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삶의 시작점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거니와, 그 종착점이 과연 어디일지도 짐작 하지 못하겠소.
서러운 삶의 끝은 어떠할까. 예상 외로 함박 웃음을 지으며 끝 맺을 수도 있고, 변함 없이 눈물로 얼룩지며 끝을 맺을 수도 있다오.
뭐, 상관은 없다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내 님의 호수같은 그 눈동자를 다시 한 번 볼 수만 있다면.
내 어디든 치맛 자락을 붙들고서 가시 밭 길이라도 전진하오리다.
- 소리꾼, ' 심연 深淵 '
어스푸름한 하늘은 붓으로 그어 놓은 듯 부드럽기 그지없다. 그 허공 아래 속눈썹 두 짝이 열렸다, 닫혔다를 정처 없이 반복 하고 있다.
지독한 버릇이었다. 벽에 기대어 눈을 감던 예전의 그 습관 대신 눈을 껌뻑이는 것이 그를 대신하였다.
어찌하나, 저 흑갈색 머리의 사내의 풍채가 너무나도 고결하다. 제가 함부로 쳐다 봐서는 아니 될 것 같을 정도로, 너무나 고결하다.
택운이 옅은 한 숨을 쉬었다.
그냥 방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 새를 못 참고 사고를 쳐 버렸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못 견디게 끈질겼다.
" 고개를 들어 보아라. "
" ... "
" 가만히 보고 있자니. "
" ... "
" 너는 네 뒤의 유채꽃들 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 같구나. "
" ..아. "
자연스럽게 상대를 하대하는 말투임에도 불구하고 언짢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당연스럽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이리 느낄 풍채라면 대체 저 사람은 얼마나 높은 직책을 가진 분이실까.
..
그리고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 그 얼굴,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고 싶어.
택운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촉촉한 황토색의 흙길을 타고 오르는 택운의 시선이 곤룡포의 끝에 머물렀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은, 정갈한 금박의 무늬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선비의 부채에 그려져 있는 까치 한 마리 마냥 깔끔했다.
완전히 고개를 든 택운의 눈 앞에, 웃고 있는 흑 호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곁의 사람들을 모두 물린 채 뒷짐을 지고서 택운을 바라 보며 웃고 있다.
참으로, 그 미소가 따스하다.
너무나도 따스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학연에게도 지독한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입가에서 떠날 줄 모르는 미소였다.
이러한 점에서는 홍빈과 학연은 닮았다고 할 수 있었다. 남들에게 좀 처럼 제 자신의 감정을 비추지 않는.
.. ' 광대 ' 의 웃음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 정면으로 보니 훨씬 더 곱구나. "
" ... "
" 무얼 그리 멀뚱히 쳐다 보느냐? "
" .. 저어기-. "
도리어 침범자인 택운이 더 당황했다. 저리 태평한 태도라니.
이름이라도 물을 줄 알았건만 ' 무얼 그리 멀뚱히 쳐다 보느냐. ' 라니?
택운이 입을 벙긋거렸다.
" 당신은 ..누구세요? "
" 나 말이냐? "
" 아아-. 마당에 함부로 발을 들인 것.. "
" ... "
" .. 송구합니다. "
택운의 얼떨떨하면서도 무뚝뚝한 음성에 학연이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지 묻겠다는 거냐, 아니면 사과를 하겠다는 거냐. 너무 한 꺼번에 말 하는 구나.
" 진정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야? 진정? "
" ..예. "
" 그래-? "
학연의 입가를 맴돌던 미소가 언뜻 사라졌다.
나는, 너를 알 것만 같은데 말이지-.
학연이 뒷짐을 지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나팔거리는 소매가 자유롭게 나부꼈다.
학연이 눈을 감고 슬쩍 슬쩍 바람결에 따라 팔을 흔들거렸다.
저게, 뭐 하는 것이지?
택운이 그 춤 사위를 멍하니 보다 입술을 벌렸다.
아아, 아름답다-.
학연이 빙글, 빙글 돌다 자리에 멈추어 섰다.
펄럭이던 옷 자락도 곧 잠잠해진다.
" 춤, 잘 추지? "
" ... "
" 춤을 추는 것을 매우 좋아하거든. "
" ... "
" 뭐. 군주는 춤 추지 말라는 칙령 같은 거 있어? "
" .. 군주? "
군주?
군주라니..?
" 태양이라고 들어 봤어? "
" ...! "
" 태양 차학연. "
그거, 나 말 하는 거거든.
뭐야,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 군주, 태양.. "
" 응. "
" 당신이? "
" 그렇다니까? "
" .. 거짓말. "
뭐어-? 으하하!
입술을 비죽이며 부정하는 택운의 모습에 학연이 호탕하게 웃었다.
- 사실, 그 웃음 소리에 저 뒷 편에 물러가 있던 내관들이 깜짝 놀랐다.-
푸하-.
청하가 간만에 나를 즐겁게 해 주는구나.
꽃 한 송이가 이리 나를 웃게 할 줄이야. 일 년 열 두달을 길러 온 다른 꽃들 보다도 더욱 눈이 많이 가는구나.
.. 이 찰나의 사이에.
" 거짓이 아니야. 참 말이다. "
" ... "
" 이 곳은 궁이다. "
" ...아.. "
" 태양인 내가 거주하는. "
황성.
황성이다.
제가 홈을 세웁니다!!!! ㅎㅅㅎ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소리꾼입니다 ㅎㅅㅎ 이제 항상 글 맨 앞에는 제가 직접 쓴 시 구절을 넣어 보려고 해요. ㅎㅅㅎ 저퀄이지만 예쁘게 봐 주세요!
그리고!!! 제가!!! 홈을!!! 세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떤 분이 너무나도 큰 도움을 주시고 계세요ㅠㅠㅠㅠ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홈 이름은 아마도 ' 매화 梅花 ' 가 될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 아직 홈을 차릴 만큼 글 실력이 좋지 않지만 ㅠㅠㅠ 한 번 세워나 보려고요!!
항상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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