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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아저씨 


 


 

[세븐틴/호우] 내가 보고싶어서 쓰는 호우 11 | 인스티즈 


 


 


 


 

남들눈에 우리가 어떻게 보이든 상관하지않는다 

아마도 원조교제라며 손가락질 하겠지. 

속내를 모르는사람들은 쉽게 우리를 도마위에올려 마음대로 조리하고 토막낼테지.. 


 

아저씨는 나에게 빛같은 존재였다. 

어른들은 흔히들 철없이 부모속 썩이며 나라가 어찌될런지 저런 어린애가 어른무서운줄 모르고 몸을 막굴리냐며 말했고 

동갑내기들은 내게 걸레라며 욕을내뱉고 장난감마냥 이리치고 저리치며 왕따를 만들기 일수였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내가 어떤일을 당해왔고  

어떤 소리를 들으며 자라왔는지. 


 

하긴, 

세상사람들은 속내를 알려하지않는다.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거리 정도로 남들을 쉽게 헐뜯곤했으니까. 

그치? 


 


 


 

"..여기서 뭐해" 


 


 


 

아저씨 만큼은 달랐다 

명목상 억지로 다니고있던 학교에서 구타당한날, 정말 딱 죽고싶다는 생각뿐이였다. 

교복은 볼품없이 찢겨있었고 신발조차 신지도못한체 도망나와 골목길에 주저앉은체 얼마나 울었는지. 

그날따라 비까지 미친듯 쏟아져 다친상처가 쓰라리다못해 감각이 없어질 정도였으니까. 


 

그날 아저씨를 처음만났다. 

행색이 초라한 나와는달리 깔끔한 슈트에 깔끔하게 손질한 머리는 비때문에 약간 흐트러져있었다 

여기서 뭐해, 마치 전에 알았던 사이인 마냥 흠뻑젖은체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왔다 

감기걸려 꼬맹아. 하며 우산을 씌워주고 외투를 벗어주는 아저씨의 모습에 아무말하지못하고 떨고있었는데 그 손길이 퍽 다정해 눈물이 쏟아져버렸으니까. 


 

왜울어 울지마, 

그렇게 울면 머리아파 뚝해야지 

..꼬맹아 많이다쳤어? 

..우리집갈까 


 

생전 처음본사람이 그렇게까지 다정할수가 없었다. 

골목에 쪼그려앉아 비를맞는동안 수많은사람이 지나쳤지만 어느하나 말걸어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아저씨는왜, 어째서 그렇게까지 다정하게 말을 걸어와줬는지 


 

한낱 동정심이래도 아저씨의 외투와 손길은 따뜻했다. 

부모에게도 못받아본 온기를 아저씨한테 '처음' 받아 봤다. 


 


 

아저씨집에 처음 이끌려갔을때, 아마도 아저씨는 나를 어딘가 좀 어리숙한 아이라 생각했는지 멍하니 현관에 서있는날 이끌곤 욕실에 데려가 

직접 찢겨진 교복을 벗겨주고 따뜻한 물로 씻겨줬다. 창피하거나 그런생각은 들지않았다. 

이따금 상처가 따가워 인상짓곤했지만 날 씻기는 아저씨의 손길은 퍽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편한한 기분이였다. 


 

아무것도 묻지않았고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씻기는동안 왜 다쳤는지 물어볼법했지만 아저씨는 묵묵히 씻겨주기만했다. 

이따금 심하다 싶은 상처를 보곤 인상을 쓰고했지만 나가기전까지 입을 다물고있었다. 


 


 

좀클꺼야, 


 

씻고나와서 건내받은 아저씨옷을 걸치자 아저씨말대로 역시나 꽤 컸다. 

소매는 손등을 다덮어버리고 바지단은 바닥에 질질끌릴정도였는데, 그런 내모습을 보던 아저씨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내머리를 쓰다듬고 밥먹자. 하며 식탁에 앉혔다. 


 

혼자사는남자라 별로 먹을껀없지만.. 그래도 많이먹어. 

하며 밥을 차려주곤 맞은편에 앉아 밥을먹었다. 

인스턴트뿐인 밥상, 심지어 밥조차도 즉석밥이였지만 맛있었다. 


 

한숟갈 입에넣고 한참을 씹고있으니 아저씨가 팍팍좀 먹으라며 내 입에 반찬들을 넣어주고 만족스런 웃음을 짓곤했다. 

그런모습에 오히려 물어보고싶은건 나였다. 


 

왜 날 데려온거예요? 

왜 날 씻겨준거예요? 

..왜..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는거예요.. 


 

묻고싶은 말은 많았지만 밥이 목에걸렸는지 아무말이 나오지않았다. 

아저씨또한 별말하지않으면서 밥을먹곤 자리에서 일어나 저기 소파에서 티비보거나 하면서 편하게있어, 나좀 씻고올께 하고 씻으러 들어가버렸다. 


 


 

찬장에는 처음보는 장난감들이 수두룩했다.  손대면 안될꺼같아 그저 눈으로 잠시 훑어보곤 몸을돌려 소파에 앉았다. 

눈앞에 있는 티비도 크고 복잡했고, 소파는 왜이렇게 푹신한지 낯설지만 편안하게 느껴졌던 기분이였다. 

킬줄도 모르는 티비를 멍하니 봤다, 아저씨가 씻는듯 물소리에 난 마치 자장가처럼 들려는지 그렇게 잠이들었던거 같다.. 


 


 


 


 


 


 


 


 

[세븐틴/호우] 내가 보고싶어서 쓰는 호우 11 | 인스티즈 


 


 

"..이제들어와요..?" 


 


 


 

그렇게 정말 '어쩌다보니' 아저씨집에 얹혀지냈다. 

학교도 집도, 밖에도 나가지않은체 아저씨가 회사갔다오기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날 찾는곳은 뻔한곳들 뿐이니 나도 이렇게 지내는게 오히려 좋았으니까.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 며칠동안 한마디도 하지않는 날보곤 처음 아저씨가 물어왔다, 너 말할줄몰라? 하며. 


 

아니요, 할줄알아요.  

며칠만에 나온목소리는 생각보다 탁하고 갈라졌지만 아저씨는 오히려 내가 말을할줄아는것에 더 놀라했다. 

근데 왜 지금까지 말을안했냐며 물어오는말에 딱히 대답할말은 없었는걸요, 하며 대답한게 다였다. 


 

평소엔 아저씨의 혼잣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리액션을하는정도가 다였으니 당연했다. 

내이름은 권순영, 29살이야. 하며 말을 이어나가던 아저씨. 

회사를 다니고있고, 지금은 혼자살고있다. 등등 평범한 이야기들에 별다른 말을 할필요를 못느꼈던 나였으니까. 


 

그렇게 지내온지 며칠이지나, 난 충분히 잘있었지만 아저씨가 느끼기엔 내가 편하게 지낼때쯤, 아저씨는 왜 그날 그러고 있었는지 물어왔다. 

언젠가 물어올줄알았다, 애써 포장할 이유도 부담스러워 피할질문도아니다. 라고 생각한 나는 찬찬히 입을열었다. 


 


 

..아저씨 원조교제알아요? 

..저 그거해요. 

집엔 맨날 술만쳐먹고 저때리고 돈벌어오라고 하는 애비새끼하나있는데,. 제가 그냥 알바하면서 벌어오는 돈으론 부족하다고 맨날 쳐때려요. 

..솔직히 학교다니면서 큰돈만지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제일쉽고 빠른방법으로 원조교제했어요.  

남색밝히는 남자들은 꽤 많아요, 돈은 벌기 쉬웠어요. 

근데.. 학교에서 소문나서. 그래서 애들이 괴롭히게된거죠, 뻔해요. 뻔한이야기죠.. 

그날도 어떤아저씨 만날려고 가는길이였는데, 딱 걸린거죠. 괴롭히는놈들한테. 

아저씨도 봤잖아요 제 상처. 존나맞았어요. 안맞은곳 찾는게 더 빠를정도로. 

존나맞고, 그새끼들한테 강간당할뻔도 했는데 도망쳤어요. 죽을힘으로, 솔직히 뒤대주는건 안어려워요. 

..근데 걔넨 돈을안주잖아요. 그러니까 튄거죠.. 

그러고 비맞으면서 도망치는데, 갑자기 아..진짜 나 왜사나. 하는 그런생각들길래. 

그래서 그러고있었어요... 그게 다예요. 


 


 

담담하게 대답하는 내말에 아저씨는 아무말하지않고 듣고만있었다. 

이따금 물을 마시거나 고개를끄덕이거나, 그런 가벼운 행동만하면서 내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 


 


 

이야기들으니까 어때요. 

아저씨도 저 더러워요? 


 


 

내물음에 아저씨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날끌어당겨 안아주었다. 

내머리를 감싸는 손길과 아니,안더러워. 하며 말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난 아저씨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아저씨.. 나 여기서 살고싶어요, 어차피 이제 저 찾는곳도 없어요. 

뻔뻔하다 해도 좋아요, 가진건 몸밖에없어요, 필요하다면 제 몸이라도 줄께요. 그러니까 ..저여기서 살게해주세요.. 


 

품안에 파고들어 울면서 말했던거 같다. 

내나이 18살, 아직은 세상은 무서운것 투성이였기에 난 처음으로 다정하게 다가와줬던 아저씨에게 더 파고들고 의지할수밖에없었다. 


 

있고싶으면 있어. 근데 난 사랑하지않는사람이랑 섹스같은거 안해, 그러니까 그런소리하지마. 

낮게 말해오는 아저씨 음성이 가슴에 쿡쿡박혔다.  

아저씨는 나에게 원하는것 하나없이 날 받아들여줬기에, 그런사람이 내 인생에 처음이였기에,.  

그래서 아저씨를 사랑하게 되버렸다. 


 


 


 

"회식있었어" 


 


 


 

사람은 함께있다보면 결국 마음을 줄수밖에없다. 

그저 동생처럼 함께해주는 아저씨에게 난 더욱더 구애했다, 나좀봐줘요. 나좀 사랑해줘요 하면서. 

딱딱한 바닥에서 자기싫다는 헛소리를 하며 아저씨 침대옆에 눕기도했고, 잘보이겠답시고 할줄도 모르는 요리를 하다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기도했다. 

그럴때마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졌다는 표정으로 내 애정아닌 투정을 받아들이곤했는데, 

그런날이 하루이틀, 지나게되니 결국 아저씨도 날 좋아한다며, 말해줬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처럼 지내게됐다. 


 

그렇다해도 몸은 쉽게 섞지않았다. 

사랑하는건 아껴주는거라며 섹스보단 포옹, 포옹보단 손잡는게 더많은 우리였다. 

이따금 내가 매달려 어떻게든 해볼려고했지만 아저씨는 단호하게 행동했다, 


 

이지훈, 너 이러는거아니야.  

내가 너랑 섹스하지않는다고 널 안사랑하는게 아니니까 이러지마. 

..나 충분히 참고있어. 


 

그말에 아저씨를 더 사랑하게 됐던거 같다. 

마치 어린아이를 가르치는 어른처럼, 사랑을 알려준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남들과달라. 

그저 몸만 원하는 그런 어른들이랑 달라.  

날 도마위에 올려놓는 어느사람들과는 달라. 

그런생각이 가슴에 푹, 박혀버렸다. 


 


 


 

"..회식, 자주있네요." 

"...응" 


 


 


 

남부럽지않게 사랑하고있는거 같았다. 

아껴준다는 아저씨말처럼 내가 20살이 될때까지 2년동안 아저씨는 키스이상 하지않았다. 

아무리 내가 쇼를해도 단호하게 굴었던 아저씨가, 내 20살 생일, 그러니까 그때 아저씨와 처음 관계를 맺었다. 

아, 섹스는 아름다운거구나. 그때 처음 깨닳았던것같다. 날 만지는 아저씨손길은 처음 날 데려와 씻겨줄때보다더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주 빨리 내 마음,몸 곳곳에 아저씨의 흔적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관계를 맺는 내내 사랑한다고 말했던 우리였다. 

그때의 난 충분한 아낌을 받았고, 사랑을 받았었다. 


 


 


 

"..요즘왜이래요" 


 


 


 

그렇게 4년을, 우린 잘지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생각일뿐이다, 라고 누군가 말해주는듯 불안한 요즘이였다. 


 

부쩍 요 한달세, 순영은 늦게들어왔다. 

회사일이바빠서, 회식했어. 출장가야해. 


 

단호하게 말해오는 그의 모습에 지훈은 더더욱 괴리감이 느껴졌다. 


 


 


 

"뭐가" 

"..요즘 맨날 늦게들어오고.. 밥도 같이," 

"회식이라했잖아. 나 바빠, 밥정도는 혼자 먹을수있는거잖아. 투정그만부려, 나피곤해" 


 


 


 

내가 18살, 아저씨는 29살. 

지금은 22살, 아저씨는 33살이된지금.  

아저씨는 예전같지않았다. 


 

혼자밥먹는건 안된다며, 여럿이서 먹어야 밥도 맛있는법이라며 늦어도 늘 함께 저녁식사를했던 우린데. 

다정하게 밥을 먹여주고 그런모습에 서로 웃음이터져 밥먹다 말고 웃고, 그러다 눈맞아 사랑을 나눴는데, 

지금의 순영은 그렇지 않다. 


 


 


 

"...너무한거아니예요?" 

"..하.. 할 이야기있음 내일해. 나잘꺼야" 


 


 


 

회식이라면서 순영에게서 술냄새는 하나도 나지않았다.  

그저 집에있는 바디워시와 다른 이질감나는 향이 날뿐이였지. 


 


 

   

"..이젠 저랑 말하기도싫어요..?" 

"아씨.. 그런거아니니까 내일이야기하자ㄱ," 

"거짓말하지마! 아저씨한테서.. 다른냄새나.." 

"...후..이지훈.." 

"..왜요, 이젠 바람이라도 펴요? 내가 질려요? 그래서 다른사람이랑 섹스하고다ㄴ," 

"야 이지훈!!" 

"......." 


 


 


 


 

소리지르는 순영에 지훈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차, 하며 그대로 무릎을꿇어버리곤 빌기시작한다. 

내,내가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아저씨, 안그럴께요. 버,버리지만 마요. 

떨떨 떨려오는 손과 몸은 신경도 안쓴다는듯 순영의 바짓단을 붙잡고 매달려오는 지훈이다. 


 


 

화내는 아저씨가 무섭다.. 

그러니까 난 항상 아저씨가 조금이라도 큰소리를 치면 무릎꿇고 빌고, 울고.. 매달려야해. 

버리지마세요, 다시 그곳으로 보내지마요. 아저씨밖에없어요.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턱턱, 막혀오기 시작한다. 

습관처럼 순영에게 매달려 그런 눈으로 보지말아주세요, 안그럴께요 제발 버리지마세요. 하며 지훈의 울음사이 들리는 목소리에 순영은 낮게 한숨쉬고 머리를 헝크린다. 


 


 


 


 

"..너 질린다 진짜" 

"...미,미안해요..아저," 

"그래, 나 다른사람이랑 섹스했다, 근데 그래서 니가 어쩔껀데" 

"......" 

"..너 이럴때마다 내가 얼마나 질리는지 알아?  제발 좀 질척거리게 굴지마." 

"....아, 아저," 

"됐으니까, 나 잘꺼니까 넌 거실에서 자던지해" 


 


 


 

아저씨는 아픈말만 툭툭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분명 내가 이렇게 빌때마다 이런말을 내밷는 나에게 아저씨는 항상 한숨을쉬고, 날 안아주면서 그런말하지말라고, 소리질러서 미안하다고 그래야하는데. 

그래야하는데, 왜. 왜 지금은 아닌거야.  


 

순영이 들어가버린 방에선 문을 잠그는 소리가났고 지훈은 그대로 주저앉은체 더 울기시작했다. 

숨이 넘어갈듯 울고있는 지훈이지만, 순영은 관심도없다는듯 문은 열릴 생각을 안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키곤 방문을 쿵쿵거리며 순영을 애타게 부르는 지훈이지만 순영은 답이 없다. 


 


 


 


 

권순영 니가 이럼 안되잖아, 

응? 아저씨.. 나사랑한다고 했잖아요. 

근데 사랑하지도않는 다른사람이랑 섹스를해요,? 아, 아니야. 괜찮아요. 

아저씨가 다른사람이랑 잤어도 난괜찮아요. 그러니까 나버리지마, 제발 제발 권순영 나 버리지마 

질리게 안할께,. 섹스할때도 아프다고 칭얼대지않을께, 아니 그냥 몸만 원하는 그런사람처럼 굴어도돼., 

사랑 같은거 안해도돼, 나만할께 그런거.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제발.. 문 열고 나좀 안아줘. 


 


 


 

순영의 방문앞,  

쪼그려앉은체 울며 혼잣말을 하는 지훈.
 

가슴은 찢기다못해 칼로 난도질해놓은것 마냥 아프다. 


 

아니, 아프다못해 숨도 못쉴꺼같아. 

난 여전하다 생각했지만 착각이였어, 그래도 괜찮아. 아저씨 곁에만있게 해줘. 

내가 이렇게 울면서 빌잖아, 응..? 


 


 


 


 


 


 


 


 

[세븐틴/호우] 내가 보고싶어서 쓰는 호우 11 | 인스티즈 


 


 

아침까지 순영의 방문앞에서 울고있는지훈, 

순영의 방문은 출근시간이 다되어서야 문이열렸다. 

아,아저씨. 하며 불러세우는 지훈이지만 순영은 지훈을 쳐다도 보지않은체 출근준비를 하곤 현관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는다. 


 


 

"..아저씨" 


 


 


 

얼마나 울었으면 목이 다갈라져 잘 나오지도않는다. 

목소리가 이뻐서, 노래부를때마다 이뻐보인다고 말했던 아저씨였는데,  

이젠 목소리 조차도 맘에 들지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 지훈이다. 


 


 


 

"..아저씨 제발요.." 

"......" 

"..무슨 말이라도 해줘요..나..나진짜..흐..죽을꺼같단말야.." 


 


 


 

나갈려던 순영의 발이 멈칫, 지훈의 말에 순영은 몸을돌려 지훈을 바라본다. 

주저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체 울고만 있는 지훈. 

눈은 퉁퉁부어 발갛게 부어올라버리고 목소리는 쇳소리가 나올지경으로 쉬어버렸지만 

순영은 그를 안아주지않았다. 


 


 


 

"..이지훈" 

"..흐.." 

"..이제그만하자" 

"..아,아저ㅆ," 

"그만하고,. 나 갔다올동안 나가줬으면 좋겠어" 

"...." 

"내방에 케리어 있으니까.. 니 물건 챙겨갈려면 다챙겨가고" 

"...." 

"내 책상에 통장하나있어. 얼마안되지만 그래도 너 지내는 방하나 구할수는있어" 

"..아저씨..." 

"..내가 멋대로 데려왔으니까, 마지막 정이다 생각해. 그럼 나간다" 


 


 


 

지훈의 말은 듣지도 않은체 할말만하고 나가버리는 순영에 지훈은 아무것도 하지못한체 주저 앉아있다. 

순영이나가고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않을정도로 울다,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았다. 


 

아저씨랑 함께 밥을먹던 식탁, 

아저씨랑 나란히 기대 티비를 보던 쇼파, 

이따금 같이 씻었던 욕실, 

같이 누워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눴던 아저씨 방. 


 

어느하나 함께하지않은곳이없다. 

아저씨가 말하는 내 물건이라 해봤자 몇개없는 옷이겠지, 그것도 전부 아저씨가 내게 사주겠다고 때써서 샀던 옷들. 

넌 분홍색이 잘어울려, 너처럼 이쁘거든. 하며 온통 분홍색으로 도배시키곤 좋다며 웃었던 아저씨. 

이젠 그렇게 웃어주는 아저씨가 없으니, 옷같은건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 


 


 

멍하니 앉아있다 일어난 지훈은 순영의 책상위에 통장을 한번 펼쳐보다 다시 제자리에올려놓았다. 

생각보다 큰돈이 들어가있었지만, 이런건 필요없었다. 

어차피 아저씨가 말한 마지막 정이라면, 차라리 받지않는편이 좋았다. 


 

지훈은 이리저리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순영의 침대에 살짝 걸쳐앉아 이불을 매만진다. 

아직 채 가시지않은 온기에 지훈은 또다시 눈물이 나올꺼같았지만 숨을 고르게 내쉬곤 그대로 일어나버린다. 


 

순영의 옷장속, 지훈의 자리라며 내준 옷장한켠 구석자리에 순영몰래 숨켜놓았던 교복을 꺼내는지훈. 

처음 순영의 집에 왔을때 입었던 교복이다. 여기저기 찢겨 볼품없는건 4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그때의 지훈의 상처를 알려주는듯 지훈의 핏자국들이 여기저기있지만, 지내온시간 동안 누렇게 변색되어있다. 

지훈은 몇번, 교복을 매만지다 옷을 갈아입고는 거울앞에선다. 


 


 

그때의 행색을 말해주는듯 볼품없이 찢긴 교복이 지훈의 마음을 대신해 찢긴것같다. 


 


 


 

내가 처음 아저씨를 만났을때 그때 그모습이야. 비만왔다면 완벽했을텐데, 아쉽네 

..내가 처음 이집에 왔을땐 신발도없이 와서, 그래서 어쩔수없이 아저씨가 사준 신발을 신고 나가지만 그건 이해해줬음 좋겠어요. 


 


 

아무도없는 빈집에 혼잣말하듯 말하는 지훈은 현관문을 열곤 걸음을 옮긴다. 


 


 


 


 


 


 


 


 


 


 


 


 

바람은 살랑거리고 찢긴 옷은 바람따라 펄럭거린다. 

비는 오지않지만, 그래도 구름이 잔뜩껴 흐린날씨를 보는 지훈이 빙그레, 웃음을짓는다. 


 


 


 


 


 

질척거려서 미안해, 

아무것도 없는 18살 꼬맹이 4년동안 짜증났을텐데 참고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근데 아저씨 참미운거 알지,? 

나에게 아저씨가 전부인 인생을 만들어놓고 그렇게 내가슴을 찢어버리면 어떡해. 


 

나 몇시간을 울었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큰소리로 울어도,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날안아주던 아저씨는 이제없어. 

그래도 희망이 있을까 아침까지 아저씨 방문앞에서, 뜬눈으로 아저씨를 불렀는데 

아저씨는 못본척, 모진말만 해버린체 뒤돌아 나가버리길래 아, 진짜 끝이구나 하는생각이들었어. 


 

어차피 난 여기아니면 갈곳도없는걸, 

집도없어, 배운거라곤 몸굴리는거 말곤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내가, 아저씨하나 믿고 이렇게 지내온거 참 멍청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아저씨 마저도 날버렸겠지. 


 

..차라리 그때 날 데려오지 말지 그랬어. 

그랬으면 나, 진작 다 포기하고 살았을텐데,. 

왜그렇게 날 아껴준거야, 안그랬음 이렇게까지 안굴었을껀데, 

그냥 다시 쓰레기통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 발악하고 살았을텐데. 


 

 왜 나한테 희망을 줬어? 

왜 나한테 권순영 너를 이렇게 심어버려서 너없인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게 만든거야.. 


 

사랑같은거 나한테 사치라고 미리 말해주지 그랬어, 

그럼 아저씨 사랑안했을꺼 아니야. 


 

권순영 넌 나한테 전부였는데,. 


 

..잘지내, 아저씨 

원망은 더 이상 안할께. 

..어차피 난 아저씨 없는 삶을 상상조차 못하니까. 


 


 

그때처럼 비, 

왔음좋겠어 


 


 


 


 


 


 


 


 


 


 


 


 

바람이 지훈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해오고 지훈은 그속삭임에 피식웃더니 두눈을 꼭감아버리고 발을땐다. 


 


 

'괜찮아, 

할수있어, 

어려운거아니잖아, 

권순영한테 버림받은거 감당하는것보다 쉬워, 

지훈아, 

얼른, 


 

뛰어 내려.' 


 


 


 


 


 


 


 


 

안녕, 아저씨 


 


 


 


 


 


 


 


 


 


 


 


 


 


 


 

#안녕, 아저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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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이게 뭐람... 아... 권순영 이 나쁜 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훈이도 안쓰럽고ㅠㅠㅠㅠㅠ 으엉 이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또 순영이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기도 하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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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ㅜㅠㅠㅠ아진짜 순영이 너 ㅜㅠㅠㅠㅠ아 지훈이 너무안쓰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ㅠ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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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ㅠㅠㅠ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권순영,..ㅠㅠㅠ너무해ㅠㅠㅠㅠㅠㅠ아...지훈이 너무 안쓰럽다ㅠㅠㅠㅠㅠㅠ그냥 다 안쓰러우어요ㅠㅠㅠㅠㅠ작가님 요즘 폭풍연재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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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너무 ㅠㅠㅠㅠㅠㅠ마음 아프다ㅠㅠㅠㅠㅠㅠ지훈아 ㅠㅠㅠㅠㅠ 그러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으ㅏ 작가님 진짜 ㅠㅠㅠㅠ눈물나요ㅠㅠㅠㅠㅠ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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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ㅠㅠㅠ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훈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혹시 번외는 없겠죠...? ㅠㅠㅠㅠㅠㅠ너무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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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번외는 없겠죠 ㅠㅠㅠㅠㅠㅠ후회하는수녕이보도싶겅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슬퍼서 울어버렸어요 아 순영아ㅠㅠㅠㅠㅠㅠ지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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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매번 보는 내내 스크롤 내리기 아까운거 아시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지훈이 장난 아니네요...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 번외는 없겠죠ㅠㅠㅠㅠㅠ 보고싶다아... 오늘도 재밌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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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아ㅜㅜㅜ 버스에서 훌쩍이면서 다 봤습니다ㅜㅜㅜ 번외가 있다면 지훈이가 안죽었으면 좋겠읍니다ㅜㅜㅜ 권순영 밖에 모르는 이지훈이라서 그런거 몰랐으면 좋겠어요ㅜㅜ 맘이 찢어져요ㅜㅜㅜ 권순영 후회해라ㅜ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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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209
번외해주세요 ㅠㅠ 넘 슬퍼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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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5.208
새드앤딩은 또 색다르네요ㅠㅠㅠ
이런 것도 넘나 좋아요ㅠㅠㅠㅠㅠ
지후니 너무 안쓰러워요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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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지훈이 독백 너무 슬퍼요ㅠㅠㅠㅠㅠㅠㅠ
오랜만에 새드엔딩을 봐서 진짜 심장쿡쿡이였어요ㅠㅠㅠㅠㅠ잘보고갑니다..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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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54
헐 ㅠㅠ어뜩해 이거 번외...같은거잏ㄴ으면좋겧ㄴ어유ㅠ권수녕후회해라엉엉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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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왘시 이게뭐야 저 진짜 눈물 또르륵하면서 보사어요 아니 권순영 이 나쁜놈아ㅠㅠㅠㅠㅠ 아니야ㅠㅠㅠㅠ 나빠도 좋아ㅠㅠㅠㅠㅠㅠ 지훈아ㅠㅠㅠㅠㅠ어 진ㅋ자 지훈아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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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안돼 지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어어어어어유ㅠㅠㅠ우리 지훈이 안돼ㅠㅠㅠㅠㅠ왤케 슬프냐 전편은 너무 달달했는데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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