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name : 007
세번째 이야기
W. 체리에이드
윤기의 의자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자신의 의자는 완벽히 편안해야 한다며 윤기가 직접 외국을 돌며 고르고 골라서 사온 의자였다.
항상 이 의자에 기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감으면 생각 정리가 잘 됐기에 윤기는 이 의자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의자에 편히 기대서 커피를 세잔이나 비웠음에도 여전히 윤기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고 있는 일이 이런 일이다 보니, M16에 여자 요원이 들어오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예전, 아주 예전에 M16에서 남자 요원과 여자 요원 둘이 눈이 맞아 도망을 가는 일이 있었다. 물론 그 사랑의 결말은 총살이었다.
이미 이 조직 내에서는 유명한 얘기이며 들려오는 소문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손을 잡고 있었다고 하더라.
때문에 M16에서는 여자 요원과 남자 요원을 한 지점 안에 같이 두려고 하지 않았다.
또 워낙에 팀워크가 좋았던 K16이기에 누가 죽지 않는 이상 새로운 요원이 배치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것도 여자를. 현장 요원으로.
윤기가 생각을 끝내자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책상 위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마시다 미간을 찌푸렸다. 식었어.
식은 아메리카노를 윤기는 매우 싫어했다. 뜨겁던가 차갑던가. 미지근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기분만 나빠질 뿐이었다.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아메리카노 컵을 옆으로 치워버린 윤기가 사무실 안에 놓인 테이블로 눈길을 돌렸다.
평소 인테리어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 윤기의 방은 세심한 디테일들로 가득했다. 윤기는 가끔씩 방을 한 바퀴 둘러보며 자신의 인테리어에 뿌듯해하곤 했다.
저 테이블과 의자들도 다 외국을 돌며 고른 것들이었다. 밑에 깔려있는 카펫도. 윤기가 다 신경 써서 고른 것들이었다.
" ...높은 힐 신어놓고 카펫을 그렇게 짓이기면 되나. "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이던 모습에 윤기는 결국 좋은 말로 입을 떼는 것에 실패했다.
윤기의 말을 들은 탄소가 힐을 카펫에서 뗐음에도, 카펫에 남아버린 자국에 윤기는 표정을 풀 수 없었다.
"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티 나네요. 이 테이블 저도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
" 이름이 뭐라고 했지? "
" 김탄소. 아까 들어올 때 말했었는데 못 들으셨나 봐요. "
윤기가 마른세수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보통 성깔이 아니네. 하긴, 이런 곳에 착하고 유순한 성격의 여자가 들어올 리가 없다.
사람 죽여놓고 꺅꺅거리는 여자들보다는 낫겠지. 윤기가 조용히 생각했다.
" 사람 죽여본 적은 있나? 총은 잡아봤고? "
"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닌가? 당연히 다 해봤죠. 남자 요원들 다 제치고 제가 현장 요원으로 발탁된 거 보면 딱 답 나오잖아요. "
" 장거리? 단거리? "
" 둘 다 괜찮은데 따지자면 단거리가 좀 더 낫기는 해요. 근데 테스트에선 둘 다 만점 나왔어서. "
윤기가 다시 한번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눈으로 훑었다. 사실이었다. 모든 성적이 A+라, 솔직히 말하자면 윤기는 좀 놀랐다. 허언증은 아니네. 윤기가 조용히 읊조렸다.
" 거짓말 안 해요. 하면 잘할 수 있기는 한데, 적어도 일에서는 숨기는 게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 체력이 꽤 좋은 편인가 보네. 웬만한 남자들 다 뚫고 현장요원 자리 꿰찬 거 보면. "
" 좋은 편이죠. 근데 만족 못해요. 더 키울 생각인데. "
" K16 요원들 이름이나 코드명은 다 알고 있겠지? 규칙도 물론 다 숙지된 상태일 거고. "
" 제가 체력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도 좋아서. S.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
" 살인 면허 발급받은 만큼 조심히 임무 수행해. 안 그래도 007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사람 속 썩이는 타입은 아니길 바란다. "
" 그것도 걱정 안 하셔도 되겠네요. 그런 타입은 아니니까. "
" 그럼 됐어. 008. 무슨 역할인지 알 거라 생각하고. "
" 007 대역 아닌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대역은 예상 못했는데. "
" 008이 007 대역 소리 듣는 건 옛날 일이지. "
" 그래도 따지자면 대역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죠. 008이 중요한 역할은 맞지만. "
" 007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면, 008은 이성적으로 움직이지. 요즘에는 대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같은 수준에서 활동하는 추세니까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
" 여기 007 능력이 꽤 된다고 들었는데. "
" 능력은 좋은데, 너무 본능적이라 문제야. 008과 007 능력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고. 네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니 잘 해주길 바란다. "
탄소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윤기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태울 성냥을 서랍에서 꺼내다가,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탄소를 불러 세웠다.
" 007이 여자를 대단히 좋아하는 편인데, K16 요원이라고 가리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알겠지, 008? "
" 유명하죠. 눈 맞아서 같이 도망갔던 요원 둘 이야기. 그 둘 중에 남자가 007, 여자가 008이었죠? 들은 얘기가 사실이라면. "
" 알고 있으면 다행이고. 나는 유능한 요원을 둘이나 잃고 싶은 마음이 없어. "
" 물론 저도 이곳을 떠날 마음은 없어요. 계속 꿈꿔왔던 일이라서. "
" 그럼 됐네. 나가봐도 좋아. "
탄소가 문 쪽으로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문 앞에 도착한 탄소가 할 말이 생각난 듯 다시 등을 돌려 윤기를 쳐다보자, 시선을 느낀 윤기가 막 성냥에 불을 붙이려다 의아한 얼굴로 문 쪽을 바라봤다.
" 저는 저한테 해가 될만한 일은 하지 않아요. "
" ... "
" 그냥,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 "
말을 끝낸 탄소가 미소를 지으며 윤기의 방에서 나가자, 윤기는 들고 있던 성냥에 불을 붙이고는 서류를 쓰레기통에 넣고 태워 버렸다.
서류를 태운 윤기가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사실 아까 탄소가 본부 사무실에 들어와 있을 때부터 생각했었지만, 탄소는 꽤 예쁜 편에 속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탄소는 꽤 수준급의 외모였다. 지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탄탄한 몸매에 글래머러스 하기까지, 거기다 얼굴도 예쁜 편이라고 윤기는 생각했다.
딱 007 취향이네. 윤기는 다시 복잡해지는 머리를 식히려 책상 위의 컵을 들고 커피 머신 앞으로 걸어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제발 우려하는 일만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윤기가 얼음을 꺼내 아메리카노 안에 넣고 블라인드를 올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해가 뜨고 있었다. 아침이 오는 중이었다.
+++
안녕하세요... 대역 죄인 왔습니다...
분명 빨리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거의 2달이 다 지난 지금에서야 글을 들고 온 저는... 죄인이에요...
학교가 생각보다 제 덕질을 많이 방해하더라구요... 그래도 더 이상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드디어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썼습니다ㅠㅠㅠㅠ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번씩 주말에 자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 글을 써서 올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꼭 올릴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
제 글은 제임스 본드 007 영화를 보고 어느 날 갑자기 삘을 받아서 쓴 글입니다!! 그래서 007 영화를 어느정도 참고해서 썼는데요.
오늘 글에 나오는 '살인 면허' 는 조직에서 살인을 할 수 있게 발급해주는 면허를 뜻합니다.
원래 살인 자체는 죄가 맞지만, 이 조직은 각 나라의 국방부와 연관되어있기 때문에 특정한 시험을 보고 합격한 요원은 '살인 면허' 인 00을 앞에 붙인 코드명을 받습니다.
그 다음에 임무를 수행하는 현장 요원으로써 활동하게 되는 것이죠!
살인 면허를 뜻하는 번호인 '00' 은 기대수명이 짧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영화에서 008은 007의 대역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여주의 능력치는 굉장히 높기 때문에 007의 대역이라는 역할보다는 007의 파트너?
본능적인 007을 이성적으로 옆에서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설명할 수가 있겠네요.
너무 본능적인 정국이를 파트너로써 옆에서 제어하라고 본부에서 여주를 보냈다... 라고 볼 수 있겠죠?
이 점 참고해서 앞으로 글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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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알신 해주신 모든 분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기다려주신 분들 모두 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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