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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 Want

Written by.흑지

 

 

*

 

 

 

평소 때와 다를 바 없이 멀쩡하게 제 수업을 마치고 밖에서 대기하던 기사 아저씨의 차에 올라탔다. 세훈이는요? 먼저 갔다고 대답하는 기사아저씨에게 의문점이 생겼다. 하지만, 세훈이는 제가 차에 탄 걸 확인하고서 출발하잖아요. 여기 왜 제 차밖에 없어요? 다시 되묻자, 먼저 갔다고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출발해요. 종인이 창문에 팔을 괸 채로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바퀴, 어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편안한 승차감이었다. 왜 불편하지? 왜. 깨달은 건 집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집 안에 분명히 세훈이 있었다. 무언가 부산스러운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오세훈, 지금 내 방에서 뭐해.”

“약 찾는데?”

“그걸 왜 내 방에서 찾아?”

“없앤 건 너니까.”

 

 

퉁명스럽게 말을 한 세훈에, 종인은 제 방을 둘러보았다. 밀려있는 침대, 책상 서랍마다 모두 열려있었고, 또 문을 여닫는 옷장도 열려있었다. 그리고 또, 또 다른 옷장. 밀어서 닫는 네 칸짜리 옷장, 마지막 칸을 열자, 니트류 밑에 무언가가 깔려있는 듯, 높게 치솟아 개켜놓은 니트들이 느슨하게 풀려있었다. 세훈이 니트 밑으로 손을 뻗자, 당연하게도 비닐 팩이 잡혔다. 여기 있네.

 

 

“…왜 내 방 함부로 뒤져?”

“내 방, 함부로 뒤진 것도 너야.”

“너나보다 먼저 간 거, 이거 찾으려고 온 거야?”

“어.”

 

 

세훈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세 팩이나 숨겨져 있던 종인의 방 옷장 문을 닫았다. 여기가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네. 내 방 서랍은 너무 대놓고 티 나잖아. 세훈이 웃는다. 오랜만에 보는 가식적이지 않은 시원한 웃음이었다. 종인이 방에 들어가, 세훈의 비닐 팩을 뺏으려, 손을 뻗었을 때, 팩을 꼭 쥐고 있던 세훈이 물었다. 어차피 너는 마약 손 안 댔잖아. 너에게 필요 없는 건 버려버리지 그랬어.

 

 

 

“또 마약을 하겠다고?”

“그럼 멀쩡하게 쌓여있는 걸 안 해?”

“네 몸이 어떤 상태인 줄 알고 그러는 거야?”

“…너 지금 나 걱정해?”

 

 

 

조금 격양된 톤이었다. 내가 뭘 하던 무슨 상관이야. 내 몸 망가져서 죽어버리면 좋은 건 네 쪽 아니야? 나 죽으면 너 후계자자리 자동적으로 물려받고 다툴 일도 없고. 그리고 난 지금 학교수업도 하나도 들어오질 않아. 약이 필요해. 뇌에 기생충이 생긴 듯, 머리가 간질거려, 두피를 벗겨내고 뇌를 빡빡 문질러 씻고 싶다고. 어서 안정된 머리를 헤집어줘야 해. 아니면 난 생각이 많아질 테니까.

 

 

 

“그래, 나 너 걱정해.”

“네가 나한테 뭔데, 네가 날 걱정해?”

“처음에 걱정은 쥐뿔도 없었어. 오히려 네가 존나 건강해서 짜증이 났어. 왜 쟨 저렇게 멀쩡하지? 하루만 아파라. 하루만 학교도 나오지 마라. 저주 퍼부었어.”

“근데, 왜?”

“네가 내 앞에서 쓰러지고, 침대에 누워있으니까. 덜컥 걱정이 되더라.”

 

 

 

몇 시간이 지나도 미동 없이 일어나지 못하고 식은땀만 흘리고, 얘가 정말 아픈 건가. 열은 높고, 답답하고 네가 혹여나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했어. 걱정? 걱정하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차라리 이렇게 누워있을 바엔, 나를 때리는 편이 났다고, 나를 감시하고 괴롭히는 편이 더 낫다고, 구속해주는 사람이 없어지니까. 자유를 얻으니까. 그 자유가 잠시 달콤했다가 한 순간 빠르게 다른 생각이 드는 거야. 자유가 언제부터 내게 있었다고 그걸 누리는 걸까. 어차피, 자유가 있어봤자, 인생에 남는 것도,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그냥 그 순간 네가 떠오르더라. 아프지 말고 어서 일어나서 날 다시 견제하고 괴롭혀달라고. 나는 그걸 원하고 있었어.

 

 

 

“걱정을 네가 왜해? 아빠도 바쁘다고 해주지 않는 걸 네가 왜.”

“믿고 싶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게 정인가, 고운 정, 미운 정.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지금 너 나하고 정이라도 들었다는 거야?”

“…너는 몰라도 나는 들은 거 같아.”

 

 

 

세훈은 머리끝까지 열이 치솟기 시작했다. 네가 왜, 나한테 정이 들어. 난 네게 못해줬어. 아주,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아빠가 첫사랑이었다고 말했던 네 엄마 얘기부터, 나는 머리에 핀트가 나가서 다짜고짜 널 어떻게 괴롭힐까. 때릴까. 매일 때려버리고 괴롭힐까. 나쁜 마음만 먹었어. 아빠의 첫사랑이었다는 여자, 그래서 우리엄마가 사랑받지 못하고 죽어갔을까. 사라졌을까. 생각하니까. 네 존재가 그냥 다 싫었어.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었어. 애들과 철저히 차단시키고, 괴롭히지도 않고 무관심을 주자, 세상과 단절시켜버리자, 일부로 내 친구들에게도 부탁했어. 그렇게까지 말이 없던 애들은 아니었단 말이야. 네 풀에 죽어서 네가 떨어져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집을 나가거나, 죽어버리거나.

 

 

 

“…어느 순간부턴가, 너한테 맞는 것도. 친구 아닌 친구가 있는 것도 당연한 게 되어버리니까. 죽을 이유도, 아플 이유도 없어졌어.

“왜 넌 열 받지도 않았어? 열이 받아서 내 약을 숨긴 게 아니야?”

“열이 받았다면 애초부터 날 때리는 너에게 저항하고 나도 한 대 쳤겠지.”

“그러면 왜.”

“…모르겠어.”

 

 

 

그게 당연한 거 같았어. 네가 날 때리는 게, 집에 하나밖에 없던 아들이었던 네가 갑자기 나타난 내게 질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됐어. 그런데 나는 아버지가 말해주지 않아서 몰랐는데. 우리 집 엄마가 없더라. 새 엄마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엄마가 없더라. 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게 간섭하려 들고, 괴롭히는 와중에도. 우리는 무언가 결핍되어있다는 생각을 했어. 아버지도 집에 잘 안 들어오고. 어쩌면 우린 서로 의지해야 되는 존재였는지도 몰라.

 

 

 

“의지?”

“너는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도 돼. 그냥 어느 순간 나보다도 네가 더 외롭지 않았을까.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그 말은 너는 지금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다. 걱정이 되어서 지금껏 약도 숨겨왔다는 거다. 물론 처음에 약을 왜 숨겼는지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감정이 더 컸지만. 아직도 멍이 들어있는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때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멍이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프게 발로 차였는데도, 아무 말 없이 저항도 없이 맞고만 있던 네가 생각나서 지금의 네게 더더욱 미안해졌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앤 줄 알았어.”

 

 

 

넌 웃지도 울지도 않았으니까. 그래서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걸 몰랐어. 나도 어쩌면 너처럼 좀 이상했던 너의 행적들을 떠올리며, 동정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맞고 나서 찡그리지 않고 올라간 입 꼬리를 보고 너 정말 이상한 애라고 추궁이라도 했어야하는데. 왜 네가 먼저 날 동정해. 왜 네가 날 이해해?

 

 

 

“김종인, 이따 얘기하자.”

 

 

 

세훈이, 비닐 팩 속에서 말린 잎사귀들을 꺼내, 얇은 종이위에 올려놓고 돌돌 말았다. 불을 붙이자, 화르르 종이 끝이 타들어 갔다. 삼주만이던가, 니코틴보다도 약한 낙엽을 태운 향이 깊게 스며들어왔다. 조금씩 종이가 짧게 타들어갈 때마다, 어느덧 대마초에게 점령되어가 잔뜩 눅진해진 머리의 감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 담배와 마리화나의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 기분차일 거다. 중독성은 딱히 없었지만,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웃을 일이 없어도 자연스레 웃게 되는 것이었다.

김종인 웃긴 자식, 지가 뭐라고 날 걱정해. 웃었다. 웃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서 간질거리는 입 꼬리를 끝까지 올려 웃었다. 아, 배고프다. 주린 배를 잡으며 실실 쪼갰다.

 

 

 

*

 

 

 

일단 밥부터 먹고 얘기해, 세훈이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종인이 제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되돌아갔다. 종인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멍하던 시선이, 푸른빛이 새어나오는 네모난 박스를 쳐다본다. 8시 뉴스입니다. 오늘 인천공항에서 수색된 백인이 100억상당의 마약을 반입하려다가…,부터 시작해서 연예인 K모씨 외, 그의 지인 4명이 마약단속에 걸려. 두 가지의 마약관련 뉴스가 나왔다. 종인은 멍하게 있다가, 그 부분이 나올 때가 돼서야 생각했다. 저런 사람들은 잘 만 걸리는데, 왜 세훈이는 안 걸리지? 도우미 아줌마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둘 다 구속되어 버리면 허전할 테지만, 종인은 생각했다. 과연 허전하기만 할까?

 

 

 

“…너 내가 약 들고 가는데도 왜 안 말렸냐?”

 

 

밥을 배불리 먹고 난 다음에서야 기분이 좀 묘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훈은 거실에 있던 종인에게 따지듯 물었다. 걱정한다며, 이건 걱정 안 되디? 잔뜩 모가나 세모꼴로 변한 세훈의 말에 종인이 웃었다. 물론, 걱정했지. 하지만, 많이만 안 하면 안 죽는 거 아니야? 담배처럼. 모처럼 오랜만에 약한 건데. 내가 방해하면 안 되지. 종인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마약 한 번 더하면 말려줄래?”

“…무슨 소리야.”

“걱정해줄 거냐고.”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말했다. 하는 건 네 자유지만, 내 기분은 별로일 거 같은데.

“걱정하는 거 맞지?”

“…응.”

 

 

겨우 대마하나로는 충족될 리가 없었다. 뇌는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했다. 팩에 쌓여있는 흰 가루들이 꿈틀거리며 절로 콧속으로 들어와 주길, 뇌를 어지럽히고 잠식시켜주길 바랐다. 그래서 발이 자꾸만, 남은 약을 올려놓은 제 방 책상으로 향했다. 발길을 되돌린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었다. 네가 잘못될까봐. 걱정했어. 말하던 김종인의 목소리가 떠올라서였다.

 

 

 

“앞으로도 종종 걱정해줄래?”

“…뭐?”

“줄여볼게. 당장 끊는 건 무리고.”

“지금 그걸, 나한테 왜 허락 받아?”

“날 걱정해주는 사람은 이 집에서 너 하나니까.”

 

 

 

세훈은 제가 말하고도 무슨 말을 한 건지, 몰랐다. 걱정을 해달라니. 어린 아이 같은 부탁이었다.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다. 뒤돌아서서 괜스레 구레나룻을 만지작거렸다. 뒤에서 종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일 걱정해줄게, 그러면 약 끊을 수 있겠어? 따뜻한 음성이었다. 저도 모르게 다시 발길이 김종인 쪽으로 향했다. 다시 뒤돌아선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발을 내뻗었다. 소파위에 앉아있던 종인의 옆에 앉았다.

 

 

 

“우리, 학교같이 다닐래?”

 

…이제 널 괴롭히지 않을게. 학교에서도 편안히 있게 해줄게. 내가 미안해. 종인아.

녀석과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녀석과의 관계가 풀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종인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까? 그러면 그렇게 해. 바보 같은 대답이 나오고 말았다. 오세훈과 친해진다는 건, 그토록 어색한 일이었다. 앞으로 차 한 대로 이동하자, 우리 둘뿐이 없는데, 차 두 대로 이동하는 건 사치였어? 그치? …어. 정이 뚝뚝 떨어지는 세훈의 목소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딱딱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어색해서 그랬다. 네 변화는 좋은데, 내가 어색해서.

 

 

“우리 계약친구관계 깨자.”

“…뭐?”

“그런 거 깨버려. 같은 집에 사는데 어색하게. 그딴 걸 왜해.”

“…여태까지 잘만하고 있어놓고.”

“그건, 내가 널 삐뚤게만 봤으니까.”

 

 

불편함이 하릴없었다. 세훈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져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오세훈의 눈치만 살폈다. 분명 내 얼굴엔 불안함이 잔뜩 표출되어있을 터였다.
왼 손으로 오른 손을 매만지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너한테 못되게 군거 사과할게.”

“….”

“종인아, 미안해.”

 

 

내 오른 손에 놓이는 세훈의 손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앞이 흐릿하다. 미안하다고? 미안해? 네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언젠가는 들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렇게 빨리 오게 되리라고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난 네 약을 멋대로 가져가고 숨겼는데, 네 후계자자리에 위협을 주면서까지 양자로 들어왔는데…. 네가 뭐가 미안해. 심장이 저릿해졌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슬픔과 답답함이 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근데, 눈앞의 세훈이의 표정이 보이질 않는다. 눈 안에 맺힌 눈물이 가득 차, 눈 밑으로 떨어져 내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서러웠냐? 그게 많이 서러웠어?”

 

 

제가 울기 직전인 걸 알고, 세훈이 되물어왔던 것이다. 세훈이 얹었던 손을 내려놓고 종인을 껴안았다. 미안해, 종인아. 미안해. …앞으로 잘 지내자. 다시는 예전처럼 서로 죽일 듯이 경쟁하지 말자. 왜 3년 만에 이제야, 깨달은 건지. 우리가 의지할 사람은 우리밖에는 없었는데. 아빠보다도 너를 훨씬 더 자주 보는데. 매일 보는 넌데.

내가 뭐하자고 너를 괴롭혔을까. 바보 같다. 그치?

종인을 토닥여주는 손이 조금씩 느려졌다. 자꾸만, 벨소리가 울렸기 때문이다. 누구야, 두드리고 있던 손을 멈추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도경수 세 글자가 떴다. 얘가 왜 지금 이 시간에 전화를 하지? 시간은 9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의아함에, 핸드폰을 받자, 경수가 숨이 찬 듯 헉헉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옆에 김종인 있는데…, 얘 왜이래. 세훈은 잠시만 통화 좀하고 종인의 옆을 피했다.

 

 

“…도경수 무슨 일이야.”

“세훈아, 내 옆에 지금, …하아, 그 새 아빠가 있어. 살아 있어. 분명 내가 죽였는데 어떻게 살아있지?”

“…야, 너 또 왜 그래.”

“세훈아, 근데 칼로 아무리 찔러도 안 죽어. 어떡해?”

 

 

미친 새끼, 정신 차려, 경수야. 칼 내려놓고, 진정해. 금방 갈게. 외친 세훈이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도경수의 정신병은 일 년 전에 이미 완치되었다. 제가 억지로 보내던 병원에서 완치되었다고 진단서를 보내왔었다. 경수는 더 이상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칼로 찔러도 안 죽는다고 대체 뭘 찌른 거야. 대체 무얼! 세훈은 급하게 택시를 탔다. 퇴근시간이 한참 지난 뒤여서 차는 막히지 않고 수월하게 도로를 달렸지만 불안한 세훈은 이것마저 달갑지 않았다. 더 빨리 달려주세요. 좌회전이 되지 않는 곳에서도 불법 좌회전을 한 뒤였다. 4200원 금액이 나왔지만, 세훈은 오천 원짜리를 금방 던진 후, 경수의 집으로 뛰어갔다. 경수의 집 문 도어 록의 번호를 누르는데, 손에 땀이 얼마나 배긴 건지, 동그란 번호버튼이 미끈거렸다.

 

 

“어? 세훈이다. 봐봐. 안 죽지? 막 숨을 쉬는데….”

“…아줌마.”

 

 

도경수 미쳐가지고. 너 지금 누굴 찌른 건지 알아? 힘겹게 숨을 내쉬는 아주머니가 여러 번 옆구리에 칼을 찔려, 엎어진 상태로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대체 왜! 원인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비어있는 비닐 팩.

 

나는 도경수에게 약을 판 적이 없다.

 

 

“도경수, 약했어?”

“…그냥 하면 기분 좋아진다 길래 했는데. 눈앞에 죽은 아저씨가 막 집안을 돌아다니는 거야.”

 

 

119를 불렀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가루들과 비닐 팩을 급하게 치웠다. 누구야, 누가 약줬어. 이거 내가 파는 약인데. 왜 이게 네 손에 가있어? 추궁하자, 도경수가 웃으며 말한다. 아저씨 병원 간다. 구급차 타고 실려 간다. 잘 가요.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요. 손을 흔드는 아이는 이미 환각에 정신이 나간듯했다. 너 네가 무슨 짓 했는줄 알아? 도경수에게 손찌검을 날렸다. 저 사람은 네 엄마야, 하나밖에 없는 네 가족이라고.

명백하게 비극 중에 비극이었다. 내 약으로

친구가 엄마를 찔렀다.

 

 

“너한텐 일부러 있어도 안 팔았어. 넌 맨 정신에도 미치니까.”

“…흐흐, 왜?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 걸?”

“네 엄마가 지금 네 칼에 찔렸어!”

“뭐? 내가 칼을 왜 잡아? 그 위험한 걸.”

 

 

태평스럽게 말을 하는 경수가. 제 손을 내려다보고 경악에 물든다. 벌벌 떨고 있었다. 3년 전 그 날처럼, 손에 진득하게 피가 눌어붙어있었다. 갈색으로 응고된 손바닥은 쥐었다 펼 때마다 쫙쫙 갈라졌다. 피다!, 피야. 어떡해 세훈아. 나 피나. 내 손 찢어졌나봐. 방금 전에 제 어미를 찔러놓고 기억을 못하는 듯 경수가 제 손을 호호 불어댔다.

 

 

“경수야, 병원 가자. 씻고 일어나.”

“…나 손 아파서 병원 가서 꿰매야 돼?”

“응.”

 

 

잠시만 들어가 있어. 며칠만 입원해있어. 세훈이, 경수에게 말했다. 세훈이 향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나 손 꿰매야 하는데, 왜 이 의사를 만나지? 근 1년간 매일 보았던 경수의 담당 의사였다. 세훈은 덤덤히 말했다. 병이 재발한 거 같아요. 자신의 어머니를 찌르고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네요. 분명 약 때문이었는데. 약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경수가 약을 얻게 된 경위는 경수가 안정을 찾고 난 다음에 물어볼 생각이었다.

 

세훈의 폰으로 다시 전화가 와, 시끄럽게 병원을 울렸다. 모르는 서울지역번호였다. 전화를 받자, 대학병원이라고 말한 뒤, 아까 신고해주신 분이죠? 하고 아주머니가 수술실에 들어갔음을 알리며, 저보고 빨리 오라고 했다. 아주머니가 위독하세요. 아드님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 아까의 상황을 엿보고 전해 들었을 테다. 세훈은 그 접수처의 간호사의 말을 잘라먹은 뒤에. 갈게요. 하고 대답한 뒤, 정신병동에서 나와, 발걸음을 재촉했다.

 

 

“죽지 마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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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냥 넘어가질 않는군여..ㅠㅠㅠ 도경수 밥오.ㅠㅠㅠ

세종은 관계 진전인데. 경수는 멘붕으로.. 백도의 관계는 진전될 기미도 없었는데 무너져 내리네요..ㅠㅠ

헝헝... ㅜㅜㅜ 슬프다. 구상을 하고 썼긴 했는데 쓰면 쓸수록 마음아파요..ㅜㅜㅜ

암호닉 끌어올게요.

독자3님(1등하셨다⊙♡⊙)
파레라님 잉여님 72%님
aa님 백백님 정모카님 모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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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경수야..........ㅠㅠㅠㅠ너 그러면안돼ㅠㅠ 경수 어떡해요ㅠㅠㅠ댓글 다는거 처음인데.. 달 수 밖에 없어요 진짜.. ㅠㅠ으엉
10년 전
비얀코
ㅠㅠㅠ으엉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6편올리고, 경수때문에 손이 절로 움직여서 7편쓰고있어여..ㅠㅠ 하 풀고싶어라.ㅠㅠㅠ
10년 전
독자2
엌ㅋㅋㅋ 연재속도 완전 빠르셔.. 물논 전 좋아요♥
10년 전
비얀코
백수라그래요..(속닥속닥)♥
10년 전
독자3
엏..근데 글을 이렇게 잘쓰세요?(속닥속닥)
10년 전
비얀코
3에게
이직하려구여..ㅋㅋㅋㅋ... 글도 접었다 다시 쓰는건데..
제가 글을 쓰고 싶어하고 손에 글이 계속 붙는건.. 순전히 팬픽을 많이 봐서에요... 크킄!

10년 전
독자4
비얀코에게
오모오모 사실 저도 글..쓰고 있거든요ㅋㅋㅋ 근데 글 쓰다가 자꾸 막히니까 중간에 계속 그만두고 그래요ㅠㅠ 2화 이상 넘어간 적이...ㅠㅠ

10년 전
비얀코
4에게
음.. 팁을 주자면. 저도 글쓰다가 자주 손이 막히곤 했는데.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3일동안? 막 제머릿속을 떠돌아다니면서 괴롭혔어요. 안쓰면 까먹을걸? 아깝지 않아? 하면서.ㅋㅋㅋㅋ
그래서.. 어쩔수없이. 쓰기 시작했는데. 막 손이 빨리 움직이는거에요. 8~9페이지를 이렇게 쉽게 하루만에 계속 낼 수 있다니..
이런 적은 저도 처음인데. 그냥, 글에 욕심이 생긴 거 같아요..ㅋㅋㅋ 이걸 빨리 써서. 내가 읽어야겠다.ㅋㅋㅋ
자기만족이죠 뭐. 제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은 저만 정리할 수 있는거니깐욬.ㅋㅋㅋ 읽어주시는 분이 있다는 거에 감사하기도 하고

10년 전
독자5
비얀코에게
오... 저는 너무 의욕이 앞서서 안써지니까 제 기분을 주체 못하는 거거든요... 비얀코님 댓보니까 음 그냥 생각 정리한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봐요 겠어요..오...조언 감사함니다ㅠㅠ 잘봤어요♥

10년 전
비얀코
5에게
네. ㅎㅎ 그 소재가 막 쓰고 싶어 안달나지면.. 손에 속력도 붙고 쉽게 쓸 수 있을거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영♥

10년 전
독자6
72%에요!
와이제세훈이종인이는ㄱㅠㅠㅠㅠㅠ좋아지는군여ㅠㅠㅠㅠㅜ근데경수는어떡해..세훈이도이제안할거라는약을..아어떡해ㅠㅠㅠㅠ

10년 전
비얀코
ㅠㅠ 잉잉.. 세종은 점점 행쇼인데 도경수 망가지지 말라고.ㅠ.ㅠㅠ 점점 끝을 치닿는 경수네요.. 번외도 나왔는데 어디까지 슬퍼지려고.. 도경수는 저러는 걸까요(작가의 무책임함.ㅠㅠㅠ 경수야 미아내.ㅠㅠㅠ)
10년 전
독자7
첫화부터 계속 쭉...봐왓어여유ㅠㅠㅠㅠㅠ그나저나 경수어떡해............ㅜㅜ근데 암호닉이머에여??
10년 전
비얀코
봐주시는 분들이, 익명으로 보니까, 독자 누구입니다~ 하고 말해주는 닉네임이에요 ㅎㅎ
첫화부터 봐주셨군요. 감사해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8
잉여에요! 학교가기전에 시간이 좀 있어서 혹시 올라왔을까 해서 들어오ㅓ는데 6편이 올라와있네요 호아 경수는 생걱보다 무서운 놈이었어요..빨리 낫길..오늘 수능인데 지금은 별로 안떨려요 으으으으 잘보고가요!하트하트 ☆닥비찬☆
10년 전
비얀코
ㅜㅜㅜ우와! 수능보고 오면 7편이 있겠네요? 그쵸? 흐흐흐. 경수캐릭터.. 망해따.. 경수에게 죄책감만 들뿐입니다.. 원래 저럴려고 만들긴 했지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네요..ㅠㅠㅠㅠㅠ으엉.!! 수능 대박! 울 잉여님은 할수있다.!!! 하트하트 ☆닥잉찬☆
10년 전
독자9
독자3입니당^^ 오늘도 왔어용
엉엉어우ㅜㅜㅜㅜ 경수야....ㅜㅜㅜㅜㅜㅜ안돼..

10년 전
독자9
비회원이지만.... 암호닉 할게요..ㅜㅜ 독자3 말구 리마로 해주세요!!
10년 전
비얀코
네 리마님 반가워유 ㅠㅠㅠ 매번 찾아와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ㅠㅠ 비회원이라 찾는데도 번거로울텐데ㅠㅠㅠ
10년 전
독자10
파레라입니다 제 댓글은 이다음 편 읽고 그곳에 쓰겠습니다
10년 전
독자11
앗…앙…앙대…!!!ㅜㅜㅜ 경수야!!!ㅠㅠ 약은 대체 어디서 난 거죠?? 으어… 너무 안쓰럽고 막…ㅠㅠ 세훈이가 마음을 알고 저렇게나 크게 표현할 수 있게되다니 정말 놀라워요!! 세종이들 달달하니 관계가 급히 진전된게 기뻐서 혼자 흐뭇해하고 있었는데ㅠ 갑자기 경수가… 여파가 커서 그런지 다른 편들보다 짧게 느껴지는 화였네요ㅠ 궁금해져서 빨리 다른 화 보러갈게용!!
10년 전
독자12
헐ㅠㅠㅠ경수가 정신차리고서는 어떻게 행동핤가요ㅠㅠㅜ
10년 전
독자13
삥!헐..세종은 좋게됐는데 왜..경수야..너 좀 무서워..ㄷㄷ..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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