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이별계약!
김태형과 식사를 마치고 구내식당을 빠져나와 김태형을 위로 올려보낸 후 회사 앞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를 가는 사람들, 식사를 마치고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편의점에 도착했다. 딸랑- 종소리와 함께 내 눈 앞에 보인건 전정국이었다. 초콜릿이 늘어선 진열대 앞에 서있는 전정국이었다. 토마토로 모자라서 이제 초콜릿까지? 들어오는 문과 등을지고 있어 나만 전정국을 발견하고 전정국은 날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식으로 마주쳐도 뻘줌할게 눈에 훤했기에 발을 돌려 음료수가 늘어선 냉장고 앞으로 갔다. 늘어선 캔커피를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옮겼다. 김태형은 분명 캔커피를 부탁했지만 카페인은 몸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주스를 집어 들었다. 이만치 친구 걱정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내심 뿌듯한 마음에 주스를 품에 안고 전정국은 이제 갔겠지 싶은 마음에 다시 초콜릿 진열대로 발을 옮겼다. 근데 가기는 무슨. 손엔 초콜릿을 들고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 편의점 한쪽을 지키고 있는 전정국이었다.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나도 그냥 씹고 지나가? 하.. 그와 내 관계가 과거에 어쨌건 지금은 팀장과 사원관계였다. '안녕하세요' 라며 간단한 목례를 건내고 초콜릿 진열대로 시선을 옮겼다.
" 하- "
내 귓전에 전정국의 헛웃음소리가 박혔다. 나 볼 때마다 기분이 안 좋은지 아니면 항상 심기가 불편한건지 전정국의 얼굴은 언제나 찡그러져있었다. 그의 헛웃음의 대상이 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않았다. 아니 중요한거 같다. 저 헛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누굴 향한 헛웃음인지 머리를 빙빙 도는 생각에 초콜릿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냥 이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초콜릿이나 집으려는 찰나 딸랑- 소리와 함께 먼저 자리를 뜬 전정국이었다. 그제서야 한숨을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전정국이 지키고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고 왠지 모를 허탈함에 헛웃음이 났다. 와.. 쌩까는거 봐. 그럼 나도 쌩깐다 이거야. 완벽하게 직장상사로 대해준다고 그래. 괜한 심통난 기분에 초콜릿을 손에 쥐고 쿵쾅거리며 걸어 사무실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옆에 쪼르르 와 날 쳐다보는 김태형에 아, 내가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위로해주려고 온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김태형은 그 생각이 무색하게도 해맑은 얼굴로 내게 손을 내밀었다.
" 김여주 내 커피. "
" 여기. "
" 아 뭐야!! 너 커피 몰라? 커피라고 커!피! "
" 몸에 안 좋아. 닥치고 그냥 먹어. "
" 워.. 평소보다 조금 날카롭다? "
" 아니? 전혀? "
김태형에게 난 평소와 같다고 바락바락 주장을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끝났다. 꿀 같은 점심시간은 왜이리도 빨리가고 식곤증은 왜 날 찾아오는지. 내 눈을 짓누르는 졸음에 눈을 부릅 떠도 소용이 없었다. 김태형에게 커피를 사다 줬으면 그 커피라도 뺏어 마실텐데 김태형의 책상엔 빛나는 오렌지주스만이 날 반겼다. 하필이면 책상 위치가 팀장의 레이더망에 걸려들기 딱 좋은 위치였기에 구팀장에게도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왜냐면 그냥 눈에 걸리는게 나니까! 처음엔 햇빛이 드는 자리라고 좋아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야 다들 이 전망 좋고 해 잘 드는 자리를 꺼려하는지 뼈 저리게 느꼈다. 팀장자리에서 내 자리가 눈에 잘 띄는만큼 내 자리에서도 팀장자리가 잘 보였다. 지금 내 시야엔 전정국이 확실히 잘 보인다. 그렇다고 전정국을 쳐다보기엔 아예 날 쌩까는 모습의 녀석이 괘씸해 돌아가는 눈을 애써 책상 위로 고정시켰다. 쳐다 보지마 김여주.
" 김여주씨. "
넌 할 일만 해. 전정국 하는 행동 봐. 완전 쌩까는데 뭘 신경 써? 와 근데 전정국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지금 슬퍼? 서운해? 아~니? 전~혀!
" 김여주씨? "
아무리 생각해도 전정국은
" 재수 없어. "
" 네? "
왜 내 눈 앞엔 심기가 불편하다는듯이 인상을 찌푸리고있는 전정국이 서 있는지. 게다가 난 왜 속으로 생각하던 말을 입 밖으로 타이밍 좋게 내뱉은건지. 이게 다 신의 장난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기가 막힌 상황에 무릎을 탁 쳤다.
" 부르셨어요? 팀장님 "
" 다섯번도 더 부른거 같은데. "
그는 그냥 다섯번도 더 불렀다고 단순히 대답한 것 일 수도 있지만 내 귀엔 다섯번 부를동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못들은거야? 로 들려서 미칠지경이었다. 전정국 생각을 하다 전정국이 날 부르는 소리를 못들었다. 난 안 좋은 상상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가슴이 쿵쾅거렸다.
" 죄송해요. 졸려서 정신이 없어서- "
" 옆 부서 가서 자료 좀 받아와요. "
" 무슨..? "
" 가면 알아서 줄거에요. 자는것보단 이런 일이라도 하는게 낫지싶은데. "
" 아.. 네 "
성인 전정국은 미자 전정국보다 조금 쎄다. 아니 많이 쎄다. 옛날부터 일 하는 남자가 참 섹시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일 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날 갈궈재꼈고 섹시함을 느낄새는 없었다. 전정국도 분명 정말 쓸데없는 일을 나에게 맡긴 것 뿐인데 왜 이렇게 일 하는 남자같고 섹시하고 그런지는 모르겠네 나도? 옛정인가? 절대 쫄아서 순순히 옆 부서로 심부름을 간 건 아니고 졸린김에 바람이라도 쐴 겸 간것뿐이었다. 옆 부서에 들렀더니 기다렸다는듯이 내 손에 서류뭉치를 건내주었다. '수고하세요-'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 찰나 백민지가 날 불러세웠다.
" 여주씨 "
" 네? "
" 저 아시죠? 저희 입사동기잖아요! "
나에게도 눈웃음을 살살 치며 인사를 건내는 백민지를 보고 있노라니 내가 남자였으면 벌써 간이고 쓸개고 빼서 줬다 이거에요.. 웃는 낯에 침 못뱉는다고 백민지에게 나도 웃음으로 답했다.
" 아.. 알 것 같아요. 무슨 할 말이라도..? "
" 아니 뭐 업무 관련 얘기는 아니고..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닌거 같아서. "
백민지의 말에 나와 업무외에 얘기 할 거리가 없을텐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백민지의 뒤를 따라 자판기 앞으로 갔고 백민지는 나에게 커피를 뽑아 건냈다. '감사합니다' 하고 커피를 건내받았다. 김태형에겐 카페인이 몸에 안 좋다고 오렌지주스를 가져다 준 주제에 커피가 홀딱홀딱 잘도 넘어갔다. 백민지는 말을 꺼낼 기미가 안 보였다. 참을성이 그리 많지 않은 난 먼저 입을 뗏다.
" 할 얘기가..? "
백민지는 나의 말에 팔을 베베 꼬며 얼굴이 붉어졌다. 뭐야.. 여자 좋아하나? 근데 난 그런 취향이 아닌데. 뭐라고 대답해야지 상처를 안 줄 수 있을까.
" 저 그 전정국팀장님이랑 동창이라고 하셔서요- "
" 네?! "
예상외로 튀어나온 전정국이란 이름에 화들짝 놀라 대답해버렸다. 등신김여주. 날 좋아하긴 무슨 금붕어도 아니고 아까 구내식당에서 둘이 밥 먹는 모습을 본 걸 그새 까먹냐.
" 그래서 혹시 친하신가 해서요. "
" 전정국이 그래요? 동창이라고? "
" 아까 구내식당에서 여주씨 옆에 서서 한참 서 있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그러던데요? "
동창.. 틀린 말도 아니지 뭐. 쓴 웃음을 지으며 백민지에게 '동창이긴한데 친하진 않아서 잘 몰라요' 라고 말 한 뒤 자리를 떳다. 서류를 품에 안고 사무실로 돌아가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아예 모르는 사이처럼 쌩 깔거면 다른 사람한테도 그냥 모르는 사이라고 하지 굳이 동창이라고 말 하긴 왜 말을 해? 그것때문에 내가 무슨 사랑의큐피트도 아니고 남의 연애 돕는짓이나 해야 되나 싶은 생각에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내 연애도 못하는 주제에 남의 연애에 참견 할만큼 오지랖이 넓지를 못하네요. 내가. 그래 전정국 백민지 잘 어울리네.
이별계약
점심시간이 끝난후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았다. 차마 대놓고 엎드려 졸지는 못하고 신나게 헤드뱅잉을 하며 졸다 갑자기 눈이 떠졌다. 갑자긴 떠진 내 시야에 들어온건 날 신기하다는듯이 바라보고있는 전정국이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마주친 전정국의 얼굴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몽롱했던 정신이 확 들었고 아픔이 몰려왔다. 아이씨 아파. 전정국은 토끼눈을 뜨고 내 의자를 똑바로 세우고 내 손을 잡아 일으켰다.
" 뭐야! 전정국 아 미친 내 엉덩이 "
" 졸리면 정신이 없네- "
" 아 아파.. "
" 엉덩이는 내가 봐 줄 수도 없는데 다치면 어떡해. "
" 미쳤나봐. 자는 사람은 왜 쳐다보고있어. 간 떨어지는 줄. "
" 넌 진짜 인생이 스펙타클하다. 자다 일어나자마자 나자빠지고. "
" 그래서 넌 격하게 즐겁지? "
다시 의자를 고쳐앉으니 전정국도 따라 앉아 턱에 손을 괴고 날 쳐다봤다.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교과서가 무색하게 이번 시간에 뭘 배운건지는 하나도 모르겠다. 책은 그냥 책상에 올라와있다 다시 책상 속으로 들어갔다. 전정국은 계속 날 쳐다봤고 나도 고개를 홱 돌려 전정국을 쳐다봤다.
" 뭘 봐 "
" 내꺼 봐. "
" 표현이 좀 그렇다? 오글거림에 숨이 탁 막힌다. "
" 익숙해질거야. "
" 내가 익숙해지는거보다 너가 관두는게 더 빠르겠다. "
"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 수가 있어? "
" 뭐가? "
전정국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팔짱을 끼고 고개를 푹 숙여 앉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헤드뱅잉하듯 이리저리 돌려댔다. 전정국을 보고 있으니 문득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 1시간 전 나였다. 전정국은 눈을 감고 계속 머리를 돌리다 멈춰 한 쪽 눈을 떠 날 쳐다봤다. 그런 눈으로 안 봐도 다 안다 알아. 어쩜 이 짓을 한 시간이나 했냐고 묻는듯한 니 눈.
" 이게 바로 대한민국 고3이야. "
" 네. 다음 고3 된지 1일차. "
******
정신없는 첫날이 지나고 종례시간이 왔다. 아침에 지각 후 따로 보고 처음보는 담임얼굴이 아직은 낯설었다. 종례는 잘 듣지도 않는데 첫날이라고 또 경청하는 자세로 앉아있었다. 이틀이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전정국은 내 손을 주물럭거리며 장난을 쳐댔다. 아무리 손을 빼내도 다시 잡혀가는 손을 보곤 포기했다. 담임은 새학기에 필요한 사진,등본 등등을 읊었다. 전정국은 내 손에 장난치기 바빴고 그런 전정국을 바라보다 전정국의 손을 꽉 잡았다. 전정국은 내 손에 두었던 시선을 거둬 날 쳐다봤고 난 눈짓으로 선생님을 가르켰다. 선생님에게 집중하라는 내 눈빛을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거린 전정국에게 웃어보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전정국은 꽉 잡은 내 손에 깍지를 껴 고쳐 잡았고 기분 좋은 설렘에 담임의 긴 종례는 아무래도 좋았다.
전정국과 하교를 하며 문득 전정국은 담임이 하는 말을 다 듣기는 들었을란지 걱정이 들어 전정국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 들었지? 증사랑 등본 가지고 와야된다? "
" 안 들어도 이렇게 다 챙겨주는데 뭐. "
" 버릇 나쁜거 봐. "
" 근데 소풍 간다는건 들었지-"
정말 신난다는듯 해맑게 웃어보이는 전정국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못말린다 진짜. 시험 1주일전에 학교를 가는 학교나 신난다고 들뜬 전정국이다 다 똑같다 똑같아. 고3은 공부만 하는줄 알았건만 다를게 없는거같았다. 더군다나 고3이 된 지금에서야 연애를 시작한 나였다. 소풍은 어린이대공원을 간다고했다. 왜 롯데월드를 놔두고 굳이 어린이대공원을 가냐함은 소풍을 빙자한 졸업사진을 찍기때문이다. 졸업사진 찍기 전에 다이어트를 해야되는데 명성이 자자한 아가리다이어터인 내가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든 아가리다이어터가 그렇듯이 아무런 계획은 없으면서 일단 나의 다이어트 계획을 다른 사람에게 보고부터 하고본다.
" 나 소풍가기 전에 다이어트 할거야. "
" 안 뺄거잖아. "
" 뭔데 단호박이야. "
" 벌써 이 말에 50번도 더 속았어. 또 속으면 내가 금붕어다. "
" 아니. 진짜 뺄거야. 진짜 이번에 딱 봐. "
" 안 빼도 돼. "
" 근데 이번엔 목표가 생겼ㅇ....."
" 안 빼도 예쁜데- "
그렇게 또 전정국 손에 이끌려 떡볶이를 먹었고 다음 날 난 또 51번째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전정국은 날 살 찌워 잡아 먹으려는게 분명했다.
*****
그렇게 정신 없는 새학기를 보내고 어느덧 4월중순에 접어들었다. 춘추복을 입기엔 더운 날씨라 하복을 입으면 또 약간 쌀쌀했다. 날씨 주제에 지랄맞긴. 어느덧 중간고사는 성큼 다가와 내 앞에 있었고 소풍은 그냥 바로 내일이었다. 내 다이어트는 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내 손을 이끌어 맛집탐방을 가는 전정국덕분에 거하게 말아먹었다. 더 안 찐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1,고2때는 전정국과 항상 여기저기 전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 잘 놀러다니곤했다. 우리 둘이 사귀며 합의 본 것이 있었는데 바로 대학입시가 끝날 때까진 놀러다니기는 자제하자는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고3에 대한 예의를 차린것이었다. 그래도 중간고사가 끝나면 전정국과 놀러 가야겠다고 결심을 하고있었다. 근데 뭐 학교에서 나이스하게도 데이트를 짜주시니 고마웠다. 학교가 끝나고 실실 웃으며 전정국에게 팔짱을 끼며 코를 찡긋거렸다.
" 우리 내일 첫데이트네? "
" 더 해봐. "
" 뭘. "
" 더 막 찡긋거려봐. "
전정국의 말에 미간을 찡그리니 전정국은 손가락을 내 미간에 대고 눌렀다.
" 여기 말고. "
전정국에게 옛다하고 윙크를 했다. 사실 윙크도 제대로 못해서 양쪽눈을 감은걸로 보였겠지만 난 최선의 윙크였다.
" 이래서 김여주 애교는 너무 위험해. 나 벌써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줬다. 너 애교 부리지마"
" 전정국 말 바꾸기는 번복진트급이다 진짜. "
" 오늘은 와플 먹으러 가자. "
" 아 나 오늘은 안 감. "
전정국은 날 의아하다는듯이 바라봤다. 내 이마에 손을 짚으며 '어디아파?' 라고 물어왔다. 내 이마에 올라온 전정국 손을 치우며 '멀쩡해' 라고 대답하니 전정국은 계속해서 날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 너 바람났지. "
" 무슨 난 너밖에 없는데? "
" 그럼 뭔데."
" 나 오늘 하루만 다이어트 할게. 말리지 말아줘. "
전정국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전정국을 한 번 흘겨보고 그의 손을 슬쩍 놓고 우리집을 향해 발을 돌렸다.
" 데려다 줄게. "
" 됐어. 5분이면 가. "
" 그래. 내일 더 예뻐져서 보자 김여주. "
하루만에 살이 빠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요! 그럴일은 없겠지만. 매일같이 학교 끝나고 붙어있다가 이렇게 바로 헤어지려니 괜한 미련이 남아 계속 인사를 주고 받다 이대론 집에 못갈것만 같다는 생각에 억지로 발을 돌렸다. 집에 와 식탁에 올라와있는 빵을 먹어 내 다이어트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별계약
" 여기 말씀하신 서류요. "
전정국에게 받아 온 서류를 건내고 다시 내 자리로 와 앉았다. 카페인과 백민지덕분에 말짱해진 정신에 밀린 일을 처리해나갔다. 그런데 자꾸 전정국은 날 불러 잔심부름을 시켰고 누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오기로 묵묵히 시킨 일을 다 해냈다. 그런데 앉아서 말 한 마디로 일을 시키는 쪽과 몸으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해야되는쪽중 먼저 지친쪽은 당연히 후자였다. 전정국의 잔심부름덕에 내 몸은 녹초가 되었다. 전정국의 잔심부름을 하는덕분에 내가 처리할 일은 하나도 못하고 퇴근시간이 되었다. 망했다.. 오늘까지 넘겨야 되는데.. 전정국 저 자식만 없었으면 끝내고도 남았을 일인데. 내가 이렇게 사서 고생을 했다.
" 김여주 퇴근 안 해? "
" 안 해.. 아니 못해.. "
" 왜? 오늘 별로 처리 할 일 없잖아. "
" 근데 그 별로 할 게 없는 그 일을 다 못했어. "
" 아까 그렇게 발발거리고 돌아다니더니. 난 간다. "
" 잘 가고. 내일 봐. "
김태형은 내게 힘내라고 손바닥을 펼쳐 내 앞에 들이댔고 난 김태형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김태형은 회사 끝난게 신나는지 방방뛰며 사무실을 나갔다. 우리 부서 사람들은 오늘 다들 그렇게 일이 없는지 하나같이 칼퇴근을 했고 사무실에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나도 저 칼퇴근 무리가 될 수 있었는데.. 나도 빨리 끝내고 가야지라는 생각에 노트북을 붙잡고 분노의 타자질을 했다. 일정하게 들리는 타자소리에 일이 하나씩 처리 되고있었다. 노트북에 집중해 일을 처리해나갈때 사무실문이 열렸다. 다 퇴근했는데? 뒤를 돌아 사무실문을 연 사람을 확인하니 전정국이었다. 뭐야. 퇴근한줄 알았는데. 난 전정국을 한 번 보고 다시 노트북으로 눈을 돌려 계속 일을했다.
" 김여주씨. "
오늘 하루종일 지겹도록 들은 전정국의 '김여주씨' 라는 말에 깊은 한숨을 쉬고 전정국을 쳐다봤다. 어느 새 내 책상앞에 선 전정국을 올려다보았다.
" 팀장님 아직도 시키실 일이 남았아요? "
" ... "
" 또 뭔데요? 저도 할 일 있어서 빨리 말 해주세요. "
" 언제까지 그러나 가만히 있으니까 끝까지 팀장님이네. 김여주. "
" 그럼 뭐 반말이라도 쓸까요? "
" 그래도 6년만인데. 안 반가워? "
" 반갑다고 인사하기엔 너무 늦은거같지않아요? "
이제와서 아는척을 해오는 전정국에게 말이 날카롭게 나갔다. 전정국 말대로 6년만에 만나 그동안 잘지냈냐 서로 안부를 묻기에도 짧은 시간에 만나자마자 싸움이라니. 그래도 전정국이 너무 괘씸했다. 오늘 하루종일 그렇게 부려먹고 이제 와서 안 반갑냐고하면 내가 헤헤 거리면서 반갑다 친구야! 할거 같냐. 이제는 뭐 아무사이가 아니라해도 거진 3년을 붙어다녔다. 전정국은 백민지에게 말한듯이 정말 날 그저 동창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평소같으면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했을 질문이었다. 근데 뭐가 무서운지 주춤거리는거 보면 웃음이 나왔다. 전정국은 내 책상위에 초콜릿을 올려놓으며 날 내려다봤다.
" 재회선물. "
" 저 초콜릿 안 먹어요. "
" 아까 초콜릿 고르는거 봤는데 계속 삐딱하게 굴래? "
전정국의 말에 내 책상위에 올려진 초콜릿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책상 서랍을 열어 서랍에 넣어두었다. 아까 편의점에서 마주쳤을때 전정국이 들고있던 초콜릿이었다. 그냥 단순히 옛날 생각이 나서였는지 두근거리는 심장에 애써 인상을 쓴 표정을 유지했다. 난 지금 괘씸한 전정국에게 화가났다. 화가 났어.. 그런 나를 바라보는 전정국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또 무섭게 왜 정색하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6년동안 다른사람 정색에 단련이 됐으니 괜찮다는 생각에 나도 눈을 부릅 떴따.
" 김여주 너 뭘 잘했다고 심통부려? "
" 저 잘 한건 없어도 잘 못한것도 없어요. 하루종일 하라는 일 다 했고 지금 남아서 야근까지 하잖아요. "
" 남자친구있다고 계속 선 긋는다 이거야? "
" 뭐?! "
전정국의 갑작스러운 말에 모든 사고가 멈췄다. 남자친구?.. 대학교 입학 후 멋도 모르고 씨씨 경험 한 번 단체로 나간 소개팅에서 잘 된 일 한 번 외에 내 인생엔 남자라곤 티끌도 찾을 수 없는데 남자친구라니? 대학교에서 경험한 두 번의 연애는 내 성에 차지않았다. 사소한것 하나하나 흠만 보이는 연애를 하다 지친 쪽은 내 쪽이었다. 뭐 남자쪽은 어땠을지는 알리가 없지만. 전정국의 말에 놀라 대답을하니 전정국은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 김태형씨 남자친구 아니야? "
전정국의 말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정신이 혼미해졌다. 김태형이라니 미친거 아니야 진심으로.. 하긴 전정국 눈에 그렇게 비칠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든다. 아침 첫 인상부터가 장난을 치다 걸린 모습이었고 점심엔 밥도 같이 먹고 헤어질때도 살갑게 인사를 하고 떠나니. 김태형은 같은 입사동기였고 그 입사동기중 같은 부서로 온 유일한 사람이었다. 서로 갈굼받은 일이 생기면 위로한다며 부어라마셔라 한게 쌓이고 쌓여 이렇게 친해졌다. 김태형이 남자친구가 아니냐는 전정국의 말에 아니라고 바로 대답하면 되는것을 우리 둘의 계약기간이 멀마 남지 않은 상황에 나만 혼자라면? 그리고 전정국의 나에 대한 감정이 어떤지 나는 전정국의 대한 감정이 정확히 어떤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난 옛정에 이러는건지 6년전 헤어지며 맺은 이별계약때문인지 혼란스러웠다.
" 보기 좋네. 난 옆 부서 백민지씨랑 잘 될거 같은데. "
" 뭐?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요? "
전정국입에서 뜬금없이 터져나온 백민지 이름 석자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잘 되고 자시고를 생각하고 있어? 6년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때 2년을 알고도 확신이 필요해 고백을 미뤄온 전정국과는 차이가 있는듯싶었다.
" 어차피 둘 중 한 명만 애인있어도 우리 계약 무효잖아? "
" 저 김태형이랑 안 사귀는데요- "
전정국은 백민지랑 잘 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고 백민지도 전정국에게 호감이 있는 상황에 난 완벽히 혼자였다. 이건 너무 처참한데? 김태형한텐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다음에 밥 한 끼 사줘야지.
" 제가 김태형 좋아해요. 저도 잘 해보려고요. "
" 그래? 잘 됐으면 좋겠네. "
" 팀장님도요- "
" 계속 그 오글거리는 존댓말이랑 팀장님소리 할 거야? "
" 그럼 하지말까요? "
" 둘이 있을 땐 하지마. 이상하니까. "
" 아, 응 "
전정국의 눈빛이 흔들려보였던건 착각인가 덤덤히 말을 이어나가는 전정국이었다. 전정국도 아직 우리 계약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기분 좋았지만 그 계약이 무효가 될 마당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전정국이나 나나 6년전 감정이 지금도 고스란히 있을거라는 보장이없다. 지금만 봐도 전정국은 내 앞에서 다른 여자얘기를 하고 있었다. 전정국도 야근을 하는 모양인지 제 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더니 다시 몸을 돌려 내 쪽을 보고 말을 하는 전정국이었다.
" 8월31일까지다. 알지? 우리 둘 다 잘 안 되면 그땐 빼도박도 못한다? "
정확한 날짜까지 읊어내는 전정국에 나나 너나 똑같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전정국은 진짜로 백민지랑 잘 되어버리면 난 너무 처량한 꼴이 되는데 어디가서 급하게라도 남자를 구해와야겠다. 아오- 전정국 저건 진짜 금사빠 됐네. 멍청한 놈.
| 암호닉분덜 제 사랑 거부는 거부햇~!♥ |
정전국님! 김다정오빠님! 소진님! 블루블루망토님! 톰톰님! 초코아이스크림님! 0103님! 근돼님! 비림님! 혹시 빠지신분 있으면 알려주세야ㅠㅠ 수정할게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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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생리대, 고급이라 비싸? 아예 무상공급 검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