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마다 전회랑 이어서 전개하려고 했는데 스토리 구상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이제부터 에피소드 형식으로 합니다!
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심심해, 심심해애. 원래 모델이 이렇게 하는 일이 없었던 직업이였던가. 어제 정수정이랑 헤어진 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뻗었다. 뜨여지지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12시 32분. 존나 오래도 잤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아니, 차라리 이럴거면 학교를 보내주던가. 열여덟이 공부도 안하고 할짓없어서 빈둥대는게 말이 되냐고. 그래도 손에 샤프 잡는 건 싫음ㅋ 한동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더이상 할 것도 없는데 이렇게 있을바에 몸매 관리도 좀 할겸 요가라도 할까싶어 발을 쭉 뻗고 하늘자전거를 타다가 허리 나갈 뻔 했다. 시발. 내 허리, 쿠키런보다 소중한 내 허리.
‘ 띵동-. ’
엌. 인기스타님이신가. 반가운 초인종소리에 벌떡 일어나 문을 열어줬다. 인기스타! 맛있는거 들고 왔. …뭐하냐? 시발, 네가 여기 왜 있냐. 니년이 문 열어줬으니까 있지. 아, 김종인! 신발장을 막고 서있는 나를 밀치던 김종인이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야, 다른 콩나물은? 콩나물? 이제 초콜렛에서 콩나물로 바뀌었냐? 취향 한 번 독특하네. 아니, 너네 멤버들 병신아. 왔을리가 있겠냐. 안 그래도 너네집 간다고 씻고 온갖 멋 부리길래 그 틈에 왔지.
“ 네가 19년동안 살면서 그게 제일 잘한 짓 인 것 같다. ”
“ 아, 배고파. ”
너도 굶고 다니냐? 아나, 진짜. 들어오자마자 소파가 뭐 이리 작나며 툴툴대던 김종인이 그 작은 소파에 산만한 덩치를 끼워넣었다. 개새끼, 진짜. 소파 갈라지면 네가 하나 사라. 정산 들어오는 건 나보다 네가 더 빠르면서 네 돈으로 사라. 아, 미친놈. 나 정산 되는 날은 또 언제 알고.
“ 집에 라면 없냐? ”
“ 아, 미친놈이 진짜. ”
“ 손님한테 접대 하는 게 뭐이래. ”
“ 네가 손님이냐? 거지새끼지. ”
짜증이 난다만 말동무라도 있으니 심심하지는 않네. 라면 좀 내오라고 발을 까딱거리는 김종인을 한심스럽게 보다가 들고 있던 리모컨을 김종인에게 던져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을 열어 라면을 꺼내고, 물을 끓였다. 야, 계란 풀어? 어. 물 완전 한강수로 만들어버릴까. 리스크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쉬며 라면을 끓였다. 아, 맛있는 냄새. 나도 젓가락 좀 들이밀까. 작은 테이블 위에 라면과 그릇을 올려놓고 김종인을 불렀다. 야!
“ 젓가락은? ”
“ …자. ”
“ 김치는? ”
아, 없으니까 걍 쳐먹어. 반찬 투정 존나 많이 해. 제 맞은편에 앉아서 타박을 하는 날 보며 눈썹을 찡그리던 김종인이 잠자코 젓가락을 들었다. 팔짱을 끼고 맛있게도 먹는 김종인을 내려다보다가 턱을 괬다. 근데 오늘 왜 온거임? 내 물음에도 계속 먹기만 하던 김종인이 우물거리는 입을 아ㅡ, 하고 벌렸다. 아, 시발아! 제 입안에서 자잘히 분해되가는 라면 면발을 보고 기겁하는 나를 보던 김종인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더러워, 미친.
“ 그러게 먹는데 말을 왜 시켜, 미친아. ”
“ 다 쳐먹고 말 하면 되잖아. 아, 진짜 개또라이 새끼. ”
그만 쪼개고 먹어. 엉. 낄낄대던 김종인이 단호박을 잔뜩 쳐먹은 내 말에 정색을 하고는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김종인이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따른 뒤 그릇 옆에 가져다놨다. 다시 자리에 앉아 며칠 전 황실장님께 선물 받은 팔찌를 만지작거리는데 거실에서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김종인을 뒤로하고 거실로 나갔다. 어? 이여사님이네. 또 뭐야. 내 생일은 한참 남았는데.
“ 여보세요? ”
ㅡ “ 어, 엄마야. 너 내일 스케줄 있어? ”
“ 엉? 아니. 없을 걸? 왜? ”
ㅡ “ 내일 종인이 졸업식이잖아. ”
“ …진짜? ”
ㅡ “ 넌 대체 네 오빠에 대해서 아는게 뭐야, 이년아. ”
아, 말을 안해주는데 어떻게 알아. 큰소리를 치려다가 먹고 있는 김종인이 신경쓰여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일 몇시까지 가면 되는데? 9시 30분까지 학교로 와, 10시에 졸업식 시작하니까. 학교 어딘지는 알지? 응. 좀 단정하게 입고 와, 또 거지같이 입고오지말고. 내가 언제 거지같이 입었! 야. 거지같이 입고 오지말라는 이여사님의 말씀에 안 그랬거든! 화를 내는데 부엌에서 김종인 목소리가 들렸다. 집에 종인이랑 같이 있어? 아, 응.
ㅡ “ 그 놈 새끼는 왜 쉬는 날에 지 엄마집에는 오지도 않고 거기갔다니? ”
“ 그러니까 말이야, 지금이라도 보내? ”
ㅡ “ 됐어, 어차피 내일 볼건데 뭐. 오랜만에 둘이서 맛있는거 좀 먹어. ”
예, 예. 알겠어요. 맛있는 라면 김종인 혼자서 잘 쳐드시고 계셔요. 전화를 끊고나서 뒤를 돌아보자 김종인이 의자에 팔을 툭하니 걸친채로 나를 쳐다봤다. 다 먹었으면 좀 치워, 새끼야. 손 하나 까딱않는 놈을 짜증스레 쳐다보다가 깨끗하게 비운 냄비와 그릇을 싱크대에 담궜다. 근데 너 모델이라면서 집에 왜 라면이 있냐? ……. 시발 존나 뜨끔거리게 만드네. 서, 선물 받았어. 집들이 할 때. 집들이도 했냐? 네가 친구가 어디있다고. 와, 존나 개무시하네. 이새끼. 제 머리를 정리하던 김종인이 거실로 나갔다.
“ 집에 언제감? ”
“ 왜. 빨리 갔으면 좋겠냐? ”
“ 어, 시발. ”
개년. 바닥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던 김종인이 기지개를 켜며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야, 너 그러다가 자겠다. 안그래도 자고 가려고. 뭐 시발? 빨리 안 꺼지냐? 제 옆구리를 발로 툭툭차는 OO를 올려다보던 종인이 내심 섭섭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쁜년, 끝까지 제 오빠 졸업 얘기 안하네. 속으로만 꿍얼대던 종인이 자켓을 챙겨들었다. 간다. 진짜 자고 갈 줄 알았는데 벌떡 일어나던 김종인이 신발을 신었다. 어, 어.
“ 넌 모델이라는 년이 스케줄도 없냐? 어째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 같다. ”
“ 다음주에 있어, 다음주에. 넌 나보다 더 바빠야할 새끼가 왜 이렇게 싸돌아다녀. ”
“ 스케줄 가기전에 잠깐 들렀다, 임마. ”
올려묶은 내 똥머리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김종인탓에 잔머리가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개새끼, 진짜. 갈 때까지 지랄이야. 김종인에게 졸업식 이야기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내일 서프라이즈로 놀래켜줘야지. 야, 집 비밀번호 뭐냐? 7642. 간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듣던 김종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문을 열었다. 알려줬다고 뭉탱이로 쳐들어오지마라, 비밀번호 바꾸기전에.
“ 꿈도 크다. ”
“ 꺼져. ”
엘리베이터를 타는 김종인의 뒷모습을 보다 문을 닫았다.
아, 시발! 개망했다. 급하게 휴대폰과 클러치백을 챙겨들고 구두를 신었다. 지금 빨리 가면 9시 50분쯤에는 도착할 듯 싶었다. 집에서 나와 큰 도로가로 나가자마자 택시를 잡아 탔다. 아저씨, 죄송한데 제가 지금 엄청 급해서요.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정문에 좀 부탁드릴게요. 거지같이 입고 오지말라는 이여사의 신신당부에 최대한 단정한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그래도 인생에 한 번 뿐인 김종인 졸업식인데, 꿀리지않게 예쁘게 보여야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웨이브에 힘을 주지 못 했다. 에센스를 발라 촉촉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돌돌 꼬아 내렸다.
빨리 오라는 이여사님의 말씀에 손가락만 꾸물꾸물 만졌다. 백미러를 통해 초조해보이는 나를 힐끔 보시던 기사아저씨께서 속도를 더 내시는게 느껴졌다. 헐, 아저씨 짱이에요. 정문앞에 도착하자 학생들을 비롯한 학부모님들도 많이 보였다. 진땀을 빼시는 기사아저씨게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올릴기세로 돈을 드렸다. 잔돈을 받고 나서야 급하게 택시에서 내렸다. 아씨, 여기 뭐 이렇게 넓어. 꼬불거리는 머리를 긁적거리다 무작정 정문 안으로 들어섰다.
“ 헐, 야. 모델이다, 모델. ”
“ 김OO 아니야? 쩐다. ”
“ 종인선배 졸업식 때문에 왔나 봐. ”
김종인 동생이란거 알면 길 좀 알려주지 왜 슬금슬금 피해가는 건데. 내가 보기에 김종인 보다 너희가 더 신기한데. 연예인같이 예쁘장하게 생겨서 제 친구들과 나를 보며 뭐라뭐라 얘기를 하는게 꼭 정수정이 생각났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줄어들어야 할 시선이 어째 더 많아지는 기분이다. 아예 대놓고 내 얘기 하는 것도 들리고. 괜히 머쓱해 뒷목을 긁적이며 허둥지둥 발걸음을 옮기는데 당췌 강당이 어딘지 알아야지, 시발
“ 저기. ”
“ 네?, 어? 김OO 아니에요? ”
“ 마, 맞는데요. ”
“ 헐, 대박. 쩐다. 팬이에요. ”
“ 고, 고마워요. ”
앞에 보이는 학생 아무나 잡고 강당이 어딘지 물어보려는 나를 돌아보던 여학생이 내 손을 잡고 방방 뛴다. 어, 강당이 어디에요? 강당이요?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아, 대박. 진짜 예쁘다. 연예인을 봤다며 잔뜩 신난 표정으로 강당을 알려주는 여학생에게 고맙다고 웃자 물개박수를 치던 여학생이 제 친구들 무리로 뛰어들어갔다. 쟤 내 또래 아니야? 여학생이 알려준 길대로 들어가자 넓다란 강당이 보였다. 역시 서공예는 다르긴 다르구나. 겁나 넓어.
“ 엄마! ”
“ 어, 왔네. ”
“ 오느라 죽는 줄 알았어. ”
“ 그러게 빨리 빨리 좀 안 일어날래? ”
오자마자 엄청난 잔소리크리를 맛봤다. 강당을 둘러보시다가 나를 본 아부지께서 웃으셨다. 오늘 우리 막내 예쁘네. 그쵸, 아빠? 엄마가 어제 나보고 거지같이 입고 오지말래서 서민같이 입고 왔어요. 내 딸인데 뭘 입어도 다 공주같지. 당신은 딸한테 거지가 뭐야, 거지가. 어유, 당신은 저 기집애가 맨날 거적때기 걸치고 다니는 거 몰라서 그래. 화살이 내게로 쏟아지는 걸 피하고 싶어 아부지 뒤에 숨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 오늘 좀 예쁜 것 같음. 뿌듯뿌듯 열매를 먹은 듯 어깨가 쫙 펴지는 기분이다.
“ 지금 몇시야? ”
“ 10시. ”
“ 이제 곧 시작하겠네. ”
슬슬 졸업생들이 자리에 앉으려 강당에 들어왔다. 엄마, 김종인 몇 반이야? 1반 일 걸? 종인이 저기 들어오네. 강당에 들어오는 졸업생들을 샅샅히 뒤지다가 유별나게 까만 남자애를 찾았다. 딱봐도 김종인이네. 옆에 친구가 하얘서 그런가 더 까맣게보여. 엄마, 김종인 왜 저렇게 까매? 너도 까매. 아, 응. 시발, 그렇구나. 나도 까맣구나. 아직까지 김종인은 우리를 못 본 듯 했다.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옆을 보다가 문득 나 혼자서만 꽃을 들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 엄마, 꽃 어디서 샀어? ”
“ 정문 옆쪽에. 왜? 꽃 사게? 엄마 꽃 있잖아. ”
“ 에이, 그래도. ”
웬일이라는 이여사의 말에 금방 갔다온다며 강당을 빠져나왔다. 클러치백에서 지갑을 꺼내 정문 쪽으로 향했다. …아, 잠깐만. 내 눈까리가 잘못된게 아니라면 저 우글우글 거리는 콩나물들은. 멀리서 봐도 느껴지는 콩나물의 포스에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냥 강당에서 짜져있어야지.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죽을 지도 몰. 어? OO 아니야? OO야! 시발. 강당에 들어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던 내 계획이 처참하게 무산됐다. 나를 부르는 상큼한 목소리에 뒤를 슬쩍 돌아보니 꽃을 고른다고 여념없는 몇 명과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인간들이 보였다. 그냥 무시하고 갈. 이리 와! …시발.
“ 안녕하세요. ”
“ 응, 안녕. 종인이 졸업식이라고 왔구나? ”
“ 예?, 네. ”
“ 부모님은? ”
강당에 계세요. 옆에 멀뚱멀뚱 가만히 서있는 변백현의 눈치를 보고 있는데 꽃을 보다말고 내 손목을 잡고 끄는 박찬열에 의해 꽃 고른다고 나를 못 봤던 나머지 멤버들과도 대면하게 됐다. 잘됐다, 꽃 뭘로 살까? 이걸로 사는게 나을 것 같은. 그럼 이걸로 사지, 뭐. 존나 쏘쿨하네. 씨스타세요? 분명 내가 오기전에는 이것 저것 본다고 정신없어 한걸로 아는데 내가 손가락으로 대충 하나를 고르자마자 바로 계산을 했다. 다른 꽃을 하나 더 사고 콩나물들과 나란히 강당으로 들어갔다. 헐, 대박. 오, 마마. 들어가자마자 EXO 라며 정신을 못 차리는 여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그들 사이에 더이상 끼여있다가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 빠른 걸음으로 이여사께 다가갔다.
“ 꽃 사왔. ”
“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
“ 어? 언제 왔어? ”
“ 방금요, 꽃 사다가 OO 만나서 같이 들어왔어요. ”
이여사의 광대가 승천하는게 보인다. 그렇게 좋아요 이여사님? 우리 아부지 표정 굳어가는 건 안보이시나. 콩나물들의 어깨를 두들기며 잔뜩 반가움을 표현하시는 이여사님을 보다가 김종인이 있는 자리로 시선을 틀었는데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씨익 웃자,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김종인이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개새끼. 졸업식을 시작한다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을 시작으로 표창장, 개근상 뭐 상이란 상은 다 나온 것 같다. 풋, 김종인은 아무것도 못 받았어. 졸업식이 끝나면 잔뜩 놀려줄 심보로 웃음을 꾹 참고 있는데 특별 공로상, 김종인. …젠장.
“ 와, 종인이 특별 공로상 받네. ”
“ 함성 소리 봐. ”
김종인이 단상을 올라가자마자 귀가 찢어질듯한 함성 소리가 들렸다. 어휴, 안그렇게 생겨서 인기 조낸 많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상장을 받는 김종인을보다 떨떠름하게 박수를 쳤다. 아, 놀릴거리가 없어졌어. 풀이 죽어 휑한 눈빛으로 단상을 쳐다보다가 내 허리를 툭 치는 손길에 옆을 쳐다봤다. 언제부터 와있던건지 내 옆에 있었던 만두오빠는 저 멀리 밀려난지 오래고 변백현이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뭐라고 말을 하는데 사람도 많고 스피커 소리도 크게 울려서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렸다. 뭐라는거여, 시방.
“ 뭐? ”
‘ 예쁘다고. ’
아까 자꾸 머리를 만지작거렸던 내가 신경쓰였나보다. 미처 큰 소리로 말을 하지는 못 하고 입모양으로 벙끗거리는데 그걸 유심히 보다가 알아들어먹고 볼이 발갛게 물들어갔다. 아, 덥다. 더워. 괜히 딴청을 부리며 손부채질을 하는데 옆에서 실실 웃는 소리가 들렸다. 부끄럽게 진짜, 뭔 말을 못해. 그 후로도 영혼 없는 박수는 계속됐다. 이제는 아예 변백현과 박찬열이 쌍으로 옆에 붙어 어깨를 툭툭치거나 옆구리를 찌르는 둥 이상한 장난질을 걸어왔다. 아, 진짜. 이거 뭐 화 낼 수도 없고.
“ 이상 제 36회 졸업식을 마치겠습니다. ”
졸업식이 끝나고 손바닥이 깨져라 박수를 쳤다. 콩나물들과 함께 김종인이 있는 자리를 쳐다보자 두리번두리번 거리던 김종인이 멀뚱히서서 저를 쳐다보는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졸업 축하한다, 자식. 이제 형들이랑 술한잔 해야지? 그러고보니 미자는 세훈이랑 우리 OO 밖에 안 남았네. 아, 왜 저는 세후니고 OO는 왜 우리인데여. 삐졌냐? 아니그든여. 누가 봐도 삐쳤구먼, 뭘. 그러고보면 쟤랑 나랑 졸업하는 건 같으니까 동갑이잖아.
“ 사진 찍어야지, 사진. 어머님 사진 찍어드릴게요. ”
“ 그래줄래? ”
“ 당연하죠, OO야 너도 얼른 가서 서. ”
비척대는 걸음으로 김종인 옆에 붙었다. 다정하게 좀 더 붙어봐. 지금 붙은것만해도 이것보다 다정한 남매는 없을 것 같구만. 싫은티를 팍팍 내며 김종인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아, 어딜 만져. 네 허리 만진다, 생키야. 기집애 같이 굴기는. 나를 째릿하고 내려다보던 김종인이 제 오른손에 들린 꽃을 내게 넘겨줬다. 이거 들고 있어. 그러고서는 제 팔을 내 어깨에 올리는데 아, 존나 어색해. 이거 뭔데.
“ 빨리 찍어. ”
“ 하나, 둘, 셋. ”
흐뭇하게 우리 가족을 지켜보는 콩나물들을 뒤로하고 김종인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둘이 한 번 같이 찍을래? 아니. 너만 싫냐? 나도 싫다. 둘이 서있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드는 크리스오빠의 말에 동시에 부정의 대답을 하자 나와 김종인을 번갈아 째려보던 이여사님이 좋은 말 할때 빨리 찍어, 한 대 맞기전에. 하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나, 진짜. 세상에서 다정한 남매인 척 코스프레하는게 제일 힘들다. 시발.
“ 이리 와. ”
“ 네가 이리로 와. ”
“ 거기서 찍으면 어둡다고. ”
“ 뭔소리야, 여기 겁나 밝은데. ”
하여튼 말 한 번 뒤지게 안 듣지. 서로 제가 있는 자리로 오라며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김종인이 내 옆으로 왔다. 내 손에 들린 꽃을 보던 김종인이 다시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한 번 찍는건데 예쁘게 좀 찍자. 엉? 이를 꽉 물고 말하는 김종인을 올려다보다가 좋을대로 하라며 김종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웃음이 나오지 않아 졸업식이 끝나고 고기파티를 하는 생각을 했더니 입꼬리가 하늘로 올라갈 듯 치솟았다.
“ 찍는다. 하나, 둘, 셋. ”
“ 꺼져. ”
“ 너나. ”
사진을 다 찍자마자 둘 다 정색을 하고서 김종인은 제 팔을, 나는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털었다. 이제 멤버들이랑 같이 찍어. 아, 이여사님 오늘 아주 제대로 뽕을 뽑으려고 하시네. EXO와 찍으라고 하고는 크리스오빠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를 가져간 이여사님이 얼른 포즈 잡으라며 카메라 렌즈를 쳐다봤다. 아, 존나 또 붙어야 돼? 빨리 안 붙냐는 이여사님의 말에 울상을 지으며 김종인 옆에 붙었다. 오늘 태어나서 두번째로 김종인과의 스킨십이 터지는 날이다. 김종인 옆에 서서 멀뚱히 카메라 렌즈만 쳐다보자 내 옆에서 설거라며 아웅다웅대던 콩나물들이 결국 키순대로 섰다. 그래서 만두오빠가 내 옆에. …아, ((((((((((김민석))))))))))
“ 하나, 둘, 셋. ”
사진을 다 찍고 나서 확인을 해보던 콩나물들이 잘나왔다며 히죽히죽댔다. 얼른 밥이나 먹으러 가자. 먼저 발걸음을 떼는데 갑툭튀로 나타나 내 앞에 선 여학생이 나를 보며 웃었다. 어? 아까 강당 위치 가르쳐줬던 애잖아. 저, 한번만 사진 같이 찍으면 안되요? 네? 저요? 네, 네. 폭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여학생을 보다가 뒤를 힐끔보니 이여사님과 아부지를 데리고 이쪽으로 오는 콩나물들이 보였다.
“ 같이 찍어요. ”
“ 헐, 진짜요. 대박. 그럼 제 친구들이랑 찍어도 돼요? ”
“ 네. ”
이쪽으로 오던 콩나물들이 무슨 일이야? 하고 묻는게 들렸다. 어, 사진 같이 찍자고 해서요. 꽤 봐도 수가 여럿 되보이는 제 친구들을 데려오던 여학생이 EXO를 보고 눈이 뒤집어질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부터 참 재밌는 친구네. 근데 셀카 찍으려고? 이 많은 애들을 데리고? 찍어줄 사람이 없어 갈팡질팡하던 여학생을 물끄러미 보던 변백현이 여학생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내가 찍어줄게, 자리 잡아. 제 손과 변백현의 손이 스쳤다고 좋아죽는 여자애를 조용히 끌고 오던 친구들이 강당앞에 섰다.
“ 여기로 오세요! ”
“ 아, 네. ”
발걸음을 옮겨 여학생과 친구들이 만들어준 자리에 섰다. 제일 중앙이라니.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라는 콩나물들의 요청에 내 옆에 나란히 서있는 친구들의 어깨에 손을 올려 브이자를 그렸다. 하나, 둘, 셋. 나른한 변백현의 카운트를 끝으로 깜찍한 포즈를 풀던 여학생들이 내 손을 잡고 절하듯이 고개를 숙였다. 아, 완전 팬이에요. 개여신. 진짜. 왜 이렇게 예뻐요? oh 김OO 찬양론 oh 나를 한껏 띄어주는 여학생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 와, 김OO 완전 인기녀네. ”
“ 종인이보다 인기 더 많아. ”
콩나물들이 큭큭대며 웃었다. 짜게 식어가는게 보인다, 김종인이. 근데 우리 밥먹으러 가? 내 말에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오늘 종인이 졸업식이라고 스케줄 뺐어. 매니저 형이 밥 먹으러 가도 된대. 전화를 하는 듯 하던 준면오빠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 식당으로 가자, 인원이 많아서 자리가 남았을지는 모르겠네. 그래, 그게 의외의 복병이긴 하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시발. 닭갈비를 좋아하는 김종인 때문에 또 닭갈비를 먹으러 가게됐다.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노란색 교복을 입은 서공예 학생들이 우글우글했다.
“ 15명인데 자리가 있을까요? ”
“ 네, 안에 단체석 비어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
종업원이 단체석으로 이끌었다. 단체석이래. 졸업식날에 단체석이 왠말이야. 구두를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익숙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뒤적였다. 그냥 닭갈비 시켜 먹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물을 따르는데 김종인이 제 동복 마이를 내게 건넸다. 왜? 치마. 원피스가 조금 짧은탓에 속이 보일까 김종인이 건네주는 마이를 허리에 맸다. 짜아식, 나보다 먼저 졸업했다고 오빠인 척 하기는. 물컵을 나눠주고 자리에 앉았다. 부저를 눌러 음식을 주문한 아부지가 김종인을 힐끗 쳐다보더니 어깨를 토닥였다.
“ 네가 벌써 성인이라니, 아빠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종인아. ”
“ 에이, 한 살 더 먹은 것 뿐인데. 뭐. ”
낯간지러운 아부지의 애정표현에 몸둘바를 모르는 김종인이 보여 슬쩍 초를 쳤다. 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고 물을 마셨다. 이제 좀 더 있으면 OO도 졸업이네. 졸업이라는 말에 내 맞은편에 앉은 변백현의 눈이 반짝이는게 보였다. 크흠, 어, 뭐. 그렇지. 내 옆에 앉은 박찬열이 능글 맞은 목소리로 졸업하면 오빠한테 시집올래? 하고 물었다. 저 주둥이를 젓가락으로 확 집어버릴까. 박찬열의 말에 변백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좋아졌다. 먹자, 먹어. 얼마 안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던 콩나물들이 맛있는 냄새에 연신 감탄사만 남발했다.
“ 잘 먹겠습니다. ”
먹으려고 손을 뻗는데 이미 내 접시에 푸짐하게 채워져있었다. 읭? 이건 뭐임. 고개를 틀어 옆을 쳐다보자 눈을 찡긋하던 박찬열이 많이 먹으라며 당면을 내 접시 위에 올려줬다. 아, 예. 고맙다며 고개를 슬쩍 끄덕인 후 고기를 입에 넣었다. 켁. 씹다 말고 고개를 드는데 나를 무지막한 눈으로 째려보는 변백현 때문에 입에 있던 고기들이 다 튀어나올뻔했다. 급히 물을 마시고 아직까지도 나를 째려보는 변백현을 흘끗 보다가 슬쩍 시선을 틀었다.
“ OO, 맛있어? ”
“ 네. ”
“ 많이 먹어. ”
그건 김종인한테 해야 할 말 아닌가. 감자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김종인을 쳐다보자 멤버고 뭐고 지금은 오로지 닭갈비에만 집중하는 김종인이 보였다. 네가 그럼 그렇지, 섭섭하기는 개뿔. 식사를 다 마치고 난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른 배를 퉁퉁 두들기며 구두를 신었다. 아, 진짜 오랜만에 겁나 많이 먹었네. 내 허리에 둘러져있는 김종인의 마이를 다시 건네주자 받아들던 김종인이 다시 입었다.
“ 종인아, 집에 들렀다 갈거야? ”
“ 응, 먼저 가있어. ”
“ 알았어. 잘 먹었습니다. 어머님, 아버님. ”
“ 그래, 조심해서 가고. ”
“ 안녕히 가세요. ”
OO도 안녕. 식당 앞에 정차된 벤에 올라타던 콩나물들이 손을 흔들며 내게 윙크했다. 아나, 윙크는 뭐야. 저 인간들이. 꽃다발을 손에 쥐고 있던 김종인이 내 팔목을 잡아다 옆으로 끌었다. 앞에 좀 봐라, 어? 김종인의 말에 뭐, 이샛기야. 하는데 바로 내 옆으로 오토바이가 쌩하고 지나갔다. 지나가자마자 바로 손을 턱하고 놓던 김종인이 먼저 발걸음을 뗐다. 뭐, 좀 고맙네. 어깨를 으쓱이며 그 뒤를 따라갔다. 어쨌든 졸업 축하해, 김종인.
백현이랑 러브라인을 타려고 하니까 멤버들이랑 돌아가면서 썸타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셔서 투표해요!
러브러브라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항상 감사합ㄴㅣ당S2s2
암호닉 안 받아요~
S2암호닉S2 |
똥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