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롭고 부드러웠으며 나를 자꾸 따스하게 품는 느낌이 들었다.
침대에 엎드려 잠이 든 내 팔을 더듬더듬 잡아오는 손길도 조심스럽게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이지훈, 지훈이다.
" ... 봉아, 자? "
" ... "
" ... 자나 보네, 아 눈이 가려져 있으니까 답답하네. "
누가 까칠왕자 아니랄까 봐 자기를 답답하게 만드는 붕대에 화풀이를 하는 듯했다.
너무 귀여워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나는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고 앉아 지훈이가 하는 행동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지훈이는 눈을 감싸고 있는 붕대를 만지작거리기도 했고 몸을 이리 저리 움직이기도 했으며
가끔 침대 위에 얹어져 있는 내 손을 잡기도 했다.
그리고 나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도 모르게 지훈이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비록 서로를 바라보며 시선이 마주치지 않더라도 우린 이렇게 통했으며 앞으로도 쭉, 통할 것이다.
노래가 끝이 나자 한동안 조용히 앉아만 있던 지훈이가 말문을 열었다.
" 칠봉, 보고 싶다... "
순간 누군가 내 뒤통수를 세게 쳤을 때처럼 아무 행동도 하지 못 했다.
회로가 멈춘 듯 머릿속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오직 심장만이 세차게, 아주 세차게 뛰어댔다.
얼마나 괴로울까, 입장을 바꿔 생각하니 정말 참기 힘들었다.
죽을 것 같았다, 이지훈을 못 본다고 생각을 하니.
지훈이도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왔다.
지훈이는 앞이 안 보이고 나서 내게 한 번도 무엇이 보고 싶다고 한 적이 없다.
아직 꿈만 같았다, 이렇게 똑같은 곳, 똑같은 것을 바라보며 같이 걸어간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던 것이 언제부터 내게 꿈처럼 느껴졌는지 모를 일이지만 나는 지훈이의 소중함을 느꼈으니 됐다.
" 지훈아, 어때? "
" 뭐가? "
" 그냥, 이렇게 또렷하게 다시 볼 수 있게 된 느낌말이야. "
" 뭘 그런 걸 묻고 그러냐. "
쑥스러운 듯 대답을 피하던 지훈이는 대신 대답이라도 하듯 내 손을 살며시 잡아왔다.
삐져나오는 웃음을 입꼬리에 매달고 손을 앞뒤로 흔들며 걷다 보니 문득 허전한 두 손이 보였다.
" 응, 근데 말이야? "
" ... 우리 결혼은 언제 해? "
" ...어? "
" 결혼! 이제 우리 결혼할 때도 됐지 않아? 응? "
"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적극적이래, 그런 건 원래 남자가 알아서 하는 거야. 알겠어? "
" 아 그래도! 나 엄청 기다렸잖아! 아 몰라몰라 더는 못 기다려! "
" 허, 떼쓰는 거 봐. 야 어째 너는 못 본 사이에 고집이 더 늘었어? 완전 아기 다 됐어 칠봉. "
3년 남짓한 공백기 동안 기다려준 이들을 위해 어떤 작업보다 심혈을 기울인 곡들이었다.
그런 지훈이 옆에서 도와주고, 챙겨준 나 역시 작업이 다 끝나자 녹초가 되고 말았다.
흐물흐물하게 의자에 기대 누워 있으니 헤드폰을 벗은 지훈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띠며 내게 괜찮냐는 말을 건네왔다.
어린아이처럼 힘없다며 투정을 부리자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던 지훈이는 이내 피식 웃고는 나를 일으켜 어깨를 감싸왔다.
모자를 푹 눌러쓰며 작업실을 벗어나 나를 이끌고 간 곳은 다름 아닌 한 웨딩숍이었다.
그렇게 숍을 빠져나와 카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지훈이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내게 말을 건넸다.
" 아, 봉아. "
" 응? "
" 아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말했는데. "
" 응, 뭘? "
" 너 전에 나 수술하는 날 봤던 영상 편지 기억해? "
" 영상 편지?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하지... "
" 거기서 내가 그랬잖아, 너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 직접 못 보는 거 억울하다고. '
" ... 응. "
" 그냥 억울한 정도가 아니라, 엄청 되게 많이 억울했을 정도로 예뻤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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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분량이 많이 심하게 짧네요, 저레기를 용서해 주세요...
독자님들 기다릴까봐 더 미루지도 못하고 그냥 올립니다ㅠㅠㅠㅠㅠㅠ 다음 편에 더 제대로된 결혼 준비 에피소드 들고올게요!
글 쓰는 사람이 이렇게 컨디션 조절을 못 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하하...
당분간 연재 속도가 거북이랑 친구 먹을 정도로 흘러갈 것 같아요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ㅜㅜ!
분량이 적은만큼 이번 편은 5포인트로... 진짜 쓰고나니 더 똥글 같은데요...?
저 이거 삭제 해도 되는 부분인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다 진짜 슬럼프 올 것 같아서 큰일이에요...
아무튼 우리 봉봉 여러분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남은 시간도 행복한 덕질 합시다!
암호닉 신청, 신알신 모두 다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봉봉이들 명단♥
♥[뿌존뿌존/순제로/비둘기/원우야/유현/흰둥이/슈오/세하/고양이의 보은/무기/명호엔젤/수녕하트/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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