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 Want
by.비얀코
*
김종인을 본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내 친아버지가 뒤에서 쭈뼛거리던 한 아이의 어깨를 붙들고 내 앞으로 밀었다.
그 때 그 아이와의 첫 대면은 충격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놀랐지? 아빠가 세훈이 좀 더 크면 설명해주려고 했는데….”
아빠는 그 아이를 아들이라고 불렀다. 나에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빌었다. 두 집 살림을 하진 않았다고 한 번만 눈감아달라고 했다.
그가 덧붙인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이 같이 살아야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엄마가 죽었어.”
이 아이의 엄마는 내 첫사랑이야. 분명 아버지의 눈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난 저 녀석이 달갑지 않았다.
외동이던 내 자리를, 좋은 집안에 하나밖에 없던 3대독자인 나를 김종인이 밀어내려 하고 있다.
“말 안했잖아! 난 싫어.”
“왜 이래. 종인이 아빠가 안 거두면 갈 때 없어.”
“씨발, 별 거지 같은게. 꾀죄죄해서 더러워.”
세훈의 뺨이 한 차례 세게 돌아갔다. 난 인정 못해. 갑자기 이만큼 컸는데 없던 형제가 생긴다는 것도 그렇고 하나도 안 닮았어.
새까만 거 봐.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왔는지 몰라도 나는 쟤랑 달라.
내가 진짜 아빠 아들이고 앞으로도 일 순위는 나여야 만해.
*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내 손을 잡아준 아저씨는 내 친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 어릴 적에는 친부모님이 있었었다. 딱 한 장 남아있던 가족사진이 있었는데.
그것도 작년에 집안에 일어났던 이유모를 화재로 없어졌다. 남은 건 김종인, 이름 석 글자가 남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부모님의 친인척들은 모두 나를 외면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던 엄마는 좋은 직장에서 사무직을 했고 아빠는 근처 카페의 바리스타였다. 모두들 부모님의 결혼을 말렸다. 연애시절에도 주변의 반대는 극심했다고 했다. 그래서 외가 쪽에서는 집나가 작은 전셋집을 얻어 사는 엄마를 욕했다. 능력도 없는 남자를 만나 애를 뱄다고 잘 키워 놓으면 뭘 하냐며 명절에 엄마와 같이 온 나를 문전박대했다. 그로도 두 차례, 세 차례 들렸다가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엄마는 눈물을 보이시며, 종인아, 엄마 힘으로도 종인이 잘 클 수 있어. 잘 자라줄 거지? 믿을게. 했던 때가 여서 일곱 살 때였다. 아빠가 벌어오는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름도 없는 동네카페에 아르바이트 직 바리스타, 수입은 겨우 자잘 자잘한 전기세, 수도세, 핸드폰요금을 내고나면 남는 건 두 자릿수였다. 맞벌이 집안에 종인은 항상 어린이집, 유치원을 전전해야 했다. 오후반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아이. 그게 종인이었다.
“우리 집은 원할 질만한 사람이 없어요. 주변 왕래가 없었거든요.”
“방화가 의심되어 조사해보긴 했는데.”
고개를 저으며 증거가 아무것도 없어. 가스폭발은 2차적으로 불이 붙어서 일어난 거고. 자살가능성도 생각해봤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그렇게 불이 나고, 폭발음이 들렸는데도 방문을 잠근 채 잠들어 있었다니, 사건조사현장에서 확인했을 때도 너희 부모님 두 분은 침실에서 잠든 채로 돌아가셨어. 재만 남아서 부검을 할 수 없지만, 우리 쪽에선 타살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서.
“말도 안 돼….”
“유감이지만 이번 사건은 이렇게 결론짓는 게 맞는 거 같아.”
그 날 경찰서에서 낯선 아저씨를 만났다.
“혜영이 아들이지?”
“네, 맞는데요.”
“난 혜영이 고등학교 동창이야.”
상심이 크겠구나. 내 어깨를 다독여주는 아저씨는 품에서 명함을 꺼냈다. SR제강그룹 사장.
지금 이 길로 나가면 갈 곳이 없을 거야. 혜영이하고는 원래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가끔 만났었고 너를 낳고나서도 가끔 연락을 해왔어.
“네 어머니 정말 훌륭한 분이셨다.”
안 그런 척했지만, 네 미래를 누구보다 걱정하고 계셨어. 내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립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곳에 너를 진학시키고 싶지만 능력이 되질 않는다고 말을 해왔어. 가끔 내게 고등학교추억을 들먹이며, 우리 종인이도 좋은 고등학교 가서 좋은 교육받아서 좋은 대학 가야하는데 하고 걱정하기 일쑤였지.
그래서 나는 지금 남겨진 너를 데려가 양자로 삼으려 하는 거야. 사실 아저씨 집에도 너 만한 아들이 있어. 네가 빠른 년생이라 들었는데. 그래도 년도로 치면 같은 나이잖아. 아저씨 아들이 좀 까다롭고 전형적인 외동스타일이라 다가가기 어려울 거야. 그래도 종인이는 잘 적응하리라 믿을게. 세훈이가 네가 오면 좀 철이 들려나?
그 때 까지만 해도 나는 오세훈이 이 정도까지 감당할 수 없는 아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
“종인아, 우리 본 적 있지?”
“글쎄, 없는 거 같은데?”
“아냐, 있어. 난 기억나.”
너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 중학교는? 번번이 되묻던 백현이 귀찮아질 무렵, 여러 개의 유치원 이름이 튀어나왔다.
너 정말 거길 다 다닌 거야? 내가 되묻자, 백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도 혹시 유치원 여러 개 옮겨 다니지 않았어? 새로운 장소에 가도 몇 번이고 봤던 거 같아.
“지금 우리가 몇 살인데, 유치원 때 얼굴이 남아있겠냐?”
“내가 사람기억력하나는 끝내주거든.”
“글쎄, 아니라니까. 나는 오늘 여기서 널 처음 본거야.”
18살, 명문사립고에 첫 입학하고 새 학기가 되어 3월 2일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앉은 짝꿍 녀석이 귀찮게 들러붙었다. 빠른 년생이란 것에 민감한 나는 금방이라도 조잘거리는 녀석에게 나 1월생이야 형이라고 불러.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초면이기도 했고 새 학기부터 나쁜 이미지로 굳히긴 싫어서 묵묵히 참고 듣고 있었다. 명함을 훑어본다. 변백현, 어디서 봤더라. 하지만 녀석의 말을 듣고 기억이 날 리가 만무했다. 백현이 언급했던 유치원 중에 내가 다닌 유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사립고에 다닐 정도의 있는 집 자제들은 아마 평범한 유치원보다 더 값비싼 영어유치원 같은 곳을 다녔을 것이다. 종인이 다닌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있었어도 어차피 처음본 거나 다름없지.”
“그렇게 생각해?”
“어.”
조례시간을 마치고 반문을 박차고 웬 다른 반 아이들이 여럿 들어왔다. 그 틈엔 오세훈도 있었다. 우리 반에 친구라도 있나?
잠시 교실 앞문을 바라봤던 시선을 거두고 딴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학교 가서 나 아는 척 하지 마.“
오늘 아침, 오세훈의 부탁에 나도 너 아는 척할 생각 없었거든. 하고 응수해주었었다.
도련님은 둘뿐이 없는데, 차는 어김없이 두 대가 준비되어있었다. 오세훈이 종인의 운전기사에게 소리쳤다.
“제가 먼저 갈 테니까. 조금 뒤에 출발해요.”
김종인이 저보다 앞서가거나, 같이 가면 기분 무지 나쁘거든요. 무조건 제가 먼저에요.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종인은 알고 있었다. 오세훈은 나를 견제했고 내가 앞서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해냈다.
그 덕분에 멀쩡하게 다닌 중학교3학년을 졸업하고 1년을 더 기다려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오세훈이 제 아버지에게 부탁한 탓이었다.
“무슨 이유라도 있니?”
“형이라고 해야 하나, 종인이라고 해야 하나, 걜 인정하려면 친해질 계기가 필요할 거 같아요.”
영악한 새끼. 그 말을 엿들은 종인이 생각했다. 1년 전 뺨을 맞아가며 울며 바락바락 대들던 소년의 모습에 미숙한 어른의 가면이 덧씌워졌다.
완전하게 씌워진 것은 아니었으나, 가식, 위증, 강자 앞에서만 짓는 선한 미소. 오세훈은 확실히 전과 다르게 영악하게 변해있었다.
내가 1년 더 학교를 일찍 나와서 제 자리를 뺐을까봐. 그게 불안했던 거면서.
잠시 깊은 생각으로 멍해져있던 종인의 눈에 세훈의 얼굴이 오롯이 담겼다.
“너.”
“뭐야. 여기 왜 왔어.”
“중학교는 우리제단 안 나와서 친구 없잖아. 친구 만들어주려고.”
괜한 오기가 생긴 종인이 있는데, 친구. 라고 말하며 옆에 앉아있던 백현을 가리켰다. 오세훈의 눈썹이 묘하게 일그러진다.
"친구? 오늘 3월 2일인데. 네가 친구가 어디 있어."
“…아는 척 하지 말라며. 난 안하려 했는데. 왜 네가 먼저 해.”
“너보고 한 소리였어. 난 해도 되는데?”
“야.”
“왜? 기껏 왕따 될까봐 친구 붙여주려 했는데. 친구 있다고 개뻥을 까?”
“친구 맞는데.”
“오늘 만난 친구사이?”
“아니, 유치원 동창.”
오세훈이 웃는다.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옆에 있던 오세훈 친구무리들도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뭐 유치원 동창? 얼굴은 기억하냐? 되도 않는 소리하네.
“친구 맞는데?”
조용히 있던 백현이 종인의 어깨에 팔을 걸친다. 오늘 처음 본 사이 아니고 완전 친해.
“변백현, 진짜?”
내가 너랑 몇 년 친군데, 난 이런 애 본 적 없어. 키가 멀대 같이 큰 놈이 다가와 백현의 앞에 섰다. 그 친구라는 애는 분명 오세훈친구들 중 한 명이였다.
“어, 나 얘랑 어릴 때부터 알고지낸 오래된 친구야.”
이 정도면 과장에 오버육갑인데. 종인은 백현을 쳐다봤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말해주는 거지? 괜히 백현 앞에 서 있는 키 큰아이의 명찰을 훑었다.
박찬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오세훈 친구라 그런가?
“알 바 없고, 김종인 일어나.”
세훈이 종인의 손을 억세게 그러잡았다.
“수업 종칠 때 다 됐어.”
“그게 문제야? 씨발, 됐으니까 나와.”
억지로 일으킨 세훈이 지멋대로 교실 밖으로 종인을 끌고나왔다.
“너 학교 네 멋대로 다니지 마. 친구도 내가 붙여 논 애들하고만 친구해.”
“그게 뭐야. 난 친구도 못 사겨?”
“난 네가 고등학교 3년 조용히 다니고 꺼져줬음 좋겠어.”
때마침 종이 울렸다. 우르르 세훈의 친구들이 반에서 빠져나오고 세훈역시 뒤돌아서 복도를걸었다. 종인은 반으로 들어와 한참동안이나 세훈의 의중을 추측하기 바빴다.
그래, 내가 고등학교만 졸업해주면 두 번째 아들로써의 역할은 온전히 끝나는 거야. 종인은 정의를 내렸다.
*
친구? 지금 우리들의 관계가 친구가 맞을까. 종인은 의아해했다.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사겼던 위장친구 변백현부터, 변백현의 친구이자 오세훈의 친구인 박찬열까지. 말없이 조용한데 어쩐지 다부져 보이는 입매를 가진 타오와 도경수도. 그사이에서 우뚝 솟아있는 오세훈도 친구와 여럿이 함께 있는 모양이라고 보기엔 확실히 괴리감이 있었다.
변백현을 제외한 오세훈의 무리는 항상 무사 무탈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기엔 좀 그렇다. 우린 보통 친구들의 관계가 아니었다. 정기적으로 주말에 모임을 가져도 서로 별말 오가지 않았다. 카페에서 묵묵히 음료수만 마시고 이따금씩 PC게임을 해도 서로 정말 게임에 필요한 말만 해댔다. 정말 이게 어떻게 친구야? 되묻고 싶었다.
변백현뿐만 아니라, 이 무리 역시도 위장친구인 게 분명했다. 물론 내가 있을 때만.
“오세훈, 나 정말 참으려고 참아봤는데. 벌써 반년이야.”
“뭘?”
“왜 너나, 네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이유 없이 목적 없이 나랑 만나냐. 그래봤자 말 한마디 붙이질 않는데.”
“내가 시켰어.”
“…뭐?”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
“….”
“그게 설령 인간관계에 관한 거라든지, 네게 정신적인 결함을 만들기 위함이라든지.”
둘뿐이 없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오세훈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내 주먹을 맞고 떨어진 녀석은 입술이 터진 채로 조소를 흘렸다. 때려도 달라지는 건 없어. 내가 네 우위야.
“네가 내 규율을 어기고 싶다면 어겨도 좋아. 그럼 난 다른 방법으로 널 괴롭힐 거야.”
“….”
“네가 나가떨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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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죠... 근 일년만에 나타나서 쓴글이 세종이라니
.전과다르게 취향이 많이 바뀐점.. 양해해주셔요
일년동안 취향이 급 속도로 뒤집어졌습니다.
음 절필을 꽤나 오래하다보니 손이 정말 안풀리더군요.
백도 두개잡고.. 삼페이지 사페이지 오페이지 만들어놓고.. 못써서 우럭우럭..
그러다 오늘 새벽까지 코인블을 다 읽고..(아 번외는..못.. 눙물.ㅠ)
갑자기 이상하게 백카에 꽂혀서리...
진짜 이른 아침부터.. 6시부터 소재가 막생각나는데. 당장쓰진 못하고 잤음ㅋㅋㅋㅋ
그리고 일어나서 나갔다오는데 소재가 자꾸 머릿속을 아른아른 거리고..
컴퓨터앞에 앉아서폭풍타자질함.. 이렇게 빨리 쓴거 정말 오랜만이다..(꽂혔나바여.. )
갱장히 클리셰하고.. 막장드라마틱하거..
제가... 자꾸 바쁘다고. .글놓고 도망가고 그랬는데..(비축분 많이 쌓아서 일편들고올께요.. 일편써놓고 힘들다고.. 놓지 않을께요..ㅜㅜ)
이제 좀 덜바빠지고.. 다시 예전처럼.. 픽을 붙잡고 밤을 새게 되고.. 십더쿠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다시 온거니까.. 내치시면 아니되오..
필명세척하면.. 가뜩이나 마이너인데.. 아무도 안봐줄까바. .겁나서.. 고정으로 가여...ㅠㅠ양해 바람..
참고로.. 코인블도 영향을 받았그.. 이 클리셰소재는 지금 방영하고 있는 상속자들에서도 영감을 받았숩니다..
복합형이라그여? 그래도 표절은 아니에요. 하투..♥
0편이라. 좀 조잡하고.. 할얘기를 했나? 모르겟는데.. 1편부터.. 각잡고 쓸게여..
저는.. 0편이라 구독료를 안받는게 아니라.. 마이너라 구독료를 안받습니다.(됴르륵...)
아마.. WWW의 모든 편들이 다.. 0p일듯.
줄여서 www라고 불러주세여..(제제오라버니..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