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정주행하시거나 나중에 댓글을 다시는 분들이
늦은 시간에 알림을 울려서 죄송하다, 으음... 댓글을 많이 달아서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시는데.
여러분...
모든 댓글은...
언제, 어디, 얼마나 달려도
모두 사랑합니다. 하트.
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알람이 울리면 윤기가 일어나 남준이를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남준이가 일어나고 씻은 뒤 윤기가 뒤이어 씻고,
같이 아침을 먹고,
잠시 시간을 보내다 남준이가 출근을 하고,
윤기가 다녀오라며 짧게 인사를 건네는.
그렇게 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윤기가 잠시 노트북을 톡톡 두드렸다가
시간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귀를 축 내린 채로 가만히 고민하다가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겼으면 좋겠다.
현관을 나서고 얼마 전에 또 옅은 비가 와서 그런지
색도가 짙어진 주위를 둘러보다가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걸음을 한참 옮기던 윤기가 도착한 곳은 남준이가 일하는 카페였으면.
몇 번을 와봐서 익숙해진 거리를 걷다가 카페가 보일수록,
점점 다가올수록
원래 다급하지 않던 걸음이, 더욱 속도를 늦추다가
결국 멈췄으면 좋겠다.
나는 갑자기 왜 여기에 온걸까.
스스로가 제 걸음에 대한 답을 내릴 수가 없어 가만히 서서 카페의 간판을 올려보다가
이왕 온거 그때처럼 그냥 마실 만한 거 하나 주문해서 가지고 가자고 결정을 내리고 카페의 유리문을 밀어 열었으면 좋겠다.
딸랑 거리는 소리가 울리면 두 남자의 어서오세요. 라는 목소리가 뒤이어 울렸으면.
윤기가 쭈뼛거리면서 카운터 근처에 알짱거리면
예상과 다르게 뒤돌아있던 두 남자 중 지민이가 다가와 카운터에 섰으면 좋겠다.
어, 남준이 형의...
예?
아니, 아니에요. 주문 하시겠어요?
아, 저기... 으음.
천천히 읽어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메뉴에 당황한 윤기가 얼른 눈동자만 또르르 굴려 메뉴판을 읽어내리면
지민이는 익숙하다는 듯 웃으며 가만히 서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남준이가 너 이거 자꾸 제대로 안 닦아놓을 거냐면서 잔소리를 하면서 다가오다가 윤기를 발견했으면.
윤기 형?
그 부름에 어깨를 들썩일정도로 놀란 윤기가 고개를 홱 돌렸다가 눈이 마주친 상태로 고개만 끄덕였으면.
여기는 무슨일이에요?
그냥, 근처에 나왔다가 들렸어. 이것만 사고 갈거야.
아, 왜요. 나 30분만 있으면 끝나는데 이왕 온 거 같이 가요.
... 응.
아, 지민아. 주문 내가 받을게. 너 저거 닦아놔.
남준이는 카운터에 서있는 지민이를 쭉 밀어냈으면.
그리고 카운터에 자신이 서서 한결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윤기를 바라봤으면.
윤기는 그 눈빛에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면서도 거짓말을 한터라 속이 찔끔거려 괜히 시선을 피했으면.
지민이는 그 모든 것을 빤히 바라보다가 씩 웃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추천으로 과일 스무디를 하나를 고른 윤기는 태형이의 카드로 결제하려다
남준이가 당연하다는 듯 주머니를 뒤적이다 알아서 계산하고 조금만 기다리라며 휙 가버리자 잠깐 당황했으면 좋겠다.
이미 스무디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버린 남준이를 부르기도 애매해 슬쩍 픽업대 근처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으면.
턱을 괴고 그제야 카페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면서 그 공간에서의 남준이를 상상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홀을 정리하던 지민이가 쪼르르 윤기의 옆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남준이 형이랑 친구세요? 저는 박지민이라고 해요.
아, 안녕하세요.
말 놓으셔도 돼요.
씩 웃으면서 휘어지는 눈가나, 제게 보내오는 눈빛이 한없이 호의적이라 절로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낯을 가리는 듯, 아니면 사람이 어색한 듯 보이는 윤기를 이리저리 지민이는 속으로 살펴보면서 웃었으면 좋겠다.
케이크는 안 드실거예요? 여기 케이크 엄청 맛있는데. 마카롱도. 혹시 단 거 좋아하지 않아요?
아. 좋아... 해.
그래요? 남준이 형 친구분이시니까 제가 하나 사드릴게요. 이리 와보세요.
제 말에 반응해주는 윤기가 좋은건지 지민이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살갑게 윤기의 손목을 잡아 끌어
케이크와 베이글, 그리고 마카롱과 그 외 가벼운 베이커리가 진열된 유리 케이스 앞으로 윤기를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어느새 볼에 홍조를 띄운 채로 한참 마카롱과 꾸덕한 초콜릿 조각 케이크에서 무엇을 고를지 갈등하는 윤기를 보고
남몰래 귀엽다면서 웃었으면 좋겠다.
이래서 남준이 형이 그렇게 푹 빠졌나?
픽업대에서 이제 막 스무디를 올려놓고 윤기를 찾으려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남준이를 보며 키득였으면.
뭐하냐며 남준이가 윤기에게 스무디를 건네면 윤기가 고맙다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스무디를 받아마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남준이를 올려보면
남준이를 뿌듯한 얼굴로 웃으면서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기다려요. 나 곧 끝나.
응.
스무디를 쪽 빨아당긴 윤기가 남준이가 가면 지민이의 추천으로 결국 조각 케이크를 고르고
테이블에 앉아 작은 포크로 조각 케이크를 먹고, 스무디를 마시면서
카운터 안에서 투닥거리는 지민이와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거리낌없이 남준이가 지민이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머리를 헝클이고,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알게모르게 시무룩해졌으면 좋겠다.
저와 다르게 친근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남준이와 지민이를 보면서 제 손끝을 꼼지락거렸으면 좋겠다.
사실은
지민이가 자꾸 윤기에게 살갑게 말을 붙이는 게 싫었던 남준이가 겉으로 티는 못 내고 그렇게 지민이를 잡아두고 있던 것도 모르고.
남준이가 퇴근할 시간이 될 즈음에는 윤기가 부지런히 먹어 케이크와 스무디가 텅 비워져있었으면.
그리고 지민이에게 같이 인사를 하고 걸어가는데 윤기가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이 걸음만 옮기자
먼저 이것저것 이야기 하던 남준이가 의아한 얼굴로 윤기의 표정을 살펴봤으면.
왜 그러냐고 물어도 딱히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 또 한 번 어색해진 채로 집 앞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윤기 형.
...?
겨울이라 일찍 찾아온 밤이 얼른 낮을 물들여 제 색을 뽐내기 시작할 즈음,
남준이가 멈춰서 윤기를 불렀으면.
윤기가 고개를 돌리면 남준이가 그 앞에 서서 둘이 마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잠시 숨을 고르던 살짝 긴장이 어린 얼굴의 남준이가 손을 뻗어 윤기의 손 끝을 조심히 그러쥐고,
고개를 숙여 윤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윤기가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만큼 놀라 눈을 크게 뜬 채로 얼어버리면,
잠시 뒤 입술을 뗀 남준이가 슬쩍 시선을 피하면서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형도, 오늘 기운이 없어보여서 내가 위로해준거예요.
응.
아, 방금 내 목소리 떨리지 않았을까. 정지된 머리가 생각이 아닌 온통 쿵쿵 울리는 소리로만 가득 차 윤기가 눈을 꾹 감았다가 떴으면 좋겠다.
잠시간의 정적 이후에
천천히 잡혀있던 두 손이 떨어지고,
남준이가 먼저 몸을 돌리면 윤기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겨우 목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다.
등을 보인 남준이를 보면서 떨림도 채 감추지 못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이거 이상해.
...?
왜, 왜. 위로일 뿐인데
이렇게 심장이 뛰어?
위로라는 게 원래, 이런거야?
그 말에 남준이의 걸음이 멈췄으면 좋겠다.
고개를 돌려 남준이가 바라본 것은
금방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붉게 물들어 떨리고 있는
윤기의 얼굴이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윤기의 거리는
딱
한 걸음정도였으면 좋겠다.
-
숨겨진 이야기 하나. 한참동안 남준이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주지 못 했다.
숨겨진 이야기 둘. 남준이가 한발짝 다가가 다시 윤기의 손 끝을 그러쥐었다.
숨겨진 이야기 셋. 천천히 남준이의 고개가 움직이면서 윤기와 눈을 마주쳤고, 윤기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숨겨진 이야기 넷. 모르겠으면, 한 번 더 해볼래요?
숨겨진 이야기 마지막.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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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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