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은 계곡물 흐르듯이 흘렀고 벌써 여름방학이 왔다.
내다리는 다시 멀쩡해 졌고 우리는 여름방학을 해도 보충수업으로 학교를 와야한다는 고등학생들의 슬픈현실에 대해 욕을 했다.
"이게뭐야…이게 방학이야?? 딱 일주일 밖에 안되잖아!!!"
방학식이 끝나고 찬열이와 집에 가는 길에 짜증을 냈다.
아오 열받아.
"왜…난 좋은데"
"뭐가 좋냐?"
"그냥…친구들이랑 만날수있잖아"
"어휴"
나는 찬열이를 한심스럽게 쳐다봤다.
"아! 찬열아 우리 종대랑 세훈이랑 넷이서 계곡갈래? 내일 토요일인데 가자"
"아 그럴까? 애들한테 연락해봐"
"아싸!!"
나는 종대와 세훈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둘다 여자친구랑 약속이 있다는 말에 욕을 한바가지정도 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망할놈들. 친구보다 여자친구라 이거지??"
"그럼…우리둘이 가면 되겠네."
"둘이?"
"응. 둘이가자. 너 물놀이 가고싶어했잖아"
"그래…어쩔수없지뭐"
"우리 고모가 산장하시는데 거기 가자. 내일 가서 일요일에 오자."
"1박2일?"
"응"
"헐대박…"
"그냥 간단히 옷만싸와. 고모한테 말해두면 이모가 음식 다 준비해주실꺼야"
와…난 찬열이를 경이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신이나서 찬열이와 헤어지고나서 내방으로 들어가 짐을 쌋다.
"어디가냐?"
"응"
"어디가는데?"
"찬열이랑 계곡가기로했어"
"헐 나도 데리고 가"
"꺼져. 누나는 누나 친구들이랑 가"
"나쁜새끼. 근데 찬열이는 잘 지내냐?"
"뭐…걔는 항상 잘 지내지"
"걔는 정말 용됬어. 초딩때만해도…"
"내가 봐도 그래"
"그치? 근데 걔는 사귀는애 없어?"
"왜 누나가 데리고 가게? 누가 고딩좋아해? 22살 먹어서"
"아니 그냥 그렇게 잘생겼는데 설마 여친없나해서"
"걔 없어. 여자애들 별로 안좋아하더라. 인기 많은데 다 차던데"
"눈이 높나보다"
"그런가?"
나는 누나의 쓸데없는 수다를 받아주며 짐을 다 챙겼다.
**
"잘놀다 가라~"
"네!! 고모님!!"
아침일찍 일어나 찬열이와 버스를 타고 계곡이 있는 산장으로 놀러갔다.
산장은 정말 이뻤다. 하얀집에 파란색 지붕.
찬열이네는 유전자가 우월한지 고모님의 외모도 한가닥 하셨다.
고모님은 찬열이 친구냐며 어서오라고 하셨고 음식이랑 필요한건 다 방에 있으니까 잘 쓰라고 하셨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퀸사이즈 침대 하나와 넓은 거실, 그리고 테라스가 있었다.
취사도구도 다 세팅되어 있었다.
"야, 진짜 좋다…"
"그치? 나 매년 여름에 가족들이랑 여기 놀러와"
"우와 부럽다…나는 그냥 계곡갔다가 바로 집에 가는데"
나는 이곳저곳 돌아보다가 지쳐 침대에 드러누웠다.
"벌써 힘들어?"
"응…"
"그럼 좀 자. 이따가 깨울께"
나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잘 자고 있는데 옆에서 부시럭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살짝 떠보니 찬열이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깼어?"
"너도 잤어?"
"좀…누워있었어. 계곡가자"
"그래!!"
나는 얼른 일어나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찬열이가 신경쓰였다.
왜 신경쓰이지..나는 옷을 들고 볼일보러가는척 하며 화장실에 가서 갈아입었다.
**
"야 이거 진짜 맛있다!!!"
한참을 계곡에서 놀다가 삼겹살을 구워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많이 먹어"
"응응"
"많이 먹고 많이 커야지"
나는 많이 크라는 찬열이의 말에 찬열이를 째려봤다.
"왜"
"너…지금 나보다 키 크다고 자랑하는데…옛날엔 너보다 컸어!! "
"그건 옛날이고"
"어휴…그 찌질하던 박찬열은 어디에 있을까?"
"아 걔 전학갔잖아."
"지랄한다"
찬열이의 농담에 나는 욕을 해줬다.
뭐가 좋은지 싱글생글 웃는데 잘생겼다.
"꺼억-"
"배불러?"
"응"
"하긴 그렇게 먹었는데 배 안부르는게 이상하지"
"헤헤"
"너 먼저 씻어. 나는 설거지 좀 해야겠다"
"응"
나는 옷가지들을 들고 샤워실로 향했다.
우리집에 있는 욕실도구보다 좋다 좋아.
"빨리좀씻…"
"야!!! 문닫아!!!"
"문잠긴줄알았지!!"
몸을 닦는데 갑자기 찬열이가 여는 바람에 두손으로 그곳을 가렸다.
"빠…빨리 나와"
"알겠어…"
나는 얼른 화장실문을 열고 나오자 얼굴이 홍당무같이 빨개진 찬열이를 볼수있었다.
"술마셨냐?"
"왜"
"니 얼굴 토마토같애"
찬열이는 내가 나온 샤워실에 들어갔다.
나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따뜻한 침대속으로 쑥-들어갔다.
행복해…아…
나는 티비를 켰다.
"흐응…아…앙…"
어…어…
티비를 켜자마자 성인영화가 나와 당황했다.
어짜피 박찬열도 샤워하러 갔으니까 그냥 봐야겠다.
"변백현 변태"
한참을 영화에 집중하는데 박찬열이 갑자기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바람에 놀랬다.
"아 깜짝이야. 야 이게 왜 변태야. 남자가 야한거 보는건 본능이야"
"……정말?"
"당연…하…지…왜.왜그래…"
찬열이는 샤워가운만 입고 나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덕분에 침대에 드러눕게 되었고 찬열이는 내 위에 올라 내 눈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봤다.
우리둘은 아무말도 없었다.
찬열이는 한참을 그렇게 하더니 다시 일어나 드라이기 어딨냐며 내게 물었다.
**
"야 너 여기서 자게?"
"응"
"아 쫍아"
"뭐가 쫍아. 이거 퀸사이즈야"
"너 키커서 안되"
"아깐 잘만자던데? 나한테 쏙 안겨서"
"아 내가 언제!!"
자려는데 박찬열도 침대에서 자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나는 그 황소고집을 꺾을수가 없었고 그냥 같이 자기로 했다.
자려는데 왜이렇게 잠이 안오는지…심장이 평소보다 세차게 뛰는것 같았다.
"박찬열…"
"……응…"
"나…잠…안와"
"그럼 양 세"
"양 싫어. 야 우리 얘기좀하자"
"…무슨얘기"
"그냥 이것저것"
"이것저것?"
"응. 야 너 좋아하는 사람있냐?"
"……어"
"헐 진심???? 왜 나한테 여태 말안했냐. 배신자. 누군데? 우리학교? 이뻐?"
"어"
"헐…실망이다. 어떻게 생겼는데?"
"강아지같이 귀여워"
"와 진짜 귀엽겠다."
"너는…좋아하는 사람있어?"라고 묻는데 왜 내 머릿속엔 아까 나에게 다가오던 박찬열이 생각나는지…
"없…어"
"아…"
"근데…"
"응"
"뜬금없는데"
"응왜"
"너 키.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많이 큰거야?"
"원래 우리집안이 키가커. 엄마도 키크고 아빠도 키크고. 아까 고모도 봤지? 키큰거…나는 우리집안 남자들중에서 제일 작은편이야…그래서 초딩때 쬐끄맣고 뚱뚱했을때 어른들이 나 돌연변이 아니냐고 그랬었다?"
"아…"
"키땜에 되게 스트레스 받아서 많이 먹으니까 살찌고…성격도 소심해졌는데…우리엄마랑 너네어머니랑 친구라서 너가 어쩔수없이 나랑 같이 다녔잖아"
"응"
"그때 너한테 되게 고마웠다? 다른애들은 나 돼지라고 놀리고 피했는데. 넌 내 옆에 있어줘서"
"나도 어쩔수없었어…애들이 왜 같이 다니냐고 하는데…그래도 너랑 놀다보면 나쁜애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너도 착하니까 친구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
"그렇…구나"
"그래도 그때 같이다녀서 지금도 친구잖아!! 난 좋은데?"
"난…"
"……"
"아니야…나 잘래. 피곤하다"
찬열이는 나에게 등을 돌려 잠을 청했다.
나도 스르륵 잠이 들었다.
여름방학내내 보충수업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더워서 짜증내는 것보단 학교에서 시원하게 에어컨틀고 공부하는것도 괜찮았다.
찬열이는 내 1학기 성적표를 보고는 안되겠다며 같이 학교 끝나고 독서실가자며 우리엄마를 설득해 독서실비를 얻어내어 독서실을 강제로 등록했다.
"아아아아아아 집에가고싶어. 오늘은 그냥가자 응?"
"안되. 공부해야지"
"왜!!!"
"너 대학안갈꺼야?"
"응"
"진짜?"
"아…아니 가야지"
"그럼 공부해"
보충이 5시에 끝나고 집에서 간단히 밥먹고 독서실가서 11시에 오는데 미쳐버리겠다.
그래도 엄마가 공부잘하는 찬열이랑 같이 공부한다니깐 용돈 많이 줘서 좋긴했다.
어느날이였다.
보충이 끝나고 찬열이네 반앞에서 찬열이 기다리는데 존나 늦게 나오는것이였다.
그래서 짜증나서 교실문을 벌컥열고 들어갔는데 어떤 여자애가 찬열이랑 키스를 하고 있었다.
"어…"
나는 당황한 눈빛으로 찬열이랑 그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학교를 빠져나왔다.
심장이 요동친다. 얼굴이 빨개지고 이상했다. 이런기분은.
나는 얼른 내 방으로 들어가 그대로 침대에 들어갔다.
눈에서는 눈물이 났는데 왜그런지 나도 모르겠다. 이상했다. 많이.
내가 누구땜에 이렇게 우는거지? 박찬열때문에? 왜? 박찬열이 여자랑 키스하니까? 그게 왜? 질투나니까 왜 질투가 나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벌컥열고 들어왔다.
"…변백현"
찬열이였다.
나는 이불을 더 꽁꽁 싸매고 내 얼굴을 보여주지않았다.
"백현아"
"……"
"변백현"
"……너…"
"……"
"그 여자애랑 사겨?"
"…아니"
"근데 왜 키스…했어?"
"그게"
"걔랑 왜 키스했어? 너 걔 좋아해? 그때 산장갔을때 좋아하는 사람 있다는거 걔야?"
"아니야"
"그럼 뭔데!!!"
찬열이는 갑자기 이불을 확 걷어 내더니 내 볼을 두손으로 잡고는 그대로 키스를 했다.
"내가…좋아하는건 너야. 병신아"
그리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
"아…"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서 등교를 했다.
찬열이 집에 갔더니 찬열이는 아침일찍나가고 없다고 했다.
나는 터벅터벅 걸어갔고 찬열이네 교실을 지나갈때 찬열이를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휴…"
나는 내 자리에 앉아 가방을 책상 옆 고리에 걸어놓고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야 왜케 힘이 없어"
"아 몰라"
세훈이는 힘내라고 한마디 해주고는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손을 들어 내 입술을 살짝 만졌다.
어제 찬열이도 울었던것 같은데…찬열이 입술…느낌…촉감
미쳐버리겠다…박찬열이 좋아하는 사람이 나?
아………머리아파
박찬열은 오늘 날 보지않겠다고 작정을 했는지 점심시간에 세훈이랑 찬열이반에 갔는데 종대가 찬열이는 밥 안먹는다고 전해달라고 했다.
"야"
"응"
"너네 싸웠냐?"
"어…?"
"딱봐도 싸웠네. 뭐땜에 싸웠냐?"
"안싸웠어…"
"그럼?"
"그냥…그런게 있어"
"아 뭔데 말좀해봐"
"아 몰라!! 니들이 박찬열한테 물어봐…나도 심란하니까"
"괜히 성질이야. 밥이나 쳐먹어"
"에이씨…나 안먹어!!"
"그래?"하더니 세훈이랑 종대가 내 식판에 있는 비엔나 소시지랑 오징어무침을 다 가져갔다.
나는 그냥 그대로 반으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에 혹시나 하고 찬열이네 반에 기웃기웃거렸는데 역시나 없었다.
나는 어깨가 축 처졌고 몸을 돌려 가려는데 누군가와 부딪혔다.
"……"
"어……찬열아"
"……왜"
"밥은…먹었어?"
"…아니"
"먹으러 가자!"
"됬어……"
찬열이는 날 뒤로하고 자기자리로 돌아가 책을 펴고 공부를 했다.
나쁜놈. 좋다고하땐언제고!! 좋다고 했으면 그다음엔!! 그다음엔?? 뭐지 나 지금 사귀자는 말을 기대하는건가?
뭐야 뭐냐고!!
나는 보충수업이 끝나고 혼자서 집에 오려는데 옆에 독서실이 보였다.
그래, 여기에 있으면 찬열이가 올꺼야. 혹시몰라. 하는 마음에 독서실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
한 20분쯤 공부했을까 옆자리인 찬열이 자리에 찬열이가 왔다.
날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데 짜증났다.
아니 사람이 좋다고 말을했으면 그다음에 사귀자 하고 사겨야지. 뭐야 이게? 좋아한다고 하고 끝나? 답답해…
나는 집중도 안되고 옆에 찬열이의 샤프소리만 들릴뿐이였다.
혹시…나도 찬열이를 좋아하나? 에이…
생각해보니깐…찬열이의 행동때문에 가슴이 졸였던 적이 몇번있었다.
그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그때 산장 갔을때도…나한테 다가올때 두근두근 거려서 죽는줄 알았는데
이게 좋아하는건가? 맞는것같아…아…
나도 찬열이를 좋아하는구나…그래서…지금 내가 이러는거고…그래…
드디어 답이 나왔다. 나도 찬열이를 좋아한다.
시계를 보니 11시였다.
찬열이는 가려는지 짐을 싸고 나가버렸다. 나는 그런 찬열이를 보고 허겁지겁 가방을 챙겨 뒤따라 나갔다.
워낙 얘가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방금 나갔는데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박찬열!!!!!!!!!!!!!!!!!!!!!!!!!"
"……"
찬열이는 내가 부르는 소리에 뒤 돌아 섰다.
"야!!!! 같이가"
"……"
찬열이는 말 없이 날 쳐다봤다.
"왜 혼자가… 같이가"
"……"
"야 멍청아"
"……"
"너 나 좋아한다며"
"……"
"좋아하면 그다음엔. 그다음엔 사귀자고 해야하는거 아니냐?"
"……뭐?"
"병신아, 나도 너 좋아한다고!!!"
"……정……말?"
"그래!! 그러니까 우리…아니…너랑 나 한번 사겨보자"
"…진짜? 장난아니지? 내가 불쌍해서 그냥 받아주는거……"
나는 울먹이는 찬열이를 꽉 안았다.
"……아니야.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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