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너를, 나태주
불꽃심장 - 소나기
2008년 9월
여름은 멀어졌고, 가을이 다가왔다. 전정국이 우리 반으로 전학 온 지 한 달이 되었다. 그 동안 전정국은 친구 하나 없었다. 아니, 전정국은 그 친구 한 명이라도 만들지 않았다. 전정국은 혼자를 원했다. 그저 묵묵히 수업은 수업대로, 쉬는 시간은 쉬는 시간대로 보내곤 했다. 여자, 남자 가릴 것도 없이 모두 전정국에게 호감을 보냈곤 했지만 전정국은 단단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감정, 반응을 크게 표출하지 않았다. 말수도 무척이나 적었다. 난 그런 전정국이 이상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딱히 그에게 아는 척, 친한 척은 하지 않았다. 문 앞에 있으면 비켜달라는 말, 설문지를 나눠줄 때 뒤로 넘겨달라는 말. 그저 얼굴만 하는 학급 친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나는 전정국이 신경쓰일까, 괜히 쉬는 시간에 한 번 쳐다보고 수업시간에 힐끔 쳐다보고. 내가 생각해도 웃스운 내 모습이었다. 내가 왜 전정국을. 딱 이거다. 라는 대답을 내 놓을 수 없었다. 나도 왜 그 답을 찾지 못하는 걸까.
"야, 너네 반 전학생 왜 저렇게 잘생겼어?"
"어? 아... 몰라"
"와 우리 반에도 저런 남자애 있었으면 좋겠다."
꿈 깨. 우리 반으로 찾아온 정수정은 전정국을 가리키며 말했고 나는 정수정의 팔을 툭 치며 웃었다. 그렇게 정수정이 가고 얼마남지 않은 점심시간때문에 매점을 가기도, 화장실을 가기에는 딱히 신호가 오지도 않은 그런 애매한 시간. 나는 그냥 책상에 엎드렸다. 고개를 돌리는 그 시선끝에는 전정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정국은 항상 이어폰을 끼고 책을 읽었다. 퍽, 그 모습이 청춘드라마에 나오는 훈남같아 살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가만히 있자 점심을 먹어선지 점점 눈이 느리게 감기기 시작했다.
"....."
"...."
눈이 감기는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전정국을 본 거 같기도...
***
아직도 나는 전정국과의 접점이 없었다. 내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전정국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그건 전정국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존재를 알면서, 서로가 서로를 신경쓰이는 걸 알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서로 힐끔힐끔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며 서로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그런게 나와 전정국의 사이였다.
오늘은 생각보다 점심시간이 느리게 지나갔다. 교실에만 있기에는 시간을 낭비하는 거 같아 도서실로 향했다. 도서실에는 두 세명 정도 밖에 있지 않았다. 문을 열자마자 흩날리는 책 냄새가 좋았다. 만화책을 보기에는 괜히 창피한 느낌에 문학책이 모여있는 칸으로 갔다. 그 중 눈에 뜨이는 시집을 꺼냈다. 앞 페이지를 읽다 거의 맨 뒷 페이지를 펼쳤다. 많은 시 중 꽤나 아름다운 시가 눈에 보였다.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아"
시를 읽다 짧은 탄식을 내 뱉었다. 시의 마지막 연을 읽는 순간 전정국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괜한 떨림에 입술을 씹었다. 왜 전정국이 떠올랐을까. 잠시 생각했다. 그저 시의 마지막 구절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왜 전정국을. 아니 나는 전정국을...
- 툭
"....."
"....."
내 옆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드니 전정국이 있었다. 전정국은 책장 위에 있는 책을 잡으며 나를 바라봤다. 또 얽히는 끈적한 시선들이었다. 나는 작게 헛기침을 한 뒤 시선을 피했다. 갑자기 들린 인기척때문인지, 아니면 전정국때문인지 내 심장은 평소보다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전정국은 맨 위에 있던 책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책이 떨어지려고 하길래"
".....아"
"...놀랬나?"
"...괘, 괜찮아"
"....."
전정국은 뒷목을 긁적이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처음 듣는 전정국의 목소리였다. 부산사투리와 서울말의 경계선, 전정국은 그런 억양으로 내게 말했다. 전정국과 부산사투리는 퍽 잘 어울렸다. 나와 전정국은 그저 서로를 바라만 볼 뿐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눈치만 볼 뿐. 전정국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며 시간이 잠시 멈추는 듯 했다. 그저 시간이 없는 공간에 나와 그 뿐인 거 같았다.
"...도, 도서관 자주 와?"
"....가끔"
더 이상 전정국의 눈을 바라보면 얼굴이 붉게 변할 까봐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전정국도 그제서야 내게서 시선을 떨어트리며 책을 펼쳤다. 얼떨결에 전정국과 함께 있게 된 나는 그저 책에 시선이 고정된 전정국을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었다. 그렇게 전정국을 바라보다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
"..있잖아"
"....?"
"네 목소리 처음 들어봐"
"....."
"...목소리 되게 좋다."
***
2008년 12월
나와 전정국은 도서관에서의 접점 이후 서로에게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전정국의 속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전정국을 보기 부끄러웠다.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말을 내 뱉은 게 화근이었다. 괜히 전정국바라보면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방학이 시작되고 우리는 예비 고3이라는 타이틀은 단 채 강제적으로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했다. 불량한 아이들, 어학연수, 여행 등등 각자 다른 이유로 빠진 아이들은 다섯 명 정도 되었고 나머지 반 아이들은 다 학교에 왔다. 하지만 전정국은 왜 인지 보충 첫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괜히 전정국의 빈 자리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 이상 이하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전정국의 번호도 없고, 그렇다고 친구들이나 선생님께 물어보면 부끄러우니.
창문을 닫아도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렸다. 반 아이들 중 대다수가 감기에 걸렸고, 나 역시 감기를 달고 있었다. 문득 감기약을 챙기며 생각했다. 전정국은, 감기에 걸렸을까?
2009년 2월
겨울방학이 끝나고 우리는 짧은 기간동안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반배정도 나오는 날이라 평소보다 더 들떠있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는 반편성종이를 살펴봤다. 내 이름은 3반명단에 적혀있었다. 정수정과 김민규는 같이 반이 되지 못했는 지 나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나는 그런 둘을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뱉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들어가 있는 3반 명단을 천천히 살펴봤다.
"....아."
3반 17번 전정국
3반 명단에 적힌 전정국의 이름을 보자 괜한 이상한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올라왔다. 몇 달간 보충도 오지 않았던 전정국이었는데, 오늘은 과연 올까. 괜한 기대심때문인 지 아니면 아직까지 남아있는 추위때문인 지 볼은 나도 모르게 붉어지고 있었다. 3반으로 들어가자 몇몇 아는 아이들이 보였고 벌써부터 무리가 정해져있는 분위기에 그저 어중간한 자리에 앉았다. 아 왜 하필 책상을 두 개로 붙어놨어.. 비워지 내 빈자리가 조금 부끄러워 내 가방을 놓았다. 등교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자신의 짝지와 함께 공부를 하거나 수다를 떨었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 가방 안 문제집을 꺼내 펼쳤다. 혼자있는 건 딱히 싫지는 않지만 친한 아이들도 없는 반에서 혼자라 괜히 신경쓰였다. 그냥 읽어지지도 않는 국어지문 문장을 사프심으로 슥슥 그어댈 뿐이었다.
- 드르륵
".....?"
"....."
내 옆자리에 의자끄는 소리와 동시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 시야를 가린 옆 머리를 넘기자 환한 시야 속에는 전정국이 있었다. 전정국은 내게 가방을 건네며 내 옆자리에 앉았고 나는 얼떨결에 전정국이 건넨 가방을 끌어안고 있을 뿐이었다. 보충은 그냥 안 온건가... 나는 이내 문제집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지만 당연히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전정국은 의자를 내 옆으로 조금씩 당기며 나를 바라봤다. 머리카락에 가려져있어도 느껴지는 전정국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감기기운이 다시 돋았나, 숨이 뜨거워지고 볼이 점점 붉어졌다. 나는 애써 그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다는 것처럼 문제집을 넘기며 국어지문을 읽은 '척'했다. 내 행동에 전정국은 턱을 괴며 나를 바라봤다. 전정국을 힘끔힐끔 쳐다보던 나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눈을 크게 뜨며 전정국에게 향한 시선을 피하자 전정국은 내 어깨를 톡톡치며 입을 열었다.
".....?"
"안녕"
전정국은 이내 쑥스러운 지 고개를 돌렸고 나는 그의 인사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그냥 교실에 나와 전정국만 있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무성한 3월의 교실은 히터로 인해 따뜻하지만 답답한 공기가 가득했다. 방금 전까지. 전정국이 오기 전까지 교실의 답답한 공기로 불편했는데 왜인지, 왜 이러는 지 잘 모르겠지만, 전정국이 온 순간 나는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 작가의 말 *
너무 늦었죠..? 죄송합니다 ㅠㅠ 우리 이불님들을 기다리게했어요 ㅠㅠ... 이제 빠른 연재텀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편에는 여주와 정국이의 달달한(?) 과거를 썼어요! 사실 현대씬도 넣을까 하다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그냥 이번 편은 과거만 넣었습니다!
사실 전개가 그렇게 빠르진 않을 거에요! 왜냐하면 제가 깔아놓은 복선을 다 남기고 정국이와 여죽 왜 헤어졌는 지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서 과거는 정말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홓홓홓ㅎ호홓 열심히 하겠습니당!
내 사랑 이불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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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봄? 아이유 개이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