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음이 고막을 찢을 기세로 귀에 꽃혔다.
널부러진 책상과 의자 사이에 홀로 서있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의 손을 타고 피가 뚝 떨어졌다.
아무 것도 담고 있지않은 소년의 눈동자엔 공허함이 묻어나왔다.
한 쪽 입꼬리를 힘겹게 끌어올리며 주위를 살피는 남학생의 입이 이내 열렸다.
" 뭘 봐, 네들도 이제 내가 우습다 이거야? 시발. 왜 다 그딴 표정들인데? "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한 반 아이들에게 매서운 기세로 욕설을 퍼붓던 소년은 허탈한 듯 웃음을 흘리곤 넥타이를 풀어버리며 교실을 나갔다.
반을 나와 갈 곳이 없어 방황하던 소년은 어릴적 자주 가던 동네 놀이터로 향했다.
아직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꼬마들 4명이 저들끼리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우며 놀고 있었다.
그네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 남자아이가 소년의 교복 끝자락을 잡아왔다.
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면 아이는 방긋 웃으며 저를 끌고 모래가 가득한 땅으로 가 앉았다.
" 야 꼬마, 뭐냐. "
" 형아! 형아는 칭구업쏘여? 왜 그러케 혼자 앉아이써여? "
" ... 뭐? "
" 칭구! 형아 나랑 칭구해요! 자 이거 봐바여, 나 모래성 디게 잘 쌓아여! "
바람빠진 웃음 소리를 내며 아이가 하는 짓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소년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아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한동안 그렇게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내일 또 놀자며 손을 흔들고 엄마의 손을 붙잡고 가는 아이를 바라보다 소년도 자리를 떴다.
어느새 자취를 감춘 해를 대신해 빼꼼히 고개를 내민 달이 보였다.
집으로 들어 가기는 싫었다, 소년의 집은 지금쯤 술병이 나뒹굴고 온갖 폭력이 난무할테니.
소년은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리자 거찬 욕을 내뱉었다.
그래서 그렇게 외박을 했다.
늘 그랬듯 친구라는 양아치들과 술판을 벌이고 당연하단 듯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잤다.
어기적 어기적 일어났을 땐 어느새 아이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되었다.
서둘러 붕 떠버린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마이를 걸친채 놀이터로 향했다.
소년을 발견한 아이는 재빨리 소년에게 달려왔다.
" 형아! 왜 인제 와써! "
" ... 미안, 꼬마 많이 기다렸냐? "
" 흥 형아 오늘은 나 마니 노라줘야대! 알아찌? "
고개를 슬며시 끄덕이자 해맑게 웃으며 소년을 끌고 의자에 걸터 앉는 꼬마의 머리를 또 익숙하게 쓰다듬었다.
대뜸 꼬마가 누나!라고 반갑게 외친 곳을 바라보면 어딘가 익숙한 소녀가 보였다.
예쁘게 웃으며 꼬마를 안아든 소녀가 소년을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꼬마는 내려와 소녀를 끌고 소년에게 갔다.
" 형아! 내 누나야! 예쁘지요? "
" ... "
" ... 권순영? "
" ... 칠봉? "
소년의 기억 속 자리한 소녀가 맞았다.
어딘가 모르게 누군가가 자꾸 떠올랐던 꼬마.
그래, 역시나.
소년을 제일 잘 아는 소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어서 굳이 이렇다 저렇다 설명 할 필요가 없는 소녀.
소년의 옆에 다가와 털썩 앉았다.
" ... 왜 또 학교 안 가고 여기 있어. "
" ... 그냥. "
" 우리 00이랑 노려고 안 간 건 아닐 거 아니야, 그치? "
" ... 알면 좀 조용히 해. "
살포시 웃음소리를 흘리는 소녀를 흘깃 쳐다보고 따라 웃는 소년이었다.
홀로 모래장난을 하는 꼬마를 바라보며 소년이 입을 열었다.
" 봉아,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
" 뭘? "
" ... 나를 말이야, 그리고 내가 뭘 해야하는지. "
"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건 아니고? "
" ... "
" ... 아저씨는 아직도... 매일 술 드시는 거야? "
" ... 그 아저씨 성격이 어디 가냐. "
" ... 아줌마는 좀 어떠셔. "
" ... 집 나갔어, 엊그제. "
" ... "
" 학교에 소문이라도 났을까봐 더 못된 짓 하고 그냥 나왔어, 시선 받는 거 늘 있던 일인데 그날따라 무서웠어. "
" ... 그랬구나, 그럴 만 하지. 다 이해해. "
" ... 엄마 집 나간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아빠라는 사람이 저 꼴이 났으면 엄마라도 좀 제대로 된 사람이던가... "
" ... 그래도 아줌마 고생 많이 하셨어, 알잖아 순영아. "
" ... 그래서 속상하다고,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 딱 둘 있는데 그게 누군지 알아? 우리 엄마랑 나야.
불쌍해, 불쌍해 죽겠어. 지긋지긋해. "
누군가에게도 진심을 보이지 않던 소년이 소녀 앞에서 괴로움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익숙한 듯 그렇게 소년의 아픔을 끌어안았다.
" ... 나한테도 20살이 찾아올까, 나도 그 당연한 걸 누릴 수 있을까...? "
" 당연하지, 당연한 거야. "
" 근데 그 당연한게 나는 왜 이렇게 버거워, 왜 이렇게 버겁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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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 젖어 끄적인 글 ㅠㅠㅠㅠㅠㅠ
망작 같지만 일단 올리고 보는 저레기...
저는 그럼 이만 자러 갈게요!!
암호닉은 아침에 수정 ㅇ할게요 봉봉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