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가을방학 저는 블레이즈에게 의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이러 했죠. 연1억을 줄테니까 어느 한집에 가서 계약기간 동안만 나가지 않고 잘 살라고, 저는 술에 짜는 나머지 오 예스를 외쳤습니다.물론 그냥 맨 정신으로도 대박을 외쳤겠지만요.그래서 어떻게되었냐고요? 네, 삽니다.
“탄소야, 남준이 먹으래.” “제발, 들을 때 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요” 김태형,나이는 저보다 한살이 많고 의학적 용어를 빌리자면 리마 증후군.사랑에 슬픔이 동화되어 슬픔을 믿지 않으려 하는 경향을 드러내는 증후군이라고 한다. 중요한건 이 애정이 누군가와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것에 대한 것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사실 딱히 정의할 증후군이 없기에 의사선생님이 그냥 붙여주신게 아닐까 한다. 처음에는 그냥 정신연령이 좀 낮은 사람이라 생각되어 김남준씨가 병원에 데리고 간적이 있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의 말을 조금만 빌리자면, "낙천주의예요. 간단하게 말하자면,모든걸 행복하게 받아들이죠." 그냥 심각한 낙천주의의 인간상이라는 것이다. “남준이가 밥을 하니까,으흐흐 남준이가 밥이야.” "네~저 오늘 안먹어요,바로 학교가야되서 저 없이 드세요." 김태형씨는 알아다며 방문고리를 잡고 발레의 한 동작을 연상시키는 듯한 춤을 추다 이내 내 문을 닫고 나갔다. 저렇게 자기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사람이 왜 슬픈감정에는 그리 무단하게 구는걸까? 괜한 의구심에 화장하던 손을 멈추고 거울 속 내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괜한 생각이다.
"탄소야,부탁할거 있는데 오늘 늦게와?" 김남준씨가 나가려던 나를 불러세웠다. 생각해보니 오늘 소설 공모전이 있어서 오후에 나가야된다는 말을 어렴풋이 들은것 같기도 하다.오늘은 전공수업듣고 도서관에서 과제나 할까 생각중이었는데 아마 전공수업만 후딱 듣고 돌아와야 될것만 같은 기분이다. "뭐,그렇게 늦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왜?" "그니까...내가 오늘 소설 공모전 신청한게있어서.” 역시나,김남준씨는 꽤나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평소답지 않게 내게 호의적으로 구는 것 같기도 하고.사실 김남준씨는 여기 있는 사람중에는 가장 내게 친절하고 젠틀하게 굴지만.일단 김태형씨는 일단 사람이 아니라는 전제라는 것은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6시 안에는 돌아올 것 같은데요.”“아니,나도 그쯤 돌아올텐데.혹시 내가 떨어져서 술을 걸치고 새벽에 들어올 수도 있어서.” 김남준씨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이어갔다.덩치도 큰 사람이 내 앞에서 몸을 베베꼬며 말꼬리를 늘이는 모습이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나는 돈이라도 받고 여기서 일하지만 김남준씨는 일못하는 부동산 아저씨에게 치여 돈내고 김태형씨를 상대하시니 묘한 동질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니까 하고 싶은 말은요?” “...물론 윤기형도 집에 있긴 하지만,윤기형 왼손이 또 사고를 친다던가,정국이의 다른 인격이 나와서 사고를 친다던가,김태형새끼가 사고를 칠 수 있잖아.” “왜 김태형씨만 본체가 사고를 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말해?" “인정하는 바입니다.” 김남준씨 말 그대로였다. 사실 김남준씨 없는 집안은 환장퍼레이드 그 자체였고 무엇보다 하루안에 각자가 무슨 사고를 치고 다닐지 마리텔로 치면 미방이였다.민윤기씨의 왼손이 또 이성을 잃고 칼을 휘두른다거나 전정국의 인격인 김상곤씨가 비관자살로 옥상에서 뛰어내린다거나,김태형씨가 움직인다거나하면 그 이후로 나와 김남준씨는 쇠고랑을 차야할게 분명했다. 그리고 쇠고랑을 차면 김남준씨는 그 쇠에 묻은 세균들에 거품을 물고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자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윤기형이야,그냥 한시간 마다 자해를 안하는지만 확인하면 되고,” “정말 간단한일이네요.” 그치?그치는 무슨 그치.염병할-잔인한 영화도 간신히 보는 여대생한테 한시간마다 성인남성이 자해 안하는지 확인하라는게 가당키나 하냐고.백번양보해서 민윤기씨는 말이라도 통하니까 그냥 옆에서 텔레비전이라도 보면서 같이 있는다고 쳐도 전정국과 김태형씨는... “정국이는 놀래키지만 마.슬프게 만들지도 말고.감정기복만 없이 평온상태로 유지하면 다른 인격이 튀어나오지 않을테니까 조심하고,그리고 다른 인격이 랜덤적으로 나온다고 쳐도 한 두시간 안에 돌아올거야.” 김남준씨는 내게 점점 무리한걸 바라고 있습니다.저번에 냉장고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전정국 등 한번 가볍게 치고 뭐해-라고 물어보았다가 6살 유아 인격이 나와서 제게 안겨 울던 것은 생각도 나시지 않는것일까요?새가슴 전정국을 평온상태로 유지하라는 것은 한때 휴대폰에 있던 예민보스 마이펫을 행복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과 비슷한 의미라는 것을, 김남준씨는 정녕 모르실 리가 없을텐데요. “...그리고 김태형은,그새낀 그냥 묶어놔.”“그건 할 수 있어요.” “나머지는 윤기형한테 물어보고.” “과연 그분이 제게 친절이 답을 해 주실까요?” “솔직히,윤기형도 자기가 자기왼손을 컨트롤 못하는데.나는 믿을 사람이 너 밖에 없어.” “그럼 저 없을 때는 어떻게...” 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석진선배로 화면에는 같은 이에게 온 부재중전화 3개가 찍혀있었다.언제 전화를 이렇게 했는지 모를 따름이었지만 일단 한손으로 전화를 받고 또 다른 한손으로는 김남준씨를 저지했다. 혹여 석진선배와의 전화중 김남준씨나 다른 이집안 인물들의 목소리가 흘러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석진선배가 내게 또 어떤 눈치없는 발언을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요?] [이 친구,전화를 안받는게 취미가 되었네.] [...오늘 동아리도 아닌데 왜요?] [그 너희 오늘 과 수업 취소됐어.교수님이 급하게 장례식 가신다고 전체공지 떴는데 누가 전해달라고 해서.]
김남준씨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날 향했다.그의 입꼬리는 내게 ‘넌 꼼짝없이 여기서 나머지 인간들이나 보라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
“탄소야,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학교간다며.” 김남준씨는 애처롭게 자신을 쳐다보는 나를 뒤로 한채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깃털같은 발걸음을 이끌고 가는 뒷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김남준씨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버렸다.내 앞에는 마지막으로 그가 김태형씨를 묶어놓을 수 있게 남긴 밧줄과 허망한채 김남준씨를 눈으로 쫓는 날 손가락으로 꾹꾹누르는 ‘곧 묶어질’ 김태형씨 뿐이였다.
“탄소누나,그냥 포기하고 밥이나 먹어요,제가 평온하기만 하면 되는거잖아요.” “...정국아,너 내가 한번 불렀다고 놀라서 전정희로 변한적도 있고,내가 조용히하라고 소리질렀다가 김상곤씨되서 자살한다고 고래고래 소리쳤잖아.”
“...무슨 그런소리를 그렇게 아련하게해.넌꺼지고” "너무해" 민윤기씨는 위층에서 터덜터덜 걸어내려오며 말했다.방금일어났는지 부스스한 머리를 제손으로 두어번 빗질하더니 소파에 힘없이 앉아 우리를 올려다 보았다. “민윤기씨,” 민윤기씨가 무심한 눈으로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입모양으로 보자면 ‘뭐,왜’쯤 되보인다. “저 없을때는 어떻게 한거예요?” “뭐,누가 돌봤냐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윤기씨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이내 아!하는 단말마의 감탄사와 함께 꽤나 낮익은 이름을 말했다. “정호석이 대신 봐줬어.보통 남준이가 이렇게 자리가 비게되면 미리 걔한테 연락하거든,오라고.” “제 첫사랑 이름이 정호석이였는데...”“뭐 그런 소리를 그런 얼굴로 쳐해.” 문제는 어조의 아련함이 아니라 얼굴의 문제였군요. 민윤기씨는 직설적이게도 내 마음을 후벼팠다. 그나저나 정호석이라니,뭐 그리 희귀한 이름도 아니였지만 괜히 아련해지는 감성에 나는 내 코밑을 훔치며 미소 지었다. “...으에,탄소 머릿속으로 범죄저질렀어!” “태형이형,지지.원래 그런건 알고도 넘어가 주는거예요.” “닥쳐.” 정국이는 깜짝놀랐는지 안그래도 큰 눈을 더 똥그랗게 떳고 나는 왠지모를 느낌에 몸을 떨어야했다. 설마...
“...김상곤씨 왔네.” 민윤기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이 누워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2층 계단을 올랐다.내가 도와주지 않을거냐며 묻자 민윤기씨는 단칼에 싫다며 거절했고 천장에 노란불이 켜지며 경보음이 울리자 김태형씨는 앉고 있던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 내 등뒤에 숨어 나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상곤이는 너무 무서워.” “저도요.김태형씨.” ***
“탄소야! 나왔다. 사람일이 쉽게 풀리는게 더 이상하지,너 걱정되서 그냥 일찍....” “...” “..탄소야?” 남준씨는 6시가 가까이 된 시각쯤에 등판하셨고 나와 김태형씨는 어떻게 자신에게 닥치라고 할 수 있냐며,전세대출이 그리 문제가 될 행위인가 하는 김상곤씨를 진심으로 위로하다 지쳐 소파에 널브러져 겨우 손을 흔들었다. 일종의 살아있다는 표시였다. “왜 여깄어?나머지는?” “전정국은 기절시켰고 민윤기씨는 위층에서 잔다고 다시 들어갔어요.” “왜 기절시켰는지 물어봐도 될까?” “...상곤씨가 오셨다 갔어요.” 김남준씨는 큰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털어내더니 다시 방긋 웃으며 늘어져있는 내 앞에 치킨을 내밀었다. 내 옆에서 같이 쓰러져있던 김태형씨는 언제 널브러져 있었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 김남준씨가 든 치킨을 낚아챘다.김남준씨는 살짝닿은 손에 기겁하며 화장실로 달려갔고 김태형씨는 내게 민윤기씨를 불러오라며 말했다. 내가 계단을 올라 민윤기씨 문을 두드리자 안은 잠잠한채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민윤기씨?주무세요?” “...” “...아니,김남준씨가 치킨...”
문을 열자 나는 한번도 보지못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가늘게 띄어진 눈과 자기를 보호한채 웅크린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남성,금방이라도 까무라칠 듯이 내게 경계하는 모습이 고양이를 연상케하는 남자였다. “누구세요?” 드뎌 지민이 등장!!!!제가 많이늦었죠ㅠㅠㅠ 암호닉분들은 다음편에 정리해드릴게요.사실제가 낯을 가려서... (변명) 댓을 달아도 뭐라 코멘트를 못달아드렸어요. 이번부터는 막 저랑 소통해요♡거의 심심이처럼 절 찾아주세요~나란 탄소 개미지옥같은 매력을 갖고있죠.... 댓달아주시면 저랑 막 소통도 되고 그런데요~///북흐 그럼 담편에 암호닉정리랑 다같이와여 나 기억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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