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오빠
일요일 아침, 엄마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나온 교회였다.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오지 않겠다고 온갖 투정을 부리던 나였지만, 막상 집을 나서니 꽤나 따스한 날씨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교회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데 기껏 옷 차려입고 가면 뭐하니? 옷장을 헤집으며 신중히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는 나에게 엄마가 한 말이었다. 아아, 그런가. 는 무슨. '교회 가면 잘생긴 오빠들도 있을거구, 언니들도 많을거 아니야!' 하는 내말을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는 동복 체육복 다리 부분을 가위로 거침없이 오려내 밑단이 너덜너덜한 체육복 바지를 걸친 채 머리를 질끈 올려 묶고 있는 나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엄마와 교회에 오니, 안 오니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시간이 꽤나 지났는지 교회에 도착하는 동시에 예배가 시작되었다. 옆집사는 민정 언니, 그리고 민정이 언니네 아줌마. 아랫집사는 백현이, 그리고 백현이네 아줌마. 우리 동네 사람들은 죄다 모여있는 듯해 괜스레 머쓱해졌다. 엄마는 무슨, 맨날 동네 사람들한테 나 참하다고 온갖 자랑을 다 하고 다녔으면서…. 오늘의 말씀 읽겠습니다. 하는 말에 주변에 앉은 형제님들과 (그저 교회를 친목 위주로 나오는 이웃들이었다.)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성경을 펴 들어야 했다. 어, 어디 펴라구요? 몇, 몇 절 읽으면 되는데에.아멘, 아멘. 말씀 한 구절마다 아멘, 아멘. 하고 중얼거리길 한 시간. 길고도 지루했던 한 시간가량의 예배가 끝나고 날이 좋다며 경쾌한 찬송으로 예배를 마쳤다. 사랑합시다, 사랑합시다. 형식적인 인삿말로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엄마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대단한 형제님 납시셨네. 툴툴대며 주위를 슥슥 둘러보다 친근하게 말을 걸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시선을 내려 알아듣지도 못할 성경책을 읽어내렸다. '오늘도 오셨네요? 옆에 ○○이는 완전 오랜만이네. 엄마 따라서 교회 좀 나오지.' 어떤 남정네가 내 이름을 이렇게 친근하게 부르지? 싶어 수줍게 고개를 들어 올리니 나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한 사람이 서있었다. 아아, 준면 오빠. 나는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준면 오빠는 우리 교회의 유명인사였다. 출중한 외모, 미모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교회의 독실한 신자로써 항상 예배에 빠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항상 전교 1등을 유지한다는 그야말로 대단한 오빠. 고삼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고삼이면 예배 나오는 두어 시간도 아쉬울 텐데…. 설핏 드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 한 채로 안녕하세요.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니 오늘도 역시 천사 같은 미소로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준면오빠였다. 준면 오빠는 진짜 천사 같아. 성격이라던가 뭐 그런 거 말고, 얼굴이. 와, 진짜 나는 예배 드리다가 십자가 말고 준면 오빠한테 아멘, 할뻔했다니까? 지나가던 교회의 여중생들이 하는 말들을 오빠도 들었는지 살짝 웃음을 흘린다."○○이 오랜만에 왔으니까, 아줌마는 친구분들이랑 나누시던 말씀마저 나누시게 하고 그동안 오빠랑 얘기할래?"고삼이라면서, 바쁘지도 않아요? 하고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가까스레 억누르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오빠는 나랑 친한 오빠도 아니면서, 뭐 이렇게 친절해. 그나저나 나 할 얘기 없는데. 아니, 잘생긴 얼굴 마주 보고 앉아있으면 참 좋기는 좋겠지만…. 생각해서 뭐 해. 오빠는 오랜만에 교회에 온지라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선지 구석자리에 있는 작은 테이블로 향했다. 주스 마실래? 커피는 안 마시지? 그 말에 네에. 하고 답하니 음료수 뽑아 올게. 하고 금새 저 멀리 음료수 자판기로 뛰어가는 준면 오빠였다. 교회 오빠들은 원래 저렇게 다 친절한가…."…날씨 좋네.""그치. 날씨 좋다.""……."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에 언제 음료수를 뽑아온 건지 양손에 음료수를 든 채 내 말에 답하는 준면 오빠였다. 근데 진짜 날씨 좋네요. 당황하기도 잠시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을 이으니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는 준면 오빠였고, 한두 마디 이어지던 말은 그 이후로 뚝 끊겨 고요한 침묵만이 오빠와 내 사이를 맴돌았다. 무슨 말을 꺼내지, 뭐야, 어색해. 답답한 분위기에 손에 한참 쥐고 있던 성경책을 조심스레 테이블에 내려놓고 아까 읽던 페이지를 펴 다시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별 재미는 없는데, 어색하니까 이것도 재밌는 것 같아. 지루한 성경책을 읽어내려가면서도 드는 생각에 아랫입술을 비죽였다."…야하다."내가 내려보던 성경책을 살짝살짝 눈으로 훑던 준면 오빠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무의식중에 말을 뱉었는지 순간 멈칫한 준면 오빠가 뭘로 좀 가리고 다녀. 하고 말을 이은 뒤 어느샌가 살짝씩 드러나는 내 다리에 박혀있던 시선을 올려 가만히 눈을 마주쳤다. 아아, 이거 체육복 바진데…. 생각지도 못한 준면 오빠의 말에 당황해 의도치 않게 말꼬리를 늘였고 준면 오빠는 하얀 미간을 보일 듯 말 듯이 구겼다. 체육복 바지가, 뭐 그래. 또 한번 이어진 준면 오빠의 말에 뭐라 대답하지도 못한 채 눈만 끔뻑였다.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야한거지? 여기서 하나를 더 설명하자면, 우리 학교의 체육복은 파랗다 못해 시퍼런 색의 지나가는 백수가 입을 것만 같이 생긴 체육복이었다. 그 체육복을 덥다는 이유로 다리 부분을 싹둑 잘라 반바지로 만들었고, 위에서 얘기했듯이 밑단이 다 뜯어져 너덜너덜했다. 근데 뭐? 야해?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이없음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야하긴 뭐가 야하다고. 저 오빠, 괜찮게 봤더니 영 아니네. 이걸 보고도 야하다니…. 너무 공부만 해서 미쳐버린 걸까? 아니면 진짜 너무 독실한 신자라 자기 위로라던지, 그런 것도 안 하고 야구 동영상 같은 것도 하나도 안 봐서 이게 야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뭐 조선 시대 사람도 아니고, 나 참. 가벼운 생각으로 끝날 수도 있는 걸 끝없이 물고 늘어졌다. 왜지. 나는 왜 또 이렇게 웃고 있지? 나 아까 좋은 말 들은 거 아닌데.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너무 잘생겨서 미쳐버린 건가?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게 뭐지.가만히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준면 오빠와 눈을 마주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색한 기운 없이 가만히 눈만을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뭐지, 진짜. 지금 기분 왜 이런데? 이 기분 뭔데? 날이 너무 좋아서 미쳐버렸나? 주책스럽게도 입꼬리가 자꾸만 스멀스멀 기어올라와서 아랫입술을 살짝 씹었다. 웃지 말자, 웃으면 안돼. 지금 웃는 상황 아니야. 한참을 말을 듣지 않는 내 입꼬리와 씨름을 하는데 타이밍이 좋게도 엄마가 나와 나를 불렀다. 이제 가야지, 하고 멀리서 부르는 엄마에 속으로 엄마아! 타이밍 개짱! 짱짱! 을 외치며 준면 오빠에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벌떡 일어서 씨익 웃음을 지으며 엄마에게로 달려가려는데, 한참을 말없이 있던 준면 오빠의 입이 열렸다."다음주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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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나 보고싶었어요?
오빠 시리즈 이거 말고 또있음여
뭔지는 안알랴줌~.~
다음은 종대로 옵니다.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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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기는 진짜 겁나게 짧다
미안미안
길게 오고싶은데
나 길게 못쓰는거 알잖아요ㅠ_ㅠ
짧막하게 자주오도록 노력하겠음.
조각이 모이고 모여서 장편이 될수도있는거고.
근데 그럴일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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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이 소재는 실화임
야하다는 말 들은것만
실화임
체육복도 실화임
근데 행쇼는 없음
왜냐면
행쇼라는건 판타지니까
에라이
죽으러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