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 들은 걸까? 김민규는 나를 슬쩍 보더니 다시 앞에 앉은 자기 친구와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못 들을 정도로 목소리를 작게 낸 건 아닌 거 같은데?
나는 한번 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민규야, 안녕!"
"뭐야. 너 나 아냐?"
와 미친 진심 쫄았네. 완전 '쟤는 뭔데 나한테 말을 걸어?' 라는 표정이여서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다. 진짜 한번 더 인사하면 쳐 맞을 것 같은 분위기에 인사는 포기하고 그냥 내 자리로 돌아와서 앉았다. 그 뒤로도 말은 못 붙이고 계속 눈치 보면서 슬쩍 훔쳐봤는데 아무리 봐도 눈이 호강하는 기분. 성격만 좋았으면 딱 완벽한데.
***
"김여주!"
익숙하게 날 부르는 목소리에 반갑게 교실 문 앞을 바라봤다. 강다빈! 쉬는 시간 종이 딱 치자마자 우리반으로 와준 다빈이가 너무 고마웠다. 아까도 말 했듯이 다빈이와는 5년 친구다. 중학교 들어가자마자 서로도 놀랄 정도로 잘 맞는 성격 덕에 금세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분명 어제도 만나서 같이 떡볶이를 먹었건만 학교에서 보니 또 새삼 반가워서 손깍지를 끼고 같이 방방 뛰었다. 다빈이에게 물어 볼 것이 넘치고 넘쳤지만 갑자기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김민규의 존재에 다빈이의 손을 붙잡고 복도 구석으로 끌고 갔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야, 너 혹시 김민규 알아? 내 입에서 김민규라는 이름이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 당연히 알지!' 라며 대답하는 다빈이의 귀를 빌려 오늘 아침 있었던 일들을 다 털어 놓았다.
나의 이야기가 다 끝나자 다빈이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걔 원래 그래' 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 지역에 잘생긴데 싸가지 없기로 유명하다고 말해주는데 그 말이 너무 공감 되어서 둘 이서 배 잡고 웃기 바빴다.
"그럼 그동안 김민규를 몰랐어?"
"어.. 나 전혀 몰랐어"
"대박. 근데 걔 싸가지 없는 거 여자한테만 그런 거다"
"여자한테만? 왜?"
"이유는 나도 자세히 모르는데 진짜 철벽 장난 아니야. 걔 얼굴 보고 찝적댔다가 성격에 떨어져 나간 여자들 수두룩해"
하긴 김민규. 앞에 있던 애랑은 말도 곧 잘 했었지. 근데 진짜 무슨 이유로 이래?
아, 종 친다. '야 나 간다!' 있는 힘 다해 헐레벌떡 뛰어가선 급하게 자리에 앉은 후 몇 번 숨을 골랐다. 커져 가는 심장 박동. 나는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옆에 앉은 김민규를 훔쳐 보았다. 김민규씨 철벽남 이셨구나?
아 또 김여주 승부욕 오르게 하네.
기대하세요. 그 철벽 제가 깨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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