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남준/정호석] 직장 상사와 담배의 상관관계
w.superwoman
09
"선배 이거 어떻게 하는거에요?"
"응?뭐"
혼자서도 일을 척척 해내던 막내가 오랜만에 질문을 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까다로운 업무였다. 오구오구하며 한번 설명해 줬더니 금세 또 척척 해내는 막내다. 그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워 머리를 쓰담쓰담해줬다. 그런 내 손길에 정국이가 헤헤 웃어보인다. 그리고 다시 업무를 보려는데, 팀장님이 나를 부른다.
"부르셨어요."
"이름씨."
"네?"
"원래 그렇게 모든 사람한테 친절합니까?"
아니 이건 또 무슨 시비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에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다. 팀장님은 그런 내 반응을 신경쓰지도 않고, 자기가 했던 말이 이상하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탁자에 기대 선 팀장님은 그렇게 가만히 아무 말도 없다가 숨을 한번 들이키더니 나를 쳐다본다.
"아니, 전인턴...!"
"..정국이요?"
"...아닙니다. 이거 성대리한테 가져다주고, 나가보세요."
"..? 네."
뭐지. 팀장님 갱년긴가. 팀장님이 건네는 서류 몇 장을 들고 팀장실에서 나왔다. 성대리님에게 종이를 건네주고 자리에 돌아와 팀장님이 왜 그러신건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인턴. 정국이. 내가 정국이를 칭찬했고.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때 내 쪽을 쳐다보고 있던 팀장님.
아. 질투?
*
아까 팀장님의 이상행동이 질투라는 걸 깨닫고 자꾸 웃음이 나왔다. 몇달 전만 해도 나에게 그저 직장 상사였던 팀장님이, 섹시하게만 보였던 팀장님이, 대놓고 질투를 하다니. 뭔가 저번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번에는 정말 혼자 컨트롤하기 힘들어서 나까지 팀장실로 불렀을 정도니.
..팀장님이 질투를 하는데 왜 내가 웃음이 나오지?
아, 진짜 미친 게 틀림없다. 무의식적으로 띄고 있던 미소를 얼른 거두고 밀린 업무를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매일 야근을 하는데도 업무는 왜이리 많은지. 일 처리 속도가 늦는 건 아닌데. 절로 뻐근해져오는 어깨를 통통 두드렸다. 그러다가도 빨리 끝내고 쉬자는 생각으로 타자를 빠르게 치기 시작했다.
[이름씨! 바빠요? 곧 점심시간이죠?]
오전 11시 40분. 정호석씨에게 문자가 왔다. 술자리 이후 처음 온 연락인데, 내 주사를 다 기억하고 있을까 민망해져 답장을 망설였다. 그런데 기억 한켠에서는 쌍화탕이 떠올라 천천히 답장을 했다. 비록 네. 라는 짧은 대답이었지만.
[오늘 점심 나랑 먹을래요? 제가 이름씨 회사 앞으로 갈게요!]
갑자기 뭐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정호석씨와 절친이 되어있었던건가. 자연스러운 밥 약속에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 부담스러운데.. 답할 말을 찾지 못해 손가락만 꼼질거렸다. 아, 성격 많이 죽었다. 예전의 나였으면 부답스럽습니다. 라고 단호하게 답했을텐데. 결국 답장을 하지 못하고 핸드폰 화면을 껐다.
"이름씨!"
"..안녕하세요."
"어, 오랜만에 봤다고 낯가리는 거에요? 나 섭섭하려고 그런다."
내가.. 정호석씨한테 낯가리지 않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려는 찰나. 술에 거하게 취해 정호석씨를 오빠라고 부른 기억이 팍 솟아올랐다. 아..왜 그랬을까.. 술은 어떻게 해서라도 피했어야 하는데.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내 생각을 읽은 건지 해맑은 목소리로 말하는 정호석씨다.
"아- 이름씨 술취해서 나한테 오빠라고 한거! 괜찮아요 사람이 주사가 있을수도 있는거지- 그쵸?"
"..네.."
오늘도 기분이 좋아보이는 정호석씨와 함께 내가 자주 가던 식당에 들어갔다. 회사와 가깝기도 하고 메뉴도 다양해서 잘 모르는 사람과 와도 괜찮을 듯 싶었다. 나는 자주 먹던 백반을 주문하고, 단골이 알겠죠- 하며 나와 똑같은 메뉴를 시키는 정호석씨다.
"그날 술 많이 마시던데. 속은 괜찮아요?"
"아,네.."
"걱정 많이 했어요. 다음 날 바로 오려고 했는데, 회사에 일이 너무 많더라고."
내가 지루하지 않게 조곤조곤 말을 이어 나가면서도 휴지를 깔고 수저를 놓는다던가, 물을 따라준다던가 세심한 행동을 한다. 뭔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는 행동 같기도 하고. 덕분에 내가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혹시 누나 있어요?"
"어, 어떻게 알았지. 2살 누나 있는데."
"아..그냥 행동이.."
"누나가 어릴 때부터 얼마나 교육을 하는지. 매너는 남자를 만든다, 습관이 되어야 한다, 좋아하는 여자 생기면 꼭 해야한ㄷ.."
한탄을 하는 듯이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을 가만히 듣고있다, 움찔하게 만드는 단어에 놀라 쳐다보자 정호석씨도 의식이 되었는지 말을 멈춘다. 때마침 나온 백반에 얼른 수저를 들고 밥을 퍼 입에 넣었다. 아..체할 것 같아. 목이 막히는 기분에 물을 들이키는데, 정호석씨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이러는 거 부담스럽죠."
"..."
"그럴만하죠. 갑자기 나타나서는 좋아한다 뭐다 말하니까."
굳이 반박하지는 않았다. 부담스러운건 사실이었으니까. 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정호석씨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조용히 듣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긴장되는 듯 정호석씨는 숟가락을 계속 만지작댔다.
"그래서 천천히 친해지려구요. 무작정 들이대는 건 이름씨한테 예의가 아니니까."
"..."
"뭐..아주 만약에, 친구로만 남게 되어도. 저 같은 친구 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그쵸?"
다시 밝은 표정으로 물어오는 정호석씨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정호석씨는 정말로 주위 사람들에게 활기를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내 작은 끄덕거림에도 만족한 듯 활짝 웃음짓는다.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나도 오랜만에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고 정호석씨와 함께 식당에서 나왔다. 회사 앞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걸 억지로 말렸더니 시무룩해진다. 완고한 내 태도에 입을 비죽이며 차키를 꺼내는 정호석씨다. 그래도 밥 사준 게 고마워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더니 해맑은 표정으로 그럼 다음에 밥 사요! 한다. 정말 .. 예측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대책없이 해맑은 모습이 웃겨 헛웃음을 짓는데, 회사로 돌아가는 것인지 팀장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런데 왜인지, 나를 보자마자 미묘하게 표정이 굳는다. 그런 팀장님을 바라보다, 먼저 가보겠다는 정호석씨의 목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정호석씨를 보내고 회사로 돌아올때도 팀장님의 표정이 신경쓰인다. 나 보고 정색한건가.
식곤증과 힘겹게 싸우며 업무하기도 한참. 커피도 몇 잔 마시니 어느새 퇴근 한 시간 전이다. 오늘 일이 있어서 일찍 퇴근한다는 막내를 얼른 보내고 어짜피 야근인데 잠시만 쉴까 해서 책상에 엎드렸다. 선배들의 타자소리, 클릭소리, 에어컨 작동 소리가 어우러진 백색소음 사이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
팔이 저려와 스트레칭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5분 지났나 싶어 시계를 확인하니, 이게 무슨. 벌써 저녁 7시다. 제대로 본 게 맞나 싶어 핸드폰 화면을 반복해서 껐다 켰다 하는데도 시간은 그대로.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하고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선배들 자리는 깨끗하게 비어있고 불 켜진 팀장실에서 불이 꺼지더니 팀장님이 나온다.
"일어났네요."
"아..저..죄송합니다.."
"됐어요. 얼마나 잠을 안잤으면."
"..근데 어디 가세요?"
"퇴근 할겁니다."
내가 야근을 하는 날에는 꼭 팀장님도 함께 야근을 했었는데, 그게 당연한 일이 아닌데도 막상 혼자 야근을 하려니 마음이 뭔가 이상했다. 아쉬워 하는건가? 내 마음이 표정에 다 드러난건지, 나를 보고 있던 팀장님이 갑자기 픽 웃는다.
"무슨 생각 합니까. 내가 성이름씨 야근 혼자 시킬 것 같아서?"
"..저도 퇴근해도 돼요?"
"그럼, 안하려고?"
"아니요.할겁니다. 집 가야죠."
"대신 내 차 타고가요."
그래. 웬일로 쉽게 보내주나 했다. 다행히 어제처럼 담배를 사야할 것도 아니고. 시간도 절약되니 굳이 사양하지 않기로 했다. 팀장님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팀장님 차는 탈 때마다 좋은 향기가 났다. 안그래 보이는데 세심한 구석이 있다,
고 생각했는데.
"팀장님 방향제 쓰세요?"
"아, 여기 꽂는거 설치하다가 깨트렸어요. 냄새 많이 나나?"
"..."
티스푼 부러뜨릴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대답 없이 썩소를 지어주곤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밤이면 쌀쌀한게, 곧 겨울이 오려나. 잠시 정적이 차 안을 맴돌고, 먼저 입을 뗀 건 팀장님이었다. 여전히 시선은 앞을 향한 채로.
"하루종일 성이름씨 신경썼습니다."
"..."
"주위에 남자가 너무 많고. 그것 만으로도 기분이 별로인데. 이름씨는 잘 웃어주기까지 하고."
"..."
"기분이 별로였는데, 자는 모습 보니까 또 금세 풀려버리고."
낮은 목소리로 잔잔히 전해지는 팀장님의 말은, 내가 얼굴을 붉히게 했다. 붉어진 얼굴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속으로는 진정하자, 되뇌이며. 팀장님의 말이 잠시 끊김과 동시에, 차가 집 앞에 부드럽게 멈춰섰다. 여전히 팀장님은 앞만 보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말이 없자, 내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팀장님이 선수를 쳤다.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팀장님의 한마디가, 나를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제가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성이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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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제는
질투의 화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호닉은 짝수화에서만 받고있어요!
연꽃/ㅈㅈㄱ/뿌야/짐니/풀네임썬키스트/가온/밍/아가야/룬/병매/이졔/디보이/루이비/귤/단미/햄찌/1234/낑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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