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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EXO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5-
"저 모자.."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 한복판에 홀로 우뚝 서있는 종대가 보인다. 자신이 서있는 길 건너편에 있는 OO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그 여자가 OO라고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검은 모자를 푹 눌러 쓴 탓에 이목구비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지극히 평범한 옷차림이라 옆에서 지나가도 눈에 띄지 않을 그녀였다. 하지만 종대는 OO을 알아봤다. 하지만 OO을 잡지도, 부르지도 않고 그저 가는 뒷모습만을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 웃음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아직도 잘 쓰고 다니네."그 모자는 몇년 전 종대가 선물해 준 OO의 생일선물이다.-역시 함부로 밖에 돌아다니면 안되겠다. 서울이 아무리 넓고 복잡하더라도 이곳은 그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어. 편의점에서 사온 라면들을 싱크대 옆에 던지다싶이 놓고는 답답한 겉옷을 벗었다. 허연 팔뚝이 훤히 드러나니 방안의 한기가 몸을 감싸도는게 조금 싸늘했다. 옷을 입기엔 답답하고 벗으면 추으니 애매한게 그냥 몸을 이불속으로 집어넣었다. 요즘 점점 그들과 부딪히는 일들이 많아진다. 루한의 문자, 찬열의 집 방문, 백현의 전화 그리고 아까 종대와의 마주침 까지. 마주침까지라고 말할거야 없지만 어쨌든 난 그를 보았다. 혹시 그도 날 봤었을까? 날 보고는 다른사람에게 말을 하면 어쩌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다가 어느 새 잠이 들고 말았다.반지하방인터라 햇빛도 원체 잘 안들어오건만 그 조그만 창문에 커튼까지 꽁꽁 쳐두었으니 이 방안은 칠흑같은 어둠만이 지배하고 있다.한줄기의 빛도 허용치 않은터라 눈을 감으나 뜨나 보이는 것은 어둠이다. 조금 몸에 감도는 서늘함과 무서움이 죄여오지만 나쁘지는 않다. 공허한 빈 방만 보이는 것 보단 이렇게 어둠이라도 채워져 안보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된다.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 낮인지 새벽인지 모른다. 한동안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며칠동안 제대로 못먹은 탓에 배에서는 꼬르륵- 우렁찬 울림이 느껴졌다. 결국 바닥을 더듬더듬 짚고 일어나 불을 켜기 위해 벽을 따라 쓸며 걸었다. 잡히는 문손잡이에 화장실인가 싶어 문을 벌컥 열었다.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 현관문인가? 잠금장치를 찾으려 두손으로 문을 위아래로 쓸었다. 아, 찾았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의 잠금장치가 풀렸고 방안 불을 켜기 위해 현관문을 잠시 살짝 열은 뒤 빛을 들여 스위치를 찾을 생각이었다."어?"문 밖 밝은 빛이 방안으로 쏟아지며 눈이 조금 부셨다. 그리고 열은 문에 부딪히는 무언가. 어? 하고 소리를 내는 것 보니 사람이었다. 놀란 마음에 문을 닫으려 했지만 저번날과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문틈사이로 무식하게 들어오는 기다란 팔. 잠, 잠시만요! 다급한 사람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문을 다시 살짝 내 쪽으로 당겼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그래야만 했다. 문에 끼인 팔은 상관없다. 역시 문에 끼인 팔이 아픈지 아악! 하고 비명을 내지른다. 신의 장난인가. 왜 자꾸 내가 이 사람들이랑 부딪혀야 하는건지."잠시만요! OO맞지?! 아아, 이거 팔이라도 좀 빼자!"금방 울것같은 목소리에 결국 내가 졌다-하고 잡은 문손잡이를 스륵 놓았다. 문틈에 끼여져있던 팔이 없어지더니 조금 열려있던 문이 활짝 열려졌다. 문틈에 끼였던 팔이 욱신욱신 아픈지 다른 팔로 문지르며 씨이- 하는 그가 보인다. 며칠 전 본 종대가. 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얼마전 내가 그를 보았을때 역시 그도 나를 본것이다. 그래도 한번 마주쳤다고 이렇게 집까지 알아내서 왔다니. 예나 지금이나 대책없는건 여전하구나. 그래도 조금 마음은 놓이는게 종대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있는 곳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아씨.. 아파. 너 진짜 오랜만에 보는 사람한테 이럴래?""그러게 왜 문앞에 서있었어요. 팔만 불쑥내밀고.. 나도 놀랬네.""아,미안.."되받아치는 내 말에 금방 시무룩해져서는 사과를 해오는 종대가 웃겼다. 잘못한건 나인데.. 착해빠진 성격도 여전했다. 그 성격덕인지 열두명의 무리들 중에서는 가장 거부감이 들지 않는 사람이 바로 종대다. 그래도 마냥 좋아라 할수 없는게 결국 그도 그들과 함께 움직인 사람이 아닌가.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왜 왔어요?""아.. 잠깐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 다른 애들한테는 한마디도 안했어!"두 손바닥을 내게 내보이며 좌우로 마구 흔들어대보인다. 크게 뜬 눈이 자신을 믿어달라는 듯 간절해보이기까지 한게 자꾸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문 옆으로 살짝 비켜서자 그가 입꼬리를 한껏 올려보이며 밝은 미소를 짓고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두컴컴한 방 안 탓에 신발만 벗고 어찌할줄 몰라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현관문을 닫기 전 스위치를 눌러 방안을 먼저 밝혔다. 갑자기 들어오는 불빛에 눈이 부신지 눈을 찡그리며 한손으로 눈을 가리는 그가 보였다. 눈이 부신건 나도 마찬가지다. 눈을 재빨리 깜빡이며 밝은 빛에 적응을 한 뒤 나란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휑 한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말을 하지 않아도 방 한가운데에 떡하니 앉아보이는 종대. 어찌됐든 손님이니 뭐라도 줄까 싶었지만 집에 있는거라곤 얼마전에 사온 라면 뿐이다. 대뜸 라면을 끓여줄수는 없으니 물이라도 줘야겠다."이사한데가 여기였어? 와.."놀이동산에 와서 신기한것들을 잔뜩 보는 어린아이처럼 종대의 목은 쉴새없이 돌아갔다. 내가 가져다준 물을 받아들고 홀짝홀짝 마시면서 손바닥으로 바닥을 쓸어보기도 하고 조그마한 창문을 내다보기도 했다. 나도 그의 옆에 멀찍이 떨어져 앉아 그가 찾아온 이유를 말하기를 기다렸다."방이 많이 춥다. 난방 안돼?""저는 괜찮은데, 많이 추우면 틀까요?""아, 아냐. 금방 갈꺼야."금방 간다면서. 자꾸 우물쭈물 뜸을 들이며 이것저것 시덥지않은 질문만 해대고 본질문은 하지를 않는다. 물이 반쯤 담긴 투명한 유리잔을 양손으로 쥐어잡고는 그것만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말이 없어지는게 조금 길어지는걸 보니 무언갈 말하려 하나보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항상 휑하던 방안에 나와 종대. 두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다. 이윽고 내리깔은 시선을 나에게 돌리더니 표정을 굳히고 그답지 않게 진지한 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OO야. 우리가 너한테 미안한거, 아니 죽을 죄를 지은게 있잖아."나는 그저 대답없이 그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이야기가 이어지길 기다렸다."사과를 하고싶어."그의 입에서 '사과'란 말이 나왔다. 이 일이 사과로 무마할 정도의 크기인 것인가. 어이없는 웃음을 속으로 뱉었다. 그들은 나에게 소중한것을 빼앗아, 아니 없애버렸다.오래전 일이라지만 나는 아직 생생히 기억하고 마음속의 상처마저 아직 욱신대고있다. 내가 이렇게 휑한 작은 방에서 혼자 말없이 생활해야 하고 당신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늘 도망쳐다녀야만 했다. 처음에는 눈물이 마르는 날 없이 홀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고 당신들의 그 압도하는 두려움에 온 몸을 떨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서 눈물이,두려움이, 떨림이 사라진다 한들 난 혼자여야했다. 당신들이 한 짓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자꾸 당신들과 마주하게 되는지.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무슨 뜻으로 이러는건지. 멱살을 잡아가며 묻고 싶다. 그들과 나에게 무언가 있는건가. 그와 나의 사이가 이렇게 되어선 안되는것인가."안받아줘도 좋아. 우리가 니 얼굴보고 사과할 기회를 한번만 주면 안될까?"
암호닉
조화 님, 배쿵배쿵 님, 토끼 님, 루루 님, 됴덕 님.감사합니다!
쏘왙입니다.
모자란 빙의글 읽어주시는 한분한분께 감사해요!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은 조금 더 감사하고!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그럼 막 폭연할수 있을텐데 ☞☜
다음편은 과거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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