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향기가 달디 달 수록, 가시는 더욱 날카로운 법이다.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고통을 마다하고 한 송이 꺾어 내었더니, 가히 아름다우나 피투성이로구나.
내 가슴 속에 피어난 절망 한 줄기 처럼… 그렇게 범벅이 되었구나.
오늘도 네 환각에 파묻혀 간신히 몸을 뉘인다.
- 소리꾼, 꺾고 꺾이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다.
부모의 애정 따위는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다. 그들의 손길 없이도, 나는 이렇게 잘 성장 해 왔으니까.
나름 만족한다. 손가락을 한 번 까닥이면 고개를 숙일 사람들이 나의 발 밑에 차고 넘치는 이 인생이.
게다가, 요즘은 재미있는 흥밋거리까지 생기지 않았는가. 홍빈이 습관처럼 입술을 끌어당겨 미소를 지었다.
태양조차 가지지 못한,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손에 넣었다. 그 향기를 이용해 차학연을 쥐락펴락 할 수 있을까.
푸, 푸하하-. 홍빈의 웃음 소리가 넓은 방 안을 울렸다.
자, 그럼 가 볼까.
창 밖의 마른 나뭇잎이 어쩐지 서글프게 흩날린다.
김 내관이 당황스러움에 안절부절거리는 행색을 감추지 못한다. 조정 대신들이 모여 있는 회담에서 자꾸만 웃음을 터뜨리는 학연 때문이었다.
짐짓 진지한 표정이다가도 급작스레 웃었다. 어제의 그 아름다운 사내가 자꾸만 생각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기침에도 잘 들지 못해 눈가가 시큰거렸다. 피로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 학연의 모습에 홍빈을 비롯한 대신들의 입가가 뒤틀렸다.
태양이 요 근래 저리 밝게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던가. 홍빈이 애써 빈정댐을 감추고 학연에게 질문했다.
" 무엇이 그리 즐거우십니까, 태양? "
" 아아. 미안합니다.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으니, 원. "
" ... ... "
" 그래. 무엇에 대한 회담이었더라? "
아, 내 탄신일에 대한 것이었던가. 참으로 쓸데 없는 일로 이렇게 다들 한 자리에 모여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
왕좌에 올곧게 앉아 스윽 앞을 훑어 보았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저 불경한 시선들.
그렇게 노골적으로 바라보니, 내가 마음 편하게 태양으로서 살 수 있겠소? 응?
학연을 거의 노려 보다 싶이 하던 대신들 중 하나가 학연을 향해 입술을 떼었다.
" 태양의 탄신일은, 황성의 가장 큰 축제이옵니다. "
" 그런가? "
" .. 타국의 사신들과 무희들을 초청하고, 내로라 하는 광대들을 불러 축제를 즐기심이 어떠십니까. "
"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
아무래도 상관 없다. 내가 태어난 날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학연의 머릿 속은 온통 택운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라고 설명하면 맞으려나.
감히 태양의 공간을 침범한 아름다운 수꽃. 그 짙은 향기가 잊혀지지 않았다.
태양. 감히 소인이 한 말씀 드려도 되겠나이까. 커다란 공간을 나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학연이 홍빈을 바라 보았다.
역시나 웃고 있었다. 한 없이 맑은 눈동자를 하고서 자신을 조심스레 올려다 보는 홍빈에 학연이 피식, 실 없는 바람 소리를 내었다.
누가 보면, 청하 네가 엄청난 충신인 줄 알겠구나. 군주를 위해 제 한 몸 기꺼이 바치는 그런 충신 말이다.
" 제가 아주 실력이 좋은 광대를 하나 알고 있사온데.. "
" 광대라? "
" 예. 그 외양이 매우 아름다옵고, 곡조를 부르는 목소리가 미성이어 태양께서 좋아하실 것이라 유추 되옵니다. "
" 가객광대 (歌客廣大 - 노래를 부르는 광대) 로군. "
" 별 것 아닌 광대이지만, 그가 군주의 탄신일을 조금이나마 더 빛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
" .. 좋을대로 하게. "
예, 태양-. 청하가 고개를 숙였다. 조정 대신들의 분위기도 잠잠해졌다.
홍빈은 사람을 휘어 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하는 이들도 아무도 그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할 뿐.
고개를 숙여 그늘이 진 홍빈의 뺨이 옅게 흔들렸다.
광대.
너는 이제 아름다운 광대가 되어야겠다.
* * *
노래를 한 번 불러 보아라.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하고 있던 택운을 불러 낸 홍빈이 하는 말은, 참으로 뜬금이 없었다.
어제 허가 없이 외출을 한 사실이 들켰을까 조마조마했던 택운이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며 홍빈을 바라 보았다. 갑자기, 웬 노래를..?
홍빈이 손에 턱을 괴고는 택운에게 찬찬히 언을 떼었다.
" 목소리가 계집처럼 참 어여쁘던데. "
" ... ... "
" 그러하니, 노래도 곧 잘 하는 것 아니었나? "
" ..잘 하지 못 하는데.. "
" 그래? "
흐음. 잘 하지 못 하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어차피 너는 태양의 마음을 이끌어야 할 광대가 되어야 하는데.
" 잘 하도록 만들면 되지 않느냐. "
저를 향하는 홍빈의 목소리는 언제나 차가웠다. 택운의 어깨가 수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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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왕의 남자 폭풍으로 쓸 거에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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