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오랜만에 학교를 간 그 이후로도 며칠동안 등교했다. 안하던 공부를 하기위해 샤프를 잡은데다가 정수정 연애질까지 코칭하다보니 주말이 되자 당연히 뻗어버렸다. 이건 뭐, 일할때보다 더 힘들다. 누구? 우리 형. 내가? 응. 멤버들도 같이 갈거야. 콩나물들도? …존나 걱정인데? 금요일 저녁부터 자꾸 뭘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변백현에게 왜 그렇게 우물쭈물거리나 싶어 뭔지 말하라고 했더니 어렵게 꺼낸 말이 제 형의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는 이야기였다.
“ …음. ”
결혼식이라니. 그것도 제 친형의. 이 뜻을 어렵게 생각해도 되는 걸까. 한동안 가만히 앉아 머리를 긁적이다 10시를 가르키는 시계초침을 보고는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이럴 시간이 아니지. 급히 씻고 옷장 앞을 서성이는데 아, 나레기 진짜. 진작 쇼핑 좀 할 걸. 내 주변 사람들이 결혼을 해봤어야 알텐데, 당최 결혼식장에 뭘 입고 가야하는지 모르겠는거다. 문득 아주 예전에 사촌언니 결혼식에 다녀오신 이여사께서 사촌언니의 지인을 심하게 깠던게 기억이 났다. 그때, 뭐더라. 웨딩드레스보다 더 하얀 흰옷을 입고 가서 개민폐였다고 했던가. 어쨌든 흰옷은 입지 말아야겠네. 옷장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연분홍색 원피스를 꺼내들었다. 이 옷 뭐야, 내가 이걸 산적이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 거리다 서랍장에 쳐박아놓은 살색 스타킹을 꺼내들었다. 어우, 씨. 왜 이렇게 안들어가!
“ 악! ”
스타킹을 잡고 끙끙대다가 결국 바닥에 엎어졌다. 아, 내 골반. 찌릿한 골반을 문지르다가 스타킹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싶었다. 후. 심기일전으로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서 스타킹을 신고 연분홍색 원피스를 입었다. 아, 존나 아프네. 아까 엎어지면서 화장대에 부딪힌 허벅지도 아릿한 것 같다. 뭐, 멍들기야 하겠어? 원피스 지퍼를 잠구고 평소에 잘 하고 다니지도 않던 숄더백을 챙겨들었다. 휴, 이제 나갈. 까가 아니지. 너 지금 이꼴로 나가려고 했니. 존나 똥멍청이년아. 기초화장만 척척하고는 멋대로 나가려고 하는 내 발가락을 꼬집고 싶었다.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 워낙 마음이 급해 빨리 씻은 탓에 시간이 남아 돌았다. 화장대에 앉아 뭐라도 좀 하려고 하니까 앞이 까마득 했다. 아, 이거 뭐냐. 뭐부터 해야 돼? 어쩔 수 없다. 훈녀생정을 찾아봐야겠어.
“ 결혼식 메이크업? 별게 다있네. ”
10대들의 공유물인 훈녀생정에는 아직까지 결혼식 메이크업의 영향이 끼치지 않았나보다. 하라는 대로 척척 꺼내놓고 똑같이 따라했는데. 왜 달라 시발. 좌절모드로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그냥 창을 껐다. 훈녀생정은 무슨, 혼자생정해야겠다. 나름 티 좀 나려나. 숄더백을 걸치고 머리를 풀렀다. 뭐, 이정도면 됐겠지. 뭘 더 바래, 나년한테. 머쓱하게 뒷목을 긁적이다 거실로 나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화를 신발장에 꺼내놓고 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변백현의 형이라니, 어떤분이실까. 미니소파에 기대 한참을 생각하는데 울리는 벨소리에 내팽겨쳐뒀던 휴대폰 커버를 젖혔다.
ㅡ “ 준비 다했어? ”
“ 응. ”
ㅡ “ 지금 갈껀데 괜찮지? ”
“ 오빠가 오는거야? ”
당연하지, 내가 아니면 누가 내꺼를 데려가. 꽤 낯간지러운 말에 원피스 입고 편하게 있던 다리를 조심스레 오므렸다. 아나, 진짜. 수줍게 정말. 내 손은 자연스레 긴 머리를 귀뒤로 넘기고 있었다. 시발, 나년 지금 뭐하냐. 예쁘게 하고 기다리고 있어. 응, 빨리 와. 전화를 끊자마자 몸을 베베꼬며 바닥에 뒹굴었다. 아!! 존나!! 오글거리지만!! 난!! 행복하다!! 시발!! 속으로 우렁차게 외쳐대다가 기껏 해놓은 화장이 망가질새라 급히 표정을 굳혔다. 하여튼 생각없이 행동하는 건 내가 1등. 베란다를 통해 오피스텔 입구를 빤히 쳐다봤다. 언제 오냐. 턱을 괴고 휘파람을 부르며 기다리는데 저 멀리 보이는 익숙한 차에 얼른 숄더백을 챙겨들고 준비해놓은 단화를 신었다. 절대 기다렸다는 거 티내면 안돼. 좀 여유롭게. 여유롭.
“ 왔어? ”
“ …어, 응. ”
시발, 하여튼 이 미친년의 다리가 문제야. 마음은 여유롭게 행동하라고 하는데 내 다리년은 여유로움이고 뭐고 사랑에 굶주렸는지 존나 우사인볼트마냥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결국 쿵덕대는 마음을 진정시킬 틈도 없이 바로 반듯한 수트차림을 한 변백현을 마주하게 되버렸다. 아, 존나. …얘 왜 이렇게 잘생겼지, 오늘따라. 괜히 머리끝을 만지작거리며 조수석에 탔다. 나를 슥 쳐다보던 변백현이 그 예쁜 눈을 접어가며 웃었다. 오늘도 예쁘네.
“ 근데 진짜 내가 가도 되는거야? ”
“ 왜? ”
“ 아니, 그냥. 처음 뵙는데…. ”
“ 괜찮아, 우리 형은 너 초면이 아닌 것 같이 느낄테니까. ”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말하자 뭘 그런 걸 걱정하냐는 듯 하던 변백현이 내 손 위에 저의 손을 겹쳤다. 아나, 진짜 자꾸 이런식으로 스킨십 하지말라고. 내 볼따구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초면이 아닌 것 같이 느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네 얘기 많이 하거든. 네가 아직 미성년자인게 걸리긴 하지만, 뭐 그래도 어쩌겠어. 좋은걸. 자꾸만 설레게하는 변백현의 말에 잡힌 손을 슬그머니 빼냈다. 제 손 안에 허한 느낌이 들자 신호를 받던 백현이 수트 단추를 풀고 옆을 쳐다봤다. 왜? 손에 땀차?
“ 아, 아니이. ”
“ 그럼 왜 그래. 나랑 손 잡는게 싫어? ”
“ 아니야. ”
백현은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이 귀여워 죽을 지경이였다. 저보다 한참이나 작은 손을 꼬물대며 시선을 피하는데 그게 여간 예뻐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아직 OO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지 않고서 저를 만나고 있다는게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나 훌쩍 커져버린 감정을 무시하기는 싫었다. 그 상대가 OO라면 더더욱. 제 얼굴을 감싸는 손을 내려 다시 잡자 그 똘망한 눈이 내게로 향하는게 느껴졌다. 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지.
“ 손잡아서 부끄러운거야, 아니면 내가 형한테 네 얘기를 했다는게 부끄러운거야? ”
“ …둘다. ”
수그러들어가는 내 말투에 큭큭대던 변백현이 다시 핸들을 잡았다. 순식간에 쏙하고 빠져나간 손의 공간을 허망하게 보다가 버릇처럼 입맛을 쩝하고 다셨다. 왜, 손 더 잡고 싶어? …어? 미안해, 오빠가 우리 OO때문에 안전운전중이라서. 조금 이따가 식장에서 오랫동안 잡아줄게. 나를 놀리는 듯한 변백현의 말에 손을 들어 팔뚝을 퍽퍽하고 내리쳤다. 물론 김종인을 때릴때와는 확연히 다른 파워로.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픈 척 엄살부리는 변백현을 얄밉게 쳐다보다 시선을 틀어 창밖을 바라봤다.
“ 근데 우리 둘이서 들어가도 돼? ”
“ 괜찮아. 지하 주차장 있어. ”
“ 팬들은? ”
“ 아마 못 들어올 걸. ”
아까와는 다른 변백현의 굳은 표정에 입을 다물고 휴대폰만 만지작 거렸다. 익숙하게 주차장에 주차를 하던 변백현이 저를 따라 안전벨트를 푸는 나를 빤히 쳐다봤다. 왜? 그냥, 신기해서. 그 말을 끝으로 집요하게 따라붙는 시선에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우리 이러다가 늦겠다. 멤버들 도착하지 않았어? 왜 전화가 안. …그럼 그렇지.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울리는 벨소리에 멋쩍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ㅡ “ 안 오냐. ”
“ 도착했어? ”
ㅡ “ 그걸 말이라고 하냐? 도착한지가 언젠데. ”
“ 어휴, 시끄러워. ”
ㅡ “ 뭐? 시끄러워? 이게 진짜. ”
너 변백현이랑 노닥거리고 있지? 얼른 안 와? 바락바락 잔뜩 성을 내는 김종인의 목소리에 전화를 끊자,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변백현이 오묘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동생 걱정하는건 좋은데 종인이가 내 이름 뒤에 붙여야 할 호칭을 까먹은 것 같네. 마치 올라가서 존나 패주겠다 라는 듯한 표정을 짓던 변백현이 쾅하고 문을 닫았다. 김종인 이새끼는 하루라도 안 맞으면 몸에 이상현상이 생기나. 덩달아 문을 닫고 변백현 옆에 서자 삑삑이로 차문을 잠구던 변백현이 내 어깨를 잡았다.
“ 사람들 보면 어떡해. ”
“ 안 봐, 누가본다고 그래. ”
누가 들으면 굉장히 은밀한 대화 같겠지만 지금 우리로서는 조금의 스킨십만 있어도 조마조마했다. 따지고보면 사귀자는 말만 안했을뿐이지 누가봐도 연인사이로 보임이 분명했으니까. 엘리베이터를 열고 층수를 누르는 변백현은 이 상황에 엄청나게 익숙한 듯 보였다. 왜 이렇게 익숙해? 여기 와봤어? 응, 여기서 결혼 한 번 했었거든. 수트 깃을 정리하던 변백현이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말했다. 뭐? 결혼을 했다고? 돌았나. 그럼 너님 유부남이냐? 엄청나게 상처 입은 표정으로 변백현을 쳐다보자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 뒤를 돌아보던 변백현이 장난스레 웃었다. 농담.
“ 아, 진짜! 농담을 뭘 그렇게 진담같이 말해? ”
“ 속았어? 푸하. 왜, 내가 한 번 결혼했다니까 심장이 철렁해? ”
철렁하다 못해 떨어질 뻔했다고.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자 내 머리를 쓰다듬던 변백현이 아, 예뻐. 하고는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가 풀었다. 이 예쁜게 어디서 났을까. 우리 엄마 뱃속에서. 예상치 못한 답변에 멍해있는 변백현을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제 존나 쿨하게 걸어가면 되는데. …식장이 어디야. 존나 당당하게 나왔긴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머리를 긁적이며 뒤를 돌아보는데 그런 나를 지켜보던 변백현이 끅끅대며 웃었다. 벌 받은 거야, 네꺼 버리고 도망가서.
“ 내가 언제. ”
“ 입술이 왜 이렇게 툭 튀어나와있어. 삐졌어? ”
“ 아니거든. ”
존나ㅋ 너님이ㅋ 그딴 장난쳐서 삐진거ㅋ 하나도ㅋ 아니거든ㅋ 반사ㅋ.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도도하게 걸어가야되는데 시발 길을 모르겠다고. 여전히 허둥지둥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소리내어 웃던 변백현이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가자. 우리 형이 너 많이 보고싶다고 했어. 우, 우월한 예식장으로 들어서자 아직 식을 올릴 시간이 금세 다가온 것도 아닌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아, 아주버님 뭐하시는 분이셔? 전부 다 비즈니스 관계?
“ 뭐라고? ”
“ 뭐하시는 분이냐고. ”
“ 아니, 그 전에. ”
아주버. 백현아. 내 말을 뚝 잘라먹고 들리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옆을 쳐다봤다. 턱시도를 입고 있는 남자는 변백현과 아주 심하게 닮아보였다. 어, 형. …헐. 변백현과 함께 있는 나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 아주버님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현아, 이분이 그…. 응. 변백현의 긍정에 다시 한 번 나를 보시다가 웃으셨다. 웃는 것도 어쩜 똑같아. 변백범이에요. 백현이 형.
“ 아, 김OO입니다. ”
“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백현이가 그렇게 좋아한다고 해서 얼마나 예쁘신 분인가 검색해 본 적 있었는데 역시 실물도 예쁘시네요. ”
“ 가, 감사합니다. ”
허흫. 어색한 기류가 줄줄 흘렀다. 뒷짐을 지고 나와 형을 번갈아 쳐다보던 변백현이 중재에 나섰다. 신부는? 대기실에. 얌마, 너는 저놈들 다 데리고 오면 어떡하냐. 안그래도 사람 많아서 복잡해 죽겠는데.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던 백범이 뒤를 가리켰다. 아직 OO와 백현을 보지 못한건지 식장 구석에 앉아서 제로게임을 하고 있는 콩나물들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하나같이 다 웃고 있는 얼굴이였다. 그 중 하나, 종인만 제외하고서. 김종인 전매특허 똥씹은 표정이네.
“ 저 오빠한테 좀…. ”
“ 아, 맞다. 종인이 여동생이죠? ”
“ 네. 말씀 편하게 하세요! ”
“ 음, 그럴까? 그래, 그럼. ”
콩나물들과 꽤나 깊은 사이인 듯 해보였다. 흘러내려가는 숄더백을 다시 메고 뚱한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있는 김종인에게 다가갔다. 야. 눈을 치켜들던 놈이 나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전화 한지가 언젠데 이제 와. 이거 봐라, 웃기는 놈일세. 너 꼭 말하는게 태어났을때부터 동생의 안전을 걱정한 다정한 오빠같다. 헛기침을 큼큼하던 놈이 제 옆자리를 내주었다. 앉아. 숄더백으로 다리를 가리며 앉자 한숨을 쉬던 김종인이 제 마이수트를 벗어 내게 덮어줬다.
“ 몇시에 만났는데. ”
“ 12시쯤에. ”
“ 지금 시간은 몇시냐. ”
“ 뭐, 한 12시 30분정도 됐겠. ”
“ 지랄 말고. 정확히 1시 24분이다. ”
도대체 뭘하고 시시덕댔길래 시간 개념도 없냐, 어? …헐. 벌써 그렇게 됨? 결혼식 시작 시간이 2시부터인데 우리가 엄청나게 느긋하게 오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내 반응에 미간을 찌푸리던 김종인이 내 이마에 꿀밤을 놨다. 아, 왜애! 잔뜩 역정을 내는 내 목소리에 정신없이 제로게임에 집중하고 있던 콩나물들이 하나, 둘 씩 뒤돌아봤다. 어? OO왔네! 언제 왔어? 방금요. 오빠들은 언제 오셨어요? 우리 아까전에 왔어. 이마를 문지르던 손을 내렸다. 괜히 큰소리 내는게 아니였는데, 젠장.
“ 근데 OO는 누구랑 왔어? ”
“ 누구랑 왔겠냐. 변백현이랑 왔겠지. ”
“ 뭐? 진짜야? ”
“ 아, 뭐. 네. ”
진짜냐고 묻는 박찬열의 눈이 엄청나게 커다랗다.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는 김종인을 쳐다보며 뭐 동태 썩은 눈깔로 쳐다보냐며 한마디 하려는데 김종인의 눈을 턱하고 가리는 길고 고운 손에 절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예쁜 동생을 그렇게 험한 눈으로 보면 되겠니, 종인아. 변백현의 말에 흠짓하던 김종인이 아, 뭐야. 하고는 손을 떼냈다. 그리고 형한테 변백현이 뭐냐, 오랜만에 좀 맞고싶어? 와, 김종인 나 아니더래도 다른 인간들한테 맞고 사는구나. 그래, 네가 워낙 매를 벌어야지 이새끼야.
‘ 곧 식이 진행되오니, 하객분들은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
“ 자리 앉아. ”
“ 저 앞 쪽에 가자. ”
“ 꼭 앞에 가야 돼? ”
“ 쟤네 축가 부르잖아. 더 잘보여. ”
어휴, 인간들아. 그냥 좀 앉아라. 어?
“ 엄마한테 인사드리러 갈래? ”
“ 지금? ”
“ 응, 금방 갔다오자. ”
어디 앉을지 투닥대는 콩나물들을 안쓰럽게 쳐다보고 있는데 내 옆에 조용히 서던 변백현이 소근거렸다. 어디 계시는데? 저기 앞에. 식 시작하려면 시간 조금 더 남았으니까 갔다와도 돼. 오빠 그냥 여기있어, 나 혼자 갔다올게. 같이 가자는 변백현을 앉혀놓고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어머님 곁으로 다가갔다. 어머니임. 조용히 소근거리자 고운 한복을 입고 계시던 어머님께서 돌아보시다가 나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셨다.
“ 아가 왔어? ”
“ 네, 오늘 너무 예쁘세요. 아버님 안녕하세요. ”
“ 어어, 근데 누구? ”
“ 백현이 여자친구요. ”
뭐? 그놈자식이 벌써부터? 경건한 자세로 앞을 보고 계시던 아버님께서 작게 소근거리며 인사를 하는 내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셨다. 꾸벅 인사를 드리자 덩달아 인사를 받아주시면서도 내가 누군지 한참을 들여다 보시는 아버님께 어머님이 직격타를 날리셨다. 살짝 고개를 틀어 변백현이 있는 자리를 돌아보던 아버님께서 나를 보며 웃으셨다. 형제가 어머님과 아버님을 똑닮았네. 식 끝나고 밥 먹고 갈거지?
“ 네? 네. ”
“ 그래, 오늘 와줘서 너무 고마워. 곱게 하고 왔네. ”
아니에요, 당연히 와야하는데요 뭘. 머리를 긁적이며 웃자 내 머리카락를 쓸어주시던 어머님께서 얼른 자리에 앉으라며 어깨를 토닥이셨다. 반쯤 몸을 숙여 자리로 가서 앉자 내 숄더백을 들고 있던 김종인이 어디갔다 왔냐며 조용히 물었다. 그냥, 잠깐 인사드리고 왔어. 다시 내 손에 숄더백을 넘겨주던 김종인이 내 팔뚝을 툭하고 밀었다. 아, 왜. 너도 결혼하고 싶냐? …넌 약 먹었냐? 아, 질문에 대답이나 해. 그래, 결혼하고 싶다. 왜.
“ 쌍으로 아주 지랄을 하네. ”
“ 뭐? ”
“ 너나 변백현이나. ”
뭔 개소리야. 김종인에게 더 물어보려 몸을 숙였지만 식을 진행하겠다는 사회자의 말이 들리자 입을 다물고 앞을 쳐다봤다.
와, 신부측 진짜 예쁘시더라. 미래의 내 아내도 웨딩드레스 입으면 저렇게 예쁘겠지. 당연하지 우리 OO는 뭘 입든 다 예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정숙한 결혼식이 진행되고 콩나물들이 앞에 나가서 축가도 부르고 재롱도 피웠다. 두 사람이 퇴장하는 모습에 괜히 내 눈가가 다 시큰했다. 결혼하면 어떤 기분일까. 결혼이라는 단어에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레 변백현의 얼굴을 떠올리는 내가 밉다. 다들 뷔페 먹고 갈거지? 변백현의 말에 웅성대던 콩나물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튼 콩나물. 물 줄때마다 쑥쑥 자라는 기분이야. 알콩달콩한 신혼부부를 보내고 들어오시던 어머님께서 눈물을 훔치셨다.
“ 엄마, 그렇게 슬퍼요? ”
“ 어휴. 난 백범이가 이제서야 다컸다는 생각이 든다. ”
“ 당신은 뭘 그런걸로 눈물 보이고 그래. 애들앞에서. ”
포스있게 등장하신 아버님께서 그렇게 말하시면서도 어머님의 어깨를 두어번 토닥이셨다. 왜 변백현이 저렇게 설레는 말만 하고 남을 잘 배려해주는지 아버님을 보자 그제서야 알 것 같았다. 저렇게 멋진 부모님 밑에서 자랐구나. 새삼 변백현이 달라보였다. 입술을 삐죽이며 제법이라는 듯한 시선으로 변백현을 쳐다보자 두분을 보며 웃던 변백현이 나와 눈을 맞추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두분을 모시고 자리에 앉았다. 우, 우월한 결혼식장 만큼이나 뷔페 음식 또한 우, 우월했다.
“ 잘 먹겠습니다. ”
각자 자기 취향대로 음식을 골라왔는데 여전히 김종인의 그릇에는 닭갈비가 가득했다. 어휴, 저놈의 닭갈비. 질리지도 않나. 안쓰러워하는 내 시선에도 굴하지않고 맛있게 먹던 김종인이 물을 한모금 마시며 나를 쳐다봤다. 왜 안 먹어. 존나 잘쳐먹고 있는데 왜 안먹느냐는 김종인의 말에 밥을 먹던 콩나물들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머, 먹고 있는데. 그게 먹고 있는거냐, 그냥 평소대로 먹어. 무슨 일로 내숭을 다부리. 조용해라. 김종인의 허벅지를 몰래 꼬집자 오묘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던 김종인이 입을 다물었다.
“ 많, 이 먹어라. ”
“ 으, 응. ”
존나 토할 것 같다. 유난히 많을 강조하던 김종인이 닭갈비를 씹다 말고 내 어깨를 꾹 눌렀다. 아파, 시발아. 덩달아 대답을 해주며 꼬집었던 허벅지를 똑같은 악력으로 눌러주자 나를 쳐패고 싶은 걸 잔뜩 참고 있는 김종인의 표정이 보였다. 시발, 이제 나는 집에 갈 때 뒤졌다. 해탈한 표정으로 그릇을 비우고 식사를 끝냈다. 먼저 차를 타고 가시는 어머님,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이제 이 진득한 콩나물들과 나만 남았다.
“ 2차로 OO네 집 어. ”
“ 닥쳐요. ”
잔뜩 신난 목소리로 우리 집을 2차 장소로 정하는 김종대의 말을 끊던 김종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와 변백현을 번갈아봤다. 또 둘이 같이 갈거냐? 오늘 스타카토가 좀 세다, 종인아. 여유롭게 웃던 변백현이 김종인의 팔을 장난스레 툭쳤다. 그래, 진짜 또 둘이 갈거야? 김종인과는 차원이 다른 낮은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잔뜩 불만인 사람이 여기 또잉네. 박찬열이 인상을 찌푸린채 변백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 당연하지. ”
“ 왜? ”
“ 당연하니까. ”
맙소사, 저건 무슨 논리야. 왜냐는 박찬열의 물음에 당연하다던 변백현이 익숙하게 내 옆에 섰다. 변백현을 노려보고 있던 시선을 틀어 나를 보던 박찬열이 너도 쟤랑 갈거야? 하고 물었다. 여기서 박찬열이랑 같이갈거야. 할 수는 없잖아. 아,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한참동안이나 나를 보던 박찬열이 알았다. 하고는 먼저 벤에 올라탔다. 차뇨르 왜 저래. 뒤따라 타던 콩나물들이 OO야, 조심히 가! 하고는 문을 닫았다. 문 닫으면 김종인은 어디 타라는 거야.
“ 형. ”
“ 응. ”
“ 진짜 집에만 데려다줘야된다. ”
“ 음, 뭐 생각해볼게. ”
“ 아, 미쳤어? ”
장난스러운 변백현의 말에 식겁하던 김종인이 날뛰었다. 진짜 쟤 건들이기만 해 봐. 입술을 씰룩이며 짜증을 내던 김종인이 나를 한 번 보고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야, 우라질 저새끼가. 지 동생한테 잘가라는 인사도 안 하냐. 매정한 김종인에 혼자 열받아 벤을 보며 씩씩대는데 조수석 창문이 빼꼼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이리저리 와이퍼 마냥 왔다갔다 하고는 다시 들어갔다. 저거 뭐야, 손 인사 한거야? 그러고서는 벤이 휑하니 가버렸다. 허, 참.
“ 우리도 가자. ”
“ 어, 응. ”
삑삑이를 눌러 차의 잠금을 풀던 변백현이 수트마이를 벗어 뒷좌석에 던져놓았다. 내가 안전벨트를 맬때까지 기다리던 변백현이 안전벨트를 매자마자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기지개를 쭉 켜며 시트에 몸을 기대자 그런 나를 슥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응? 왜? 손 잡아줘. 어린아이마냥 칭얼대는 변백현의 말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 진짜 애기네, 애기. 옛다, 손이다. 큼직한 변백현의손에 내 손을 올려놓자 깍지껴 잡던 변백현이 신호받는 사이에 내 손등에 입을 묻었다.
“ 우리 형 완전 멋있지. ”
“ 응, 완전 멋있으시더라. ”
“ 원래 멋졌는데 오늘 결혼 하는거 보니까 더 멋져보여. ”
“ 오빠도 분명 멋질거야. ”
내가 누구랑 결혼 할 줄 알고? 글쎄, 누구랑 결혼할까. 넌 아는 눈치인 것 같은데? 아니, 난 잘 모르겠는데. 대답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말하자 씩 웃던 변백현이 이번엔 손등에 소리나게 입을 맞췄다. 이 예쁜 손 주인이랑 결혼 해야지. 변백현의 적응 안되는 돌직구에 볼이 타오를 것만 같다. 발갛게 물든 내 볼을 툭 치던 변백현이 시간만 되면 네 옆에 있어주고 싶은데 스케줄 때문에 안되겠다. 하고는 울상을 지었다. 일하러 가야지, 뭐.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가 없나보다. 오피스텔 입구에 차를 세우자마자 안전벨트를 푸는 나를 보던 변백현이 내 손을 꽉 쥐었다.
“ 어떡하지. ”
“ 왜? ”
“ 안 보내고 싶어. ”
그게 뭐야, 얼른 스케줄 가야지. 불타오른 얼굴로 말하자 차가운 손으로 내 볼을 꾹꾹 누르던 변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결혼하고 싶다, 너랑. 아, 진짜 그런 말 하지말라니까. 존나 미칠 것 같다고. 거의 울듯한 내 표정에 푸흐하고 웃던 변백현이 스케줄 끝나고 전화할게. 하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스케줄 열심히 해. 차에서 내려 운전석에 있는 변백현에게 손을 흔들자 덩달아 흔들어주던 변백현이 씩 웃으며 멀어져갔다. 오늘 잠은 다잤네.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훗*
엑소 결혼식후기ㅠㅠㅠㅠㅠ(별거없음주의) 645
17분 전 (14:22) 조회 1021 현재 326 추천 3
이거 여기다가 써도 되는ㄴ건가ㅠㅠㅠ? EXO에 관련 있긴 있으니까 적을게ㅠㅠ!!
일단 나는 사생 뭐 이런거 절대!! 네버ㅓ!! 아니고! 신랑측말고 신부측이랑 아는 사이라서
오늘 결혼식 갔었거든ㅠㅠㅠㅠㅠㅠ 근데 애들 다 있는거ㅑ유ㅠㅠㅠㅠㅠㅠㅠ
글올리는 징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손팅을 잘ㅇㅏㄴ해.. 먄.. 이제 할겤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그래ㅐ서 엑독방에서도 막 배큥이가 간다니 안간다니ㅣ 이런거 많았잖아ㅏ
그래서 설마설마오겠어ㅓ 하고 마음비우고 갔는데 똭!!!!!!!!!!!!!!!아 애들만 본건 아니고 OO도 봤써ㅓ!! 죠니니 옆에 있더라 진짜 개ㅐ예쁨
리ㅏㅓㅇ란오라외ㅏㄴ어ㅗ리ㅏㄴ온올ㄴㅇ여신님;;;;;;;;;;;;;;;;;;;;;;;;;;;;;;;;;; 개땀땀;;
무슨 연분홍ㅇ색 원피스? 같은거 입고 어깨에 작은 가방 그거 뭐라그러냐 아무튼 그거 개이뻣.. 가방이 이쁘다는게아니라ㅠㅠㅠㅠ아무트뉴ㅠㅠ
징어 너네들이 상상하는 거 ㅇ그이상으로 개예쁨; 실물여신; 제대로 올킬함;
그리고 갱수랑 배큥이랑 죠대가 축가불러줬ㅆ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ㅏ 다 결혼하는 기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 얘들아ㅠㅠㅠ 나혼자 풕ㄱ풍감덩ㅎㅎ... 어쨋든 진짜 애들 다 예쁘고 와 나는 아직도
OO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는다ㅏ..
사진은 신부측언ㄴㅣ한테 실례인 것 같아서 안찍었어
아 근데 OO랑 백ㄱ큥이 뭐 있니ㅎㅎ..? 너네가 미는 ㅋㅓㅍ플링 있잖아 얘네ㅋㅋㅋㅋㅋㅋ
ㅈ진짜 뻥안치고 얘네 좀 수상했음.. 이런 냄새 기가 막히게 잘 맡는앤데 내가;;
내가 좀 뒤쪽 테이블에서 뷔페 먹었거든ㄴ 근데 애들이랑 배큥이 부모님이랑 OO랑 같이 밥먹는거봤는데
배큥이가 자꾸 OO 챙겨주고 그러던데ㅔ 내 착각이겠지? 그렇ㅎ겠지? 그렇지만 잘어울려서 눈물난다
어쨌든 결혼 축하드립니다!!!!!!! 득남득녀하세요!!!!!!!!!!!!!!!!!!!!!!!! 짜쨔ㅑ!!
익인1
와 쩐다 와ㅏ
익인2
행쇼!!!!!!!!!!!!!!!!!!!!!!!
익인3
봤어? 사진이 없는게 아쉽긴 하지만 예의가ㅏ 아니니까ㅠㅠㅠㅠ
익인4
축하드려요~
익인5
애들 다 뭐 입고 있었어?
└익인6
쓰니는아니지만정장?입었을거같음ㅇㅇ
익인7
대바ㄱㅣ다..
익인8
짱부럽다아나;;;;
익인9
백..백ㄱ범오빠행..쇼....!
익인10
OO랑백ㅋ현이뭐있는거같음나만그럼?
└익인11
222222222222222나도그럼
└익인13
3333333
└익인17
난너네좋으니까행쇼해라444
익인12
나도보고싶ㅍ다..이그조..
익인1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익인15
쩐다; 축가무ㅗㅓㅓ부렀어ㅠㅠㅠ?
익인16
제일중요한뷔페ㅔ는어땠어?
└익인1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인19
엑ㄱ소보다뷔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인18
와...
익인20
백현♥OO 행쇼하실게요
└익인21
행쇼하실게요
└익인22
행쇼하실게요
└익인24
행쇼하실게요
익인23 나
와부럽ㅂ다..근데나왜ㅐ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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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ㅏ날ㅇㅣ갈수록사랑받고있어.. S2s2
나왜야자함ㅠㅠㅠㅠㅠㅠ? 독자분ㅁ들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ㅠㅠㅠㅠㅠㅠ허엉ㅎ휴ㅠㅠㅠ
매일 항상! 에브리데이!! 사랑받고 있는 기분에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가고 막 그르네ㅔ요!!!
어디서 행쇼 냄새 안ㄴ남ㅎㅎ? 이제 슬슬 눈치ㅣ챘을텐데~~
암호닉 안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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