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 축하해, 졸업. ”
지금 제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정말 못온다고 미안하다 했던 그 사람이 맞는건지. 검은색 스냅백를 푹 눌러쓴 채 꽃다발을 내미는 예쁜 손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다부진 어깨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안 받을거야? 나 지금 좀 민망해지려고 하는데. 앙탈을 부리는 듯한 목소리에 다시 모자를 쳐다보다 시선을 내렸다. 시끌벅적 이게 졸업식인지 입학식인지 시끄러운 강당내부를 눈치보듯 둘러보다가 손을 뻗어 늘씬한 손가락 만큼이나 예쁜 꽃을 받아들었다.
“ …… ”
“ 내가 온게 싫어서 아무 말 안하는거야, 아니면 종인이가 못와서 실망한거야? ”
둘 다 아니야. 곧 어깨만큼이나 환하게 팔을 벌리는 그 품 속으로 뛰어들듯이 안겼다. 꼭 축하해주고 싶었어, 십구금 딱지 떼는 날. 그 순간마저도 잠깐의 장난끼를 멈추지 못 하는 모양이다. 근데 이러다가 걸리면 어쩌려고. 애써 덤덤한 척 너른한 그 품에 안겨있지만, 걱정되는건 어쩔 수가 없다. 한눈에 봐도 수상해보이는 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나를 알아보고 슬슬 몰려드는 인파에 묻고 있던 얼굴을 슬쩍 들었다. 내가 생각 없이 왔겠어? 다 생각이 있어서 왔지.
“ 무슨 생. ”
아, 잠깐만 지금 뭐하려고 하는지 알겠. 나를 품에서 떼어놓던 백현이 순식간에 제 작은 머리를 감싸고 있던 검은 스냅백을 벗었다. 헐, 미친!! 변백현이다!!! 우렁찬 여고생, 아니 이제는 여대생이 되겠지. 여대생의 목소리에 하나, 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머리를 털며 고개를 들던 백현이 나를 보며 씩 웃었다.
“ 졸업선물. ”
머리를 끙끙 싸매며 겨우겨우 강당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표정을 한껏 얼굴에 머금고 사랑한다고 외칠거라는 백현을 뜯어 말려 밖으로 몰아냈다. 잠깐 태형과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에 변백현과 함께 있는 나를 발견한 정수정이 잔뜩 경악한 표정을 짓다가 휴대폰을 흔들었다. 차 시트에 몸을 틀어 얼굴을 묻자 뒷좌석에서 제 야구점퍼를 꺼내들던 백현이 교복치마를 입은 내 무릎위에 올려뒀다.
“ 많이 놀랐어? ”
“ 말도 안 나올 만큼. ”
푸하, 그렇다면 서프라이즈 성공이네. 소리내어 웃던 백현이 신호를 받고 있는 사이에 내 무릎위에 있는 내 손을 움켜쥐듯 잡았다. 한시라도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졸업식이고, 뭐고 다 엎고 강당으로 쳐들어가고 싶었던 걸 겨우 참았다던 백현이 찡얼찡얼대며 내게 눈을 찡긋거렸다. 그런데도 미워? 잔뜩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끝을 올리는 백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잡힌 손에 힘을 줬다. 밉지는 않은데.
“ 한대만 패도 돼? ”
“ 왜, 안 밉다며어. ”
“ 안미운데 때리고 싶다. ”
세모눈을 하며 쳐다보자 머쓱하게 웃던 백현이 다시 핸들을 잡았다. 앞으로 일어날 뒷감당에 빠르지 못한 두뇌를 억지로 회전시키고 있는데 치마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점퍼를 살짝 밀어낸 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마이졍.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정수정이 최대한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 침을 꼴깍 삼킨 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야! 받자마자 쩌렁쩌렁하게 울려대는 소리를 들어보아하니 아직 학교 복도인 듯 싶었다. 어, 왜.
ㅡ “ 어, 왜애? 지금 네 입에서 왜애? 가 나오냐? ”
“ …설명해줄게. ”
ㅡ “ 일단 설명은 뒤로 하고, 너 되도록이면 밖에 나오지마라. ”
나 후드려 패려고? 지금 농담이 나오냐? 너무 뭐라고 하지마. 옆에서 들리는 태형의 목소리에 암, 그렇지.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지금! 태형에게 잔뜩 역정을 내려던 정수정이 하아, 하고 한숨을 쉬는게 느껴졌다. 너 실검 떴다고, 지금. …뭐라고? 대단히 축하드립니다, 몸매, 얼굴, 소질 삼박자 고루 갖춘 대형 신인모델로 실검 뜨더니 이번에는 스캔들까지나고. 네 인생사 참 다양하다. 엉? 어딘가 비꼬는 듯한 정수정의 말에 멍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벌써?
ㅡ “ 벌써? 라니. 너 추종자가 몇명인데. 거기다가 기자들도 많이 왔을텐데 거기서 둘이 껴안고 지랄발광 떨고 있는데 어떤 병신같은 놈이 그걸 놓치겠냐? ”
“ 숨 좀 쉬고 말해라. 그러다가 너 넘어갈라. ”
“ 왜? 누군데? ”
내 손을 쪼물딱대며 운전을 하던 백현이 궁금한 눈초리로 물었다. 수정이. 아, 그 친구? 응. 지금 저랑 통화중이면서 그 잠깐 동안이라도 남친이랑 대화를 하고 싶냐고 까탈스럽게 앙탈부리는 정수정 탓에 더이상 말을 않았다. 아, 미치겠네. 진짜.
ㅡ “ 하여튼 지금 상황 별로 안 좋으니까 알아서 처신해. 나참, 근데 그 오빠는 또 뭐야? 생각이 있긴 한거야? ”
“ …뭐, 있기는 하겠지. ”
“ 지금 내 욕하는 거 아니지? ”
얌전히 운전을 하던 백현이 고개를 틀어 나를 쳐다봤다. 볼륨이 너무 컸나.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 젓고는 볼륨을 슬쩍 줄였다. 그 후에도 정신이 나간 것 같다니, 내 일을 망치게 한다느니 별의 별 욕을 다하던 정수정이 그만 끊고 밥 먹으러 가자는 태형의 말에 애교가 풀풀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진짜 개나쁜년. 남자 생겼다고 고새 친구를 버리냐. 그러고보니 쟤네도 벌써 1주년 다되가네. 아니, 지금 이럴때가 아니지.
“ 수정이가 그러는데 우리 기사나고 실검떴대. ”
“ 음, 그래? ”
뭐야, 저 반응?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듯한 무미건조한 말에 앞을 보던 몸을 틀어 백현을 쳐다봤다. 이럴 줄 알고 있었던거야? 몰랐던 건 아니지. 아무렇지 않게 핸들을 돌리던 백현이 익숙한 오피스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도대체 어쩌려고 이런거야.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와 변백현이 한 짓은 정말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야 할일이 아니였다. 어깨를 으쓱이며 웃기만 하던 백현이 안전벨트를 풀어 차에서 내렸다. 그를 뒤따라 내 무릎위에 있는 야구점퍼를 뒷좌석에 놓고 안전벨트를 풀었다.
“ 오빠는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야? ”
“ 왜 그렇게 생각해? ”
“ 공인이잖아. 거기다가 나처럼 혼자도 아니고, 그룹인데다가 팬들도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텐데. ”
우리만 행복하자고 이럴 수는 없는거잖아. 단정하게 스트레이트된 머리카락을 쓸던 백현이 아무말 없이 내 손을 깍지껴 잡았다. 이제부터 뭐가 됐든간에 너한테 돌아가는 화살은 없어. 그건 내가 장담할게. 꽤 진지한 표정으로 잡은 손을 이끄는 모습에 못이긴 척 따라나섰다. 익숙하게 층수를 눌러 도어락 비밀번호까지 풀던 백현이 제 집인 것 마냥 집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오빠집이야? 그렇게 막 들어가도.
“ 졸업 축하해! ”
“ 사랑하는 OO야 졸업 추카추카. ”
“ 이제 스무살이네. 어른 다됐다, 벌써. ”
툴툴대면서 운동화를 벗고 집안으로 한 발 내딛자마자 귀를 강타하는 큰 소리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잡고 있는 백현에게 안겼다. 호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토닥여주던 백현이 나를 품에서 떼어내며 내려다봤다. 오구, 그렇게 놀랐어? 안 떨어지냐. 달달한 백현의 목소리 뒤로, 잔뜩 불만이 가득 베인 목소리에 고개를 빼꼼 돌려 부엌쪽을 바라보자 꼬깔모자를 쓴 채 케이크를 들고 있는 김종인이 보였다. 미친, 저새끼 꼬깔모자 썼어. 남자의 가오가 팍 죽는다며 제 생일날에도 한 번 쓴 적 없던 꼬깔모자를 짐덩어리 이고 있는 것 마냥 퉁퉁한 얼굴로 쓰고 있는게 묘하게 웃겼다.
“ 와, 우리는 이제 보이지도 않는거야? ”
“ 아니에요. 진짜 감동. ”
제 얼굴 한 번 봐주지 않는다며 툴툴대던 김종대의 목소리에 머쓱하게 웃으며 백현에게서 멀어졌다. 케이크를 들고 있는 호구에게 다가가자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케이크를 가르키던 호구가 입술을 삐죽였다. 어째 넌 친동생이라는 년이 지 오빠한테 전화 한 통 없냐. 졸업은 내가 하는데, 네가 전화해야 되는거 아님? …닥치고 꺼. 퉁명스럽게 시선을 돌리는 호구를 쳐다보다가 바람을 불어 초를 껐다. 박수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축하해주는 목소리가 하나, 둘 씩 늘어갔다.
“ 변백현 한 건 했네. ”
“ 그러게, 아주 그냥 사귄다고 도장을 찍어놓고 오셨네요. ”
“ 이사님 전화 안 와? ”
이사님이 왜 전화해, 미리 다 말씀드렸는데. 내 머리카락을 뱅뱅 꼬던 백현이 툭하고 내뱉은 말에 모두가 일시정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 중 나도 포함. 미리 말씀드렸다니,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말 그대로 이사님한테 연애중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던 백현이 뭘 그렇게 벙쪄 있냐며 거실 바닥에 앉았다. 지금 아무말 못하고 있는 우리가 잘못된거야, 아니면 그딴 일을 저질러놓고 뻔뻔한 너님이 잘못된거야? 그건 미처 김종인도 몰랐다는 듯 케이크를 내팽겨치듯이 내 품에 안겨준 김종인이 변백현 앞에 쿵쾅대며 앉았다.
“ 미쳤어? ”
“ 저번부터 슬슬 말 편하게 하시네요, 처남. ”
“ 아, 누구더러 처남이래. ”
진저리치며 뒤로 물러나던 김종인이 짜증난다며 시선을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도 당했다고, 미친새끼야. 입술을 삐죽이며 눈을 위아래로 훑자 팽하고 고개를 돌리던 김종인이 에라 모르겠다며 발라당 누웠다. 내가 왜 소개시켜줘서, 진짜. 내가 미친놈이지, 미친놈이야. 자책하며 앓던 김종인이 한숨을 쉬었다. 손을 씻고 나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박찬열이 나를 슬쩍 쳐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지금 회사에서 공식입장 밝혔다는데. 박찬열의 말이 끝마치자마자 웅성대던 콩나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여유로운 변백현만 제외하고는.
“ EXO 백현, 에스팀 모델 김OO와 연애 인정. ”
“ EXO의 백현이 올해로 졸업하는 모델 김OO의 졸업식에 간 것이 사실로 밝혀졌다. ”
“ 오빠인 카이는 끝내 모습을 비추지 않았고, 두 사람은 김OO의 졸업식 현장에서 서로를 끌어안으며 축하를 나눴다. ”
“ 누가보면 내가 친동생 졸업식에도 안가는 개같은 오빠인 줄 알겠네. ”
맞잖아 시발. 아닌 척 쩌네, 이 미친새끼.
“ EXO 백현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두 사람의 연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
“ 일과 사랑을 병행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혔. 야, 그럼 나도 연애 좀 해도 되냐? ”
“ 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
턱하고 숨이 막히는 듯 했다. 기사를 읽다말고 연애타령을 하는 김종대에게 아무렇지않게 귀를 파며 한 방 먹이던 도경수가 딴청을 부리며 시선을 피했다. 찡찡대던 김종대가 우씽이라며 다시 기사를 정독했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고 난 뒤에야 멀어지던 콩나물들이 하나같이 거실에 퍼졌다. 여전히 내 품안에 들린 케이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발걸음을 돌려 식탁에 케이크를 올려뒀다. 케이크 먹을래? 뒤따라 들어오던 백현이 뒤에서 내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 아니이. ”
“ 왜? 내가 마음대로 기사내서 기분나쁜거야? ”
그런거 아니야. 사실 백현이 당당하게 연애중이라는 걸 밝혔을 때 듬직한 느낌이 들었다. 대답없이 고개만 가로젓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백현이 조심스레 안아왔다. 세상에서 네가 제일 사랑스러워. 근데 그게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게 아니라서 속상했어. 다른 남자들이 자꾸 너 예쁘다고 주변에서 칭찬할때마다 얼마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는지 알아? 그만큼이야. 딱 그만큼. 다른사람 입에서 네 이름만 나와도 손이 부들부들 떨릴만큼 너를 좋아해.
“ 오빠… ”
“ 응, 왜 OO야. ”
“ 손 좀 치워. ”
그러면서 옆구리는 왜 만져. 주먹이 떨리는 것마냥 내 옆구리 셀룰라이트들이 요동치니. 십구 딱지 떼는 날이라, 진하게 스킨십 좀 하려고 했더니 실패네. 머쓱하게 웃으며 손을 내리던 백현이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밝히는거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네가 나만의 것이라고. 구름에 둥둥 떠다는 듯한 기분에 푸스스 웃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SM은 그렇다쳐도 우리 기획사는…. 야, 김OO 도진이 형 전화왔어. 아니나다를까 멍한 사이에 내 휴대폰을 달랑달랑 흔들던 김종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 여, 여보세요? ”
ㅡ “ 슈퍼스타. ”
“ 눼, 눼에? ”
ㅡ “ 내가 왜 내 배우의 연애사실을 기사로 접해야 하는거지? ”
“ 흐흫. ”
ㅡ “ 오늘 데리러 오지말라고 한 이유가 이거였어? ”
“ 아니! 나도 전혀 몰랐음! ”
매일 아침일찍 마다 출근하는 인기스타가 안쓰러워보여 데리러 오겠다는 걸 말렸더니 어째 이유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간다. 보이지도 않을텐데 급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을 하자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어놓고 나오던 백현이 내 허리를 슥 쓸며 지나갔다. 아나, 이 인간이 왜 이래. …뭐함? 잔뜩 띠거운 표정으로 백현을 올려다보던 김종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 자리에 앉아 도진오빠랑 통화를 하는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백현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 내꺼 내가 만지겠다는데 왜. ”
“ 쟤가 왜 형꺼야. ”
“ 내꺼지. ”
“ 우리 엄마꺼거든. ”
시발, 존나 유치해 김종인. 내껀데. 그 유치함에 지지 않겠다는 듯 똑같이 유치하게 맞대응하던 백현의 장난스러운 목소리를 듣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꿍얼꿍얼 내가 말해주지 않아서 섭섭하다는 듯 투정을 부리는 인기스타의 말을 들어주다가 황이사님 생각에 말을 끊었다. 아참, 회사에서는 뭐래? 나 회사에도 말안했는데. 회사측끼리 서로 인정한 것 같던데. 우리측 기사 못 봤어? 예쁜 사랑 지켜봐주세요. 라고 내보냈던데. 예쁜 사랑은 개뿔.
“ 언제까지 통화할거야. ”
“ 어, 어? 오빠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끊어! ”
방문을 열고 빼꼼 얼굴을 내놓던 백현이 볼멘 목소리로 툴툴댔다. 급하게 전화를 끊고 방문을 활짝 열자 문틀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백현이 멀뚱멀뚱 나를 내려다봤다. …왜? 그 시선에 괜히 부끄러워 머리를 긁적이며 묻자 씩 웃던 백현이 팔을 뻗어 한아름에 나를 안아들었다. 못미더운 시선들도 있을거야. 응. 너를 괴롭히려는 사람들도 있을거야. 응. 우리 사이 갈라놓으려고 이간질하는 멤버들도 있을거야. 푸흐, 응. 그래도 다 견딜 수 있어? …응.
“ 어디서 이 예쁜게 굴러왔을까. ”
“ 글쎄. ”
제 품안에 가둬놓듯이 감았던 팔을 풀던 백현이 나를 조금 떼어놓고 시선을 내려 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예뻐죽겠어. 고개를 숙여 입과 입을 맞추던 백현이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품안에 넣었다. 지랄떤다, 진짜. 아까부터 자꾸 달달한 사이를 방해하는 요소를 미운 눈으로 노려보자 주먹을 들어보이던 김종인이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거실로 나갔다. 짱미워, 저새끼. 내 손을 잡고 깍지를 끼던 백현이 소리내어 웃으며 거실로 나를 이끌었다.
“ 근데 스케줄 없어요? 아무리 제 졸업식이라지만 이런식으로 스케줄 막 빼시면 곤란한데. ”
“ 허, 저거 웃기는 년이네. 안 그래도 지금 간다. ”
“ 넌 제발 좀 꺼지고. ”
혓바닥 뽑아버릴까. 메롱하고 내민 혓바닥을 손으로 집어 내빼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벗어뒀던 마이를 챙겨들던 백현이 현관문에 붙은 거울을 보며 스냅백을 다시 썼다. 축하한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멤버들이 하나, 둘 씩 나가고 운동화를 신던 백현이 저를 마중해주듯 현관문 앞에 서있는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비췄다. 우리 이렇게 서있으니까 꼭 신혼부부 같다. 일하고 올테니까 집에서 쉬고 있어. 알았지? 응. 조심히 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굿바이 인사를 하자 씩 웃던 백현이 내 이마를 콩 치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 아무한테나 문 열어주면 혼나. ”
“ 알았어요, 얼른 가기나 하세요. ”
예쁘기는, 갈게. 입술로 쪽소리를 내던 백현이 현관문을 닫았다.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무슨 생각? 우리 이제 슬슬 할 때 되지않았나. …응?
“ 결혼 해. ”
“ …… ”
“ 나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