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속에서
"..피곤해"
22살. 한창 대학다니며 공부하는 흔한 대학생중 한명이다.
뭣모르고 패기롭게 넣었던 대학들에 엿같게도 주르륵 떨어지고 부모님에 눈총에 재수하다 이나이에 새내기로 들어온.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번 당하고도 주체못한 패기로 1교시를 잔뜩 넣어놓은 무지한 과거의 나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피곤한 순영이다.
11월의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다.
10월에서 고작 일주일 지났는데 이렇게까지 추워도 되나 싶을정도로 불어오는 바람탓에 순영은 신경질 적으로 겉옷을 감쌌다.
바람은 차고, 고딩땐 잘만 일어나던 아침이 이젠 왜이리도 힘겨운지., 머리는 까치집에. 한숨만 나온다.
10월, 교수님. 제발 자비좀 주세요 하며 외치던 시험도 끝났고 숨좀 돌릴까 했지만 여전히 피곤할수 밖에 없는건 자퇴콜? 을 외치는 시간표와,
중간고사도 끝났으니까 이젠 기말 준비해야지^^? 하며 대학생 괴롭히는게 취미인 교수들 덕분에 오늘도 피곤할수밖에 없었다.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대충 가방을 던지고 전공책 위로 엎드리는 순영을 보는 동기가 쯧, 하며 혀를 차온다.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하며 말하는 동기에게 대꾸할 힘도 없는지 순영은 그저 뻗어있다.
"..오늘 또야"
"또? 이야, 징하다 징해-"
오늘 또, 라며 말하는 순영에 동기는 그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오늘 또. 라는 말이뭐냐면, 그래 대한민국 어디 이렇게 고통받지 않는 대학생 어디있을까,
시험기간 이란 본디 불안해 하며 노는 기간이며, 끝나면 만사 행복한게 대학생 일상인걸.
그런 똑같은 일상을 사는 순영에겐 한가지, 남들과 다른게 있었다.
순영이 15살 무렵, 어느날 꿈을 꿨는데 왠 또래 남자애가 나왔다.
꿈이기에 그저 아무생각없이 같이 놀고 깼는데, 그 꿈이 생각 보다 퍽 생생해서 깨고나고도 뭔가, 싶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매일, 정말 매일매일! 꿈속에 남자는 계속 나왔다.
오늘또,
어김없이 말이다.
"..이름도 모르고 본적도 없는 새끼가 7년째 꿈에 나오니까 나도 기가막힌다.."
중얼거리는 순영의 말에 동기도 고개를 끄덕, 걍 니가 미친거라니까. 하며 순영을 놀린다.
이씨, 하며 샐쭉 동기를 보던 순영이 머리를 헤집고는 책을 펼쳐 수업준비를 한다.
.
꿈보단 해몽이라고, 어쨋든 간에 처음엔 몇날 며칠동안 나와 그저 신기함에 같이 놀곤 했는데,
이럴수가, 7년동안 나올줄은 그누가 상상을 했겠냐 말이다.
꿈만 깼다하면 모든게 생생해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무슨 장주의 호접몽을 꾸는것도아니고.,
꿈이랑 현실이 구분이 안되는 날도 많아 언제나 피곤했다.
하도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고민상담을 하곤했지만,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나오냐며 놀리는탓에 그마저도 접었던 순영이다.
우습게도 꿈속에 남자는 15살 나와함께 같이 성장하는듯 점점 자라는듯 모습이 바꼈다.
아무리 꿈이라도 내 꿈인데, 인터넷을 뒤져 루시드드림이라는걸 알아내 그거라도 해보자! 하고 마음먹어도 잘되지않았다.
누군지 물어봐야지,
왜자꾸 꿈에 나오는지 물어봐야지,
신경쓰며 잠에들어도 남자에게 홀린듯 아무것도 묻지 못한체 허탕을 치고 피곤함만 잔뜩 안은체 잠에서 깼다.
무당이라도 찾아갈볼까, 하는생각도 많았지만 겨우 꿈인걸, 뭐 로또번호 가르쳐주는것도아니고.
조상꿈도 아닌거 같은데 하며 그저 피곤한 나날만 보내는 순영이다.
하,
덕분에 이 엿같은 수업도 눈에 안들어오는구나..
학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들어가는지 정말 남들이보면 더럽게 맛없이 먹네, 라며 말할정도로 밥을 씹고있는 순영.
다행히 오늘은 오전수업밖에 없어서 학식먹고 집으로갈수있어 감사하다 생각하지만 그걸 보는 남들은
그냥 집으로가 집밥먹으면 될껄, 아님 밖에서 맛있는거 사먹으면 되지. 하며 말해온다.
그래 니들이 뭘알겠냐.
안타깝게도 순영은 무려 3시간거리의 통학러 생활을 포기한 자취생,
그것도 돈없는 자취생이기에 거지같은 맛이지만 값은싼 학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울수밖에 없는것을.
꾸역꾸역 밥을 삼키고 있자니 피곤함이 또다시 몰려왔다.
식판에 고개라도 쳐박고 자라면 잘수있을꺼같은 느낌에 크게 하품하는 순영.
오늘또 나오겠지,
하며 생각하는 순영이 밥먹다 말고 머리를 감싼다.
사실 꿈에서 괴롭히거나 이런건없지만 무려 7년을 나오는 남자라 궁금증은 날로 커져만가고
생생하게 꿈을꾸니 깊이 잠들어본지도 언젠지 모르겠다.
술을 왕창 퍼먹고자도
밤샘을 며칠을하고자도 남자는 항상 꿈에나왔다.
마치 깨어있는 날보았다는듯 말해오면서 말이다.
너 술냄새나,
며칠동안 안나타나서 걱정했어. 등등
이런말을 하니 어찌 신경안쓰일수있을까.
귀신이라도 든기분이다.
온갖 정기란 정기 다빨리는 기분을 니들이 알턱이없지.
"..존나 맛없어"
"....니가 더 맛없게 쳐먹고있거든.."
순영의말에 동기는 밥맛떨어진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렇게 밥을 쳐먹는데 안그래도 맛없는밥 더 맛없지. 하며 동기는 그저 고개를 절래, 순영을 바라본다.
갈수록 깊어지는 다크서클에 365일중 근 300일은 동태눈깔마냥 허하게 다니는 순영을 보고있자하면 있던 생기도 달아나는 기분이라며
좀 맛있게 쳐먹어 인마, 하며 말할뿐이다.
"그렇게 피곤하면 수면제라도 먹어보던지"
"..됐어, 잠은 잘들어. 꿈꿔서 그렇지.."
"참나.. 도대체 어떻게 생긴놈인데 그렇게 니 꿈에 나오냐?"
물어오는 말에 깨작거리던 수저를 놓아버리고 멍하니 말하는 순영.
..키는작아.
머리 통이 동글한게.. 뭔가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게 생겼고.. 눈은 이렇게 쭉 째졌는데 그렇게 올라간 눈은아니고.
꿈속에서 존나 다정해. 거이 대화하다가 깨는데.. 별 큰 이야기는 아니고 시덥지않은 이야기하고..
손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며 설명하던 순영이 이내 손을 내리곤 한숨을 쉰다.
사실 전부이야기하기엔 창피한 꿈도 많아서 말은 못하지만, 마치 연인처럼 행동한것도 많았다.
손을잡고 걷거나, 다정하게 행동하는정도가 어느 연인처럼 했으니까.
순영의 이야기를 듣던 동기는 혀를 쯧쯧, 치더니 짜식, 모태솔로라더니 꿈에서 연애를하네. 하며 말한다.
지랄하지마 새끼야. 하며 답하는 순영이지만 동기의 말또한 허를 찌른기분이라 그저 입을 꾹다문다.
"야 근데, 니 꿈에 나오는 사람처럼 생긴사람 우리 학교에 있긴있는데,"
"..뭐?"
"모르냐? 제과제빵과에 이지훈이라고 있어. 니가 말한거처럼 키작고 동글동글하고 눈째진. 걔 유명한데 몰라?"
순영이 놀란눈을 하고있자니 동기가 말을 이어왔다.
걔 유명하잖아. 올 수석에, 겁나 똑똑한데 싸가지없는걸로. 선배들도 이지훈 존나 싫어하는데 걔랑 과제만하면 무조건 A라서 어쩔수없이 있잖아.
니 말대로 키작은게.. 존나 쎄. 말도 안가려가면서 해서 교수들도 어려워하..어? 야, 쟤다. 쟤가 이지훈이야.
동기의 말에 멍하니 듣고있다 가르키는 손가락에 고개를 돌렸다 그대로 입에있는 밥을 뿜을뻔했다.
정말 꿈속에 나온 남자랑 똑같이생긴.
그 이지훈이라는 남자가 저 뒷편 테이블에 혼자 앉아 밥을 먹고있었다.
미친,
진짜 똑같이 생겼어.
실존인물이였나?
설마..
정말 꿈속에서와 똑같이, 물론 입고있는 옷이나 스타일은 조금 달랐지만 얼굴은 분명같았다.
풍기는 느낌하며.. 정말 똑같아서 지금 내가 꿈을꾸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온갖생각에 멍하니 지훈을 보고있는 순영에 눈길이 느껴진듯 갑작스레 고개를 드는 지훈탓에 눈이 마주쳐버려 놀란체 얼어버렸다.
그런 순영을 보며 지훈또한 피하지않고 쳐다보더니 인상을 팍, 써버리곤 일어나 나가버렸다.
"..저런 싸가지.."
중얼거리는 동기의 말은 이미 안들린지 오래인 순영이다.
7년째 꿈에나온 남자가 자신의 학교에 다니고 있을줄이야..
"..야.."
"엉?"
"...나 진짜 미쳤나봐.."
"이제알았냐?"
"..미친 내가 꿈을 꾸는건가.."
중얼거리며 허벅지를 몇번이나 꼬집어 봤지만 꿈이 아니였다.
7년동안 꿈속에 나온 남자가 현실에, 그것도 두눈앞에 생생히 있다니.
믿기지않지만 현실이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저 이지훈이라는 남자한테 물어보고싶은건 많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아마 이 학교 공식 미친놈이 될테니 꾹참고 앉아있는 순영이다.
밥은 이미 안중에서 꺼진지 오래고 계속 혼자 멍했다, 중얼거리다 반복하던 순영이 벌떡일어나 가방을 챙긴다.
"야! 밥쳐먹다말고 뭐해!"
"..야, 나 집에 가야겠다"
"뭐야 또, 왜그러는데"
"..집에가서 자야해"
"..뭔헛소리야"
숟가락을 입에물고 놀라 순영을 붙잡는 동기에게 순영은 꿈, 꿈꾸러 가야해. 하며 식당을 뛰쳐나간다.
그런 순영을 보던 동기는 저런 미친놈.. 하며 중얼거리곤 다시 밥을 먹는다.
아,.
이런 미친놈.
식판은 치우고 가야할꺼아니야.
몇편 연결되게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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