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대위 이석민x흉부외과전문의 권순영.(11~14) 11. 석민은 자신의 말에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순영의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줘. 만지면 부숴질 것 같은, 소중한 걸 다루는 것 마냥 조심스레. 지켜주고 싶고, 제가 곁에서 지키고 서 있어도 다칠까 걱정되는, 그래서 위기의 순간에서 석민을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으로 만드는 존재. 그 존재가 제 앞에서 저 때문에 울고 있으니 석민은 속상함을 넘어서 후회가 밀려오려 해. 순영을 아프게 할 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텐데. 석민의 다독임에 순영도 눈물이 잦아들었어. 병원에선 제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고 똑부러지게 일만 했던 순영인데, 이상하게도 석민 앞에만 서면 감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제 자신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끄러워. " 아까 수술실에서 어마어마하게 섹시했고 용감했습니다." 석민의 농담에 순영은 눈물을 마저 닦으며 웃음을 터뜨려. '어, 울다가 웃으면...자기 전에 한번 확인 해 보십시요'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내뱉는 석민에 순영이 소리내어 웃더니 두팔을 벌려 석민을 안아. 물론 석민이 순영을 안아주는 꼴이지만. '저 믿어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리고 오늘 그쪽도 어마어마하게 섹시했고 용감했어요.' 순영이 잠이 든 걸 확인하고 나서야 석민은 제 숙소로 돌아왔어. 그 상황에서 제가 내린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건 순영이긴 했지만, 전적으로 오로지 '순영'때문만은 아니였지. 그래도 누구보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 군인인 '저'가 감정에 휘둘린 게 못내 마음에 걸려. 후회없는 결정이었지만 석민도 인간인지라 혼란스러운 건 사실이야. 잠자리에 들지 못한 석민은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며 곰곰히 생각을 하지. 정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그때 누군가 석민의 옆에 다가와. "이 시간까지 안 주무셨습니까" 부중대장 원우였어. 원우는 아랍연맹의 압박으로 더욱 삼엄해진 보안을,징계받은 석민 대신 관리하던 중이였지. 자신이 존경하는 직속상관인 석민이 저 혼자서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이 원우는 안타까웠어. 원우의 등장에는 석민은 놀란 기색없이 그저 말없이 웃음만 지어주고는 또다시 멍하니 하늘만 응시했지. "제 직속상관의 명령은 항상 옳았습니다. 그리고 명예로웠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석민을 향해 경례를 하고 담담히 말을 이어나가는 원우의 모습에는 진지함이 묻어나와. '역시...우리 부대 FM 답습니다.' 원우의 말에 잠시 멈칫한 석민이 곧 웃음서린 목소리로 말해. 그리고 원우에게 경례로 답하지. 그래, 우리는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항상 명예롭게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12. 징계받은 중대장 석민은 최종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활동 대기 명을 받았어. 보초 서는 대원들을 관리하고 보고받은 사항들을 정리하며 이곳에서 처음으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 그렇지만 또 그저 무료한 일상은 아닌 것이, 응급 의료 지원 부스 안에서 바삐 움직이는 순영을 볼 수 있어 좋았어. 정성스레 환자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짐짓 심각한 얼굴로 차트를 보며 고민하기도 하고, 사고친 민규를 혼내기도 하고, 부스에 놀러온 현지 아이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사탕을 건네주기도 하고. 그런 순영의 모습을 보며 석민은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 해지는 것을 느꼈지. 퇴원을 앞둔 아랍연맹의 의장이 석민과 순영을 자신의 병실로 소환했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면서 '그들의 공로에 감사의 표시를 표한다'는 문구가 적힌 황금색의 카드를 둘에게 각각 한장씩 내밀어. '아랍연맹국에서 이 카드 한장만 내밀면 어느 누구에게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니. 거절하려는 석민의 손을 이끌어 카드를 받아낸 순영은 '저는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그렇지만 뜻을 헤아려 감사히 받겠습니다.'하고 통역사에게 통역을 부탁한 뒤 석민과 함께 병실을 나왔지. 병원을 벗어나기 전까지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던 순영은 차에 올라타자 마자, 카드를 꺼내들었어. '와-대박. 이거 진짜 금이겠죠?' 여기서 차나 새로 뽑아서 한국으로 가지고 갈까, 카드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순영에 석민은 그저 웃기만 해. "그게 그렇게 좋습니까?" "당연히 좋죠,이 카드 하나면 여기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데-" "천천히 생각해요, 연맹국이 여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까." "헐-진짜 대박이다, 근데 석민씨는 어디다 쓰고 싶어요?" '저야 뭐, 한군데 밖에 없죠. 순영씨랑 데이트하는데 쓰는 걸로.' 으, 방금 좀 느끼했어요. 완전 아저씨 같았음. 순영은 장난스레 팔뚝을 문지르며 야유를 보내지. 그런 둘에게서 오랜만에 여유가 느껴져. 13. 며칠 후, 명령불복종을 사유로 징계위원회가 열려. 그 결과, 석민은 감봉 3개월에 이번 소령 심사에서 제외가 돼. 이번 소령 심사에서 암묵적으로 석민의 승급이 확정된 터이라 모두가 아쉬워 했어. 특히 석민을 아꼈던 대대장은 대원들 몰래 이의 제기를 하기도 했어. 다른 건 몰라도 승급 심사만큼은 예정대로 진행하게 해 달라고 . 하지만 상부의 명을 거스를 순 없었지. 그렇게 석민은 최종적으로 감봉과 함께 승급 심사 제외를 징계 받았어. 그 시각, 순영은 민규와 함께 부대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던 참이었어. 부대 안은 석민의 소식으로 한참 소란이었어. 당연히 순영도 석민의 소식을 전해들었지. 모든 일이 좋게 끝났고, 심지어 아랍연맹 의장도 우리에게 공로로 칭하며 감사의 표를 해왔는데. 왜 우리쪽에서만 좋은 일을 죄를 지은 것 마냥 몰아가는지 순영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거든. 소식을 듣자마자 순영은 대대장을 찾아가. "이건 아니잖아요! 석민씨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수술은 진행한 건 저였어요,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관여하실 일이 아닙니다" "아니, 제가 한 일을 왜 다른 사람이 피해보냐구요-!" "저희는 상부의 명령을 따릅니다,선생님은 의료 지원에만 신경 써 주시죠" "하, 그런 말도 안되는-!" "순영씨, 나와요" '죄송합니다, 가보겠습니다.' 대대장에게 목례를 한 후 석민은 순영의 손목을 끌고 나와. 아직도 분을 못 이겨 씩씩대는 순영에게 석민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해. '제가 저번에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행동합니다. 이번 일도 순영씨만을 위해 했던 일은 아니였습니다. 이번 일은 특히나, 전우들을 위한 명예로운 판단과 결정이었습니다. 순영씨 마음은 잘 압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그냥 가만히 있어줘요' 석민의 말에 순영의 눈이 초점을 잃고 세차게 흔들려. 그저 석민이 걱정되서 앞뒤 안가리고 나섰는데, 본의 아니게 그것이 또 석민에게 해가 되고 말았다니. '...당신에 대한 제 걱정이...당신의 일에 끼어들어서 미안해요' 제게 뒤를 보이며 멀어져 가는 순영을 석민은 붙잡을 수 없었어. 저를 걱정해 주는 순영의 마음이 너무나도 고마웠지만, 순영의 안위를 위해서 쓴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제 자신이 답답했지. 우리에겐 달콤하고 씁쓸한 순간이 항상 같이 오는 구나. 석민도 곧 뒤를 돌아 거처로 걸음을 옮겼어. 14. 석민의 소식은 의료 지원 팀 내에서도 퍼졌어. 그제서야 민규는 하루종일 무기력하게 차트만 넘기고 있는 순영의 상태가 이해가 되었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석민때문에 힘이 없는 순영에겐 석민만이 약이겠구나. 야간 진료까지 끝나고 순영과 함께 숙소로 걸어가던 민규가 걸음을 멈추고 애교서린 목소리로 말해. '형, 우리 오늘 와인 한잔 해요.' 순영의 눈치를 살피던 민규가 재빨리 한마디 덧붙여.'저희 내일은 오후 파트 교대잖아요, 오랜만에 한잔만-네?' 그런 민규에 순영은 못 이기겠다는 듯 알겠다는 긍정의 대답을 해. 쌀쌀한 기온 탓에 민규가 숙소에서 담요를 가져온다며 순영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해. 순영은 찬장에서 와인잔을 꺼내고 간단한 안주거리를 찾아나서.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 안에 저만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새삼스레 노크는 왜 하나 싶어, '그냥 들어와,김민규. 근데 안주거리가 없...' 당연히 민규인 줄 알고 뒤를 돌아봤는데, 문 앞에는 민규가 아닌 석민이 서 있어. 석민도 꽤 놀란 듯한 표정이야. 그 순간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혀. 당황한 석민이 문고리를 잡아돌리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여기 사람 있습니다!'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세용~" "중대장님, 좋은 시간 보내십시요" 장난스런 민규와 원우의 목소리가 들려. '문은 한시간 후에 열어 드릴게요~' 원우가 처음으로 제게 사적으로 술 한잔 하고 싶다는 말에 온 석민은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지. 저와 순영을 위해 원우와 민규가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직은 놀라운 마음이 더 컸어. 순영도 복잡한 마음에 술이 들어가면 좀 정리가 될까 싶어 민규와 한 잔 하러 온건데...석민과 단 둘이 남게 된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조금 불편하기도 했어. 순영이 먼저 의자를 끌어 앉고는 잔에 와인을 채웠어. ' ...한 잔 할래요?' 석민은 아까전 자신이 한 말에 상처받았을 순영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어. 순영의 제안에 석민은 맞은 편 자리에 앉았지. 와인잔만 만지작거리는 석민을 앞에 두고 순영은 벌써 한잔을 비웠어. 두번째 잔을 들고 홀짝이던 순영이 석민에게 물어. "저 혼자 자작하게 둘 거에요?" "...아깐 제가 말이 너무 심했습니다. 미안해요" '아니에요, 뭐. 틀린 말도 아니었고.' 순영이 웃으며 잔을 들고는 석민의 앞으로 내밀어. "그런 의미에서 저희 건배하는 게 어때요?" 그런 순영을 석민은 말없이 지그시 응시해. 그리고 제 앞에 있던 와인잔을 한번에 비워내. 곧 석민의 두 손이 순영의 뺨을 감싸. 저를 바라보는 순영의 두 눈을 대답하듯, 석민은 순영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해.' ...건배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아. 순영에게 미안한 석민의 마음이 드러나듯, 그들의 입맞춤은 조심스레 시작되었지. 그리고 민규가 문 열어주러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달까. 이것이 두 사람의 첫키스였어. +)보너스 '한 시간 정도면 오해 풀기에 충분한 시간이겠죠?' 문을 걸어 잠근 후, 민규가 열쇠를 흔들어 보이며 원우 앞으로 걸어왔어. "이번 일은 서로 잘못한 게 없으니 잘 해결 될 겁니다. 너무 서로를 배려해서 일어난 일이니까요" "헤헤-그렇겠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잠시 망 좀 보다 가요!" 긴 다리를 굽혀 창문가에 쭈구리고 앉아 석민과 순영을 훔쳐보고 있는 민규의 모습에 원우는 작게 웃음지었어. 굳이 그렇게 안 숨어도 될 것 같은데.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는 이상, 저 둘에게는 오로지 서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았어.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만 향해 있으니. "헐, 부중대장님" 혹시 대원들이 부엌창고를 이용하러 올까, 주위를 둘러보던 원우가 민규의 외침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와, 허무맹랑할 줄 알았던 민규의 작전이 둘에게 통하긴 했나보다. 원우, 저는 밑져야 본전이지 라는 마음으로 협조한 일이었는데. '와-건배는 잔으로만 하는 게 아닌가봐요' 민규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웃음지은 원우가 민규를 일으켜 세웠어. "일도 잘 끝난 거 같으니 문 미리 열어놓고 갑시다" 사실 원우는 어제부터 밤새 보초서는 대원들을 총괄했기에 꼬박 하루넘는 시간동안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어. 침대에 눕기만 해도 곧 잠에 빠져들 만큼 피곤했지. '아악-쥐,쥐-! 부중대장님, 저 쥐났어요!' 외모와 달리 허당기 가득한 민규를 보며 이젠 어이없는 정도를 넘어서 웃음밖에 안 나왔어. 앞서 걷던 걸음을 다시 민규에게로 돌렸지.그렇게 원우는 민규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그 자리를 지켰다는 후문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젯밤이나 오늘 새벽에 온다고 했던 약속 못지켜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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