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아, 운아! 내가 너에게 나비 그림을 그려 줄게. '
' 나비? '
' 응. 너는 나비를 닮았어. 나풀 나풀 걸어 다니는 것도, 꽃을 좋아하는 것도. '
' ..푸흐. 그게 뭐야. '
재환의 반듯한 얼굴이 미소로 인해 어여쁘게 일그러졌다. 제 자신이 좋아하는, 그 해사한 미소.
재환이 그려 준 꽃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솜씨 있게 그린 그림들이 아름다웠다.
재환이 그런 택운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림을 볼 때마다 한 곳 만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택운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터였다.
무엇을 그리 보느냐? 종이가 뚫어지겠다.
..아, 이것이 궁금해서.
택운의 하얗고 길다란 손가락이 가리킨 그림들의 곳곳에는, 재환의 미소와 똑 닮은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재환이 그제서야 무릎을 탁, 치며 피실피실 웃었다. 그것이 궁금했어? -응.
' 이것은 말이지. '
그림을 그리는 화백들이 자신의 그림에 그려 넣는, 일종의 표식 같은 거야.
내가 이 그림을 그렸소~! 라고, 표시를 해 두는 것이지. 내겐 이 문양이 그것과 같아.
재환이 짐짓 진지한 얼굴로 돌변해 택운을 마주보며 이야기했다.
아아, 그렇구나.
아이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택운의 모습이, 참으로 어여쁘고 곱다.
..너를 닮은 나비 그림도, 그러하겠지. 그리 예쁘겠지.
* * *
커다랗게 뜨인 택운의 눈망울에서 주르르, 눈물이 쏟아졌다.
눈가에서 내려와 뺨을 타고 이어지는 그 물줄기에 홍빈의 동공이 커졌다.
" .. 우는 것이냐 ..? "
홍빈의 손에 들린 위태한 종이를 손에 그러쥐었다.
차갑게 식어 온기 하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재환이 죽었다니, 재환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니.. 그럴리가. 그럴리가..
심장이 아리다 못해 찢길 듯이 쓰리다. 물에 번져 엉망이 되어버린 종이 속 나비는, 간신히 그 형체만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한 귀퉁이에.. 역시 물에 번진 낯익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화백들이 자신의 그림에 그려 넣는, 일종의 표식 같은 거야.'
'내가 이 그림을 그렸소~! 라고, 표시를 해 두는 것이지. 내겐 이 문양이 그것과 같아.'
겨울의 호수처럼 환히 빛나는, 재환의 얼굴과 꼭 닮은.
택운의 손이 벌벌 떨렸다. 자신을 놓고 떠나버린 재환이 눈 앞에서 어른거렸다.
병이 들어서였니. 그래서 그랬던 거였니.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던 차가운 목소리.
낮게 가라앉은 재환의 눈동자,
뒤 돌아 버린 재환의 무거운 뒷모습.
하나도, 잊은 것이 없는데.
파리하게 식어버린 택운의 입술이 벌어졌다.
" .. 재, 환. "
" ... "
" 재.. 환, 아. "
" ... 너, 말.. "
" 흐, 으. 재.. 환. "
택운의 입이 열렸다.
홍빈의 눈이 놀라움과 당혹감으로 가득 찼다.
마치 재환을 아는 듯이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택운에 당혹스러웠고,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고와 놀랐다.
"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윤아. "
" ... "
" 말을 할 줄 아는구나. 왜 여태.. "
홍빈의 웃음을 마주 할 때마다 소름이 끼쳤던 연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어디선가 이미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어서였어.
네 형. 이재환.
" 나는.. "
" ... "
" 내 이름은.. "
' 운아! 택운아! 나 왔어! '
' 운아, 운아. 그림 연습 해 왔어? '
' 정택운! '
윤이가 아니라, 정택운이야.
더보기 |
- ' 태양 ' 이라는 호를 가진 군주가 나라를 다스린다.
- 남자들은 상투를 틀지 않는다. 애초에 머리를 짧게 정돈한다.
왕의 남자 29편이 또 초록글에 올랐네요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VIXX/택운총수] 왕의 남자 30편 (+알아 두시면 좋을 사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2/d/92d30f35d91149a42d5ffec1f8782671.jpg)
![[VIXX/택운총수] 왕의 남자 30편 (+알아 두시면 좋을 사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f/5/1f5ed82ff4ad710d086188f0df42477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