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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김민규] 결핍 다섯 | 인스티즈











같은 단어라도 사람들이 각자 그 안에 담아 놓은 의미는 수 천가지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행복을 줄 것만 같은 '달콤함' 이라는 단어에도 다 다른 뜻이 담겨있다

단 것을 즐긴다해도 사탕은 싫어할수도 있고, 부드럽게 녹는 그 달콤함만 즐길수도 있으며

달콤하다는 건 곧 씁쓸함이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생각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단순하고, 뜻이 분명한 단어 하나에도 사람마다 생각이, 감정이, 느낌이 다른데

하물며, 백 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 개의 종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랑' 이란 단어에는 얼마나,

감히 상상하지도 못 할만큼 많은 뜻과 감정이 담겨져 있을까. 


같이 '사랑' 이라는 걸 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와 네가, 당신과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감정의 모양과 색깔, 향기마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아직 시작조차, 명확한 대답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였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우린 아직까지 한 쪽의 

일방적 치댐이 존재할 뿐 둘 사이의 관계는 그 어떤 것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는 것이 유일한 사실이였다.




"야, 김민규 여친"

"하.. 가라.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은 너였어"

"아 왜~ 내가 뭐 어쨌다고 이래."

"니가 뭘 어쨌냐고? 네 친구 인생 하나를 망쳤지."

"내가? 왜? 전교에 김민규 네 꺼 하고 도장 쾅 찍게 해 줬는데? 그게 잘못한거야?"

"그게 네 유일하고 어마무시한 죄다. 이, 망할 친구야."




하지만, 그런 사실이야. 당사자인 둘만이 알 뿐이였고, 이미 난 공공연한 '김민규의 여자' 였으며 '쥐뿔도 없는 게 감히 김민규를 낚아챈 눈엣가시'였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내가 걱정했던 사물함 테러라던가 공원으로 불려간다거나 하는 협박들은 없었다는 거. 


처음으로, 이 학교가 진정한 지성인들의 집단이구나를 느꼈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나름 명문으로 알아주는 곳인데, 그게 거품은 아니였구나 하는. 

뒤에서 수군거리며 은근하게 느껴지는 레이저들과 삿대질 쯤은 이미 내 예상에 있었고, 그래서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상황이였다.




"안녕, 김민규 여친? 너 되게 유명하더라"

"..누구 덕분에요. 그 ''김민규' 라는 사람이 좀 대단하거든요"

"아~ 그래? 하긴, 나한테도 도대체 너랑 어떻게 만났냐, 네가 어디가 좋냐 하고 엄청 물어보더라고"

"저는 물어보는 사람은 없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은 엄청 많더라구요. 방금도 듣고 오는 길이에요"




이걸 기대한건지, 아니면 이정도 관심쯤은 이미 아무렇지 않은건지 내 속은 이미 펑 하고 터져서 지구 곳곳으로 흩어진 줄은 꿈에도 모를 남자가 내 옆에 와

얼마 남지도 않은 속을 박박 긁어대고 있다. 하, 그냥 확 자퇴 해 버릴까. 생각했다가 김민규는 '전국적, 아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 이란 걸 깨닫고 접었다.




"솔직히 내가 너라면 나랑 사귄다. 여기서 안 사귀는 게 더 손해 아니야? 이미 신상 다 털렸는데 여기서 '알고보니 김칠봉이 김민규를 찼대' 하고 소문나는 순간 이건 뭐... 네 인생에 큰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본인 위치를 되~게 잘 알고 계시네요. 그리고 그걸 엄청 잘 이용하시는 것 같고. 좋으시겠어요. 아주 잘 나셔서"

"당연하지. 이게 내가 가진, 어쩌면 전부인데 이걸 안 써 먹으면 어떡해, 안 그래? 그래서 대답은? 이만하면 이제 충분히 네가 주도권 잡았잖아.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제 이게 다 네꺼라니까? 내 네임벨류, 권력 싹 다"

"..그래요, 그럼. 나 이제 진짜 김민규 여친 할게요. 권력, 네임벨류 그것도 알차게 써 보도록 하고"

"그래~ 잘 생각, 어? 진짜? 갑자기 왜.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렇게 매달릴 때는 언제고 또 막상 승낙을 하니 이 얼떨떨 해 하는 반응은 또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지만, 누구 말마따나 여기서 엎어버리는 게

내 신상과 미래에 더 위험한 짓이라 전폭 지원해주겠다 매달리는, 어마무시한 스폰서 겸 애인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싫으면 말고. 난 나한테 엄청 매달리길래 사귀자고 하면 날아갈 줄 알았더니 그 표정은 예상 밖인데? 기분이 살짝 상하기도 하고"

"아니야, 내가 무슨. 야, 너 그 말 무르기 없다. 무르는 순간 나 폭주할거야. 난 손 하나도 까딱 안 했는데 지금 이 상황인데, 내가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왜 모르겠어요. 난 그냥 매장이지. 방송국 한 번 밟아보지도 못 하고, 내 꿈 펼치지도 못 하고 그냥 그렇게 찌질하게 살아가야겠지. 사귀지도 않고 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케이스 되겠네요"

"역시 똑똑해. 그럼 이제 일어나자. 이제 넌 내가 삽질하고 도끼질 하는 상대가 아니라, 내 애인이니까 내 관심대상이자 관리대상이야"

"뭐래. 내가 물건이에요? 이제껏 나를 겪고도 내 성격 파악을 못 한 건 아닐텐데. 관심 대상에 관리 대상은 또 뭐에요"




그리고 김민규에게 대답을 바라는 건, 알다시피 사치였다. 이건 무슨 덩치 큰 대형견도 아니고 신나서는 내 손을 잡아끌고 어디론가 가는데 어떤 걸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

계속 끌려갔더니 제 차에 나를 태웠고, 또 어디론가 향했고, 내리라고 해서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웬 편집숍 앞이였다.




"나보고 드라마 많이 봤다고 뭐라 하더니 어째 그 쪽도 만만치 않게 보신 것 같은데"

"우리 엄마 보는 거 옆에서 많이 봤지. 실제 그룹 사모님이 드라마 속 그룹 사모님 보는 거 구경, 그거 은근 재밌거든"

"좋으시겠어요. 드라마가 현실이라. 근데 전 안타깝게도 그런 쪽에 관심이 없어서..."

"아, 왜~ 내가 너랑 쇼핑하려고 찾아 본 가게만 몇 개인줄 알아?"

"제가 그걸 무슨 수로 알겠어요. 많이 찾아봤겠지. 드라마 보니까 막 비서님 쓰던데, 그 쪽도 비서님 계신가?"

"없어. 그런 거. 예전엔 있었는데 잔소리만 해서 그냥 잘라버렸어. 그러니까 이건 다 내가 찾은거라고. 네 취향 맞춰서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애인하기로 하고 한.. 1시간도 되지 않아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면, 나의 남자친구 님께서는 덩치와는 굉장히 다르게 애 같고 개 같은.. Dog 같은 면이 있다는

사실이였다. 저 칭찬을 갈구하는 눈빛과 표정과 몸짓. 하.. 그래도 어제까지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나한테 매달릴까. 꽤 멋있고 괜찮고..'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돈을 제외한다면 내가 저 사람보다는 월등히 낫지 않을까 하는 그런 패기 돋는 의구심이 불쑥 들어버렸다. 


혹여나 누가 김민규의 저런 실체를 알까 걱정되는 마음에 얼른 '응, 고마워요. 나 이렇게 신경 써 줘서' 하고 달래줬더니 그새 또 풀려서는 내 손을 잡고 가게 안으로 

이끈다. 난 남자친구랑 손 잡는 걸 이렇게 와일드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스파크가 튀고 묘한 기류가 튀기 전에 지금 내 발에 모래알틀이 튀고 있는 건 왤까.




노는 물이 다르다는 말을 세포 하나하나 깊숙하게 깨닫는 순간이였다. 가게의 크기를 대충 눈대중으로 가늠하기도 힘들만큼 거대한 규모에, 한 건물이 통째로 편집샵

인데다가 곳곳에 놓여있는 신발과 옷, 악세사리들은 뭐가 이렇게 때깔이 다른지. 이거 내가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제게 입혀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받들어 모셔야 

할 것만 같이 부담스러운 것들 투성이였다. 자고로 쇼핑은 길거리와 인터넷이 진리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네게, 이 분들은.. 너무 엄청난 분들이셨다. 




"즈그.. 금믄규쓰... 즈그.."

"응? 뭐라고?"

"진짜 여기가 내 스타일 같아서 온 거 맞아요?"

"응. 네 옷들이랑 저기 있는 애들이랑 스타일 비슷하던데? 왜, 아니야? 다른 곳 갈까?"




그 순간, 김민규가 패기 돋게 가게를 통째로 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다행히 점원 분께서 다른 손님들을 응대하고 계셨고 우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그 때 그렇게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눈치가 없는건지, 보이는 게 없는건지 그렇게 해맑게, 옆 사람은 들릴 목소리로 물어보면 어쩌자는거지. 


거기다 대고, '지금 네가 날 데려온 곳은, 네 눈에 비슷해보이는 내 옷과 저 옷의 가격차이는 최소 3배 정도 될 것이고 나는 여기가 매우 부담스럽다' 는 얘기를 했다가는

이 사고뭉치가 무슨 헛소리라도 할 것 같아서 일단은 네 입을 꾹 막은 채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로 했다. 하.. 내 인생의 평화와 고요는 이제 완전히 끝났어.




"ㅎ,히익- 미쳤어. 진짜. 이거 대학가 가면 반값, 아니다. 잘 하면 1/3까지 갈 수 있겠는데?"

"와.. 어쩐지 예쁘다고 했다. 저기서부터 눈에 띄더니 다 이유가 있었던거야. 그래, 이 가격인데 안 예쁘면 문제 있는거지"

"가방에 별로 뭐 들어가지도 않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비싸. 핸드폰이랑 지갑 넣으면 진짜 끝이겠다"




그래도 나름 이런 곳쯤은 익숙한 척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본능이 본능인지라 옷 다음으로 보게 되는 게 가격표라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편으로는 어떻게 여길 태연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 쪽에서 멀쩡하게 생긴 멍멍이(=김민규)가 달려오고 있었다.




"칠봉아! 너 이거 입어 봐. 예쁠 거 같아. 나름 내가 고민하다 골라온거야"

"그 쪽 옷 고르고 있는 줄 알았더니 내 옷 보고 있었어요? 왜?"

"네 옷 사 주려고 온 건데 당연히 네 꺼 봐야지. 일단 디자인은 마음에 들어?"

"여기 옷 다 예쁘긴 하니까.. 왜, 그 쪽 스타일이에요?"

"다 예뻐? 그럼 나 잘 데려온거네. 김민규, 고생한 보람이 있어. 응? 그냥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지 이 멍멍이가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 옷을 보는 순간 저걸 입어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부터 시작해서 입으면 그냥 예쁘다고

해 버리면 어떡하지. 그럼 난 저 옷을 사야 하는건가. 사는 것도 문제지만 사 주는 것도 문제인데. 사 주면 열심히 입고 다녀야겠지. 집에 있는 나의 비루한 옷들이 아무래도 

쟤한테 묻혀 버릴 것 같은데 어떡하지. 가방은, 신발은 또 어쩌고.. 하는 수 많은 생각들을 뒤로 하고 일단 광대가 찢어질듯이 웃어보였다.



"...그럼 입어 볼까요? 여기 탈의실이 어디..."

"저기! 저기 있어. 가서 얼른 입어 봐. 너 입은 거 궁금하다. 잘 어울릴 거 같아. 사진 찍어줄까?"

"아니, 뭐 그럴 필요까지. 다 입고 나면 부를테니까 다른 옷 보고 있어요."

"싫어. 나 너 기다릴거야. 내가 이거 얼마나 해 보고 싶었는데! 혼자 막 설레하면서 얼마나 예쁠까~ 상상하는 그 행복"




마침 탈의실이 비어있길래 얼른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누가 나한테 아주 잠깐만 초능력을 빌려준다면 순간이동해서 집으로, 아니 외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외국으로 가 버리면 그냥 다 리셋하고 새출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희망. 그래봤자 여긴 한국이고, 문을 열고 나가면 김민규가 있겠지.




"..야, 진짜 예뻐. 대박이야.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역시 이 색이 너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역시 김민규 감각이란.. 완벽한 거거든"

"옷이 예쁘긴 엄청 예쁘더라구요.(그래서 엄청 비싸구요) 괜찮은 거 같아요? 나 이런 스타일은 처음 입어보는 거 같은데."

"완전 괜찮아. 이거 사야겠다, 결정했어. 이제 옷 샀으니까 가자. 너 보니까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어 보이던데."




구매 결정이 이렇게 쉬운 사람은 또 처음이라 난 탈의실 앞에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사는 세계의 차이를 느끼기도 했고. 자고로 옷쇼핑이란

이 곳 저 곳 돌아다녀 보면서 같은 디자인, 비슷한 디자인, 가격, 소재 다 따져가면서 1시간 돌아서 1,2개 사는 게 내 방식인데, 이 사람은 그게 아니였다.


뭘 그렇게 쉽게 사냐고 계산대로 쪼르르 가 물었더니 '내가 보기에도 예쁘고, 너도 옷 예쁘다고 했고, 괜찮으면 사는거지. 뭐 있어?' 하고 내가 말릴새도 없이 쿨하게

카드 결제를 해 버렸다. 앞으로 절대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 사이의 간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며 겨우 그 곳을 빠져나가며 얼른 정신을 차렸다. 


이러다간, 진짜 드라마에서 내가 매일 욕하던 '신데렐라를 가장한 남자 등골 빼 먹는 여자' 가 되어 버릴 수 있겠다는 본능적 위험신호를 감지해버렸기 때문에.




"오늘 데이트는 여기까지. 참 알찬 하루였다. 그쵸? 옷은 진짜 잘 아껴 입을게요. 나름 남자친구가 사 준 첫 선물인데 고이 모셔야지"

"응? 아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나 오늘 너랑 할 거 많아. 옷 샀으니까 영화도 보러 갈 거고 또..."

"그건! 선배가 나한테 어필하려고 짜 놓은 계획이였잖아요. 미친듯한 대시의 일종. 근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계획을 수정해야죠"

"그래. 원래는 대시하려고 만든 계획인데, 이젠 그냥 데이트 코스로 가면 되는거지. 나름 첫 데이트인데 옷만 사 주고 헤어지는 건 아니지 않아?"




하... 그게 또 그렇긴 한데, 나는 네가 무슨 일을 벌일지 너무 두려워서 지금 머릿속이 매우 복잡합니다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제발 아무 일만 없어라

속으로 계속 기도를 하며 가는데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지 옆에서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왜요, 또 뭐가 문제인거죠?




"근데 너, 그 호칭에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 무슨 호칭.. 아, 그 쪽. 이거요? 알았어요. 그럼 이제 선배라고"

"아니지. 한국인들이 가진 마성의 단어가 있는데 왜 그걸 두고 선배라고 불러. 얼른 불러 봐"

"아, 오빠. 이거요? 민규 오빠~"

"헐, 미친.. 나 방금 심장 터진다는 느낌을 제대로 느꼈어. 역시 '오빠'는 마성의 단어였구나"

"연애 처음 해 보는 것도 아니고 오빠 소리도 들어 봤을 거면서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듣는 오빠 소리는 처음인데? 생각외로 내가 연애 경험이 별로 없거든" 




내가 누군가의 '오빠'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옆에서 운전하면서도 혼자 실실 웃는 저 사람을 보니, 그게 꽤, 아니 좀 많이 기분 좋고 사람 간질거리게 하는

마성의 단어인가보다. 잘하면 이 두 글자로 어마어마한 걸 얻게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데 지금 우리 어디 가요? 아까 뭐 들어보니까 우리 지금 영화 보러 가는건가"

"어떻게 할까? 집으로 데려다 달란 말 빼곤 다 해 줄 수 있는데. 아, 그게 데이트 코스라는 전제하에서."

"요즘 영화 볼 게 뭐 있나. 문화 생활 안 한지 너무 오래 돼서. 오빠는 뭐 보고 싶은 거 있어요?"

"..야, 너 나한테 말 걸지 말아 봐. 나 심장 터질 거 같으니까"

"왜 이래? 내가 뭘 했다고. 아, 오빠. 이거 때문에 그래요, 오빠?"

"미쳤다, 진짜. 이래서 친구들이 연애를 하면 등'신들이 되는구나. 그냥 부르기만 해도 좋은데 정신을 차리는 게 이상하지"




혼자 중얼중얼 거리더니 이젠 아예 제 옆에 누가 있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도 안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디로 가는지라도 알고 싶은데 정신 빠진 이 사람이 

알려줄 것 같지는 않은데. 하.. 문을 한 번 열어볼까. 그럼 정신이 돌아오지 않으려나... 아니지, 놀라서 사고 날 수도 있어. 지금도 충분히 사고 날 것 같은데?


이게 효과는 꽤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단 말이지... 그래도 일단 해 봐야지, 뭐




"야, 김민규"

"미쳤냐?"

"어, 듣고 있었어요? 난 아예 귀 닫고 있는 줄 알았지. 지금 우리 어디 가요?"

"몰라, 너 영화 별로 안 보고 싶은 거 같으니까 다른 거 생각 해 봐야지.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글쎄.. 한강에서 치맥? 근데 이건 날씨도 너무 덥고 첫데이트랑은 좀 안 어울리니까 나중에 해요"

"너 한시우랑 데이트 할 때 뭐 했는데. 아직 걔랑 헤어진지 1년 안 지났잖아"

"갑자기 거기서 걔 얘기가 왜 나와요. 둘 다 꺼내봤자 별로 좋지도 않은 인물이잖아"




그 때 김민규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그 아이의 이야기를 꺼냈는지. 실수로 꺼낸다고 해도 그 대상은 나였으면 몰라도, 김민규는 아니지 않을까.

하나부터 열까지 저와 엮여서 좋은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 좋은 기억이 될 수 없는 존재가 분명한데.




"결과적으로 네가 나한테 오긴 왔는데, 뺏은 건 아니니까 좀 찝찝하긴 하다"

"뺏으면 뭐가 달라져요? 그냥 잠시뿐인 기억이고 별로 오래 가지도 않을텐데.,"

"아니, 오래 갈 걸. 너는 몰라도 난 절대 못 잊을테니까."

"아~ 진짜. 여자친구 전남친 얘기 꺼내기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김민규 뿐일거야"

"아까부터 계속 기어오른다? 오빠에서 김민규로 호칭 바꾸란 말은 안 했던 거 같은데. 앞으로도 할 생각 없고"

"아, 그래. 한시우는 나한테 평생 못 들을 '오빠' 소리 오빠는 계속, 들을 수 있잖아요. 그거면 됐지. 이겼네"




고작 생각 해 낸다는 게 저런 거라니.. 나도 참 이 머리로 어떻게 이 날 이때껏 살고 있는지 신기하다. 다행히 그게 김민규에겐 꽤 괜찮은 위로거리가 되었는지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오빠라는 단어가 가진 힘은 어마무시한건가. 




"아, 그래서 우리 어디 가냐구요."

"몰라, 나도."

"나 꼬실 계획 짜 놨다면서. 데이트 코스가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 그거 그냥 하면 되지"

"그냥 드라이브 하자, 드라이브. 비싼 차는 이렇게 좋구나 하고 맘껏 느껴"

"오~ 그거 좋네. 아! 맞아. 내가 이 차 때문에.. 하.. 진짜."




갑자기 울컥 치미는 감정에 그 때의 억울함과 곤란함을 하소연 했더니 뭐가 그렇게 재미 있는지 내 얘기를 듣는 내내 혼자 끅끅대더니 나중에는 아예 차를 세워두고

'저렇게 웃으면 배 아프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웃고 있었다. 나한테는 얼마나 아찔한 기억이였는데, 이게 웃겨?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너무 잘나서. 나중에 어머님께 인사 드리러 가야겠다. 내 얼굴 나온 기사랑 같이"

"그건 오빠 알아서 하시고, 일단 드라이브 좀 가죠? 누구 말대로 비싼 차 맘껏 느껴보고 싶은데"

"사과하는 의미로 내가 너 가고 싶은 곳 데려가줄게. 어디 갈까? 어디든 다 말 해"

"됐거든요. 그냥 막 달려요.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기분 내키는대로."






"그러다 내가 너 이상한 곳 데려가면 어쩌려고? 확 사람 없는 시골 이런 곳 말이야"


"내가 못 할 것 같지? 아니, 솔직히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내 소중한 사람들

[숨밍][밍니언][규애][호시기두마리치킨]



+ 이게 얼마만인지.. 저조차도 잊어버릴만큼 너무 오랜만이네요. 하.. 전 정말 구제불능에 답이 없지 않을까 깊게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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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진짜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 작가님 ㅠㅠㅠㅠ 넘나 오랜먼인 것.... 밍니언입니다!! 오늘도 절읽고가요!
7년 전
미쁘
오랜만이죠!! 잊지 않고 와 줘서 고마워요❤️❤️
7년 전
독자2
헐 진짜 이번엔 사귀네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혹시 괜찮으시다면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7년 전
미쁘
괜찮죠~ 암호닉은 언제나 열려 있답니다
7년 전
독자5
메리츄 로 신청할게요!!!♥♥♥
7년 전
독자3
와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7년 전
미쁘
오랜만이라서…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어요. 언제라도 괜찮습니다ㅎㅅㅎ
7년 전
독자4
논쿱스로신청할게요❤좋은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할필요없어여
7년 전
독자6
으아 작가님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여기도 [망고피치]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한 줄 알았는데 안 했네요ㅋㅋ
7년 전
독자7
헛 규애에요 기다리고 있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둘이 진짜 사귀니까 이제 좀 설레는것같기도... 오빠소리에 껌뻑죽는 밍구... 넘 좋다... ( 사망 ) 잘 보고갈께여!!!!!!!!!!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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