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일도 기쁜 날이네요.
Livin' Out Loud-I Can't Stop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위도 무거워져 윤기와 남준이를 내리눌렀으면 좋겠다.
조금만 움직여도 푹 젖는 몸,
달라붙는 얇은 옷,
밖을 나가기만 해도 숨까지 먹혀버릴 것 같은 무더움.
열이 많은 남준이도,
비교적 더위에 무감각한 윤기도 참지 못하고 선풍기나 에어컨 앞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날이 계속 되었으면.
더위가 무거워질수록 집안의 서늘함은 계속 되었으면.
그러다가 덜컥 윤기가 감기에 걸렸으면 좋겠다.
여름 감기가 그렇게 독하다고 하더니,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며 윤기가 이마를 짚은 채로 한참을 쿨럭였으면.
그러면 그 옆에서 남준이가 안절부절하면서 윤기의 등을 토닥여주고,
윤기가 땀에 젖은 몸이 더워 찬 바람을 쐬려고 하면 자신이 선풍기 앞에 앉아서 바람을 막은 채로 고개를 젓고,
아무것도 먹기 싫다며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있는 윤기의 몸을 일으켜 억지로 죽을 몇 입이라도 먹게 만들었으면.
이제 제법 저를 잘 간호하는 남준이를 보며 윤기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남준이의 곧은 등을 빤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금방 남준이가 뒤를 돌아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제 이마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예전 생각이 나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 때는 죽도 못 끓여서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고,
청소를 한답시고 집을 뒤집어놓았으면서
이제는 제법
잘하네, 뭐든.
남준이의 쓰다듬을 받으면서 윤기가 천천히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
열은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졌으면 좋겠다.
대신 목감기만은 쉽사리 가지 않아 기어코 윤기의 목소리까지 건들였으면.
원래 성대가 튼튼해서 목감기에 걸려도 쉰 소리가 나올지언정 목소리가 안나올정도로 목이 부어버린 건 처음이라 윤기도 당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윤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안 남준이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얼굴로 울먹였으면 좋겠다.
주인, 감기가 주인이 목소리를 뺏어간거야?
...
내가 어제 주인 열이 얼른 없어지라고 빌었는데 하늘에서 주인 목소리까지 없애버렸나봐... 미안해, 주인아...
...
주인이 목소리 이대로 평생 안 나오면 어떡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내 탓이오, 하면서 낑낑대는 남준이를 아침부터 보게 된 윤기가 멍한 얼굴로 눈만 깜박이다가
이내 작게 웃어버렸으면.
자신이 웃자마자 아직도 아프냐면서 몸을 눕혀주려는 남준이의 행동을, 손짓으로 괜찮다며 멈추게 하고
일어나 노트와 펜을 가져왔으면.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천천히 적어내렸으면 좋겠다.
[목소리를 뺏어간게 아니야. 잠깐 안 나오는거야.]
그런거야? 그럼 감기 다 나으면 목소리 다시 나와?
남준이의 말에 윤기의 고개가 끄덕였으면.
그제야 남준이는 조금 안심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 날 하루, 윤기는 필담으로 남준이와 이야기 했으면.
가끔은 쓰는게 너무 귀찮아 입모양을 벙긋대다가도 결국 단어만이라도 대충 휘갈겨써내렸으면.
저녁즈음이 되고 나서는 윤기가 아직 살짝 무거운 머리를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턱을 괸 채 윤기를 바라보고 있던 남준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얼굴 가득 부드러움으로 물들었으면 좋겠다.
글로 말하는 거 많이 힘들어? 귀찮아?
윤기의 고개가 짧게 끄덕였으면.
그리고 잠시 노트에 슥슥 무언갈 쓰고 남준이에게 돌려 노트를 보여줬으면.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하자니 귀찮기도 하고 오래 걸리기도 하고.]
그런가. 나 주인이 하려는 말 알 것 같은데.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들어 빤히 눈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그러고보니 제가 무언가 쓰다가도 갑자기 원하는 것을 건네주거나 했던 남준이를 뒤늦게 떠올렸으면 좋겠다.
진짜인가 싶어서 다시 눈을 제대로 마주치자 남준이가 윤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진짠데.
윤기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 옅은 웃음소리가 뒤따라 울렸으면 좋겠다.
놀랐어? 진짜라니까, 주인아.
남준이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던 윤기가 푹신한 쿠션을 껴안은 채 그 위로 얼굴을 묻었으면.
그리고 고개만을 돌려 남준이를 살짝 올려봤으면.
그 시선을 마주한 남준이가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아프지 마, 윤기야.
아, 이름만 부르면 혼내더라, 주인은.
지금 주인이 하는 말 알 것 같아.
부끄러워?
남준이의 말에 시선을 내린 윤기가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으면 좋겠다.
짧게 숨을 고른 뒤에 고개를 올려 입술을 벙긋거리다가 그 사이 먼지가 들어갔는지 예민한 목이 반응해버려
몇 번이고 기침을 토해냈으면 좋겠다.
제 등을 두드려주는 손길에 기침이 멎고 나서 남준이의 손을 잡아 내리고,
그 손에 제 손을 겹쳐 잡으면서 빤히 남준이를 다시 바라봤으면.
심한 기침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준 남준이가 곧 그 눈가에도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알았어. 걱정 많이 안 할게. 주인도 얼른 나아야 돼.
윤기가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웃었으면.
그 뒤로 남준이의 목소리만이 울리는 대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어떻게 아냐고? 주인 지금 평소보다 표정이 더 솔직해.
그래서 알아보는거야.
어떻게 그걸 또 다 아냐고?
그야,
주인의 강아지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윤기가 남준이의 어깨에 기댄 채로 천천히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남준이의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만든 뒤에
시선을 푹 내리고 남준이의 손바닥위로 자신의 손가락으로 움직여 글자를 써내려갔으면 좋겠다.
잠시 집중하던 남준이의 입꼬리가
다시금 올라가면서 짙은 웃음을 보였으면 좋겠다.
응. 알았어.
주인의 강아지가 아니라,
네 연인이라서 다 아는거야.
남준이가 윤기의 잔뜩 붉어진 귀를 톡 건들이면서 나직히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귀를 물들이던 붉은빛의 열이, 남준이의 손끝으로 번지기 시작해 결국 윤기의 얼굴까지 물들여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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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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