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토끼 모습으로 침대 위를 뒹굴거리는 윤기를 본 남준이가 잠시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역시 한 번은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냥 안고 가면 되나.
잠시 인터넷으로 무언가 검색하던 남준이가, 결국 결심을 하고 일어났으면.
그리고 나갈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윤기가 슬쩍 일어나면 남준이가 손을 뻗어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토끼 모습 그대로 있어요.
그 모습으로 나가야 되니까.
그러면서 작은 담요 하나를 가져와 마치 아기의 포대기를 싸주듯이 윤기를 감싸 안았으면.
윤기는 당황해서 입가를 씰룩이면서 귀를 바짝 세웠으면.
앞 발로 남준이의 손등을 툭툭 두드렸으면 좋겠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고 말하는 것 같은 윤기의 모습에 남준이는 그저 씩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동물병원이었으면 좋겠다.
건강검진을 하러 왔다며 담요에 쌓여진 하얀 토끼를 내보이는 순간 윤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으면.
멍하니 있다가
어느새 저도 모르게 이리저리 검사를 받게 되어 한숨을 푹 내쉬었으면.
귀찮게 뭐 이딴 걸 하냐.
속으로 중얼중얼거리면서도 저보다 더 진지한 얼굴로 검사를 바라보는 남준이의 얼굴에 결국 얌전히 있었으면.
마지막으로 몸무게를 재겠다며 윤기를 저울에 올려놓자마자 윤기가 고개만 빼꼼 내밀어 제 몸무게를 확인하려고 했었으면.
그러다가 수의사가 몇 키로라고 이야기하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던 제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무게에 경악을 했으면 좋겠다.
키는 1cm도 안 컸으면서 왜 몸무게만? 망연자실하게 간호사의 손에 덜렁 들여진 윤기가 멍하니 충격에 빠져있었으면.
다만 남준이는 조금 마른 편이라는 말에 역시나 싶어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토끼가 굉장히 건강하니까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대신에 살은 조금 찌우는 게 좋겠다는 말에 남준이의 고개가 비장하게 끄덕여졌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병원에 들린 김에 윤기가 쓸만한 장난감 하나와 간식 하나를 샀으면 좋겠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윤기와,
윤기의 살을 찌울 계획을 짜고 있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검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윤기가 남준이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려서 온 거실을 계속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내내 안겨있어서 답답했나, 싶었던 남준이가 그런 윤기를 피해 조심히 발을 움직이면서
잠시 시간을 확인하고, 핸드폰으로 또 무언가를 검색했으면 좋겠다.
토끼야.
사람으로 변해봐요.
나가게.
방금 들어왔는데 또 나간다는 말에 윤기가 뛰던 것을 멈추고 가만히 남준이를 올려봤으면.
그러면 남준이는 윤기가 입을 옷을 꺼내 놓아주고는 얼른 갈아입으라는 듯이 손짓만 했으면 좋겠다.
윤기가 사람으로 변해 옷을 챙겨입고는 외투를 걸치면서 남준이를 톡톡 건들이면
남준이는 윤기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면서 씩 웃었으면 좋겠다.
밥 먹으러 갈까요?
남준이가 윤기를 데려간 곳은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왜 이런 비싼 곳을 온거냐면서 눈을 도르륵 굴리면 안 비싸다고 말하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서로 외투를 벗어놓은 뒤에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윤기를 데리고 샐러드바로 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릇을 하나 쥐어주고,
직접 하나하나 평소 윤기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그릇을 가득 채워줬으면 좋겠다.
... 야, 나 이렇게 많이는.
천천히 먹어요.
남준이 취향의 고기로 가득찬 그릇까지 나란히 놓여지고 나서야 둘은 식사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많은 샐러드 종류에,
또 한 켠에 자리한 아이스크림,
상큼한 과일이 속속 들어간 젤리,
많이 먹어보지 못한 조각 과일,
알록달록한 처음보는 아기자기한 케이크,
바삭한 쿠키 등. 윤기는 결국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라는 생각과 함께 열심히 입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주는 것도 덥썩 받아먹고,
나중에는 남준이를 기다리다 못해 혼자 샐러드바로 향해 그릇을 채워와 앉았으면 좋겠다.
윤기가 와중에 색이 예쁘다며 자몽을 가져왔다가 한 입 깨물고는 쓴 맛에 한가득 인상을 찡그렸으면.
남준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빵 터져서 귀엽다며 중얼거리면서 웃다가
윤기에게 커피 머신 쪽에서 뽑아온 핫초코를 건네줬으면.
이건 과일이 아니라 독약이라면 얼른 젤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윤기가 보고 싶다.
그러면서도 과일이 맛있었는지 찡그렸던 미간을 천천히 풀어내는 윤기를,
남준이는 맞은 편에서 턱을 괴고 빤히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후식까지 깔끔히 비운 윤기가 평소의 배로 몰려오는 포만감에 낑낑대면
남준이는 못지 않게 부른 자신의 배를 껴안고 한참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날부터 매일 패밀리 레스토랑에 오지 못하는 대신,
집 한 켠에 항상 말린 당근과 토끼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건초가 자리했으면.
알바에 다녀와서 당근과 건초의 양을 확인하는 남준이가 매일 조금씩 줄어드는 양에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검진 때 병원에 가서는,
저울 위에 올라간 윤기가
제 앞발을 내려 몸무게가 나타나는 숫자판을 가려버렸으면 좋겠다.
그런 윤기의 움직임이 무색하게 바로 두 앞발을 잡아 들어올린 남준이가,
저번보다 더 나가는 몸무게를 보고 기분 좋게 웃었으면 좋겠다.
윤기의 입과 코가
너 때문이라는 듯 한가득 불만은 담은 채로
씰룩씰룩거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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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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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