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무슨….지금 앞길이 막막한 수능 고3 앞에서 잘도 짓껄여 대는구나.요즘들어 이상한 두 사람이 우리집 아파트 앞 의자에 앉아서 수다를 떨어댄다.처음엔
학원 끝나고 가는데 깔깔,웃는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에 식겁 해서 미친듯이 뛰어가는데 학생 무슨일있어?하며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그냥 스탑.뭐,뭐야 왜 불러대.덜덜
떨며 뒤 돌았을땐,경찰복을 입은 한 중년의 아저씨와 훈남 경찰 아저씨가 나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무슨일이야?아,아니에요.경찰 아저씨들 앞에서 뭐한거야,괜히 쪽팔려
지는 마음에 다신 안볼사이니깐 뭐,하고 지나쳤는데 언제부턴가 저녁 10시만 되면 우리집 아파트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두 남자를 볼 수 있었다.맨날 학교 끝나고 오면
마주치고.이제는 안녕하세요,정도 하는 사이인데…물론,옆에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젊은 경찰 오빠는 제외하고.
" 어,학생.학교 갔다오는거야? "
" 아,아저씨 안녕하세요.방금 학교 끝났어요. "
" 요즘 이 동네 흉흉한데 조심히 다녀,알았지? "
" 네! "
오늘도 다를것없이,그 의자에 앉아 대학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두 경찰 아저씨들이 보였다.하,찌들어 가는 고3은 그냥 웁니다.연세대라니,지금 내 꼴은….이제 막 들어온
신입인지,젊은 경찰 아저씨는 실실 웃으며 아저씨에게 아부를 떨어대고 있었고,아저씨는 딸 얘기에 그저 좋으셔서 허허,웃고 계셨다.그래,그런 딸이 있음 자랑할맛 나겠네.
괜히 씁쓸 해지는 기분에,항상 하던 인사는 곱게 접어두고는 조용히 지나치려는데,내 모습을 보신건지,아저씨는 웃으며 나를 반기셨다.학교 갔다오는거야?아,네.방금 끝났
어요.언제나 싱글벙글 웃으시는 아저씨를 따라 웃는데,저 젊은 경찰 아저씨는 언제나 무표정이다.유독 나한테만 그러는것 같고,난 잘못한거 없는데..
" 이 동네에 성범죄 일어난거 알지? "
" …헐,정말요? "
" 그래,그래서 우리가 여기 순찰하다가 쉬고 그러는 거니까.학생도 조심하고,알았지? "
" 아,네. "
얼른 들어가봐,엄마 걱정하시겠네.들어가라는듯,손을 흔드는 아저씨께 꾸벅 인사를 하곤,옆에서 나를 뚱하게 쳐다보는 경찰 오빠에게도 대충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아,젊은 아저씨 진짜 내 스타일인데 지금 이 후덕한 모습으로는 번호를 딸 수도 없고.아파트로 들어가,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띠링-하더니 문자가 왔다.…누구지,서윤인가.
[ 니 오빠가 콘 아이스크림 사오래.돈 있지?아직 오는 길이면 편의점에서 사와 - 엄마 - ]
…우리집 가족들 좀 보소.이 동네에 성범죄 일어났다고,잘 모르는 경찰 아저씨도 걱정 해주시는데,어떻게 19년 같이 살아온 가족이 이렇게 냉담하냐.아니,이 새끼는 25살
이나 먹어서 지가 좀 사올것이지,하나 밖에 없는 동생을 시키고 난리.싫어,나 안가.짜증이 솟구치는 기분에,있는 힘껏,자판을 쿡쿡 눌러쳤고 보낸 뒤 30초도 안되 답장이 왔다.
[ 안 사오면 팬픽 다 삭제함.ㅃ2 ]
[ 없애면 오빠 진짜 죽어,아 사오기 귀찮아. ]
아니,지금 우리 오빠들 팬픽 가지고 이새끼가 장난 하나,근데 지금은 그런 얘기를 들어서 무섭기도 하고 고3 스트레스가 이런거구나,할 정도로 너무 피곤해서 다시 갈
힘이 없다.…물론,공부는 많이 안하지만.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낸 뒤,1층에 멈추는 엘레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조용한 아파트에 소음이라고 칠 만큼,시끄러운 벨 소리가 울렸다.
누구지,역시나 발신인은 오빠몬.전화를 쿨하게 꺼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내 incoming 폴더에 있는 팬픽 100개 다 날라갈까봐 패스,한숨을 쉬고는 전화를 받았다.
" 야,니 사와라. "
" 아,오빠가 사와.이 동네가 얼마나 흉흉한데,데릴러 오지는 못할망저ㅇ… "
" 얼굴이 무기니까 괜찮아.2000원 줄테니까,사와.알았지,사랑하는 동생아? "
얼굴이 무기라는 오빠의 말에,발끈했다가 2000원이라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2000원이면,라면 2개나 먹을 수 있는데.몸은 힘들다고 난리 치는데,얼굴은 이미 헤벌쭉 해지
는게 먹을거에 미친게 분명하다.…알았어,꼭 주는거 있지마.알았어,갔다와.웃으며 전화를 끊는 오빠의 목소리에,힘 없이 전화기를 교복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다시 아파트를
나섰다.날씨는 엄청 좋네.이제 가을이 오려는지 선선한 바람이 내 볼을 스쳐지나갔다.좋다,이런 날에 심부름이나 하고,쳐박혀서 공부만 하고.우리 나라 교육제도가 문제야,
한참 속으로 제도를 비판하며 걷는데,눈 앞에 편의점이 보였다.밤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네,문을 열자 딸랑,하며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 안녕하세요,해피 편의점 입니다. "
웃으며 나를 맞이하는 여자 알바생분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아이스크림이 있는곳으로 갔다.오빠는 그냥 민트맛 하나 사다주면 되겠지.나는 초코맛으로 하나 먹어야지.
아이스크림 2개를 고르고,계산대로 향하는데 옆 칸,라면 코너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네.저 지금 뭐 먹으러 왔는데 돈이 없어서.어,이 목소리는…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을때는,라면 코너 앞에서 당황스러운듯,슬쩍 웃는 그 경찰 아저씨가 보였다.돈이 없나,경찰이면 뭐 많이 먹고 살아야 힘이 날텐데,수험생보다 더 못 먹고
사네.국민 지켜야 할 사람이,순간 측은해지는 마음에 경찰 아저씨가 만지던 라면을 낚아챘다.어,그 동시에 놀란 눈으로 날 보는 경찰아저씨를 측은하게 보며 말했다.저기요,
" …학생이 여길 왜. "
" 오빠 심부름 때문에요,아저씨 돈 없으세요? "
" …그게, "
" 제가 대신 내드릴게요. "
…학생이?놀란 눈으로 날 보는 경찰 아저씨에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라면이나 먹고 갈까,하는 생각에 꺼내뒀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집어넣었다.갈때 사가지,뭐.까먹겠어?
아저씨가 고른 참깨라면 인가,뭔가와 내 라면을 들고는 계산대에 올려놨다.아,맞다.잠시만요.옆에서 머쓱한지 어색하게 웃는 아저씨를 쓱,보고는 삼각김밥 2개를 더 가지고
왔다.3500입니다.티 머니로 대충 계산을 하고는,삼각김밥 2개와 컵라면 하나를 넘겨주고 시식대로 오자,아저씨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나 삼각 김밥은 말한적 없는데.
…그냥 드세요,공짜에요.경찰이 되서 라면 하나 가지고 되겠어요?웃으며 말하는 내 모습에,아저씨는 슬쩍 웃었다.겁나 잘생겼네,키도 190넘나.160 겨우 넘는 루저인 나한테
는 무슨,거인 같다.꼭 값을게,고마워,학생.
" 나중에 제대로 이자쳐서 값을거니까,비싼걸로 한턱 쏘세요.돈도 버시니까. "
" …그래,알았어. "
" 아저씨 근데 왜 혼자 계세요?그 딴 아저씨는 어디 가시고. "
아,먼저 차에 들어가셨어,난 저녁 안먹어서 먹으러 온건데 지갑을 놓고와서.뒷머리를 긁적이는 아저씨가 왜 이렇게 불쌍해 보이던지.손수 뜨거운 물 안 따라주면 안될것 같아,
아저씨 라면 그릇에 물을 따르자,아저씨는 고마워,하시며 말을 꺼냈다.아니,이렇게 나라를 위해서 힘쓰는 사람한테 밥도 제대로 안주고 말이야,그러다가 범죄자 만나면
어떻게 처리하냐,힘 없어서.밥 좀 든든히 먹고 다니세요,체격은 좋아 보이지만,저게 다 안 먹고 운동하느라 키워진 근육이라 생각하면 불쌍하고.내 살이라도 주고 싶은 느낌.
불쌍히 쳐다보는 내 시선에 아저씨는 라면을 후루룩,한 입 먹고는 슬쩍,날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렇게 불쌍하게 안봐도 되는데.
" 나 그렇게 불쌍하진 않아. "
" …불쌍해 보여요.적어도 내 눈엔. "
" 그래?학생한테 그렇게 불쌍한 꼴 보인적 없다 생각하는데. "
" …그럼 말구요.무튼 아저씨 이제 좀 그렇게 웃으세요,웃으니까 인물이 확 사네. "
분명 처음 말한 아저씨인데,전혀 어색하지 않다.얼굴은 완전히 딴판이지만,죽을상을 하고 군대 휴가를 나왔던 오빠의 모습과 유사해서 그런 것 같다.잘생겼단 내 말에 살짝
부끄러운지,살짝 발그레해진 얼굴로 날 보다,라면을 물 들이마시듯,마시는 아저씨를 멍하니 쳐다봤다.학생은 안먹어?아,저는 가져갔다가 집에서 먹을래요.그러든가.아,아저씨
완전 내 이상형이다.저렇게 복스럽게 잘 먹는게 내 이상형인데….순간 라면 먹는 아저씨의 주변에 후광이 비추는 느낌이 들었고,나는 뭔가에 홀린듯이 물엇다.저기 아저씨,
" …어? "
" 아저씨 몇살이세요? "
" 나?26. "
…7살 차이네.그래 7살 차이는 요즘 같은 세상에 궁합도 안보는 나이지,그렇고 말고.너는 몇살인데?라면을 벌써 다 먹은건지,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날 바라보는 아저씨의
눈빛에 순간 정신이 아찔해져왔다.…왜 이렇게 잘생겼냐,밝은데에서 보니까 더 멋있네.넌 몇살이냐니까?아저씨의 말에 멍하게 말했다.아,전 19이요.그럼 아저씨 아니라
오빠라고 해야지,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의 말에 살짝 어이가 없어져서,픽 웃으며 말했다.무슨,아저씨지.저는 3살 이상으로는 다 아저씨로 보는데요?
" 학생,요즘 같은 세상에 26이 무슨 아저씨야.오빠라 불러. "
" 싫어요,아저씨. "
" 아저씨 아니라니깐? "
" 아,글쎄 전 아저씨라고 부를거라니까요? "
전 말 없고,3살 이상이면 아저씨거든요.나 말 많거든.이 오빠,아니 아저씨 은근 유치하다.생긴건 포스있게 생겨서 고3이랑 장난치는게 그렇게 재밌나.맨날 인사해도 인사
한번 안 받아주고 조심히 다녀,라는 말 한마디 한 적 없으면서.그건,학생이랑 아는 사이가 아니라서 그런거지.변명을 하려는듯,시선을 내리깔고는 나를 살짝 노려보는 아저씨
시선에 나 또한 어이가 없어졌다.무슨 그럼 다들 처음부터 아는 사이로 만나나,이상한 논리 가진 아저씨네.무조건 저한테 한번 아저씨는 아저씨에요,경찰 아저씨!나도 한
성격 하는지라,툴툴 거리며 가방을 고쳐 매고는 빠르게 편의점을 나섰고,내 모습에 경찰 아저씨는 삼각 김밥 2개를 옷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웃으며 내 옆에 섰다.
" 갈길 가세요,아저씨. "
" 아저씨 아니라니까…위험 하니까 아파트까지 데려다 줄게. "
" …그러시든가요. "
뭐,데려다 준다는데 마다하기 싫고 심심하니깐.가방을 매고 걷는 내 모습에 아저씨는 슬쩍 웃으며 나를 흘끗,쳐다봤다.이 아저씨 은근 능글 맞은것 같다. 웃음도 많은것 같고,
…물론 그럴수록 내 이상형이랑 근접 하지만.데려다줄게,그러시든가요.자기가 데려다준다 해놓고선 민망해서,귀 새빨개지는 것도 그렇고.내 이상형이다.무엇보다 비주얼이랑
키가 되서 그런지 경찰복도 엄청 어울린다.이렇게 남자가 데려다준건 처음이고,또한 아저씨도 이런게 처음인것 같아 보이길래 괜히 기분이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간다.아,
좋아.그렇게 싸우고,할말이 없어서 둘다 먼곳만 보고 걷는데,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있었다.아,저 여기 사는데.조용히 내뱉는 내 말에,아저씨는 걸음을 멈추고는 날 쳐다봤다.
" 아,그래서 여기 지나갔었구나. "
" 네,그럼 감사했습니다.안녕히 계세ㅇ… "
" 아,학생.이거 가져가. "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자니,민망해지는 기분에 재빨리 등을 돌려 아파트로 들어가려는데 잠시만,하며 나를 부르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이거 가져가서 먹어.
아저씨가 내민건 다름 아닌 딸기,초코,바나나등 다양한 맛의 사탕 10개였다.…이건 어디서 구하셨어요.이거 나랑 같이 다니는 그 분이 주신건데 난 사탕 안좋아해서,학생
먹어.멀뚱히 사탕을 쳐다보는 내 모습에,아저씨는 직접 손에 사탕을 쥐어주고는 웃으며 말했다.고3이니까 가서 공부 열심히하고,공부 안될때 하나씩 먹어.
" …감사합니다. "
" 필요하면 더 말해,오늘 라면도 사주고 그랬으니까 한봉지 사다줄게. "
" 그걸로 땡 하시면 안되는거 알죠,저 안까먹을거에요. "
시간날때 밥 사줄게.웃으며 나를 보는 아저씨를 향해 씩,웃고는 사탕을 주머니속에 넣었다.이거,내가 좋아하는 사탕인데 어떻게 아시고.그럼,전 진짜 들어가 볼게요,아저씨
오늘 감사했습니다.꾸벅 고개를 숙이고는,아파트로 들어서는데 또 다시,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아저씨 아니라니깐,오빠라고 불러.
" 이름 기성용이니까,성용 오빠라고 하던지. "
" …됬어요!저는 3살까지만 오빠라니까요.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
" 오빠라고 해,알았지.다음부턴 인사하자. "
" …모,몰라요,진짜 안녕히 가세요. "
" 그래,나중에 익숙해지면 오빠라고 해.아,그리고 이제는 함부로 돌아 다니지 말고 가족들한테 심부름 시키지 말라고 말씀드려,알았지? "
…자기가 무슨 남자친구야,일일히 말하게.또 성용오빠가 뭐야,난 3살 까지만 오빠라니까….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저씨에게 대충 꾸벅이고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아,심장
떨려.저 아저씨는 원래 저렇게 다정다감한가.곧 30대인 사람이 여고생 마음에 불 지르고 난리야,아파트로 들어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다,거울로 밖을 힐끔 봤는데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아저씨의 모습에 몸을 홱,피했다.…깜짝이야,아직도 저러고 있어.오빠라 불러,오빠라고 못 불려서 죽은 한 많은 귀신이 달라붙었나,오빠 타령 하는 아저씨를
힐끔 쳐다보다가,크게 소리쳤다.…아,안녕히 가세요.서…성용 아…아,오,오빠!
" 방금 오빠라 한거지? "
" …모,몰라요!저 들어갈게요.안녕히 가세요. "
" 그래,조심히 들어가고 내일 보자. "
오빠라고 부름과 동시에 다행히,엘레베이터는 띵,소리와 함께 열렸다,휴,다행이다.오빠라 부르는 내 모습에 오,아씨.아저시는 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난 또 다시,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다.아,미치겠다.왜 이렇게 두근 거리는지.남자는 동갑 아니면 싫었는데 7살 연상이 너무나 끌린다.문이 열립니다.8층에서
멈추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리고,두근 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는 담담한척 집 문을 열었다.엄마,다녀왔어요.
" 오,동생 왔네. "
" 오빠가 왠일로 날 반겨. "
날 반기는 오빠의 모습이 어색하다.이 인간이 왜이러나 싶으면서도 오늘 일진이 좋구나 하는 마음.오빠 개과천선 했나보네,내게 손을 내미는 오빠의 행동에 짝,화이파이브를
하고선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려는데,오빠는 내 앞을 막더니 다시,손을 내밀었다.뭐.아이스크림 내놓으라고.
" 아이스크림? "
" 어,사오기로 했잖아. "
" …헐, "
…일진이 좋긴 개뿔.아이스크림은 완전 잊었다.2000원 얻기는 무슨,뜯기게 생겼네.
* 이것이 나와 아저씨의 정식적인 첫대면이자,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