리가 들렸고 그와 동시에 내가 고개를 들었다. 내 눈 앞에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전정국이 있었다. 그렇게 몇 초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왠지 모를 열기에 내가 먼저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전정국은 아무 말없이 내 옆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이때까지 여기에 앉았어? 대답을 하면 내 떨리는 심정이 들통날까봐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정국은 턱을 괴며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런 전정국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씩 웃은 전정국은 내게 말했다.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어?"
"내 목소리 잘 들어봐봐."
"....."
아, 전정국이 사투리를 쓰지않았다. 내가 짧은 탄식을 뱉으며 전정국을 바라보자 전정국은 가방에서 캔커피를 꺼내고 그 것을 내게 건넸다. 나는 캔커피를 받으며 말했다. ...이제 사투리 안 쓰네? 내 말에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동안 연습했어. ..왜? 내 물음에 턱을 받치던 손을 빼며 내 볼로 다가오는 전정국의 손이었다. 전정국은 내 볼에 묻어있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나 배우연습생이거든. 갑작스러운 전정국의 손길에 뻣뻣했던 내 몸이었다. 전정국의 손가락이 닿은 볼이 부풀어올라 터질 거 같았다.
"아, 배우 준비하고 있었구나..."
"응, 빨리 준비하려고."
"...그래서 보충 때 안 나온 거야?"
내 말에 전정국은 고개를 잘게 끄덕였다. 나는 그제서야 전정국의 행동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배우 준비하려고 서울로 왔구나. 나도 전정국을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내 행동에 살짝 미소를 지은 전정국은 자세를 고치며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전정국이 꺼낸 건 교과서도 아닌, 문제집도 아닌, 작은 시집이었다. 나는 문제를 풀다 전정국의 시집을 힐끔 쳐다봤다. 전정국은 내 시선을 느낀 건 지 시집을 펼치며 내게 말했다. 좋은 시 알려줄까? 반짝이는 눈동자에 차마 거절의 말을 뱉을 수 없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정국은 한 장 한 장 넘기며 좋은 시를 찾는 듯 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시를 찾았는 지 씩 웃으며 나를 한 번 바라보고, 이내 입을 열었다.
그대 만나고픈 마음 간절했던
오늘 하루가 또 지났습니다
내일도 여전하겠지만
난 정말이지 소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하루가 지나면 당신과 만날 날이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기를
이 하루만큼 당신께 다가가는 것이기를
그대 만나고픈 마음 간절했던
오늘 하루가 또 지났습니다
"...하루, 이정하"
"....."
"시 되게 좋지?"
나는 전정국의 말에 고개를 차마 끄덕일 수 없었다. 마치, 그 시가, 전정국이 나를 뜻하는 거 같아서. 북적이는 교실에서 전정국과 내 시간은 멈춰있었다. 그저 서로의 시선을 느낄 뿐. 전정국은 몇 페이지를 더 넘겨서 또 좋은 시가 있다며 내게 말했다. ...들려줘. 내 말에 전정국은 씩 읏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를 처음 본 날, 나는 기억한다."
"....."
"바람에 날리는 너의 모습을 본 뒤"
"....."
"넌 내게로 와 마치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
"언제나 내 시선의 끝이 머무는 곳은."
"....."
"오직 너였다."
나는 알고 말았다. 전정국이 말하는 시의 내용은, 전정국이 펼친 시집에 담겨있지 않았다는 걸, 그 시는, 전정국이 내게 주는 사랑시라는 것을. 전정국과 나는 서로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3월의 봄날은 쓸쓸하지 않았다. 벚꽃잎이 내 마음을 간지럽히는, 그런 달달한 봄날이었다.
*
*
*
2016년 2월
- 정국이가 많이 아프네요. 제가 일이 생겨서.. 대신 죽 좀 가져다 주실 수 있으세요? -
하... 전정국의 매니저의 문자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전정국이 열애설을 인정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비를 맞고 우리 집에 찾아온 게 화근이었는 지 전정국은 생각보다 심한 독감에 걸려 드라마 촬영은 물론, 모든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었다. 하필 매니저가 일이 생길 게 뭐람. 나는 근처 죽판매점에 들어가 전정국이 좋아하는 전복죽을 산 뒤 전정국의 집으로 갔다. 앨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순간 괜히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헤어진 사이인데 왜 심장은 나대는 지. 지끈거리는 머리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정국이 사는 17층에 도착한 뒤 현관문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는 게 왜 그렇게 긴장되는 지... 검지손가락을 접었다, 펼쳤다 하며 심호흡을 했다. 그래, 붙이치자. 나는 있는 힘껏 초인종을 눌렀고, 경쾌한 알람음이 들렸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집 안의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고,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무슨 일 생겼나? 걱정된 마음에 무작정 도어락을 열었다. 비밀번호가... 설마..
- 디리링
"....허"
전정국의 도어락 비밀번호는 다름아닌.. 내 생일이었다. 미쳤어 전정국 아직까지 안 바꿨네.. 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엄습하는 찬 기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독감인 녀석이 왜 이렇게 집이 차가워.. 나는 전정국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누워 아픈 신음을 흘리고 있는 전정국이 보였다. 전정국은 내가 온 지로 모른 채 이불을 턱까지 덮으며 식은 땀을 흘렸다. 나는 그런 전정국에게 다가갔다.
"....아..."
"아프면, 약이라도 챙겨먹어."
나는 침대에 앉으며 내 옷 소매로 전정국의 땀을 닦아줬다. 전정국은 입만 벙긋벙긋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목 아파, 그러니까 말 하지마. 전정국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욕실에서 수건을 들고와 물에 씻은 뒤 전정국의 이마에 놓았다. 전정국은 뜨거운 숨을 뱉으며 내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전정국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애서 모르는 척, 아닌 척 행동했다. 내가 죽을 꺼내 전정국에게 내밀자 천천히 일어난 전정국은 천천히 일어나며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전정국은 감기때문에 갈라진 목소리로 '먹여 줘' 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모습에 살짝 헛웃음을 뱉었다. 아픈 게 최고지. 나는 죽을 떠서 전정국에게 건넸다. 전정국은 끝까지 내게 시선을 놓지않으며 죽을 먹었다. 그렇게 먹다 죽이 담긴 그릇이 밑 바닥을 보였다. 나는 침대 옆 탁자 위에 그릇을 놓으며 전정국에게 물과 감기약을 건넸다. 먹어, 약 먹어야 빨리 나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전정국은 물과 함께 감기약을 삼켰다. 누워있어. 전정국에게 말하자 전정국은 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갈 거야?"
"...가야 해"
"가지마"
"....."
"오늘만 같이 있어줘."
전정국의 말에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으니까 내 손목 좀 놔줄래? 내 말에 전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내 손을 놓지않았다. 전정국의 손은 무척 뜨거웠다. 내 손목이 얼음처럼 녹아버릴 거 같았다. 같이, 같이 누워. 전정국은 나를 자신 쪽은 천천히 이끌며 누웠다. 결국 나도 얼떨결에 전정국과 함께 침대에 누워있게 되었다. 머리 위로 전정국의 뜨거운 숨이 들어갔다 나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전정국이 안쓰러웠다. 그러게 왜 비를 맞아선... 내 말에 전정국은 살짝 나를 안더니 말했다. 안 가면, 평생 네 얼굴 못 볼까봐. 두려웠다. 전정국의 말에 입만 벙긋할 뿐 어떤 말도 내 뱉지 않았다. 그저 촉촉한 전정국의 눈을 바라볼 뿐.
"지금 이 상황도 꿈인 거 같아."
"....."
"내 옆에 있는 네가 정말 진짜인지"
"...확인해봐"
"...."
내 말에 전정국은 그저 나를 바라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짧지만 뜨거운 한 숨을 뱉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 뒤 전정국은 내게 입 맞췄다. 전정국의 거칠고 뜨거운 숨이 겹치며 그는 날을 옭여매었다. 전정국은 뜨거웠다. 나도 전정국을 따라 눈을 감았다. 눈을 감는 순간 내 볼에는 전정국의 땀인지, 내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렀고, 이내 내 턱에 도달했다. 지금 이 순간 전정국과 나만 세상에 존재하는 듯 했다. 전정국과 함께 하는 이 순간, 황홀했고 눈물 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가 가진 모든 아픔을 씻길 바랐다.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아프면, 나는, 나도. 눈물날 정도로 아파.
* 작가의 말 *
워훜! 설날에 할무니댁 왔어요! 열심히 글 쓰고 있는데 갑자기 사촌동생들이 찾아와서 급하게 마무으리... 다들 즐거운 설날보내시고
언넝 사장님이 보고있다 봐야죠! XD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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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중학교 교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