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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마 전체글ll조회 2403

 

 

 

 

 

 

 

HIDE & SEEK

 

14-1.

 

 

 

 

 

 

 

 

 

 

양심 없는 것 좀 봐.”

 

 

수업 시작 전 미리 강의실에 앉아 자리를 잡고 강의안을 넘기고 있는데 뒷자리에서 누군가 나를 비꼰다. 익숙한 목소리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존재자체만으로도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장미. 그 목소리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못들은 척 흘러 넘기며 꽤 신경질적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예습을 하려고 보는 게 아니었다. 남은 시간 동안 할 일이 없어서 손에만 쥐고 있는 거지.

 

근데 그마저도 못할 것 같다. 비어있는 많은 자리 속에서 하필이면 내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은 걸 보면 보나마나 시비를 걸려는 게 분명하니까.

 

 

생각보다 되게 뻔뻔하다, .”

 

 

아니나 다를까.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간다. 대놓고 내게 말을 거는 걸 무시했다. 별로 상대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무시가 답이지, 그래. 무시가 답이다. 저런 거에 일일이 반응해주면 나만 피곤해진다. 귀를 자극하는 하이톤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이어폰을 찾았다. 가방 속을 굴러다니던 이어폰을 집어 들고 귀에 꽂으니,

 

 

! 도경수, 너 내 말 무시해?”

 

 

어깨를 잡아 돌리는 손길이 있다. 조용히 있겠다는데 왜 또 건드려. 사람 짜증나게. 이어폰을 끼려던 걸 멈추고, 어깨위에 얹어진 장미의 손을 쳐내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거 안 보여?”

“..?”

무시하는 거 맞다고.”

 

 

나머지 한쪽 귀에도 이어폰을 끼워놓으며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시하는 거 맞으니까 말 좀 걸지 말라는 뜻이었는데 그 말이 더욱 더 녀석을 자극한 모양이다. 새카맣게 칠해진 손톱이 내 어깨를 할퀸다. 그 과격한 손길에 귀를 채우고 있던 이어폰이 떨어져나간다. 짧은 순간 이루어진 그 상황에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

 

 

“..적당히 해라.”

뭘 적당히 해? 너나 적당히 해. 종인이 싫어한다면서 관심 받으려고 안달 난 것 같아 보여, .”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어야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걸까. 온통 김종인 밖에 없으면, 그렇게 보이는 걸까.

 

쓸데없이 시간 낭비, 감정 낭비 하는 게 싫어서 무시하려고 했던 건데 굳이 그것까지 못하게 방해를 한다. 내가 장미에게 단단히 미운 털이 박힌 모양이다.

 

. 그 관심을 네가 받아야 하는데, 내가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 그래서 그 화살을 나한테 돌리는 거냐고, 지금.

 

슬슬 열이 오른다.

 

성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빨갛게 칠한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나를 주시하고 있는 장미와 눈이 마주친다.

 

 

“..김종인한테 직접 말하라고 그랬지.”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네가 먼저 꺼냈잖아. 김종인 얘기.”

 

 

이 우스운 말장난에 왜 응해주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 인상을 찌푸리자 장미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녀석과 나의 언쟁에 이곳으로 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걸 느낀 건 장미도 마찬가지였는지 나를 뚫을 듯한 시선을 돌려 주위를 탐색한다.

 

 

너 나 질투하냐?”

 

 

탐색전을 끝냈는지 다시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며 팔짱을 낀다. 그러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급격하게 피로가 밀려온다. 김종인이 뭐라고 이걸로 여자랑 말싸움을 해야 돼.

 

 

“..질투?”

 

 

내 말에 기가 차는 듯 한쪽 입 꼬리를 올려 픽 웃는다. . 맞잖아. 김종인 때문에 유치하게 구는 거 다 아는데 뭘 숨겨.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데, 미세하게 떨리는 입 꼬리가 보인다. 잠시 아랫입술을 물고 한 삼초 간 나를 가만히 응시하던 녀석이 왼쪽 어깨에 닿은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내게 말한다.

 

 

내가 너한테 질투를 왜 해? 후배 차나 긁는 머저리한테.”

 

 

여자만 아니면 벌써 주먹이 나가고도 남았을 거다. 여자로 태어난 걸 감사히 여겨라, 너는. 말을 하면 할수록 녀석의 유치한 장난에 말려드는 것 같았다. , 나 진짜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장미를 만나면 사과 받으라더니. 사과는 둘째 치고, 입이나 닫고 있었으면 좋겠는 심정이었다.

 

이 대화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비생산적이라는 생각만 든다. 김종대 말처럼, 가만히 있으면 이런 시답잖은 일에 휘말리게 되고, 일일이 상대해주는 것도 짜증이 나고. 머저리로 남는 것도 싫으니 진범이나 찾아봐야 되나. 만약 못 찾으면. 그땐 정말 김종인에게 의혹을 풀어 달라 말이라도 해야 되나. 녀석이 찾고 있다고는 했지만, 김종인이 찾아낼 수 있는 특별한 방법 따위도 있을 리가 없다.

 

그럼 나는. 머저리 같은 여자와 머저리 같은 상황을 계속 마주해야 돼, 시발?

 

 

질투는 네가 하는 거겠지. 네가 왜 차를 긁었는지, 왜 종인이를 싫어하는 지. 알사람 다 알잖아.”

 

 

생각하느라 잠깐 입을 다문 사이에 장미가 또 가시를 세운다.

 

...뭐라고?

 

 

이세희가 너 버렸잖아. 김종인 좋다고.”

 

 

빌어먹을 과씨씨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구나.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옛 여자의 이름이 머저리 같은 동기에게서 튀어나오자 그동안의 짜증을 뒤엎어버릴 만큼의 기분이 된다. 딱딱하게 굳어가는 얼굴이 느껴진다. 너무 화가 나면, 열이 오르기보단 가라앉는 법이다.

 

 

“..좋은 말로 할 때 입 다물어라.”

 

 

들추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일이 남의 입에서 들춰진다는 건 상당히 기분이 나쁜 일이다. 머리가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이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를 냈지만 장미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제 할 말을 이어간다.

 

 

, 찌르니까 아파? 아직도 아파?”

 

 

지난 일을 떠올리는 건 내게도, 그 아이에게도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 애를 계기로 김종인을 눈여겨보게 됐고, 신경을 쓰게 된 건 맞지만 온전히 세희 때문만은 아니었다. 전 여자 친구를 떠나게 만든 원인에 대한 질투, 그런 것 따윈 없었다.

 

그냥 누군지, 어떤 놈인지 궁금했고 그러다가 눈길이 가고, 관심이 생기고. 그렇게 아무런 마주침도 없이 누군가를 신경 쓰게 되는 게 익숙지가 않아서 온 몸으로 방어를 했고.

 

그러다 결국 이 꼴이 났고.

 

 

난 누굴 미워하면 되는 걸까. , 세희, 장미아니면 김종인?

 

 

“...너 지금 이 상황 즐기는구나.”

 

 

내 감정의 변화가 얼굴에 드러나는 걸 주시하고 있던 장미의 입 꼬리가 마구 들썩인다. 나를 찌르고, 나를 건드려서 화를 내는 게 즐거운 모양이지? 내 말에 장미가 살짝 좌우로 고개를 젓는다. 아니, 넌 분명히 즐거워. 날 건드리는 게 재미있는 거야, 너는.

 

 

그러는 너야말로 이거 즐기는 거 아니야?”

…….”

종인이가 너한테만 신경 쓰잖아.”

 

 

.. 이럴 줄 알았으면 너처럼 반대편에 설걸.

 

내게만 들릴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아닌 척 하더니 결국 다 맞는 거지. 이 모든 원인은 김종인에게 있는 것도, 맞네.

 

치졸한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점점 더 날이 갈수록 김종인을 밀어 낼 이유만 가득 생긴다. 버릇처럼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짜증이 나서 미칠 것만 같은데 눈앞의 장미를 한 대 칠 수도 없고, 녀석이 내뱉은 말들을 주워 담을 수도 없어서.

 

애꿎은 머리만 쓸어 넘기며 가만히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 벽면에 걸린 시계 근처에 비스듬하게 서있는 김종인이 시야에 찬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아니었으면 난 지금쯤 이런 일을 겪고 있지 않아도 됐겠지. 그래서 나는 네가 싫어. 다가오는 것도, 친해지는 것도, 다 싫다고 시발.

 

내 쪽을 향해 걸어오는 녀석을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며 장미에게 말을 이어가려는데, 갑자기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장미의 머리가 앞쪽으로 고꾸라진다. 상황 파악을 하려고, 뒤통수를 부여잡는 장미를 보다가 슬쩍 옆으로 비껴가니 바닥에 떨어져있는 낯익은 백팩이 눈에 들어온다.

 

 

…….”

 

 

고개를 들어 올려보면, 잔뜩 상기된 얼굴로 걸어오는 변백현이 있다. 고꾸라진 장미가 앓는 소리를 내며 상체를 일으키고, 걸어오던 김종인도 멈칫, 걸음을 멈춘다. 이 재미난 광경에 집중된 시선은 백현이의 등장으로 더 소란스러워진다.

 

 

“..도경수가 차 긁은 거 아닌 거 밝혀지는 날엔 학교 오지 마라, .”

네가 가방 던졌어? 뭐 이런 게 다 있어, 시발!”

그 날이 조만간일 것 같으니까 몸조심 하고 있으라고.”

변백현 너 또라이야?”

 

 

바락바락 찢어지는 장미의 목소리에도 대꾸하지 않으며,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 올린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자, 백현이가 가방을 툭툭 털면서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녀석의 걸음을 따라 시선이 이동한다. 여자라서 못 때릴 줄 알았는데. 도구를 사용하면 되는 거였구나.. 웃음이 삐져나오려다말고 문득 걱정이 된다. 괜히 나 때문에 엄한 백현이까지 피해를 보게 될 까봐.

 

가만히 입을 다문 채 녀석을 보고만 있으면, 자리에 앉은 백현이가 내 팔을 당겨 앉힌다. 그러고는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 던진 게 백팩이 아니라 연장이었어야 했는데.”

…….”

 

 

아직도 머리끝까지 화가 난 장미가 짜증을 내며 무어라 중얼거리는데 그 소리는 알아서 걸러 듣기로 한다. 내심 뿌듯해 보이는 백현이를 멀뚱멀뚱 쳐다만 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마운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입을 달싹이고만 있으면, 변백현이 웃으며 내게 말한다.

 

 

나 좀 멋있었지? 너 이거 찬열이한테 꼭 말해줘야 된다?”

 

 

그래서 나도 따라 웃어버렸다.

 

 

“..미친놈.”

 

 

 

 

 

 

 

 

 

 

 

 

 

 

 

 

 

 

 

 

수업 시작하기 직전에, 김종인이 장미를 데리고 나갔다. 수업도 빼먹고 무슨 얘기를 했을까. 한 시간 내내 집중이 되지 않아서 다른 생각만 했다. 펜을 쥔 손으로 필기는 않고 형태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낙서만 하다가 수업이 끝났다. 간만에 수업에 집중한 백현이 중간 중간 팔꿈치로 나를 찌르며 집중하란 말을 수도 없이 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다가 강의실을 빠져 나오는데,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종인이 나를 보곤 아는 체를 했지만 지금은 녀석의 얼굴도 그다지 반갑지가 않아서 모른 척 외면했다.

 

 

“..선배.”

 

 

볼 일이 나한테 있는 게 맞는지 무시를 하는데도 졸졸 따라오며 말을 건다. 눈을 꿈뻑이고만 있자 백현이의 시선이 내 얼굴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찾고 있는 건 잘 돼가?”

 

 

그러더니 발걸음을 맞춰 걷는 김종인에게 물음을 던지고,

 

 

“..쉽지 않네요. 저도 빨리 찾고 싶은데.”

 

 

녀석이 난감한 얼굴로 말하면 백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너도 고생이 많다.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에 김종인이 조금 웃는다.

 

 

근데 오늘 무슨 일 있어?”

?”

수트 입고 있길래.”

. 행사 때문에 입었어요.”

안 불편해?”

불편하죠.”

이런 거 보면 부학도 할 거 못된다. 그치?”

 

 

백현이 김종인의 말을 받아치며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걸어온다. 정도껏 무시하라 이거다. 내 기분은 알겠지만 김종인에게 까지 날을 세우지 말라는, 그런 은근한 속내.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김종인을 쳐다보았다. 그래, 내가 널 원망해서 무슨 이득이 있을까.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내가 입은 손해가 너무 커서 잊고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녀석도 피해자였다. 누군가 차를 긁어놨는데 그게 누구인지 찾지도 못하고,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런 와중에 날 신경 쓰느라 바쁜.

 

 

선배 엠티 가신다면서요?”

당연히 가야지! 그나저나 장소는 정했어? 세훈이 말론 너 그것 때문에 고생한다던데.”

아니에요, 해야 하는 일인데요 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녀석이 애를 쓰는 것에 비해 난 너무 안일하게 있었던 게 아닐까, 너무 내 생각만 한 건 아닐까.

 

난 장미 때문에 화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녀석을 원망했다. 그런데 넌.

 

 

…….”

 

 

백현이와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는 녀석을 슬쩍 쳐다보았다. 대화를 이어가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놓기도 하는, 여전한 웃는 얼굴.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아래로 시선을 떨구며 티 나지 않게 조금 웃었다.

 

 

 

 

 

 

 

 

 

 

 

 

 

 

 

 

 

 

 

 

 

 

 

 

 

 

 

 

 

 

 

 

 

 

 

“..뭐하냐.”

 

 

하루의 시작이 영 찝찝하다. 요즘 개운하게 시작하는 날이 있었겠냐마는. 그래도 학교에서 정신적으로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금방 몸이 피곤해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뻗느라 잠은 평소보다 두 배는 더 잘 자고 있었다. 종대나 백현이가 보기엔 그 마저 답답했는지 천하태평이라며 잔소리를 했지만 여하튼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요즘엔 내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변백현이 좋아하는 과방 출입도 끊었다. 아침 교양 수업이 일찍 마쳐, 꽤 긴 시간이 남았는데도 과방 가잔 소리를 안 한다. 이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원래 수업 시간보다 일찍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텅 빈 강의실을 혼자 지키던 오세훈이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붉은 꽃잎을 하나씩 뜯어내고 있었다.

 

 

장 선배라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되겠어? 아예 밟아버려야지.”

 

 

나란히 서있던 백현이가 세훈이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말하는데 꽤 즐거워하는 눈치다. 둘이 하는 게 꼭 초등학생 마냥 귀여워서 픽 웃었다.

 

 

도 선배는 아직도 웃음이 나오나 봐요. 그 수모를 겪고도 웃다니. 선배야 말로 진정한 멘탈 갑.”

저거 아직 정신 못 차려서 저래. 자기 일인데 정작 본인은 두 손 놓고 우리가 더 난리잖아.”

그래요? 도 선배 성격 되게 이상해.”

 

 

지정좌석이라 조잘거리는 녀석들을 지나쳐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래, 이상해. 내가 이상하다. 됐냐? 지나치며 하는 말에 뭐가 그리 웃긴지 낄낄거리고 난리가 났다. 그런 거 보면 니들도 정상은 아니야.

 

 

꽃은 어디서 났냐? 뜯으려고 산 건 아닐 거 아냐.”

, 이거 과방에 있길래 하나 뽑아왔죠. 장 선배 생각도 나고.”

과방에? 과방에 웬 꽃이야.”

김 선배가 어디서 받아온 것 같던데?”

 

 

관심 없는 척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귀는 열려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백현이와 세훈이가 앉은 쪽을 바라보았다.

 

 

종인이가 꽃을 산 게 아니라 받은 거라고?”

마성의 김종교님이시잖아요.”

 

 

세훈이의 손 안에서 놀고 있는, 꽃잎이 거의 다 떨어져나간 장미꽃을 빤히 바라보았다.

 

 

누가? 누가 줬대?”

글쎄요. 김선배가 그런 거 말 하고 다닐 사람은 아니니까...”

야 시발, 장미 년이 갖다 바친 건 아니겠지? 저랑 이름 같으니까 꽃 보면서 자기를 생각하라느니 어쩌니. 생각만 해도 토 나와.”

, ! 진짜 소름 끼쳐요!”

 

 

꽃을, 받았다? 김종인이?

 

이젠 별게 다 신경이 쓰인다.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며 제 자리에 앉는 김종인을 보곤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도 무시한 날이 부지기수인지라 그 사소한 반응에도 녀석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이내 휘어진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빤히 보는데, 세훈이 손에 있던 장미 한 송이가 자꾸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거다. 변백현의 추측일 뿐이지만 장미가 줬을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고. 그냥 왠지, 웃기잖아. 졸업식이나 시상식 같은 특별한 날도 아닌데, 남자가 꽃을 받아오는 게.

 

그래서 그냥 궁금했던 거다. 궁금해서, 궁금..해서 내내 머리에 머물러있는 거다.

 

 

꽃 받았다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간 말에 김종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선배가 어떻게 아세요?”

 

 

아니라는 말이 없는 걸 보니, 받은 건 확실한가보다. 내가 먼저 말을 건 것도 처음이나 다름없는데, 던진 것도 하필 꽃 얘기라니. 어이가 없을 법도 한데 녀석의 얼굴엔 그저 호기심만 가득하다. 그 얼굴과 마주하고 있으니 괜히 머쓱해진다. 큼큼,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세훈이가 그러던데.”

아아..”

 

 

경계가 풀리긴 풀렸구나, 그것도 아주 많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또 스스럼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낯설어서 녀석의 버릇처럼 뒷목을 매만졌다.

 

 

“..그냥, . 별 거 아니에요.”

 

 

대충 말을 얼버무리며 웃어넘긴다. 자세하게 말을 하긴 싫은 모양이다. 웃는 얼굴로 교재를 펼쳐드는 녀석을 보다가 나도 교재를 한 장 넘겼다.

 

괜히 찝찝한 마음이 든다.

 

그러고 있으면 곧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된다. 정신없이 이어진 터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내가 왜 김종인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지, 또 녀석이 꽃을 받은 사실이 왜 그렇게 신경이 쓰인 건지. 그런 건 조용히 묻어두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회화 수업이다. 파트를 나눠 대화를 읽고, 마주 앉은 녀석과 눈을 마주치며 각자의 몫을 읽어내려 간다.

 

 

“You may not believe this, but shipping rates have gone up again.”

“Again? That’s the second time this year.”

“I think we have to talk about finding a new shipping company.”

 

 

간단한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은 교재에 충실할 생각인지 간간히 아래로 시선을 내려 내용을 확인한 후, 고개가 다시 정면으로 올라온다.

 

 

…….”

 

 

생각이 많은 건 좋은 걸까, 아니면 좋지 않을 걸까. 한 챕터를 끝내고 다른 챕터를 시작하기 까지 숨을 돌릴만한 잠깐의 여유가 생기자마자 머릿속을 침범해오는 그 찝찝함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 어째서 내가 이렇게 찝찝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것도 김종인 때문에. 종대 말처럼 싫은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겐 큰 관심이 없는 나인데. 녀석이 장미꽃을 받은 게 대체 왜 신경이 쓰이는 거지? 생각은 꼬리를 물고 점점 커져만 가는데 희한하게도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의문과 의심이 계속 이어지지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에 생각을 떨쳐내려고 머리를 두어 번 흔들고 다시금 교재를 바라보았다.

 

 

“Do you mind if I open the door?”

 

 

문득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흠칫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문을 열어도 될까요? 문을, 열어도 될까요. 그리곤 조금 멍하니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

 

 

생각의 끝이 어디에 도착하게 될지 알았기 때문에 피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교재에 적힌 답을 쳐다보았다. 대화를 이어가려면, 문을 열지 말라는 대답이 나와야 한다. 다시 고개를 들어 녀석을 바라보았다. 내 대답을 기다리며 빤히 바라보고 있던 두 눈과 마주했다. 입이 채 열리지도 않았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녀석이 습관처럼 웃는다.

 

그 웃는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No, not at all.”

 

 

그래,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문은 이미 열렸다는 것을.

 

 

 

 

 

 

 

 

 

 

 

 

 

 

 

 

 

 

 

 

 

 

 

 

 

 

 

@

찬열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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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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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뜬거보고 광분해서 눌렀어여ㅠㅠㅠ아 키마니뮤ㅠ분ㄹ량 장난아냐ㅠㅠㅠ끝난 줄 알고 내리면 또 있고 또 내리면 또 있고ㅠㅠㅠㅠㅠ연재속도는 왜 이리 빠르신지ㅠㅠㅠㅠㅠ제가 키마님 많이 조화합니다..S2 오늘 차녀리 생일..ㅎ 내일은 엑소 600일이람서요?.. 나레기.. 엑소의 쇼타임이나 보면서 과자봉지나 뜯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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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ㅜ ㅜ 진짜 장민지 염장인지 네이년을 그냥~~ 확!! 이란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 글을 잘 쓰시는건 동의하는데, 범인 좀 빨리요~ 이러다가 경수 말라죽겠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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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꺄~~~~!!!!!!!!!!! 디오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ㅜㅠㅜㅜㅜㅠㅜㅜㅠㅜㅡ아작가님 진짜금손이시네으헝헝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종인아 추카해ㅜ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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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호우!!!!! 문이 열린 걸 이제야 인정한 건가요!!! 겁나 행복하네요ㅠㅠㅜㅜ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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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이거 첫편부터 잘 보고있었는데요..... 안돼겠네요 댓글을 남겨야지..,... 이런 글이 있었다니ㅜㅜㅜㅜ엉엉엉ㅠㅜㅜㅜㅜㅜㅜㅜ 저 많이 울게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 도경수 이 츤츤!! 엉엉ㅜㅜㅜㅜ 빨리 도경수가 열린 마음의 문으로 김종인을 들여보내줬으면 하는데ㅜㅜㅜㅜㅜㅜㅜㅜ 언제쯤 그 마음 속으로 김종인이 마음껏 드나즐 수 있나요?ㅡ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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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으앍!!!!! 이미열려있던 문을 드디어 경수가 인정을 했네요!! 그럼이제 진전이 더욱 되겠죠(기대기대) 끝까지 인내심갖고 경수 파고 있는 듯한 종인이도 너무 대견하고 의젓하고 멋있고 그러네요 ㅜㅜ 덤덤한 경수 성격도 너무 좋고 ㅜㅜ 한 편 한 편 늘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매번 빠르게 글 올려주시는데 너무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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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잠시만요~ 울고 가실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 빠른 업뎃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합니다 작가님..... 작가님은 제 하루의 유일한 낙이세요....... 얼른 종인이가 그 문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ㅐ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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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으아아아아ㅠㅠㅠㅜ경수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열렸어!진짜 좋다ㅠㅠㅜ그리고 배큥이가 장미한테 가방 던졌을때 내가 다 속이 시원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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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진짜 장미 때문에 열받아요 차 긁은 범인 찾아주고 싶어요 얄미운 장미 넌 내앞에 있었으면 진짜 한대 맞았을 꺼야 그래도 백현이의 센스로 머리맞은건 통쾌해요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죠ㅋㅋㅋㅋ 경수가 드디어 종인이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는건가요 종인이의 반응이 정말 궁금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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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드디어!!! 잘보고갑니다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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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다음부터 밀고당기는 행쇼가 펼쳐지는 건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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