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즈앱 ![[방탄소년단/김석진] 우리 아빠는 싱글대디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0/10/b2958938ecf5f929f274caa7249c93a5.png)
1. 아빠는 핑크공주
내 방은 온통 핑크색이에요. 분홍색 침대, 분홍색 책상, 분홍색 책꽂이, 분홍색 옷장, 그리고 내가 입고 있는 분홍 원피스와 내가 신은 분홍색 양말까지. 사실 난 분홍색이 싫어요. 나는 공주님은 하기 싫거든요. 그치만 사람들은 내가 분홍색을 엄청 엄청 좋아하는 줄 알아요. 분홍색을 그렇게나 싫어하면서 왜 온통 분홍색으로 도배를 하고 다니냐고요? 그건, 우리 아빠가 핑크 공주거든요.
우리 아빤 내가 태어나자마자 분홍색 물건들을 죄다 사들였대요. 공주님이니까 분명 분홍색을 좋아할 거라면서요. 우리 아빠, 완전 구세대적이에요.
“아빠는 왜 분홍색이 좋아? 아빤 남자잖아.”
“이름아, 그런 생각은 옳지 않아요. 남자도 분홍색을 좋아할 수 있어.”
“이름이도 남자가 아니지만 파랑색이 좋아.”
“…….”
![[방탄소년단/김석진] 우리 아빠는 싱글대디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2/16/f1fa011afaf3adcf2cdc1c146a40d6df.jpg)
나는 그 날 우리 아빠가 보여준 그 세상 잃은 표정을 잊지 못해요. 그 날 이후로 다시는 분홍색이 싫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어요. 아빠가 그 날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거든요. 그래서 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분홍색으로부터 졸업할 수 있었어요.
2. 아빠는 회사원
우리 아빠는 아침 일곱 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서서 저녁 여섯 시 반에 집에 들어와요. 아주 어릴 때까지만 해도 난 우리 아빠가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어오는 줄 알았어요. 그치만 열두 살쯤엔가 알아 버렸어요, 우리 아빠가 혼자 열심히 일해서 날 먹여 살리고 있다는 걸요. 옆집 사는 윤기 삼촌이 말해 줬거든요. 아, 윤기 삼촌은 그런 말도 해 줬어요. 내가 조금만 더 크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된다고. 너도 조만간 노동의 고통을 느끼게 될 거라고도 했어요. 사실 무슨 말인지 전부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그 순간의 윤기 삼촌이 되게 재수없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아빠, 나도 몇 살만 더 먹으면 소처럼 일해서 개처럼 벌어야 된대.”
“……뭐처럼?”
“소처럼 일하고 개처럼 벌고.”
퇴근한 아빠가 저녁밥을 준비하는 동안 낮에 윤기 삼촌이 해 준 말을 꺼냈더니 아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했더니 아빠가 들고 있던 국자를 싱크대 저편으로 던져 버렸어요. 큰 소리가 나서 엄청 놀랐거든요. 그래서 곰인형을 꼭 끌어안고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봤더니, 어깨가 평소보다도 더 넓어 보였던 건 내 착각이었겠죠? 그 날만큼은 아빠가 무서워서 배고프다고 보채지도 못하고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어요.
저녁밥을 먹고 나서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더니 잠시 뒤에 윤기 삼촌을 데리고 돌아왔어요. 아빠는 윤기 삼촌 귀를 꽉 잡고 있었어요. 한쪽 귀가 엄청 빨개지도록요. 조금 안쓰럽긴 했지만 우리 아빠는 늘 옳으니까 그냥 지켜보고 있었어요.
“넌 애한테 무슨, 개처럼? 개처럼 벌어?”
“아니, 얘도 어차피 크면 알게……, 아, 좀. 형씨, 좀 놓고 말합시다.”
열두 살짜리한테 무슨, 말이 안 나오네. 아빠는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어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윤기 삼촌이 아빠한테 두들겨 맞는 모습을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서 텔레비전을 끄고 방 안으로 들어갔어요. 뒤에서 윤기 삼촌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 일주일에 세 번 일기를 쓰라고 하셨거든요. 아니, 솔직히 윤기 삼촌은 맞아도 싸긴 해요.
3. 아빠는 파워블로거
생각해 보면 내 주변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한테는 엄마가 없고, 우리 아빠 옆에는 예쁜 부인이 없었어요. 그치만 난 한 번도 아빠한테 불평을 한 적이 없어요. 우리 아빠가 가끔씩은 엄마가 되어 주거든요. 분홍색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할 때부터 알아봤던 건데, 우리 아빠는 보통 여자들과 비교해서도 굉장히 부드럽고 섬세한 구석이 있어요. 흔히들 싱글대디 가정은 식사 메뉴가 부실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친구들이 집에서 먹는 밥보다 훨씬 맛있어요.
우리 아빠는 부업을 뛰어요. 본업 회사원에 부업 파워블로거. 물론 잘생긴 얼굴과 요리 실력을 능률적으로 잘 활용한 예시라고 생각은 해요. 그치만 새학기마다 친구들이 ‘너희 아버지가 파워블로거라며?’하고 말을 걸어오는 건, 음, 조금 수치플이에요.
![[방탄소년단/김석진] 우리 아빠는 싱글대디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0/13/48870d5be5f5fa84f4bf6d96dc70bcde.png)
말투만 보면 옆 학교 다니는 남고딩이 따로 없어요. 우리 아빠가 파워블로거라는 사실을 아는 친구들은 우리 아빠가 잘생긴 데다 요리도 잘한다며 좋아하지만 난 아직까지 한 번도 아빠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끝까지 읽어 본 적이 없어요. 굉장히 부끄럽거든요. 그치만 아빠 본인은 이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뭐, 아빠만 좋다면 나도 행복해요. 그래도 아빠가 올린 글을 정독하는 건 무리에요. 오 년쯤 지나서 시도해 볼 생각이에요.
4. 아빠는 잘생겼다
우리 아빠는 정말 잘생겼어요. 그걸 본인 입으로 말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어릴 땐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만큼 커서 보니 우리 아빠는 일등 사윗감인 것 같아요. 잘생겼지, 예의 바르지, 싹싹하지, 요리까지 잘해서 아내 손에 물 묻힐 일도 없어 보여요. 그래서 나는 가끔씩 우리 아빠가 아직까지 재혼을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져요. 하루는 정말로,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봤어요. ‘아빠, 아빤 재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 하고 물었더니 아빠가 간만에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리더라고요. 우리 이름이, 그게 궁금했구나, 하고. 무슨 특별한 사정이라도 있는 걸까 해서 나도 클 만큼 컸으니까 속시원하게 털어 놔도 된다고 아빠를 안심시켰어요.
“아주 옛날부터 생각해 온 건데 말야.”
“응.”
“아빠를 감당할 수 있는 여자가 세상에 없어.”
아……. 아……. 솔직히 재수없어요. 인상을 쓰면서 마주한 얼굴이 진짜로 잘생겨서 더 재수없어요. 원래 진짜 잘생긴 사람이 자기 잘생긴 걸 알고 있으면 정말 우주 폭발시킬 급으로 재수없거든요.
정말 재수없긴 해도 확실히 잘생긴 건 사실이에요. 솔직히 누가 우리 아빠를 30대 후반으로 보겠어요? 내가 일곱 살쯤에였나, 아빠 손 잡고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정말 큰 기획사에서 아빠한테 명함을 주고 간 적도 있어요. 정말로, 거짓말 안 하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웬만한 연예인들보다도 우리 아빠가 훨씬 잘생겼어요. 그래서 난 남자친구를 사귈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가 사윗감으로는 아빠보다 잘생긴 놈으로 물어 오라고 했거든요. 당장이라도 물어오고 싶지만 난 아직까지 아빠보다 잘생긴 놈을 내 주위에서 본 적이 없어요. 아마 난 결혼도 못 하고 노처녀로 늙어 갈 슬픈 예감이 밀려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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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으니까 양심적으로 오포인트...! 타앗......! 뭔 바람이 들어서 석찌아빠 글을 쪘냐 물으신다면 이왕 쓰는 단편 소재 이것저것 넣어 볼려고 함다 이 시점에서 장편을 시작해 버리면 텀이 일주일은 족히 넘길 것 같아오...^^ 새로 쓸 중장편은 웬만큼은 줄거리를 미리 적어 놓고 나서 올리고 싶은 마음임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제가 뭔 소재로 단편을 들고 오더라도 이해해 쥬세요 막판엔 판타지도 쓸 생각임 아주 막판엔 정말 토토 여주 단테 삼각관계 조직물도 써 볼 생각이에여 21세기가 요구하는 발상의 전환! 우리 만남은~ (남)우현이 아니야~~~~ ^♥^... 데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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