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강아지.
Shizuko Mori - Sunny
서류를 정리한 윤기가 집에서 해야할 작업량을 머릿속으로 정리했으면 좋겠다.
회사에 일정하게 들려서 일한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해야하고,
가끔 프레젠테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미팅이나 회의를 하면서 본인의 자료를 챙겨야하기도 하고,
정말 더 가끔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도 해야하는.
오늘은 제일 빈도가 낮은 거래처 사람을 만나는 날이라 오랜만에 정장을 챙겨입은 윤기가 보고 싶다.
윤기는 오랜만에 차려입고 왔다며 옆에서 계속 말을 거는 호석이의 말을 반쯤은 듣고 반쯤은 흘리면서
핸드폰 갤러리 안에 가득한 남준이의 사진을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거래처 사람을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그제야 핸드폰을 내려놨으면.
한참 앉아서 이것저것 따지며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이미 큰 틀은 다 마련이 되어있고 그 안에 자잘한 사항들도 회사측에 넘기고 싶었지만
거래처에서 하도 윤기를 직접 보면서 조절하고 싶다고 말해서 마련된 자리라 윤기는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으면.
그래도 맡은 이상 대충 할 생각은 없어서 거래처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더 꼼꼼하게 세부사항들을 정해나갔으면 좋겠다.
얼추 조절할 것들은 다 조정하고 마무리가 될 즈음 유독 윤기에게 말을 걸고, 관심을 보이던 사람이
나중에 호석이가 먼저 자리를 비우고 흩어질 즈음 윤기의 손에 명함을 쥐어주었으면.
그리고 회사를 지나 한참 윤기의 옆에 찰싹 붙은 채 이야기를 걸었으면 좋겠다.
이 남자가 나한테 왜 이러나. 의문이 든 윤기가 남자를 내심 경계했으면 좋겠다.
살짝 사적인 질문도 섞여있는건 윤기가 알아서 피해가는 것을 보고
남자는 재밌는 사람이라며 웃었으면 좋겠다.
윤기의 인상이 찡그려질 즈음 조심스럽게 캐스팅 제안을 했으면.
자신의 회사 쪽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어떠신가요?
아예 없던 일은 아니라 그제야 윤기는 남자의 관심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남자랑 사귄다고 이 남자의 관심도 그 관심이라고 생각하다니, 자뻑이라도 생겼나.
남자가 열심히 자신의 회사쪽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들을 나열하는 것을 멍하니 흘겨들으며
윤기는 속으로 다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계약이 아니라 캐스팅 때문에 온 것 마냥 굴던 남자가 식사 제안까지 했지만
그 제안은 선약이 있다는 윤기의 사절에 무너졌으면 좋겠다.
이제야 떨어졌다.
남자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달라는 말을 남기며 악수를 하고 떠나가면 그제야 윤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으면.
아직도 코 끝에 남자의 짙은 향수냄새가 남은 것 같아 인상을 찡그리며 손을 휘휘 저어대다가
집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저녁을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집에 들어간 순간
쿵쿵거리면서 바닥을 박차고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절로 윤기의 입꼬리가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달려오던 남준이가 윤기의 바로 앞에서 뚝 움직임을 멈췄으면 좋겠다.
신발을 벗고 들어온 윤기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면
표정을 굳히고는 다가와 윤기의 어깨를 그러쥐고,
목덜미에 코를 파묻은 채로 향을 맡았으면 좋겠다.
왜 그래, 준아.
남자 냄새.
... 가면 만나는 게 대부분 남자니까.
아니. 평소보다 짙어. 맡아 본 적도 없는 냄새.
아, 내내 같이 있던 그 남자 때문인가. 이럴 때 남준이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있어야 된다는 걸 이미 안 윤기는 가만히 서 있었으면 좋겠다.
목덜미에 느껴지는 숨결이 간지럽다고 느낀 순간
윤기의 손목을 그러쥔 남준이가 이번에는 손목과 손바닥에 코를 대었으면 좋겠다.
평소보다 기분이 썩 좋아보이지 않네, 하고 중얼거리다 손목에 느껴지는 딱딱한 이에 윤기가 작게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뭐해.
얼마나 달라붙어 있던거야.
...?
평소보다 너무 짙어. 냄새가.
어지간히 윤기의 몸에서 나는 낯선 남자의 향수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상을 찡그리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가만히 있던 윤기가 뿔이 난 듯 보이는 남준이의 표정에 작게 웃음을 내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팔을 살짝 벌렸으면 좋겠다.
냄새가 짙으면,
네가 지워줘.
준아.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바로 다가가 윤기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마음에 안 든다고 중얼거리면서 윤기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부볐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행여 힘이 많이 들어간 제 팔에 윤기가 숨이 막히지 않을까, 조심히 힘을 풀었으면.
그러면 윤기가 그만큼 더 힘을 줘 남준이의 허리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질투해?
이게 질투야?
그런 것 같은데.
그럼, 질투 난 거 풀어줘. 주인아.
윤기의 목덜미에 입을 맞춘 남준이가 살짝 혀를 내어 간질이면
윤기가 남준이의 뒷머리를 약하게 그러쥐었으면 좋겠다.
풀어준다고 한 적 없어.
툭 떨어진 외투를 힐끗 내려본 윤기가 나직히 중얼거렸으면.
그 말에 키득인 남준이가 윤기의 와이셔츠 단추를 툭 풀어내면서 고개를 올려 윤기의 입술에 짧게 제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나 질투하는 중인데.
...
하지마?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가 느릿하게 한숨을 내쉬다가 반쯤 풀린 와이셔츠를 내려봤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눈을 마주치다가 몇 번 눈을 깜박일동안의 정적이 지난 후에
윤기가 넥타이를 그러쥐었으면 좋겠다.
천천히 풀려진 넥타이가 바닥에 툭 떨어졌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으면.
윤기의 입술에 입을 맞췄으면.
다시 내 냄새만 나도록,
금방 지워줄게.
남준이의 목소리에 윤기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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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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