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대첫만남] 추석맞이 짧은 에피소드 上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c/9/2c95ed4ec7ff2b8672f664bb43653ee6.jpg)
BGM. Rainbow - Kiss
추석 맞이 짧은 에피소드 上
w.기성용대는사랑이다
[ ♩♪♬ 이용대 후딱 일어나서 전화받아 ]
…아으,이건 뭔 소리래.한참 단 잠을 자고 있던 찰나에 내 귓가에 정체불명의 소음이 들렸다.떠지지 않는 눈을 힘도 없는 팔을 겨우겨우 들어 비비적 거리고는 겨우 떴다.눈을 뜨자 이미 대낮이 됬다는듯,시계는 낮 12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창가에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침대로 쏟아지고 있었다.이 소리는 분명 기성용인데.아침부터 퉁명스러운 기성용의 목소리에 침대 옆을 손으로 휘저어 봤지만,느껴져야할 큰 등치가 느껴지지 않았다.오늘이 토요일이니까 저녁운동만 있을거고,그럼 "아,왜 변태처럼 만져대" 하며 내 손길에 음흉히 웃으며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이 있어야 하는데.…음.설마 핸드폰인가 싶어,일어나기는 싫고 대충 손을 더듬어 침대 옆에 있는 핸드폰을 잡아챘다.이용대 후딱 일어나서 전화받아.그러자 내 예감이 적중했다는듯,핸드폰에서 기성용의 음성이,그것도 벨소리로 지정되있었다.이건 뭐야,언제 해놨대.마침 발신인은 기성용.하여간 이상한 짓은 골라서 해댄다.인상을 찌푸리며 귓가에 핸드폰을 대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 이용대,왜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
" 전화 했었어? "
" 참나,전화 10통이나 했어.그거뿐인지 알아?문자도 15통인가 보냈는데. "
뭐가 그렇게 급하길래.핸드폰을 귓가에서 떼놓고선 슬쩍 화면을 보자,화면엔 떡하니 부재중 전화 10통.확인하지 않은 문자 15통이 떠있었다.왜 전화했어,또 어디갔고.내 말에 기성용은 어이없는지 허,하며 헛웃음을 지었다.가뜩이나 어제 잘 안마시던 술 때문에 죽을뻔했다.추석 전날이니까 마셔줘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정은누나의 억지 논리 때문에 술 3병은 마신 것 같다.그것 때문에 오늘 내 배는 화산이라도 끓듯이 부글부글 끓으며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일렁였다.…근데 잠시만,추석?추석?한가위?…헐.순간 생각났다.오늘이 무슨 날이고,무슨 중요한 일정이 있는지.기성용,헐.잠시만.내 말에 기성용은 이제야 알았냐는듯 한숨을 내쉬었다.
" …헐,잠시만. "
" 이제 생각났냐?미치겠네.중요한 약속은 칼같이 기억하는 애가 오늘은 왜 … "
" 어떡하지?지금 12시지?내가 잘못보고 그런거,아니지? "
" 그래.지금 12시야.아침, "
" …어떡하지? "
" 뭘 어떻게 해.너 어제 뭘 했길래 전화 소리도 못 듣구 그래?내가 잠 확 깨라고 내 목소리로 벨소리 했잖아. "
" 근데 너는 어디 갔길래 나를 안 깨웠어?깨웠어야지! "
" 술 마셨다고 머릿속까지 포맷 됬어?내가 너 급한일 있다고 나갈때 누나 귀국 배웅 나가야 된다고 갔다가 그냥 엄마 집에서 잔다고 했잖아.고개도 끄덕거렸으면서, 다 까먹고 오늘 추석이니까 어머님댁 가야 되구나 그 생각만 했지,너? "
" …응,무튼 내가 그렇게 바쁠때 말하면 어떡해!전화해서 확인 통화라도 하던가.평소에는 그런거 잘만 하더니! "
그래서 너 지금 내 잘못이란거야?징징거리며 투정거리는 내 목소리에 기성용은 내 꼴이 우스운건지 실실 웃으며 말을 뱉었다.그래 내 잘못이지,뭐.나는 아무래도 병신이 아닌가 싶었다.평소에는 그런거 잘만 기억하는데 왜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기억을 못했을까.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까치집이 된 머리를 대충 누르곤 부엌으로 향했다.어제 술을 주구장창 들이마셔서 그런가 목이 너무 타들어갔다.벌컥 벌컥.핸드폰은 그대로 귀에 붙이고는 물 1리터를 다 마실 기세처럼 물병 채로 들이 마신후 탁.하며 식탁에 놓자마자 히끕,하며 딸꾹질이 나왔다.히끕.아 왜이래.딸꾹질을 멈추려고 혀도 내밀어보고 숨도 참아봤지만 나아질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어이구,그런 내 모습에 기성용은 픽 웃었다.
" 어이구,어제 술 드셨어요? "
" …어. "
" 얼마나 마셨는데? "
" 세병? "
" 헐,술 세병?세잔이 아니라? "
" 응,세병. "
" 미쳤네,이용대가 단단히 미쳤어.어제 급한일 있다고 내가 놀자고 하는거 다 거부 하고 가드니,고작 술?나랑도 마실 수 있는데. "
" 아,뭐…나도 마실지 몰랐어! 어쩌다 보니까 정은 누나가 따라주는 바람에 그냥 마셨어.형도 있는데 거부하기 그래서, "
" 그 여자가 문제 라니깐.옛날부터 마음에 안들더라.무튼 술은 좀 깼어?너 술 냄새 폴폴 풍기면서 오면 우리 엄마 바로 내쫓으실거야. "
" 술 냄새는 안나는거 같은데,술은 뭐 어느정도 깼어.씻고 하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
숙취해소제는,먹었어? - 기성용의 말에 응,하며 짧게 대답했다.킁킁,몸 곳곳의 냄새를 맡아봤는데 그닥 냄새는 안나는 것 같았다.그냥 샤워하면 없어질정도 였으니까.이용대 아저씨 다 됬네.웃음기 있는 말투로 말 하는 기성용의 목소리에 살짝,발끈 했다가 화를 가라앉혔다.추석 전날에 기성용도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술 마신 내가 잘못이지. 물을 마시고 냉장고를 뒤져 보았다.…후,어떻게 사람 사는 집에 이렇게 먹을게 없는지.먹을거라곤 3분 카레,냉동 죽.냉동 튀김 죄다 이런것 뿐이었다.워낙 기성용이 인스턴트를 좋아하고 나도 귀찮다 보니까 뭐…어머님이 집에 들어오셨다가 보는 순간에 나는 죽음일게 뻔했다.염치 없지만 오늘 어머님 댁에서 먹을 것을 가져와야 겠단,그런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이용대 병신.먹을거는 사가야 되나?냉장고를 뒤적이며 묻는 내 말에 기성용은 대답했다.
" 아냐,어차피 집에서 다 할건데,뭐. "
" 나 음식 안한지 오래됬는데 어떡하지? "
" 그냥 간단히 전 같은거 요리하고 고사리 무침 이런거만 하면 될텐데,뭘. "
" 그렇겠지?그럼 간단히 음료수 같은거 사가야겠다. "
" 그러든가, "
" 근데 넌 어디길래 이렇게 소란스러워?상아씨 어제 귀국이였다며. "
" 선수촌,감독님이 오늘도 연습해야 된다고 막 그러시든데. "
오늘도?경악한 내 목소리에 기성용은 작게 후,하며 한숨을 쉬었다.오늘 같은 날도 운동이라니,분명 최강희 감독님은 독기를 품으신게 분명했다.솔직히 오늘 같은 날에는 좀 쉬고 컨디션 회복하는게 우선일텐데.이 대낮부터 선수촌에 끌려가 땀 뻘뻘 흘리며 운동장 뛰고 있을 기성용 생각에 살짝 측은해졌다.가서 동그랑땡 많이 먹여야지.…여보세요,이용대?멍 때리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기성용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핸드폰 떨어뜨릴뻔한 것을 겨우 잡고는 대답했다.
" 뭘 그렇게 놀라. "
" 멍 때리고 있었어,깜짝 놀랐네. "
" …참,별거에 다 놀라네.무슨 생각 하고 있었길래 그렇게 화들짝 놀라고 그러실까. "
" 그냥…뭐 가서 너 밥 좀 많이 먹여야겠단 생각?이런 날까지 고생하고.그 놈의 우즈벡전이 뭐길래 사람 살지도 못하게 한대.오늘 같은 날에 힘들게. "
" 걱정하는 거야?와,이용대 걱정 직접 들으니까 기분 좋다.더 열심히 운동해야지. "
" 설레발 치지말고!무튼 12시까지 가는거라고? "
" 응! "
" …어떡하냐.지금이 12시인데.준비도 하고 그럴려면 좀 늦을거 같은데.너랑 같이 가야 될거 아니야. "
" 그래야지,혼자 들어가면 뻘쭘 하니깐.너 한시 반쯤에 선수촌으로 올거지? "
" 응,너 그때 끝나? "
" 그때 끝내달라 해야지.누나도 와서 감독님 보내주실거야. "
" 그건 그러면 되는데…나 어떡하냐.어머님 단단히 화나셨겠네. "
" 에이,괜찮아.내가 잘 말해놓을게. '
" 맨날 말만 잘하지,너. "
이번엔 제대로 말해놨다니까.뿌듯한지 하하,하며 호탕한 웃음을 짓는 기성용의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말빨 하나는 세계 기네스북에도 오를 것만 같았다.기성용은.물론 나한테 하는 말만.저번에도 나랑 밤새 영화보고 놀다가 다음날 일어나보니까 운동을 가야하는 시간보다 3시간 후였다.깜짝 놀라서 깨우자 그때 뭐라 했더라." 말 해놨어,괜찮아. "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기성용의 모습에 안심하고 더 쉬다가 선수촌 갔는데 그때 기성용은 딱,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나도 덩달아 같이 혼나고.솔직히 기성용의 거짓말은 어머님께만 잘 통하는 것 같다.워-낙 어머님이 사람을 잘 믿으셔서.무튼 의심이 가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말 해놓겠지,생각하고는 말했다.
" 그럼 너만 믿는다? "
" 그래그래,너가 나 안믿으면 믿을 사람이 누가 있냐?나같은 사람이 어딨다고.그냥 한시반까지 늦지말고 선수촌으로 와.알겠지? "
" 알았어,이번엔 꼭 안 늦을게.그럼 연습하고,끊는다?좀 있다 보자. "
" 어?벌써 끊어? "
" 그럼 끊어야지.할 말 다 했는데. "
" 와,진짜 딱 자기 할말 하고 끊으려 하는 것좀 봐.계산적이라니깐. "
" 그럼 어떡해.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을수도 있는데.무튼 얼른 끊자니까 ?"
" 진짜 끊자고? "
" 장난 치지말고.끊는다?어?알겠지? "
" 하하,알겠어.그럼 좀 있다 보자,먼저 끊어. "
응,운동 열심히 하고 - 알았어.웃으며 말하는 기성용의 마지막 말을 듣고선 뚝,전화를 끊었다.대충 탁자에 핸드폰을 올려놓고선 화장실로 직행했다.지금부터 준비해도 추석이라 차도 좀 막힐거고,무튼 제 시간에 갈 것 같지는 않다.에씨,몰라.솟구치는 짜증남에 머리를 두 손으로 막 헝크렸다.아,왜 오늘 같은 날에 이 모양이야!
***
" 이용대 선수 화이팅! "
" 하하…네,감사합니다.추석 잘 보내세요! "
" 예예, "
탁,택시의 문을 세게 닫고는 인도로 올라왔다.와 진짜 죽는지 알았다.내 차로 가면 되지만 차를 수리 맡긴 바람에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집에서 선수촌까지 최소한 택시로 30분인데 1시 5분에 나와,어떻게 됬든 늦는건 당연했다.근데 거기다가 교통 상황은 헬.서울쪽으로 올라가는 차가 많아서 그런가 도로는 꽉 막혀있었다.그걸 겨우 뚫나 했더니,택시 아저씨는 다급한 내 얼굴은 보이지 않으신지 여유롭게 웃으며 내게 하나하나 물어왔다.이용대 선수맞죠? - 아,예.그때까지는 웃으면서 대답할 수 있었다.근데 그 이후로 " 금메달 축하해요 ", "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 , " 우리 딸이 참 좋아해요. " 등 아저씨는 많은 것을 물어보셨다.…물론 축하 해주시는건 감사드린다만.거기다가 너무 차가 막혀 결국 선수촌에서 5분거리의 지점에서 내릴 수 밖에 없어서 차가 멈추자 마자 튀어나가려 하는데 아저씨는 나를 붙잡으시며 싸인을 요구했다.그것도 3장이나….기진맥진한 느낌에,겨우 싸인을 하고 차에서 내리자 시간은 정확이 1시 45분을 향해있었다.그때 저절로 나오는 한숨이란,정말 환상적이었다.
" 여기 일텐데…왜 안나오지. "
나도 정말 길치이긴 한가 보다.이 선수촌에서 생활한지가 얼마나 오래 됬는데,고작 선수촌에서 5분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이렇게 길을 헤매다니.기성용에게 전화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가방을 뒤적였지만 핸드폰은 보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맞다,핸드폰 탁자에 놓고 왔지,챙긴다고 해놓고선.뭐 어쩌겠어.나는 무작정 대충 느낌이 가는 길로 걸었다.그렇게 한참 두리번 거리며 걸었을까,멀리서 그토록 듣고 싶던 목소리가 들렸다.구자철 자식아,죽을래.구자철 선수와 투닥거리며 싸우는 희미한 기성용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뻐 보이든지.좀 많이 추하긴 하지만 나는 정장을 입은 채로 머리를 휘날리며 기성용이 있는 쪽으로 뛰었다.기성용! - 힘껏 외치는 내 목소리에도 기성용은 들리지 않는지,구자철 선수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근데 기성용 차림이…분명,손목시계를 봤을때 시간은 1시 56분을 향하고 있었는데 기성용의 차림은 여전히 유니폼이었다.
" 기성용! "
" 아오,구자철 뒤질래? "
" 뭐 새끼야.너는 얼른 용대씨랑 놀러가지? "
" 갈거거든?너는 이청용 시골 내려가서 심심하겠다?병신,혼자 손가락이나 빨면서 기다려라. "
" 이 새끼가 진짜! "
" 야,기성용!! "
" 아!깜짝이야,언제 왔어. "
난 정말 늦은지 알고 맨발의 광년처럼 미친듯이 뛰어왔는데,그런 다급한 나의 모습과 다르게 기성용은 차림도 운동하던 그 차림 그대로,갈아입으려는 생각도 없는듯 구자철 선수와 시덥지 않는 장난을 주고받고 있었다.이럴거면 뛰어오지나 말걸.괜히 난리 부르스 친 내가 한심해져왔다.기성용! - 열심히 부르짖는 내 목소리에도 기성용은 대답없었다.결국 기성용까지 뒤까지 다가가 등작을 확,치자 기성용은 그제서야 깜짝 놀랐는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아까아까! 저-뒤에서 계속 너 불렀거든? "
" 아,진짜?왜 몰랐지. "
" 구자철 선수랑 이상한 얘기나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그나저나 너 왜 차림이 아직도 이 모양이야? "
" 이제 옷 입어야지. "
" 으이구,굼벵아!난 엄청 늦은지 알고 머리 휘날리면서 뛰어왔는데! "
" 늦은거 맞잖아.지금 2시다? "
" …말만 잘하지,진짜!늦은거 알면 먼저 준비라도 해놓든가. "
" 하하,용대씨 안녕하세요? "'
" …아,예.안녕하세요. "
" 둘이 무슨 결혼한지 10년된 부부 같아요.장난아니게 부부싸움 하시네. "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를 쳐다보는 구자철 선수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무슨 어머님이 쳐다보는것 처럼 흐뭇하게 쳐다보신대.속으로는 쉴새 없이 꿍얼거렸지만,차마 말로는 내뱉지 못해 그냥 어색하게 웃기만 할 따름이었다.이청용 선수도 내려갔는데 좀 안타깝기도 하고.어쩌면 명절까지 지겹게 붙어있는 우리가 좋은걸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지겹긴 하지만 이것도 다 복에 겨운 생각이니까.나를 보며 바보같이 헤헤,거리는 기성용은 샐쭉 노려보았다.
" 뭘 그렇게 노려보신대,늦은건 자기면서. "
" 나는 너가 준비 딱 해놓고 기다릴줄 알았지.아 -힘들어 죽겠다. "
" 숨 좀 내쉬어봐.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었어?늦을줄은 알았는데 5,10분 늦을 줄 알았지. "
" 차 엄청 막히더라고.그리고 택시 기사 아저씨가 알아보셔서 싸인까지 해드리고 왔지, "
" 인기 많다,이용대?긴장해야겠네. "
" …무슨.장난할 상황 아니그든요. "
" 근데 너 왜 전화는 안 받았어. "
" 급하게 나오느라 깜빡하고 탁자위에 놓고왔어.너랑 전화 끝나고 거기다 놨거든. "
" 정신 좀 차려,이용대 어째 갈수록 아줌마가 다 되가는거 같아. "
이러다가 이용대 아줌마설 까지 나오겠네.기성용의 말에 한숨을 폭,내쉬었다.이용대 여자설도 감당하기 벅찬데 이번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분위기다.특히 구자철 선수같은 까불이 선수가 이런 소리 들으면 또 얼마 안되서 축구 선수들이 아줌마설이니 뭐니 떠들게 분명했다.추석 지내고 어떻게 선수촌을 갈지 막막해져왔다.와,그거 재밌네,아줌마설이라니.또 금세 기성용 말을 캐치해서 낄낄 거리는 구자철 선수를 흘끗,쳐다보고는 기성용에게 말했다.
" 딴 소리 말고,너 옷이나 갈아입어. "
" 천천히해두 된다니깐.다 말해놨어, "
" 다 말해놓든 뭐든,이렇게 늦은건 어머님도 별로 안 좋아하실거야. "
" 괜찮다니깐. "
" 너는 괜찮지,아들이니까!나는 아니거든!꼭 지 생각만 해요.오늘 상아씨도 오셨고 힘드실텐데 내가 대신해서 음식 하시는거 도와드려야지. "
" 이제 웰컴 투 시월드네.그치? "
" …인터넷 그만해,이상한 말만 배워오고 말이야.시월드는 무슨 당연한거지.오늘 친척분들 오실 수도 있다면서. "
" 근데 고모들한테 너 뭐라고 설명하지? "
" 어머님이 그냥 부모님 다 해외 가셔서 너네집에서 묵기로 했다고 말씀 드려놨대.그건 걱정마. "
" 그래?그럼 다행이고.그나저나 내가 큰 집이라서 이용대 고생 꽤나 하겠다,미안해. "
" 뭐 어떡해.너 만난 내 잘못 탓해야지. "
그치.웃으며 쳐다보는 내 시선에 기성용은 씩,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처음으로 며느리 된 입장,이건 오바고 무튼 친척분들이랑 같이 추석을 지낸다고 생각하니까 감회가 새로워졌다.옛날엔 내 아내가 차려주는 음식 먹는 생각만 했었는데 직접 차리게 되고.같은 남자로써,왜 내가 이런일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너무 설레였다.기성용 가족들은 만나는거니까.웃으며 바라보는 내 모습에 기성용은 손을 올려 살짝 땀에 젖은 앞머리를 매만져주었다.
" 뭐해,괜찮아. "
" 얼마나 뛰어왔길래 이렇게 땀을 흘렸어,앞머리도 갈라지고. "
" 차가 너무 막혀서 그냥 뛰어왔어. "
" 완전 급하셨구만,진짜 나 준비라도 해놓을걸 그랬나.미안해지려고 하네. "
" 미안하면 이제라도 잘 하시든가요,됬어.내가 할게. "
" 성질은,구자철 선수는 어디 안 내려가세요? "
" 저는 독일에 가봐야 될 것 같아요. "
" 시골 안가시구요? "
" 아,정호가 부상 때문에 제 독일 집에 지내거든요.아픈 녀석이라서,제가 가서 돌봐야죠,뭐.고향집은 얼마전에 다녀 왔구요.용대씨는 안 내려가세요? "
" 저도 얼마전에 기성용이랑 친정 갔다 왔어요.오늘 성용이집에 친척분들 오신다는데 어머님 혼자 일해야 하니까 안가기도 뭐하고 그래서 그냥 가려구요. "
" 그러시구나…무튼 잘 다녀 오세요! "
" 감독님한테 성용이,잘 말씀 드려주세요!얘가 말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
" 알겠습니다! "
가자.구자철 선수의 말을 끝으로 내 손을 슬쩍 잡으며 선수촌을 빠져 나가려는 기성용의 팔을 잡았다.그 차림으로 가려고? - 아,맞다.내 말에 기성용은 맹구처럼 웃어댔다.사실 정신줄 놓고 사는 사람은 기성용이 아닌가 싶다.유니폼을 그대로 있고,그것도 모자라서 자기 짐도 안챙기고 나가려는 기성용의 모습에 어이없어 픽,웃었다.차키도 가방에 있으면서.얼른 갈아입고 나와.웃으며 말하는 내 목소리에 기성용은 징징 거렸다.
" 우리 조금만 놀고 갈까. "
" 뭐? "
" 조금만 쉬다 가자고.너도 힘들텐데,응?그럴까? "
" 무튼 꾀는 엄청 잘 부려요.쉬긴 뭘 쉬어.늦었다니까?차 타서 쉬면 되지. "
" 안 늦었어,엄마한테 말씀 드려놨다니까?나 못 믿어? "
" 아니아니,믿긴 하는데 너는 괜찮겠지만 난 안된다니깐? "
" 말 해놨다니ㄲ… "
" 너 내가 욕먹는 꼴 보고 싶어?어머님도 알겠다,말로는 그러시지만 속으로는 좀 짜증나실 수도 있지. "
" … "
" 응?그니까 성용아,얼른 옷 갈아입고 나와.알았지? "
" 아,알았어.알았다고. "
이건 뭐 애 키우기 시뮬레이션도 아니고.기성용은 갈수록 애가 되는 느낌이었다.남편은 갈수록 애가 된다는 말이 있던데,남편까지는 아니라도 무튼 남편이나 마찬가지인 입장이니까.옷 입고 나와,알았지 - 다독이는듯,달래는 말투로 등을 토닥이는 내 모습에,기성용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이곤 제 발로 선수촌 안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보며 후,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데 내 모습을 지켜보던 구자철 선수는 씩 웃으며 말을 꺼냈다.
" 기성용 키우기 힘들죠? "
" 네? "
" 쟤가 등치는 산만해서 하는짓은 영락없는 초딩이거든요.물론 새롭긴 하지만요, "
" 선수들 사이에서도 그래요?감독님께도요? "
" 당연하죠,얼마나 까불인데. "
" 저러다가 욕 먹을텐데… 자철씨가 좀 고쳐줘요.싸우긴 해도 제일 친한 친구인건 속일 수 없으니까. "
" 뭐,그럴게요. "
이건 뭐,남편 뒷담까는 것 같다.자철씨가 고쳐줘요.웃으며 쳐다보는 내 시선에 구자철 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럴때는 정말 사람 괜찮은데 기성용이랑 싸울때는 솔직히 둘다 영락없는 초딩같다.이런거 보면,맨날 둘 옆에서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싸움을 지켜볼 이청용 선수가 살짝 불쌍해져왔다.이런 정상적인 모습도 별로 못 보겠지.띠리링 -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고개를 돌리자 핸드폰을 쳐다보더니 환하게 웃는 구자철 선수가 보였다.
" 누구길래 그렇게 좋아하세요? "
" 청용이요! "
" 와,진짜 지극정성이시네.시골 잘 내려갔다고 안부 전화 한건가봐요. "
" 그런거 같아요!그럼 저 가볼게요.여기서 통화하다가 용대씨한테 욕 먹을 수도 있어요. "
" 하하,그러세요 그럼. "
" 길 막히는데 사고 조심하시구,재밌게 놀다 오세요! "
" 자철씨도 독일 조심히 내려가세요. "
청용아,잘 내려갔어?보고 싶어 -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로 돌자 마자 별 닭살 맞은 멘트를 뱉으며 멀어져가는 구자철 선수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저 커플도 참 대단하다.저런 오글거리는 말이 어떻게 저렇게 쉽게 튀어나가는지.사귄지 우리보다 오래 됬는데,얼른 부모님 허락 맞고 같이 시골 내려갔음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제일 불쌍한건 사실 둘 옆에 껴서 온갓 소리 다 들어야 할 기성용 이란… 생각까지 했다.이용대.멀어지는 모습을 한참 쳐다보는데,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 이용대! "
" … "
" 이용대!나 준비 다 됬어. "
" 어?어, "
" 차 여기 주차 해놨으니까 일로 와.시동 걸어 놓을게. "
" 알았어 "
희미한 소리가 고개를 돌리자,어느새 말끔히 정장을 차려입고 차를 가르키며 나를 쳐다보는 기성용의 보였다.응,갈게.짧게 대답하고는 차 쪽으로 걸어가는데 나를 보며 픽,웃곤 차에 타는 기성용을 보며 나도 같이 살짝,웃었다.사실 이번 추석은 처음 맞는 새롭고 추억 쌓일 추석이자 힘든 추석이 될지도 모르겠다.많은 사람들에게 음식 대접하며 눈 코 뜰새없이 하루를 지내겠지.그래도 저 멀리서 나를 보며 웃는 기성용을 보며 생각했다.그래도 함께 보낸다면 꽤 재밌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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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네요
긴 내용을 쓰긴 좀 그렇구 시간상 추석 에피소드 상,하 이렇게 두편으로 쪼개 쓰기로 했어요 오늘은 즐거운 추석이니까요!
담편은 내일 쓸게용!
본편은 다음주 수,목에 올라올거같네요.
그리고 이해안되실 수 있는데
여기서 구자철 선수는 우즈벡전 참가하는 거고 홍정호 선수는 독일 구자철 선수 집에서 부상 때문에 지내고 있는거에요
물론 홍정호선수가 소설에 나오진 않지만 그냥 부과 설명?ㅎㅎ
이것도 텍파에 들어갈겁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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