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FINE DAY
OH MY PEACH!
새학기 첫 날. 새 고등학교에 들어간다는 들뜸에 나는 이른 아침부터 벌떡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사실 나는 엄청난 복숭아 덕후인지라, 온통 복숭아로 도배를 한 채였다. 복숭아 그림 노트, 복숭아향 샤프, 복숭아색 볼펜... 넘나 마음에 드는 조합을 가방에 곱게 챙겨 일찍 등교를 했다. 몸에는 복숭아향 향수도 칙칙 뿌렸다. 좋아좋아 복숭아~
내 반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일찍 온 아이들이 많았었다. 복숭아 덕후이지만 또한 나는 상당한 쫄보였기에 조용히 구석 자리에 착석하였다. 예쁜 복숭아색 노트와 샤프, 필통을 세팅해놓고 창문 바깥 등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기 상당히 날티나는 아이들 무리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세어보니 둘, 셋... 일곱명이었다.
검은 후드집업을 입은 아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고, 나머지는 길쭉길쭉 뻗은 다리로 휙휙 걸어오고 있었다. 뭐 상관없겠지... 설마 우리반이겠어? 하며 넘기곤 교과서를 몇 장 펴놓고 노트도 가장 첫 장을 깨끗하게 접어 펴놓았다. 완전 상쾌!
마지막으로 복숭아향 핸드크림을 바르고 있는데...
드르륵 쾅-!
뒷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큰 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고 그 소리의 주인공은, 설마설마 했지만 바로 그 날티 나는 아이들 속 두 명이었다. 검정 후드집업을 입고 있던 아이와 갈색 머리 아이. 정확히 말하면 검정 후드집업을 입고 있는 아이가 갈색 머리 아이를 헤드락 걸고 있었다.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검은 후드집업을 입은 아이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다. 뭐야, 무서워... 최대한 아닌 척 먼저 눈을 피했다.
갈색의 앞머리를 차분히 낸 남자아이를 한 쪽 팔에 헤드락 건 채 그 아이는 반을 쭉 훑었다. 간혹 코도 킁킁거리며. 아까도 말했지만 쫄보였던 나는 교과서에 고개를 쳐박았다. 저런 애들이 제일 무서워...
"웬 달콤한 냄새?"
쿠궁! 천둥번개가 치는 것만 같았다. 설마 내 복숭아 핸드크림 냄새겠어? 설마~. 하며 애써 내 손을 교복치마에 득득 닦았다.
"야 김태형, 놓으라고 좀!!"
이름이 김태형이구나. 갈색머리 남자아이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건지 김태형은 킁킁거릴 뿐이었다.그리곤 여전히 한 쪽 팔에 갈색머리의 남자아이를 낀 채 우리 교실을 이쪽저쪽 헤집고 다녔다.
갈색머리 남자아이가 답답했는지 별안간 "아! 김태형!" 하며 앳된 얼굴과 달리 꽤나 근육질의 팔로 김태형의 팔을 쳐냈다.
그리고 화가 많이 난 건지 그냥 자리로 돌아가...는 듯 했지만 김태형의 '달콤한 냄새' 찾기에 동참했다.
누가 마이쮸 먹냐? 나도 좀 나눠 먹자- 같은 시덥잖은 소리를 하며 마찬가지로 교실을 헤집고 다니는데 난 그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젤 싫어하는 타입의 남자애들... 완전 무서워.
"여기다!"
책으로 내리깐 내 시야 속에 김태형의 교복 바지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였다. 신도 무심하시지... 김태형은 곧 내 자리 앞에 딱 멈춰섰고, 별안간 큰 소리로 저렇게 말했다. 여기!! 전정국 와봐!! 난 조심스레 김태형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처음보는 사이인데도 날 보며 새글새글 웃고 있는데, 순간 소름이 돋았다. 깜짝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고 정말, 정말!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를 쥐어짜내어 말했다.
"왜.. 왜 그래?"
김태형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인상깊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 주먹 부들거려.
"나도 마이쮸 줘!"
무슨 마이쮸.. 나 그런 거 없는... 내 말과 동시에 김태형이 갑자기 내 손을 잡아채올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실눈을 떠서 보니 김태형이 내 손을 제 얼굴로 가까이 가져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곤 내 손을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냄새를 맡았다. 으아! 이건 또 뭐야! 왜 사람 손 냄새를 맡고...! 생전 못 본 종류의 인간에 표정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난 평화주의잔데... 폭력을 써야만 할 것 같아.
"뭐해 김태형. 얘 무서워하잖아."
곧 다가온 갈색머리 남자애가 킁킁거리던 김태형을 멈춰세우고 내 손을 나에게 돌려주었다. 내 손은 당연히 내 껀데...
"전정국, 얘한테 존나 좋은 냄새 난다."
자신의 행동을 제지받은 김태형은 갈색머리 남자애, 그러니까 전정국에게 저런 말을 했다. 내 냄새 좋다고 해주니까 참 고마운데,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전정국은 다르겠지 하는 묘한 기대감에 전정국을 올려다봤다. 이제 적당히 김태형을 데리고 가주겠지?
"정말?"
쨍그랑! 내 예상은 아주 정확하게 깨졌다! 이내 전정국도 내 손을 들어올려 이리저리 킁킁 냄새를 맡았다. 어? 정말이네. 존나 좋은 냄새나.
"복숭아!!"
아이고!!! 생전 못 들어본 완전 대빵 큰 데시벨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움찔, 그것도 완전 크게 움찔! 몸을 떨었다. 김태형이 난데 없이 빼액!! 복숭아!!!! 하고 소리질렀기 때문이었다.
그래 복숭아... 그래... 그게 소리지를 일이야?..
"너 복숭아지?"
"응?"
"너 존나 복숭아지?"
"뭐..라고?"
"복숭아!"
"..."
말이 통하지 않았다. 뭔 복숭아밖에 언어를 모르기라도 한 건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어딘지 모르게 어눌한 목소리로 복숭아, 복숭아아! 외쳐왔다. 그러더니 옆 의자를 쓰윽 끌어다가 내 의자 옆에 딱 붙인 후, 자리에 앉았다. 내 팔을 들어올리더니 제 얼굴을 비벼댔다.
히익!! 뭔 지랄이람!! 깜짝놀라 팔을 떼니 상처받은 얼굴로 날 쳐다보는데, 그건 줄 알았다.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
"너 찜했어, 복숭아. 내가 찜했어."
"뭐?"
"너 완전 좋아! 복숭아. 너 냄새 너무 좋아."
하고 또 팔을 끌어다가 얼굴을 막!! 막!!! 비벼대는데, 이젠 그냥 짠-했다. 측은하네. 그래도 이 얼굴 좀 치우자. 김태형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김태형이 뜨거운 눈빛으로 내 명찰을 응시했다. 뭐야... 본능적으로 명찰을 손으로 가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성... 이름... 너 이름 기억해뒀어! 너 이제부터 내 복숭아야!"
김태형이 말하는 '복숭아 찜꽁' 사태는 이것이었다.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 놈의 복숭아... 그 이후로 복숭아라면 질색을 하며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몇 년간의 복숭아 덕후 생활 때문에 몸에 냄새가 베기라도 한 건지 아직까지도 김태형은 날 복숭아라 칭해왔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은 이미 김태형의 큰 손에 잡아먹힌 후였다.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짜증난 표정으로 김태형을 째려보았다. 김태형은 뭐 어때? 라고 써져있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꼼지락 거리며 손을 빼내려 해도 도무지 빠지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김태형이 내 손을 흔들면서 걸어갔다.
거리를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김태형의 핸드폰이 기본 벨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우리 복숭아 잠깐만 기다려? 말하고 김태형은 전화를 받았다. 동시에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 작가복숭아의 사담♥ |
안녕하세요! 이빨요정입니다. 저번화에 많은 분들께서 귀엽다고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ㅠㅅㅠ 너무나 감사드려요♥ 사실 오늘 너무 슬프고 힘든 일이 있어서 오지 않으려 했는데 기다리실까봐 와봤어요! 그런 만큼 서둘러 글 가져온거라 기대하신 것보다 재미없을까봐 걱정이에요... 급하게 가져온 만큼 부족한 점이나 이상한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그러니 이상한 부분 있다면 댓글로 바로 말해주세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암호닉은 몇 화 더 진행하고 나서 받을게요! 아마도 다음화부터 쯤 받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신청해주신 분들 모두 기억해놓겠습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우리 복숭아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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