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냥탑 쌓기가 취미였다.
다 쌓고나면 알수없는 뿌듯함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그 자체였다.
하지만 요즘 '걔'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가 낮잠을 자는 동안 할 생각이었다.
사 모았던 성냥을 부어놓고 흔들거리지 않는 탁자에 앉아 한참동안 쌓아올렸다.
오랜만에 한 탓일까, 나도 모르게 엎드려 잠들어버렸다.
원래 성냥탑을 쌓을적이면 고도의 집중력이 부은 눈도 잊게 마련이었다. 헌데 '걔'와 생활하면서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뭐해?"
눈을 뜨자 앞에 루한이가 나와 똑같이 탁자 반대편에 턱을 괴고 있었다.
쨍쨍하던 해는 어느새 지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왔다.
손가락을 들어 성냥을 건드리려고 했다.
"안돼."
"응?"
"…어어?"
톡, 몇시간동안 쌓아올린 탑이 우수수 무너져내렸다.
내 허망한 표정은 금세 쌍심지를 켰다. 분통함에 눈물까지 고였다. 지난번에는 과제를 통째로 날리더니.
겁에 질린 루한이가 몸을 순식간에 낮추었다.
"미안? 죄송? 미안해."
그리고선 어제 배운 말을 써먹었다.
벌떡 일어나자 루한이도 같이 일어났다. 방에 들어가려고 몸을 틀었다. 루한이가 뒤에서 몸을 껴안았다.
아직도 습성을 버리지 못한것 같았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났다.
"이게 무슨 냄새야?"
"나 요리했는데… 맛있는거."
옆으로 살짝 틀어 나를 본 루한은 칭찬 해달라고 조르는 얼굴을 했다. 이런 표정에 넘어가면 못쓴다.
가스레인지 쪽으로 얼른 몸을 움직였는데 그대로 꼭 붙어 따라왔다.
급한 마음에 뿌리치고 불을 껐다. 후다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 내 등을 끌어안았다.
"이거 놔봐."
"나중에."
흐흥, 귓가에서 웃음이 흩어졌다. 내가 장난치는줄 알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냄비 뚜껑을 열었다.
통째로 아작 난 달걀들이 까맣게 타 있었다. 저번에 계란 프라이를 해줬었는데 유심히 보더니 결국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흰자, 노른자 할것없이 섞여서 참 볼만했다.
"맛있는거 다음에 가르쳐줄게. 그러니까 이거 하지마."
아직 말을 잘 모르니까 최대한 간단히 말했다. 살면서 한번도 애완동물이나 곤충같은것도 길러본적 없었다.
루한이의 두 손을 마주잡았다. 저절로 눈이 서로를 향했다.
"…그럼 이거 안먹어?"
"나중에."
이러니까 진짜 애 같았다. 웃음이 터져나와 고개를 숙였다. 건조한 입술이 갈라지면서 통증이 일었다.
이런 느낌이 썩 좋지 않았다. 버릇처럼 평소 쓰던 립보호제를 꺼내 입술에 쓱쓱 발랐다.
"딴거 먹어도 돼?"
응, 말이 끝나자마자 루한의 얼굴이 훅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나보다 키가 큰 루한이의 가슴을 막아냈다.
문득 처음 만났을 때 주었던 과일이 생각났다. 딸기. 처음 집에 온 며칠간은 딸기 이외에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던 루한이가 생각났다.
지금 내가 썼던 보호제에서는 딸기향이 무진장 났다.
"그럼 딸기 안 먹는거야?"
"딸기 줄게."
녀석 한참동안 내 입술을 바라보았다. 내 입술을 딸기로 착각하는것처럼 보였다.
"딸기 없는거 알아."
순식간에 입술이 덮이었다. 이번에는 루한이가 나의 양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앞니로 씹어버릴까봐 걱정을 했다. 부엌에만 불이 켜져있어서 분위기가 고요했다.
입술이 살짝 떨어질때마다 '촉' 거리는 소리가 났다. 민망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딸기맛 사탕을 먹으면 큰일나겠다.
*+*
새벽에 눈을 떴다. 아파트에 살 적에는 층간소음 때문에 자주 겪던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주택이었다.
갸르릉 거리는 소리가 침대 밑에서 간간히 들려왔다.
예상대로 루한이 침대 밑에 똬리를 그리듯이 누워있었다.
"뭐하는거야. 춥잖아."
팔뚝을 잡자 눈을 어슴푸레 떴다. 끌어올릴려고 힘을 줬다. 꿈쩍도 않았다. 나보다 말라서 무게도 가벼울줄 알았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이런식으로 나를 깨웠다. 폭신폭신한 카펫을 깔아두긴 했는데 겨울이라서 춥기는 매한가지였다.
할수없이 보일러를 틀기위해 일어나서 침대 밑으로 발을 딛었다.
밑에서 손이 올라와 내 발목을 잡아당겼다. 반동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올라온 루한이 내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어이가 없어 녀석을 보는데 볼이 볼록했다.
"아침부터 뭐 먹었어?"
흐흥, 웃음을 보이며 바닥을 가리켰다. 상으로만 주던 딸기맛 캔디병이 비워져있었다.
"다 먹었어?!"
"왜 우민이도 먹고싶어?"
미치겠다. 엄마들이 이런 심정이었을까. 캔디를 한병 다 비웠다니 환장하겠다.
충치라도 생긴거 아냐?
무릎으로 걸어서 루한이 앞에 도착한 나는 멋대로 입을 벌리고 들춰냈다. 다행히 아직 썩은곳은 없었다.
루한의 반짝이는 눈이 날 향했다.
"나도 해보고 싶어."
내 양볼을 잡아 옆으로 늘려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캔디병을 어지간히 뒤적거렸는지 손가락에서 딸기맛이 났다.
내 입안을 이곳저곳 살펴본 루한이 갑자기 실망하는 표정을 했다.
"왜그래?"
"왜 안에는 딸기가 아니야?"
난 원래 딸기가 아니야. 퉁명스럽게 나간 말과는 달리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대단한 사실을 들킨것 같았다.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몸을 일으켰다. 루한이 엄청난 힘으로 어깨를 눌렀다.
"우민이도 딸기가 될수있어."
"…."
"사탕을 먹으면 돼."
"네가 사탕 다 먹었잖아."
촉하는 소리와 함께 내 볼이 볼록해졌다.
사탕먹고 감명받아서 썼습네다
시리즈로 내고 싶습네다 여기서 루한이는 늑대인간입네다 그럼 이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