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이별계약!
" 나 귀 엄청 예민한데 자꾸 건들거야? "
" ... "
" 나도 너 물어버린다. "
심쿵이란게 이런걸까. 남자친구로의 전정국은 정확히도 내 취향을 저격하고 박살까지 내버렸다. 전정국을 놀려먹으려던 생각은 이미 접은지 오래였고 그의 등 뒤에 대롱대롱 매달린채로 시간이 지났다. 전정국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빳빳이 세우려 하자 전정국의 ' 고개 내려. 무거우니까. ' 라는 말에 다시 조용히 고개를 박았다. 내 콧바람이 전정국의 귀나 목에 닿을까 숨 쉬는것도 불편해질때즈음 문득 머리를 스친 생각이 있었다. 아, 미친. 이건 지각의 기운이다. 백퍼 지각이야.
" 야... 전정국 "
" 고개 내리라니까. 무거워. "
" 아니 이 새끼야. 말 좀 하자. "
" 새끼말고 정국아. "
전정국은 고개를 살짝 돌린채로 새끼말고 정국아 라는 말을 내뱉었다. 내 눈엔 전정국 얼굴의 옆태가 들어왔다. 얜 또 무슨소린가 싶은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않고 머리를 굴렸다. 새끼말고 정국아... 아.. 전정국의 의도를 알아차린 나는 녀석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 풉 하고 웃었다. 내가 웃음과 동시에 전정국의 미간은 찌그러졌지만. 전정국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고 발을 옮겼다. 전정국 귀가 예민하다고? 나는 입가에 미소가 번진채로 전정국의 어깨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 정국아 "
" ... "
" 있잖아.. "
" 진짜 귀 하지말랬다. "
" 우리 지각이야. "
" 알아. "
알아? 전정국의 반응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너무나 태연했고 그는 이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깨우친듯했다. 역시나 주위를 둘러보니 등교를 하는 학생은 우리 둘 뿐 더 이상은 없었다. 인도 옆 차도에 차들만 쌩쌩 달리고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전정국에게 왜 빨리 걷지 않았냐고 나무라기엔 지금 등에 버젓이 엎혀있는 내 몸뚱아리가 죄스러워 그럴수 없었다. 그럼 다리가 부러진것도 아닌데 걸을 수 있는 날 왜 업었냐고 따지기에도 그의 정색에 쫄아 업힌건 나였기에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새학기 첫 날부터.. 하 망했다. 망했어. 그냥 닥치고 전정국에게 매달려 학교까지 도착을했다. 이미 교문 앞 선도부도 퇴장을 한 시간이었다. 전정국에게 내려달라 말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전정국은 고장난 로봇처럼 두 다리를 꾸준히 움직였고 날 보건실도 데려갔다.
" 야 지각했는데 무슨 보건실까지 들려. "
" 무릎 갈아놓고 그대로 교실 들어가게? "
전정국의 말에 물끄러미 바라본 내 무릎은 그의 말대로 갈아놓았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오는 동안 굳은 피하며 찢어진 스타킹까지 흉해죽겠다. 전정국의 손에 이끌려 보건실로 들어갔고 인자한 인상의 보건실 선생님이 우릴 반겼다.
" 3학년 3반 김여주요. "
" 무슨일로? "
"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어요. "
나의 말에 보건선생님은 내 무릎은 바라봤고 이내 두 눈을 크게 뜨고 어쩌다 넘어졌어? 라고 물어왔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지각할까봐 뛰다 이렇게 됐는데 결국 지각이네요.라는 대답을 했다. 소독솜으로 내 무릎을 소독하는 보건선생님의 손길에 기겁하며 아프다며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이러기 싫은데 입 다물고 있으면 더 아파서 그냥 입으로라도 떠들어야했다.
" 아아아아아.. 쌤 아파요!!! 쫌만 살살... 제발.. "
" 금방 끝나요~ "
얄미운 보건선생님의 말에 난 하늘이 핑도는 기분이었다. 젠장. 망했어 이럴바엔 보건실에 안 오는게 고통을 줄일수 있었겠다는 뒤늦은 후회를 해봐도 소용없었다.
" 얘가 엄살이 좀 심해요. 쌤 그래도 좀 살살 해주세요. "
말은 내가 엄살이 심해서 그렇다는 소리를 하면서 내 손을 쥐어주는 전정국이었다. 다리를 올리고 치료를 받고있는 탓에 이쪽은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는 전정국이 너무 웃겼지만 잡고있던 손이 너무 든든해서 안정이 된 것 같기는 무슨.. 아픈건 여전히 아팠고 눈물이 차오를때쯤에야 치료가 끝났다. 눈엔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무릎엔 하얀 거즈를 붙이고 보건실을 나섰다. 갑자기 눈에 눈물이 마르기전에 상황극이 하고 싶어졌다. 눈에 눈물이 고인채로 전정국을 올려다보았고 전정국은 그런 날 내려다 보았다.
" 이 나쁜자식. 사랑이 어떻게 그래? "
" ... "
" 너같은 놈 사랑한 내가 등신이다. "
이 말을 마치고 눈물은 말라버렸다.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으니 마르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있지도 않은 눈물을 훔쳐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전정국은 내 손목을 잡아 날 돌려세웠다.
" 와 미쳤나봐. 더 울리고 싶어. "
" 전정국 또라이네 완전.. "
" 우니까 더 예뻐. "
" ... "
" 근데 나 때문엔 안 울었으면 좋겠다. "
" 오늘도 너 때문에 넘어져서 운건데? "
" 그래서 내가 너 눈도 못보고 있잖아. "
" ... "
" 미안해. 아프게해서. 앞으론 김여주 나 때문에 우는 일 없게 해 줄게. "
이별계약
눈 앞에 전정국을 보고 정신을 놓았다 잡았다를 반복하니 옆에 있던 김태형이 날 이상하다는듯이 쳐다봤다. 김태형은 내 눈앞에 커다란 손을 흔들어 보이며 몇개게~? 라는 행동을 했고 김태형의 손은 보지도 않고 두개..라고 대답하고 내 눈은 전정국에게 고정되었다. ' 여주씨 아픈거 같네요.. ' 라는 말을 마친 김태형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옆에서 알짱거리며 방해하던 김태형이 사라지고 내 눈엔 오롯이 전정국만이 담겼다. 아까 전정국도 날 보고있다고 느낀게 착각이었는지 그는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않았다. 전정국의 인사가 끝나고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당연히 나에게 인삿말을 건낼거라는 내 착각을 묵살이라도 하듯 전정국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문 밖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어나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나만 서있었다. 뭐야 김여주.. 도대체 뭘 기대하냐.. 의자에 털썩 앉아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6년이다. 자그마치 6년. 의도치 않게 그와 나는 직장상사와 직원관계로 재회하게되었다. 어쩌면 나만 반가운거고 그는 껄끄러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어 울적해질찰나 호들갑을 떨며 들어오는 김태형덕분에 감정의 늪에서 벗어날수있었다.
" 여주씨, 여주씨! "
" 그 짜증나는 여주씨좀 저리 치워줘 제발. "
김태형은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내 손바닥을 펴 그 위에 알약 두 알을 올려놓았다. 내 손에 올려놓은 알약을 보고 김태형을 올려다보니 김태형은 착한일하고 주인칭찬을 기다리는 강아지마냥 날 쳐다봤다.
" 웬 약? 어디 아파? "
" 너 아프잖아. 분명히 내 손가락은 세개였는데 넌 두 개라고 대답했어. "
아아.. 내 잘못이다. 김태형은 원래 이런 앤데 김태형 말에 대충 대꾸한 내가 원인이다. ' 나 멀쩡해 ' 라는 말을 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니 김태형은 내 머리에 손을 짚으며 진짜 괜찮아? ' 손가락 세 개를 두 개로 보기는 힘든데 ' 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계속해서 내 옆에서 ' 진짜 괜찮아? 괜찮은거야? ' 라고 묻는 김태형을 밀어냈지만 굴하지 않고 들이대는 김태형이었다. 이런 반응을 보일 김태형을 몰랐던게 아니었기에 내 불찰이라는 생각에 김태형에게 난 멀쩡하다며 고개 돌리는것도 보여주고 팔도 휘둘러줬다. 또 다시 김태형의 시력테스트를 마치고 나서야 김태형은 ' 멀쩡하네? ' 라며 내 손에 올려있던 알약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김태형과 얘기를 하면 언제나 기가 빨리는 기분에 의자에 축 늘어져 멍 때리고 있노라니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이 닿은 끝에는 전정국이 서있었고 여전히 내 착각인냥 녀석의 시선끝은 내가 아니었다.
표정은 또 뭐 씹은 표정으로 내 앞을 유유히 지나 우리 구팀장의 자리를 메꾸는 신팀장이었다. 전정국의 걸음따라 내 눈도 그 뒤를 쫓았고 그가 자리에 앉을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 나였다. 어느 새 다시 정신 붙잡으려 노력해봐도 내 눈은 그만 쫓았다. 미쳤나봐 진짜. 양심도 없지. 양심리스도 이런 리스가 없다. 전정국은 왜 자꾸 내 앞에 알짱거리는걸까 생각해봤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 앞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 많은 사람중 내가 굳이 전정국을 쫓고 있다는게 사실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인사정도는 할 수 있는거 아닌가. 아니면 모르는 사이 보다 못한 사이인가. 많은 생각이 뒤엉켜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사이엔 내 멋대로 이름 지어 버린 이별계약이란게 존재했다. 이름도 유치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별할 때 계약한거니까 단순히 이별계약. 별 이유는 없다. 오전내내 전정국을 쫓던 내 눈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쉴 수 있었다.
" 김여주! 밥 먹으러 가자 돼지야 "
" 우리 사이엔 존중이 필요하다며 돼지는 인신공격이야 임마. "
" 애칭인데? 아 됐고, 밥 먹으러 가자- 빨리. 구내식당 갈래 밖에 나갈래? "
김태형의 질문에 그저 아무 생각없이 '구내식당 ' 이라고 얘기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구내식당은 내가 선호하는 밥은 아니었다. 왜냐면 우리 회사 구내식당 메뉴는 너무 돌려막기를 하기때문이다. 그래서 밖으로 나돌아봤지만 회사 주위 식당도 한정 되어있었고 난 식당유목민이 되어 버렸다. 익숙한 쇠고기무국 냄새에 발걸음을 돌릴까했지만 난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했다.
" 김여주. 토마토 나 줘. 너 안 먹으니까. "
아, 젠장할. 후식이랍시고 나온 과일도 하필 내가 안 먹는 토마토라니. 울상으로 김태형의 식판에 토마토를 옮기고 난 뒤 바라본 내 식탁은 횡량했다. 코를 한 번 훌쩍이고 숟가락을 들고 국을 후룩 떠먹을 때 구내식당 입구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도 내 밥 먹는게 더 중요한 나는 숟가락을 움직여 밥을 뜨려는 찰나 내 귀에 때려박힌 단어가 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 이름이 전정국이에요? '
전정국 옆에 찰싹 붙어있는 저 불여시는 뭐야.. 나도 모르게 찡그린 인상에 나조차도 당황스러웠다. 혼란스러운 감정에 다시 시선을 돌렸지만 귀는 왜 저쪽에 활짝 열려있는지. 전정국은 뭐가 좋다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지 저 웃고있는 입도 마음에 안 들고 저 여자를 바라보는 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참 씩씩대며 밥을 퍼먹는다는 말이 적당하게 밥을 먹을 때 김태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의아하게 바라봤다.
" 너도 저 잘생기고 능력있는 팀장에게 빠진것이냐. "
" 잘 생기긴 무슨. 능력 있는건 인정. "
" 너 잘 생긴 남자 좋아하잖아. 이상형도 잘 생긴 남자고. "
" 근데 쟨 안 잘 생겼어. "
" 잘 생겼는데? 아마 너도 그렇게 생각할텐데? "
" 아닌데? 아마 아닐텐데? "
" 맞는데? 너 아까도 계속 팀장 얼굴만 쳐다봤는데? "
김태형의 입에서 흘러 나오는 말에 열심히 움직이던 숟가락이 허공에서 멈춰섰다. 삐그덕 거리며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봤다. 미친. 다 들켰다. 저 둔한 김태형이 내가 하루종일 전정국만 바라본걸 알아차린걸 보면 눈치 빠른 전정국은 알고도 남았다. 하하. 밥 먹다말고 손으로 얼굴을 덮어 고개를 푹- 숙이고 ' 와...망했다.. 망했어 ' 만 반복하는 내게 김태형은 위로랍시고 '너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거 우리 부서 사람들 다 아는데 뭘. 걱정마 친구 밥이나 먹어' 라는 말을 건내고 숟가락을 다시 내 손에 쥐어주었다. 정신이 가출했다 배가 고픈탓에 멈췄던 숟가락질을 다시 시작했고 멍 때린채로 밥을 떠 입에 부었다. 한참 밥을 먹고있을때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옆을 돌아봤다. 오 마이 갓, 전정국?
" ...토마토 "
전정국은 제 할 말만하고 식판을 들고 내 옆을 지나갔다. 옆에 있던 불여시 백민지도 전정국의 뒤를 따라갔다. 토마토? 내 식판엔 토마토가 없었다. 지금 나한테 토마토 달라고 온거야? 고작 처음 내뱉은 말이 토마토? 어이없는 웃음을 실실 흘렸다.
" 와. 팀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욕심이 많네 "
" ... "
" 나 토마토 많이 갖고 있는거 보고 무언의 압박으로 달란거지?
" 욕심도 많고 딱 보니까 못됐다, 못됐어. "
" 또 저 팀장이 너 갈굴까봐 못됐다는거야? 아직 겪어보기 전이니까 섣부른 판단은 노노해. "
" 말투 개오덕같다. 진심 "
이별계약
전정국과 학기초부터 나란히 지각해버렸다. 다른 애들보다 조금 늦게 마주한 담임은 인자하지만 깐깐했다. 우리가 지각한 이유는 애초부터 우리가 지각할뻔한게 아닌 오다 넘어져서 일이 이렇게 됐다는듯이 얘기하는것을 다 듣고 담임은 내 무릎을 보고 ' 오, 저런' 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뭐 이정도 반응이면 혼나진 않을거 같다 생각했다. 담임은 엉망이 된 무릎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곤 바로 본인 할 얘기를 했다. 요약하자면 전정국과 내가 지각을 한 건 사실이니 지각처리를 해야한다. 그치만 무단지각은 아니고 질병지각 처리를 해주겠다 뭐 이정도?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애써 올리고 담임에게 간단한 목례를 한 후 교무실을 나서려는 찰나 담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근데 둘은 무슨 사이? "
무슨사이? 음.. 사귀는 사이? 애인 사이? 선뜻 뭐라고 대답해야될지 고민을 하며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전정국은 나보다 빨랐다.
" 제가 얘 많이 좋아해요. "
정신없이 오전교시를 보냈다. 복도를 지나다니며 얼굴정도는 봤던 선생님이 있는가하면 이런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얼굴의 선생님까지 다양한 선생님들이 들락날락했다. 학기초에 다들 그러듯 선생님들은 앞으로의 수행평가와 본인 수업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같은 자질구레한것들을 이야기하고 나갔다. 수업하는것보단 이런 오티가 더 좋은 나는 맨날 이런것만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떤 한 선생님의 너희는 이제 대한민국 고3이야. 편한 고3은 망한다는 말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전정국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아침에 다들 마음대로 자리를 앉고 남은 두 자리를 전정국과 내가 앉게 되었다. 고3이라는 소리에 한숨을 쉬는 날 전정국은 지긋히 바라봤다.
" 인상 펴. 인상 쓰면 더 못생겼다. "
" 고3이라는데 웃음이 나오냐.. "
" 인상 쓴다고 뭐가 달라져? 웃는게 예뻐 "
" 넌 공부 졸라게 잘 하니까 웃음이 나오지. "
" 너도 잘 하잖아. 누가 보면 성적 땅바닥 기는 줄 알겠다. "
" 아악! 몰라. "
" 우리 돼지 또 오빠가 밥 맥여야 성질 안 부리지. 가자 밥 먹으러. "
전정국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래! 밥이나 먹자! ' 라고 전정국의 손을 잡고 급식실로 씩씩하게 걸었다. 고3 알게뭐야.. 아니야.. 고3은 내겐 많이 벅차다.. 우울한 기분에 단 걸 좀 먹어야 될 거 같은데 급식엔 당 충전할 만한게 전혀 없었다. 와.. 당 충전할 과일도 토마토야. 미쳤네 미쳤어. 그냥 아주 노말한 사과도 있고 배도 있고 어? 얼마나 많아. 그 많고 많은 과일중에 토마토를 고른 영양사의 입에 토마토를 우겨 넣고 싶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전정국은 내 식판 위 토마토를 낼름 본인 식판으로 옮겨냈다.
" 좋겠다? 토마토 나와서? 이 욕심쟁이 토마토귀신. 너가 토마토 나오라고 기도했지"
" 매점가서 초콜릿 사 줄게. "
" 응 인정. 토마토 마니 머겅 정구가 "
" 애교 부리지마. "
" 아, 응 "
전정국과 짤막한 대화를 마치고 밥 먹기에 집중을 해 밥을 깨끗이 비워냈다. 밥을 다 먹고 내겐 없는 후식을 먹는 전정국을 기다렸다. 맛있게도 먹네. 뭐가 맛있다고 저렇게 찰지게 먹는지. 나와 다르게 토마토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인 전정국은 1학년때부터 토마토가 나오는 날이면 꾸준히 내 토마토를 먹고 매점에서 초콜릿을 사줬다. 뭐 나는 손해볼거 없으니까.
" 김여주."
" 왜- 먹으면서 말 하지마. "
" 다 삼켰는데? 아무리 봐도 넌 진짜 나 없으면 안 되겠다. "
" 또 뭐. 왜- "
" 완전 애 키우는거 같다. 싫어하는것도 많아, 하기 싫은것도 많아, 다치는것도 많아, 엄살도 심해. "
전정국의 말을 잠자코 듣다 보니 무슨 내 디스랩이라도 내뱉듯이 줄줄이 읊는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정국을 흘겨보는데 전정국은 마지막 말 한 마디로 또 이 김여주 마음을 저격했다. 이거였다. 전정국은 김여주한정 금사빠이고 김여주 한정취향저격이었으면 좋겠다.
" 내가 너 싫어하는 토마토 평생 먹어줘야겠다. "
| 암호닉분덜 사랑해요~~♡ 내 사랑 거부는 거부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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