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날짜를 잘 보셔야 합니다~.~
2007년 1월 12일 금요일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그래서 변백현에게 이 일기장을 받았다.
남자라면 한 번쯤 일기를 써봐야 한다며 근거 없는 소리를 하며 포장도 하지 않고
일기장을 던져줬다.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기분이 상한 티를 내면 변백현이
삐칠게 뻔했기 때문에 좋은 척했다. 변백현의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하루 종일 변백현이랑 둘이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다.
변백현이 쓰라고 해서 쓰는 일기니까 이만큼만 써야지.
2007년 2월 24일 토요일
반 배정 표가 나왔다. 변백현이랑 박찬열, 김종대까지 같은 반이 됐다.
일 년 내내 시끄러운 놈들한테 시달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재미는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얼른 개학했으면 좋겠다.
2007년 5월 6일 일요일
오늘은 변백현의 생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짠돌이 변백현이 사는 밥도 먹고
내가 산 케이크로 생일파티도 했다. (케이크는 내가 샀다. 생일초도 열여덞개를 딱 맞춰 샀다.)
박찬열이랑 김종대랑 같이 노래방도 다녀왔다. 물론 돈은 변백현이 냈다.
노래방에서 나오니까 밖이 어두웠다. 여름이라서 밤이 느리게 올 줄 알았는데
아직 여름이 덜 왔나 보다. 박찬열과 김종대와 헤어져서 변백현과 나란히 걸어서 집에 왔다.
변백현이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우물쭈물 대다가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혼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2007년 9월 25일 화요일
가족들은 모두 멀리에 있는 친척 집에 가서 집에 나 혼자밖에 없었는데
변백현이 말없이 쳐들어왔다. 추석인데 할 일도 없는지 무작정 밀고 들어와서
집에서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들을 펼쳐놓고 먹으란다.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지만 제사 음식이 먹고 싶었던 참이라
부엌에서 젓가락을 두 개 챙겨와 변백현 앞에 하나를 놓아주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집에 갈 것 같았던 변백현은 자고 가겠다며 내 옷까지 강탈해 입었다.
지금은 누워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훔쳐본다.
쪽팔리니까 그만 써야지.
2007년 12월 25일 화요일
언제나 크리스마스엔 케빈과 함께.
귀찮은 변백현도 함께.
2008년 5월 8일 목요일
엊그제가 변백현 생일이었는데 연락도 못하고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못했는데 자주 뵙지 못했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에 어제부터
시골에 내려와 있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은 해줬어야 했는데.
미안해서 그런가, 기분이 이상하다. 같은 남자끼리 이런 말하는 것도 낯부끄럽고
우습지만 생일 축하 못해줘서 미안하고.. 보고 싶다 변백현.
보고 싶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 맞나?
2008년 5월 10일 토요일
보고 싶었어 변백현.
사실 이게 보고 싶은 게 맞나, 했는데
보고 싶은 게 맞았네.
2008년 5월 24일 토요일
나는 절대 여자친구를 사귀면 안될 것 같다.
그냥 친구인 변백현이 다른 친구랑 얘기만 해도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는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얼마나 집착을 하게 될까?
그냥 친구인 변백현이 잠깐이라도 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심장이 뛰는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얼마나 집착을 하게 될까?
2008년 6월 1일 일요일
풀릴 듯 말 듯 풀리지 않던 문제의 답을 찾았다.
2008년 8월 20일 수요일
실수로 변백현과 박찬열의 입술이 닿았다.
박찬열 개새끼.
2008년 8월 21일 목요일
나도 실수인척 변백현에게 입술을 맞댔다.
변백현이 기겁을 하며 나를 밀쳤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박찬열은 좋고 나는 싫어?
변백현 개새끼.
2008년 12월 25일 목요일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역시 케빈과 함께.
그리고, 변백현도 함께.
오늘은 꼭 얘기해야지.
2009년 1월 1일 목요일
저번주에 못했으니까 이번엔 새로운 마음으로
꼭, 진짜로 얘기해야지.
2009년 1월 12일 월요일
눈치 없는 변백현은 굳이 우리 집에 와서 자겠다고 떼를 썼다.
지난주에 꼭 사고 싶었던 MP3를 사느라 돈이 없다고 제가 선물이라고
뻔뻔히 말하는 변백현이었지만, 귀여우니까 한 번 봐줬다.
변백현은 지금도 일기를 쓰는 내 옆에서 뒹굴거리며 귤을 까서 내 입에 들이밀고 있다.
줄 거면 곱게 까서 주던가. 통째로 입에 밀어 넣으면 내가 그걸 어떻게 먹냐.
얘기는 언제 하지, 언제 하지. 언제 하지...
2009년 2월 13일 금요일
올해의 목표 : 변백현에게 고백하기.
변백현이랑 같은 대학 안붙었으면 어쩔 뻔?
2009년 4월 27일 월요일
아, 망했다.
인영선배가 술마시고 하는 고백이 제일 추하댔는데.
2009년 4월 28일 화요일
오늘이 공강인게 참 다행이다.
변백현한테는 아직 연락 한통 없다.
아, 죽어버릴까. 개쪽도 이런 개쪽이 없다.
2009년 5월 6일 수요일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지루한 전공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그나마 들을만한 교양수업을 또 듣고
대충 집에 와서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웠다.
+
경수의 일기로만 상하편 모두 이어집니다~.~
내용은 대충대충 알아보실거라 믿슴다.
오묘한 둘의 관계가 경수의 일기에서 잘 나타났길 바라며
내님들 따숩게 입고 다니세여. 완전 추워 D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