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는 05
-쵸코-
이 동아리는 모순적이다.
...그리고 나조차도.
[우리 동아리는 05화]
"알겠냐?"
"응."
"동아리실에 들어가자마자 박지민한테 휴대폰 받아라. 어?"
"...알겠어."
"꼭 받고 나한테 번호 알려줘."
"하......"
벌써 몇시간째다. 민윤기한테 잔소리를 듣는 게.
아니, 어제부터 들었으니까 하루 하고도 몇 시간째인가?
제발 누가 날 좀 살려줬으면.
어제 호석이와 헤어진 뒤, 드디어 찾은 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현관문을 여는데 민윤기가 바로 코앞에 서 있었다.
그것도 엄청 굳은 얼굴로.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니 민윤기가 어디 갔다 왔냐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나를 추긍하기 시작했다.
신발을 벗을 세도 없이 빠르게 물어와서 정신없는 와중에 꼬박꼬박 대답해주니 곧 휴대폰의 유무를 물어왔다.
박지민한테 있다고 대답하니 그게 왜 걔한테 있냐며 인상을 팍 찌푸리고 성질을 부렸다.
결국 나는 어제 밤새도록 민윤기한테 시달렸다.
의외로 민윤기는 잔소리가 심했다. ...진짜 엄청나게.
나 따위는 신경도 안 쓸 줄 알았는데 잔소리를 하는 거 보면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이건 좀 고맙네.
"꼭 받아."
"알겠다고!"
학교 가는 길에서도 내 옆에 딱 붙어가며 계속 잔소리를 하는 민윤기에 귀를 틀어막고 동아리실에 들어갔다.
뒤에서 민윤기의 살벌한 욕설이 들렸지만 가뿐히 무시했다.
아니지, 애써 무시했다.
아아, 안 들린다. 안 들려.
"탄소야, 안녕."
"응, 안녕."
동아리실에 들어가자 호석이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겼다.
...오늘도 빛나는구나.
아침부터 호석이의 웃는 얼굴을 보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윤기는 왜 저래?"
"내가 어제 말도 없이 집 나가서 그래."
"아, 어제 길 잃은, 읍."
호석이가 꺼내지 말아야 할 얘기를 꺼내려고 해서 황급히 달려가 호석이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 얘기를 민윤기가 들으면 또 몇 시간째 잔소리를 들어야 할지 모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민윤기를 쳐다보자 민윤기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해있었다.
...난 죽었다.
"정호석. 다시 말해 봐."
"...읍? 으브븝!"
"김탄소. 손 때."
계속 버팅기다가 결국 민윤기의 눈빛에 지고 말았다.
무서워서 개길 수가 있어야지!
슬그머니 손을 내리니 호석이가 숨을 한 번에 내뱉다가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푸하, 탄소야 갑자기 왜..."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어?"
"아까 무슨 얘기 했잖아. 그거 뭐냐고."
"아아, 어제 탄소가..."
"......"
재빨리 민윤기 뒤로 가서 호석이에게 몸짓으로 내 의사를 전했다.
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허공에다가 허우적대니 호석이가 내 신호를 받았는지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탄소 닮은 여자애가 길을 잃어서 울길래 내가 도와줬다고."
"...진짜야?"
"그럼, 거짓말이게? 내가 뭐하러 너한테 거짓말을 해. 쓸데없이."
"그건 그래."
호석이는 정말 천사인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호석이의 등 뒤로 보이는 날개는 뭐라고 설명할까.
뭐, 나에게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민윤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는 그때 나에게 큰 변수가 생겼다.
"어? 너 학교는 잘 왔네? 난 못 올 줄 알았는데."
"...?"
언제부터 있었는지 김태형이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태형의 말에 순간 불안함을 느낀 내가 고개를 흔들며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김태형은 더욱 짖궂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제 너 길 헤매고 있었잖아. 이상한 쪽으로 가던데. 잡을 새도 없이."
"ㅁ,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분명 너였는데. 나 일하러 가는 중에 너 봤어. 늦어서 쫓아가지는 못했지만."
망할 김태형.
최대한 아니라고 얘기해봤지만 그럴수록 김태형은 맞다면서 부정할 수 없게끔 말을 해왔다.
김태형의 말에 민윤기의 눈빛이 다시 살벌하게 변했고 책상으로 가던 걸음을 멈춰 나에게 다가왔다.
"김탄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줘야지?"
"......"
결국 어제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했고 나는 민윤기에게 다시 설교를 받았다.
중간마다 들려오는 욕설들은 덤이다.
"하, 너 정신 똑바로 챙겨."
"......"
"숨어서 살고 있는 주제에 함부로 돌아다니냐? 이 답답아."
민윤기가 내 머리를 살짝 때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박을 하고 싶은데 다 맞는 말이라서 입도 뻥긋 못했다.
잔소리를 마친 민윤기가 열을 식히러 간다며 호석이를 데리고 나갔고 동아리실에는 아직 다른 애들이 오지 않았다.
고로, 지금 동아리실에는 나와 김태형뿐이라는 것.
그게 싫어서 나도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김태형이 내 교복 조끼를 붙잡았다.
"어디가?"
"놔라."
"어디 가냐고."
"나도 열 식히러 나갈 거야."
"왜?"
"너 때문에 열 받아서."
내가 김태형의 팔을 뿌리치며 말하자 김태형이 다시 내 교복 조끼를 잡으며 웃었다.
"왜 화나는데?"
하, 뻔뻔하기 짝이 없지. 지금 내가 왜 화난건지 정말로 몰라서 하는 말일까?
저 능글거리는 웃음을 보아하니 모르는 건 아닌 것 같다.
나 놀리려고 저러는 거네.
무시를 해야 하는데 이미 열을 받을 대로 받아서 그런지 자제가 되지 않았다.
"너 정말 나 본 거 맞아?"
"글쎄."
"난 너 본 적 없는데?"
"그렇겠지. 나도 너 안 봤으니까."
...이게 뭔,
김태형의 당당한 말에 도리어 내가 당황해버렸다.
"뭐? 근데 왜,"
"재밌잖아."
"......"
"민윤기가 저렇게 반응하는 게."
"......"
특유의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김태형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김태형이 내게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발씩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너도 재밌어."
"......"
"나랑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흥미로워."
"...웃기지마. 이제 아니거든?"
"어? 정말?"
"......"
어느새 내 등 뒤에 칠판이 닿았고 더는 빠져나갈 곳이 없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김태형이 표정을 굳히며 내게 성큼 다가왔고 나를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내 눈을 빤히 바라보던 김태형이 곧 내 귓가에 속삭였다.
"너도 알고 있지 않아?"
"......"
"벗어났다고 해도 벗어난 게 아닌 거."
"......"
"너가 아니라고 해도 아닌 게 아닌 거."
"......"
"그래도. 넌 똑같다는거."
김태형이 낮게 웃으며 동아리실을 나갔다.
나는 김태형의 말을 되새기며 그 자리 그대로에 서 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김태형의 말이 사실이었기에.
아무리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이미 벗어났어도. 나는 똑같다.
나는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나는 똑같다.
그리고 나는 왠지 김태형을 가까이에 두며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
.
계속 수업을 빠지면 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것 같아 교실로 향했다.
내가 교실로 들어서자 시끄러웠던 교실이 찬물을 끼얹지 듯 조용해졌다.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내가 너무 모순적이었다.
내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도 반 아이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며 조용히 있었다.
그러나 곧 그 조용함은 나를 괴롭히는 무리 중 한 아이로서 깨져버렸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
"우리 학교 공식 창녀 아니야?"
"......"
창녀라는 듣기 싫은 말에 고개를 들어 그 아이를 노려봤다.
아 진짜. 오늘 운 겁나 없네. 걸려도 얘한테 걸리냐.
우리 학교에서 질 나쁜 아이로 유명한 아이였다.
그리고 무리를 이끄는 아이. 한진우.
"왜 그렇게 쳐다봐? 아, 창녀라는 말이 좀 그런가?"
"......"
"뭐, 말을 순화시켜줄까? 술집 여자로?"
"......"
한진우의 말에 반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이게 웃을만한 일인가, 도대체 뭐가 그리 웃긴지 너무 궁금했다.
"오늘은 웬일로 가만히 앉아있어? 원래는 안 그랬잖아."
"......"
"원래대로 해. 원래처럼 내 말에 반박하고 대들라고."
"......"
"어? 사람이 원래대로 안 하면 죽는다잖아."
한진우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쳤고 곧 머리를 세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자제력을 잃었다.
"죽으려고."
"뭐?"
"죽으려 한다고."
"허, 이년 봐라?"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나만 죽는다고 말하는 거니까.
동아리 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동아리에 들었다는 건 아직 한진우 무리가 모를 거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죽으려고 마음먹고 보니까 너가 너무 같잖아 보이더라."
"...뭐라고?"
"애들이 빌빌 기어가면서 너 떠받들어주니까 다 니 세상 같지? 근데 그거 알아? 뒤에서 다 니 욕해."
"......"
"왜 저러고 사냐고."
"이게 뚫린 입이라고 막 지껄이네. 안 닥쳐?!"
"너가 원래대로 하라며. 그래서 말한 건데 왜. 후회돼?"
"...그만 씨불여라...어?"
한진우가 화에 못 이겨 떨리는 손으로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에 내가 한진우를 비웃으며 말했다.
"우리 학교 공식 창녀는 난데. 너는 뭐라고 불리나 궁금하지 않아?"
"......"
"우리 학교 공식 쓰레기."
"...ㅇ,이!"
"나는 사람 취급이라도 해주는데 넌 사람 취급도 안 해주네. 이 쓰레기야."
"이 썅년이 진짜!!!!!"
한진우가 결국 폭발했고 주먹을 들어 나를 때리려고 할 때였다.
그런 한진우의 손을 누군가가 막았다.
또 전정국인가.
한진우의 손을 막은 사람이 누군지 보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그 의외의 인물에 나와 한지우 둘 다 놀랐다.
"그만해."
"...하! 시발. 이 새끼는 또 뭐야."
"......"
박지민이었다.
박지민이 한진우의 손을 잡아 내렸고 내 손목을 잡아 자신의 뒤에 숨겼다.
그 모습을 본 한진우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쳤다.
"와, 이건 또 무슨 그림이야?"
"......"
"공식 왕따에 공식 창녀. 웃겨 아주?"
"탄소한테 사과해."
"뭐?"
"창녀라고 부른 거 사과하라고."
"오, 박지민. 너 많이 컸다? 나한테 개길 줄도 알고. 요즘 덜 맞았지?"
"......"
한진우의 말에 박지민의 어깨가 약하게 떨렸다.
덤덤한 척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많이 무서울 거다.
매일 괴롭게 맞아가며 학교를 다녔던 옛날로 되돌아갈까 봐.
"아, 그럼 그 소식이 사실이었네."
"......"
"저년이 그 동아리에 들어갔다는거."
그 말에 반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어떻게 안 거지?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 몰랐을 텐데.
내 표정을 박지민의 어깨너머로 본 한진우가 비릿하게 웃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어떻게 안 건지 궁금한가 봐. 안 그래 창녀?"
"......"
"다 아는 수가 있지. 나중에 때가 되면 알려줄게."
"......"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아, 나 왜 이렇게 착해?"
"......"
"다음에 놀자. 알겠지? 다음에는 더 신나게. 너랑 나. 단 둘이."
한진우가 박지민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고 나를 노려보더니 교실을 나갔따.
아직도 반 아이들은 그게 사실이냐며 수군덕거렸고 나는 오늘도 수업을 받기에는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한숨을 쉬자 박지민이 잔뜩 굳은 얼굴로 내 팔목을 잡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
.
.
박지민이 큰 보폭으로 복도를 빠른 속도로 걸었다.
나는 손목이 붙잡힌 체로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아가며 박지민을 따라갔다.
이래 봬도 나 다리를 다친 몸이라고!
처음에는 배려를 해주더니 이제는 안 해주네.
마음속으로 툴툴거리고 있는데 곧 박지민이 운동장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소리쳤다.
"너 미쳤어?"
"뭐? 다짜고짜 무슨 소리야?"
"너 저 새끼한테 대들면 어떡해. 무슨 험한 짓을 당하려고!"
"......"
"쟤한테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박지민이 한껏 격앙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처음 보는 박지민의 표정에 멈칫했지만, 그것도 잠깐뿐이었다.
"알아."
"아는데, 아는데도 그래?!"
"그럼 멍청히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발악이라도 해보는 게 났지!"
"......"
"너한테 예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왜 가만히 맞고만 있어?"
"......"
"너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맞을만한 이유 있어?"
"......"
내말에 박지민이 넋을 놓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항상 박지민이 답답했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맞고만 있는 박지민이.
내 아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두려워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영원히 그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분명 힘이 있는 아이다. 그런데도 박지민은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무력하게 맞고만 있었다.
"무섭다고 가만히 있으면 변할 것 같아?"
"......"
"아니, 아무것도 안 변해."
"......"
"너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애잖아. 가진 게 없는 나도 싸우는데 너라고 못하겠어?"
박지민이 고개를 숙이며 가만히 내 말을 듣다가 이내 웃음을 보였다.
"...맞는 말이네. 내가 한심했어."
"......"
"고맙다. 따끔하게 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오는 박지민에 쑥스러워서 고개를 숙이다가 다리에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표정을 찌푸리며 벤치에 앉아 내 다리를 살펴보니 아물었던 상처가 다시 터져있었다.
아씨, 민윤기가 애써 치료해줬는데. 설마 이걸 보고 또 잔소리를 하진 않겠지?
내 표정을 본 박지민이 나와 같이 내 다리를 쳐다봤고 곧 소리를 질렀다.
"헐! 설마 이거 내가 그런 거야?!"
"...나도 몰라."
"모르긴 뭘 몰라. 맞구만!"
"......"
"미안해 정말."
안절부절못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박지민에게 괜찮다고 말을 하자 곧 박지민이 내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러더니 교복 마이 주머니에서 밴드와 후시딘을 꺼내 들고 내 다리를 치료해줬다.
남자가 별 걸 다 들고 다니네. 나보다 훨씬 났다.
"근데 아까 왜 이렇게 화냈어?"
"뭐가?"
"내가 걔한테 대들었다고 화냈잖아. 막 표정까지 굳어지면서. 그런 표정 처음 봐."
"...그야, 이제 같은 동아리기도 하고. 또, 너가 다칠까 봐 걱정됐어."
걱정됐다라.
박지민의 말에 다시 알 수 없는 따뜻한 감정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불안감과 불신이 나를 지배해왔고 곧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박지민에게 하고 말았다.
"야."
"응?"
"너가 뭔가를 착각하는 것 같은데. 너랑 나는 같은 동아리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
"어짜피 죽으면 끝나는 인연인데 뭘 그렇게 신경 써줘?"
"......"
내 말에 박지민이 표정을 굳히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한참을 말없이 치료하던 박지민이 치료가 끝났는지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사과를 해야 하는데 멍청한 내 입이 쉽게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 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고 박지민에게 말했다.
"...ㄱ,고마워."
"어?"
"고맙다고! 그리고..."
"......"
"미안해."
내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박지민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뭐가 미안해?"
"...어? 아까 그 말..."
"응? 난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
이 동아리 애들은 정말 바보같이 착한 것 같다.
무심한 척하면서 뒤에서는 챙겨주고.
이런 나를 감싸주고, 배려해주고 또 손을 맞잡아주니까.
이 아이들이라면 나를 버리지 않겠지.
이 아이들이라면 나를.
차오르는 눈물을 꾹 눌러 참았다.
박지민에게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더 고맙지."
"...너가 왜?"
"너 때문에 깨달은 게 많았거든."
"......"
"또 한진우한테 대들어도 보고. 솔직히 너가 말하는 거 듣고 속 시원했다."
"...앞으로 너도 가만히 맞지 말고 나처럼 해. 가만히 있으면 남자답지 못해."
박지민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다시 쭈그려 앉고 나를 쳐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근데 무섭단 말이야아."
"너가 표정 굳히는 게 더 무서워."
서로 주고받으며 얘기를 하다가 결국 웃음보가 터졌다.
박지민과 계속 웃다가 갑자기 박지민이 손뼉을 치며 내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 이거."
"...어. 내 휴대폰."
"맞아. 어제 윤기한테 문자 왔어. 너한테 이거 꼭 주라고."
"......"
무서운 잔소리꾼. 뒤에서 이렇게 손까지 쓰다니.
아까 민윤기한테 들었던 잔소리들을 생각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휴대폰 주려고 너 찾았는데 동아리실에 없길래 너희 반에 갔더니 너가 맞으려고 하더라."
"......"
"그래도 내가 딱 맞춰서 왔지?"
"응, 조금 멋있었어."
박지민이 살짝 웃더니 손을 뻗었고 내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제 동아리로 돌아가자. 애들이 기다리겠다."
"...그래."
박지민이 일어섰고 나도 눈가를 벅벅 문지르며 박지민을 따라 벤치에서 일어났다.
쪽팔리게 눈물이 왜 고이고 난리야.
참는다고 참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나 보다.
아까와는 다르게 박지민이 다리를 다친 나를 배려해서 천천히 걸었고 그에 슬쩍 웃으며 걸음을 맞추는데 내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
뭐지? 웬 문자. 나한테 연락할 사람 없을 텐데.
의아한 마음도 잠시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고 그 문자를 보고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움직일 수 없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지만.
내가 잘 걷다가 멈추자 박지민도 나와 같이 걸음을 멈추고 내 안색을 살폈다.
"왜 그래? 다리 많이 아파? 못 걷겠어?"
"...야."
"응?"
"너 이거 다시 가져가."
"뭐? 갑자기 왜?"
박지민에게 휴대폰을 건네자 박지민이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박지민을 무시하고 계속 휴대폰을 박지민에게 건넸다.
"그냥. 나 이거 필요 없으니까 너 가지라고."
"야 안돼. 너한테 이거 안 돌려주면 나 윤기한테 혼ㄴ,"
"혼나든 말든!!! 그냥 가지라고!!!"
"...ㅇ,야!! 김탄소!!"
받지 않으려고 버티는 박지민에게 소리를 지르고 휴대폰을 바닥에다 던졌다.
그리고 나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계속해서 달렸다.
[에필로그]
탄소가 가고 지민은 한참 동안 벙찐 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벙쩌 있는 지민이 곧 학교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정신을 차렸고 탄소의 휴대폰을 찾아 복도를 두리번거렸다.
아, 저깄다. 참 멀리도 던졌네.
탄소의 휴대폰을 주어든 지민이 휴대폰이 멀쩡한지 전원을 켜봤다.
다행히 금 가지는 않고, 멀쩡하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지민이 곧 위에 떠 있는 메시지를 읽고 표정을 굳혔다.
[니년이 나간다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아?]
[넌 어차피 제 발로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돼 있어]
[원래 그런 년이니까 넌 원래 더러운 년이니까]
-마담-
이것 때문에...
지민이 표정을 굳힌 체 문자 메시지를 삭제했고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왜 안 오냐? 또 맞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닌데. 지금 일 났어."
[뭐? 무슨 일.]
지민이 상대방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다 말했고 상대방의 주위가 시끄러워졌다.
인상을 찌푸리며 지민이 잠깐 휴대폰을 귀에서 땠다.
[그래서 걔 어딨는데.]
"그걸 나도 몰라. 갑자기 반대편으로 뛰어갔어."
[아니, 따라가야지 왜 전화질이야!]
"나도 놀랐다고! 쨌든 너희가 탄소 좀 찾아. 또 그 새끼한테 걸리면 그 새끼가 탄소한테 무슨 짓 할지도 모르니까."
[시발 진짜 돌겠네. 너는.]
"난 따로 할 일이 생겼으니까 남준이 좀 바꿔줘."
남준과 통화를 마친 지민이 말없이 탄소의 휴대폰을 쳐다봤다.
곧 지민의 휴대폰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고 문자를 확인한 지민이 서둘러 어딘가로 향했다.
화냈다가 웃었다가 또 화냈다가 울고. 도대체 김탄소 너는 어떤 아이인지.
얼마나 많은 비밀으 숨기고 있는지 궁금하다. 종잡을 수 없는 여자애.
그게 딱 너였다.
무섭다고 가만히 있으면 변할 것 같냐라. 참나, 그럼 지는.
자기도 그러면서 남한테 훈계는 또 잘해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지민이 얕게 웃었따.
뭐, 그게 너의 매력인 것 같다. 김탄소.
[작가 주저리]
허허, 여러분.
저 빨리 왔죠?
조금은 미리 써놨거든요!
어제 많이 놀랐죠?
젘ㅋㅋㅋ그거 쓰는데 만우절이 얼마 안남아서 엄청 급하게 썼답니다.
쓰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웃으면서 썼어요. 내용은 심각한데 말이죠.
사실 개그로 써볼까하다가 말았습니다.
제 글에 댓글을 남겨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댓글을 보면서 힘을 얻어요. 댓글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쓴답니다!
그러니 제 글이 아무리 똥글이여도 읽으셨다면 댓글 한번씩 남겨주세요ㅠㅠ
포인트도 돌려받고 얼마나 좋습니까?! 안그래효?!
이제 정말 완전 봄인 것 같아요. 날씨가 너무 따슙>^〈/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정말 진심 트루!!!!!! 감사합니다 여러분!
[암호닉 분들♥]
BBD님, 꾸기부님, 윤기나서민윤기님, 김지팡님, 라바님, 용용님, 두준두준님.
암호닉 신청은 5화까지만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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