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시즌 2 1화가 초록글에 올랐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설이니, 대량 스포 합니다! 부제 및 BGM,사진까지 모두 스포일러 포함되어있습니다.
복숭아 Season 2
W. Bohemian Heal
02: 사필귀정(事必歸正)
"선배야 제발, 응? 이 사건은 선배가 해라. 지금 사무관도 배치 안 됐다고 기다리라고 삼일 전 연락오고 감감무소식인데 내가 가서 피의자 인치하라고? 나 여자거든? 이봐요 선배님! 하, 에이씨.."
이 삭막한 법조계에 배려고 뭐고, 나이 어려서 뭐 해먹겠나 정말. 책상을 내려치자니 흠집 나면 족히 사년은 넘어야 교환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어 내려치지 못하겠고 물건을 집던지자니 다시 주우려 앉을 때 왠지 기분 상해 주먹을 쥐었다. 어젯밤도, 이틀전 밤도 야근에 야근, 야근수당 챙겨주지도 않을 거면서 아주 선배일까지 도맡으니 공소장 작성도 새벽 여섯시쯤에야 마침표를 찍어더랜다. 권순영은 내게 걱정했다는 말 한 마디 끝으로 더이상 그 어떤 연락도 없이 무모하게 일주일이 흩어졌고 나 역시 더이상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고 허공으로 분해 시켰다. 마냥 그에게 얽매여 좌지우지 될 시간도 없었다, 다만 다시 컴퓨터로 시선을 옮길 뿐이었다.
- 밥 먹자. 할 말 있어
저녁 여덟시, 이미 늦은 퇴근에 뻐근해진 고개를 좌우 돌리며 녹초가 되어버린 채 문을 잡아 여니 참 시끄러운 교통체증이 건물을 나서기도 전 귓전을 때렸다. 하염없이 빼곡한 차들의 이유는 얄궂진 예정없는 소낙비 덕이였으리. 눅눅한 공기와 저 교통체증 속 들어가 이 삼분에 한번씩 겨우 걸음 정도의 거리를 악셀 밟았다 떼길 수어번 해야 하는 피곤한 일 두 가지가 엉망진창으로 뭉쳐지니 사무실로, 혹은 집으로 어디로든 가기 꽤 어려운 상황이었다. 밥이야 당연지사 굶었고, 점심 또한 감기기운에 먹질 않았으니 권순영의 문자는 일주일 전 일을 이미 묻은 뒤의 문자이므로 피할 이유가 없었다.
"여보세요"
- "밥 먹자"
"지금 도로 장난 아냐. 멀리 못가, 너 어디서 일해? 아니 어디있어 지금? 내가 그쪽으로 가지 뭐"
- "내가 갈테니까 나오지 말고 기다려. 너 길치라 못찾아"
"에씨, 끊어"
오랜만에 통화한 그의 목소리는 여간 익숙치 않은 목소리였다. 내 걱정 하기도 바쁘건만 쓸데없이 그의 갈라진 목소리를 걱정하니 나는 손바닥을 펴 나의 찬 볼에 갖다대곤 꽤 오랫동안 쥐어 당겼다. 참 할 거 없어, 권순영 걱정이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두고 코트를 여미니 그나마 남아돈 온기를 빌려 오분 여간 서있으니 비는 더욱 세차게 흩뿌려졌다. 줄기차게도 내리네, 아주. 여직 겨울이 완연히 물러나길 한 달 남짓이건만 비가 내리니 우습다, 그리고 그렇게 권순영을 기다리니 그는 생각보다 빠른 시간 검찰청 앞에 차를 세웠다.
"근처에 있었어? 빨리 왔네"
"이쪽 관할에서 일하니까 빨리 온거지, 거기 내 가방 좀 줘봐"
"가방? 어디"
"오른쪽. 거기서 약 봉지 네 이름 써있는 거 가져가, 엄한 내 약 가져가지 말고. 감기 걸렸으면 제때 병원을 가지 목소리 아주 맛탱이가 갔어. 물 있으니까 먼저 먹고"
"감기인 거 어떻게 알고?"
"내가 너냐"
조수석 서랍에서 보온병을 꺼내건네는 권순영의 손은 시동을 걸기 전 차키가 아닌 나의 이마 위로 안착했다. 권순영과 다시 만난 것은 이주 혹은 삼주였다, 그런데 우리의 열 아홉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항상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이유없이 기분이 이상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이마에 대었던 손을 떼며 권순영은 앞머리를 쓸어 내려주었고 뭔가 더 말을 건네기도 전 그는 차를 출발시켰다.
"근데, 너 진짜 뭘 하길래 검찰정까지 순식간이야? 이쪽에 죄다 고층빌딩인데 뭐 너 대기업 입사이런거 아니지?"
"왜. 했음 다시 좋아한다고 고백이라도 하게?"
"닥쳐, 다신 다신다신! 안해. 그때 내가 잠깐 돌아나보지. 아님 연애를 한번도 안해봐서 남자라곤 너 하나 밖에 없는 아주 순진한 나이라서 그랬거나"
"퍽이나 순진했..아! ㅇㅇㅇ 나 운전 중이다"
"시끄러 아주 오랜만에 만나서 평생 놀려 먹을 거 생기니 좋디, 아주?! 널 만나면 내가 손이 안 나갈 수가 없다. 진짜!"
그대로 권순영의 머리를 가격하니 핸들을 잡지 않은 오른손으로 제 뒷통수를 잡는 것이 실로 통쾌했다. 일에 쩌들어 버리니 이런 것이 낙이로구나, 그의 머리칼을 헤집으니 권순영은 그대로 나의 손목을 쥐곤 하지말라며 고갤 흔들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손목에 역시나 온기가 돌았다. 하지만 것도 잠시다,나의 왼손을 쥔 권순영의 손에 모든 타박을 멈추니 여직 너의 손은 한결같이 따스했고 그 온기가 손목으로 봄처럼 퍼져 나갈쯤 그는 저의 손을 보고 금방 놓아 버렸다. 금방 제 손을 보곤 놓아버린 손목에 소매를 끌러내리고 더이상의 대화 없이 침묵을 유지하려니 권순영은 차를 세웠다.
"넌 밥보다 병원이 먼저야. 내려"
밥 사준다매.. 내 밥..
권순영이 먼저 내린 뒤 따라 내린 곳은 병원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 어디 연 병원이 있을치라고, 고개를 내젓자 그는 나의 안일한 생각을 조각조각 깨어주며 조수석 문을 덜컥 열었다. 이런 상황 뻐기는 나를 기다리기도 귀찮아 손목을 잡아 끌어내렸을 권순영은 더이상의 접촉이 없었다. 차 안 나의 손목을 쥐었을 때부터 이상한 기운으로 더이상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어찌되었건 결국 그를 따라 내려 뒤를 쫒으니 자연스레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권순영이었다.
"감기 기운 있어. 열도 꽤 있고. 진단서 떼고 약 빨리 해줘"
"야, 나 지금 퇴근하려고 정리 하는 거 안 보이냐. 하여간 존나 이기적"
"시끄러, 집에 얹혀 살면 사는래도 이리저리 도와야지. 그리고 의사가 지금 환자를 앞에 두고 퇴근하시겠다?"
"닥치고 볼게. 여기 앉으세요"
권순영의 친구인가, 벗어둔 가운을 다시 입은 뒤 컴퓨터 화면을 부팅시킨 그의 친구라는 이는 여느 의사 별반 다를 것 없이 차분히 진찰 후 몸을 일으켰다.
할 말이 있다며 먼저 차에 타있으라며 차키를 건넨 그에게 고갤 끄덕이고 권순영이 준 약봉지 하나, 병원 약봉지 하나 덜렁덜렁 들고 병원을 나서니 찬바람은 좀 더 날카로이 몸을 덮쳤다.
"아 추워..어디 세운거야, 개새"
윗니 아랫니 딱딱 부닥치는 것이 겨울비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났다. 본래 없는 참을성을 들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다 드디어 눈에 들어온 차에 빠른걸음으로 걸으려니 어깨 위로 덮어지는 무거운 느낌에 반사적으로 고개 돌려 확인하니 권순영의 코트가 얹혀져 있었다.
열아홉 추위에 자켓을 요구하면 혹은 요구하지 않아도 어깨에 얹혀지는 그의 교복마이 또는 후드집업이었건만 이 또한 달라져 그의 향이 베인 코트가 괜시리 시간의 공백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무척 자랐구나, 그 시간만큼 꽤 많은 것이 달라졌고 그 변화과정 속 우리 둘은 없었구나.
***
"재판 끝났네요. 선배 같이 점심?"
"애인이랑 약속있어. 임마, 너도 막 연애하면서 이렇게 점심에라도 충전을 해야지. 매번 집, 법정, 검찰청 그 순환이 지겹지도 않냐?"
"연애는 무슨 연애, 난 작년에 여기 들어서면서 약속 했그든? 연애는 독이다. 지겨운 밀당 뭐 그런 거 하나 범인 놓쳐서 지랄하는 꼴 볼 일 있어요?"
"내 후배지만 참 독해, 아주. 알았어 근데, 오늘 잊지마. 오늘 마지막으로 주선 끝낼테니까 이번에는 진짜 정성 들여서 나가. 저녁 쫑내고 검찰청으로 오면 너와 내 애정 가득한 선후배 사이도 쫑이다"
"아 알았어, 빨리 가요. 잘난 애인 기다리네, 저기."
무슨 세상 커플 천지인지, 선배 또한 저의 애인과 자리를 뜨니 여기저기 참 한쌍으로 붙은 이들만 나의 시야를 스쳤다. 대부분 혼자 하는 점심에 역시 오늘도 근처 사거리 편의점으로 향해 샌드위치를 고르려니 텅텅빈 공간에 한숨이 절로 의사상관 없이 툭 튀어나왔다.
"먹을래요?"
삼각김밥은 절대 안 먹고, 라면은 사무실에서 먹기 참 번거로우니 초콜릿이나 하나 딸기우유 세 팩을 들고 계산대에 서니 불쑥 눈 앞에 들어온 샌드위치와 며칠전 사무실 복도에서 마주한 그였다.
"네? 아, 아뇨. 그쪽 먹어요"
신이 있다면 이런 상황 외치는 것일까, 당장 갓을 외치며 편의점을 떠나고야 싶었지마 우선적으로 계산을 하려 지폐 몇 장 꺼내들어 빠르게 계산을 한 뒤 발 빠르게 문을 열고 그를 지나쳤다. 운 한 번 참도 없구나. 그나저나 점심도 망했구나.
별 수확 없는 비닐봉지를 천천히 맴도는 바람과 함께 흔들리며 검찰청으로 들어와 사무실 문을 여니 오전 일찍부터 잡힌 재판을 준비하던 서류들로 엉망진창이었던 공간은 말끔히 정돈 되어 서류마저 책상에 분류되어 놓여져 있었고 왼쪽 새로운 책상이 들어온 익숙치 않은 분위기로 뒤바뀌어 있었다.
- 사무관 김민규
010 - xxxx - xxxx
새로운 책상 위 붙여진 손바닥 넓이 메모지 한 장과 컴퓨터 알림음으로 띵띵 거리느 메일 이력서 한 장 것이 전부였다. 딸기우유 한 팩을 까 입에 물고 이력서를 살피니 법조계에서 보기 어려운 어린나이였다. 한 살 연하네, 한 마디 내던지고 프린트한 이력서에 놓여진 흐릿한 사진에 왼손으로 안경을 집어들고 이력서를 가까히 한 나는 목구멍으로 천천히 넘기던 딸기우유를 그대로 약간의 먼지 가미한 이 허공에 우유를 분사 시킬 수 밖에 없었다.
***
"뭐 그런 해괴한 인연이 다 있어? 정말 대단하네. 그래서 뭐 인사는 했고?"
"아니, 나는 피의자 조사 때문에 나왔다가 들어가니까 퇴근한 모양이더라고. 근데 나 진짜 가?!"
"자유야. 영원히 나랑 쫑나고 싶음 그렇게 해"
"검사가 협박은.. 몰라, 소개팅 하다 지루하면 잘꺼다. 나 이번 재판 때문에 일주일에 절반은 밤샌 거 알지? 간다!"
"옷이나 갈아 입고 가. 이 기집애야!"
대충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차에 올라탔다. 올려묶은 머리를 풀어 머리끈을 핸드백에 넣고 화장을 고친 것이 전부였다. 여직 털털함이 줄곧 그녀의 성숙함의 내면에 속속히 박혀 들어가 간간히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선배에게 두통만 선물해줄 뿐이었다.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에 그녀가 머리를 흔들며 차를 출발시킬쯤 그 거센 빗방울은 눈송이로 불어나 변한 뒤였고 ㅇㅇ는 히터 바람에 하품을 연하며 악셀을 밟았다.
"..그냥 갈까"
여덟시 사십분, 한 시간을 채우고도 족한 시간이었다. 사진이라도 받아 놓을껄 하는 생각이 절실하며 수어번 두리번 거렸음에도 불구하고 ㅇㅇ를 향해 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개팅 하는 이의 기본정보 하나 없이 아마 미리 앉아 있을 거라는 이라는 작자의 빈자리 맞은편에서 대체 이것이 뭐하는 헛짓거리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였다. 밀려오는 잠을 어찌 주체가 힘든 그녀는 얼음장처럼 얼은 손을 테이블에 올리고 꾸벅꾸벅 고개가 떨구어지기 시작했다. ㅇㅇ가 앉아있는 새에 꽤 많은 이들이 자리를 오가고 그녀의 옆 미치도록 바쁜 도시의 밤은 수없이 불이 켰다 꺼졌다를 반복했고 열한시를 넘어갈 쯤 누군가 웨이터를 붙잡아 부탁후 저의 등에 ㅇㅇ를 조심히 업었다.
"...칠칠맞은 기집애. 진짜"
상갓집을 들리느라 죄다 암흑같은 옷차림새였다. 제 어깨에서 힘없이 툭 툭 흘러내리는 ㅇㅇ의 팔을 몇번이고 두르고 카페를 나오니 저의 죄여놓은 단추 새로 비집고 들어온 눈발에 순영은 한숨을 내뱉으며 ㅇㅇ의 손을 쥔 채 저의 입김을 불었다. 이 상황에 곤히 잠든 그녀가 신기할따름이었지만 그녀를 깨울 생각은 추후에도 없었다.
"네 이모. 다름아니고 ㅇㅇ가 많이 취했는데, 아 같이 한 잔 했어요."
- "이제 둘이 뭐, 화해 한 거니? 그럼 좋은데 이 기집애 또 뻗었지? 술만 처먹으면 뻗어 아주!"
"집에 데려다주려 하는데, 주소 좀 보내주세요. 일어나질 않네요"
- "아주 등짝을 후드려 패야돼, 그건 진짜. 이모가 지금 주소 찍어 보낼게, 순영아 조금만 고생해? 이번에 내려오면 반찬 많이 싸서 올려보내줄게"
"네. ㅇㅇ가 데리고 잘 내려갈게요. 피곤하실텐데 주무세요"
순영은 전화기에 찍힌 주소를 보곤 네비게이션을 켜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경로 안내를 시작한다는 경쾌한 안내음과 함께 대충 경로가 화면에 뜨니 그는 자연스레 창가에 볼이 엉겨붙은채로 쌕쌕거리며 잠들어버린 ㅇㅇ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그리고 꽤나 가까운 거리로 다가가 의자를 젖혀준 뒤 안전벨트를 채우며 혹여나 싣고 다니던 담요 하나 꺼내 그녀의 치마 위로 덮었다. 그리고 핸들을 쥐어 출발을 하자 약간의 뒤척임과 미간을 찌푸리는 ㅇㅇ의 잠버릇에 몇번이나 순영은 화들짝 놀라 옆을 보고 살폈을까 그녀의 오피스텔이 위치한 사거리 신호에 잠시 멈췄을때 순영은 약간의 텀을 쥐고 핸들을 놓았다.
"..넌 이 상황에 퍽도 잠이 오냐"
만사태평한 기집애. 이기적인 기집애. 하지만 미울수가 없는 그녀였다. 머물러 있던 시선에 그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잠들어 있는 그녀의 장미마냥 옅게 붉은 빛 퍼진 볼이 그토록 아름다울줄이야. 충동적 행동에 저를 맡길만큼 순영은 그리도 헤픈 이가 아니었다. 수어번 ㅇㅇ의 볼 앞에서 거둔 손은 오늘도 역시 거두어 피식 약간의 조소만 띄우고 그녀의 머리칼을 헤집은 채 다시 핸들을 쥐고 그녀의 오피스텔로 향하는 순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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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해피설!! 해피해피설!! 다들 설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만난 친척가족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독자님들도 계실거구, 장시간 운전에 찌든 힘든 독자분들도 계실거구, 설이 그리 반갑지 않은 독자님들도 계실텐데 복숭아가 위로가 조금이나마 되길 정말 바랍니다.
그런데 오늘도 밍규의 분량..분량아... 미안해요. 진짜 3화는 밍규 분량 가져올게요. 하지만 이제 우리 여주도 순영이도 시간을 달려서 나이를 먹으니 스킨쉽 농도가 조절이 불가능해지고 있어.9쓰레기작가..99 하여간 다음편은 투표로 진행해오겠습니다. 가기 전에 꼭 투표 하고 가세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