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잡아
-브금이 조금 확 끊기는 감이 있는 것 같아요ㅠㅠ 감안해서 들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OH MY PEACH!
복숭아빛 침대에서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알람도 울리지 않은 제법 이른 시간이었다. 엄마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계란을 부쳐 데운 빵위에 올리고, 사과를 깎았다.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와 사과였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는데, 썩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제 아침에 만날 것을 약속아닌 약속을 하고 간 김태형때문일까. 그냥 선심쓴다 생각하고 샌드위치를 하나 더 만들었다. 이건 절대 김태형을 위한 게 아니야. 그냥 내가 먹으려고 만든 거지, 음음. 샌드위치를 종이호일로 감싸 통에 담았다.
그리고, 머리도 감고 교복을 입으며 학교갈 준비를 했다. 선크림을 바르고 립밤도 발랐다. 살짝 핑크빛 틴트도 쓱 하고 입술에 발랐다. 양말까지 신고 머리를 말렸다. 단발인 머리를 고데기로 안으로 말아넣었다.
마지막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가방에 넣고 현관을 나섰다. 다녀올게요!
설마 정말 왔을까? 기대 반 걱정 반 대문을 열었다. 고개만 빼꼼 밖으로 내놓고 주위를 보자 김태형이 담에 기대 있다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내 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천천히 나오라니깐. 설마 나 걱정돼서 또 빨리 나온거야?"
아니 그건 존나 아닌데. 김태형이 웃으며 자연스레 내 팔에 팔짱을 껴왔다. 나는 또 그 팔을 슬쩍 뺐다. 김태형이 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깜짝 놀라 바라보자 김태형이 가방을 앞으로 메더니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짜잔! 내가 빵 사왔지!"
입을 네모나게 벌리며 히- 웃는데 기가 차서 나도 모르게 허- 하고 웃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이었다. 내가 웃자 더 히-- 하며 김태형은 웃어왔다. 김태형이 한 입 먹더니 그대로 내 입에 빵을 대주었다. 배가 불렀지만 성의를 봐서 한 입 먹었다. 맛있지, 맛있지? 재촉하길래 와- 완전 맛있다-.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해주었다. 그래도 좋다고 흐흐 웃으며 빵을 먹는 김태형이 어린 아이 같았다.
"천천히 좀 먹어."
별로 씹지도 않고 넘기는 것 같아 잔소리 좀 했더니 알겠어, 와이프! 하길래 뒷통수를 확 후려칠려다가 그냥 팔뚝을 쳤다. 그런데...
"어?!"
빵이 툭-...
툭...
김태형의 빵이 처참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헐... 망연자실한 내 표정과 다르게 김태형은 꽤나 여유로웠다. 괜찮아, 우리 복숭아. 너무 걱정하지마-. 오빠가 다음에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아니 누가 내가 먹을 빵 걱정했냐고요... 네 빵이잖아...
"미안해..."
어찌 됐건 내가 백 번 잘못한 상황이라 사과했다. 미안해...
"그럼 손!"
확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김태형이 내 앞으로 손을 휙 내밀었다. 김태형의 손을 바라만 보고 있자 어깨를 으쓱하며 빨리 안 잡아? 하는 것이다. 멀뚱히 올려만 보고 있자 아이고, 내 빵ㅠㅠ 내 빵 하며 우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죄책감 자극하네, 새끼. 알았어 알았어.. 하고 손을 톡 하고 올렸다.
쓰읍-! 김태형이 아기들에게 혼낼 때 하는 스읍 소리를 해왔다.
"왜?..."
"깍지!"
"..."
"깍!지!"
돌겠네, 진짜... 사뿐히 올렸던 손가락을 밑으로 내려 김태형의 손등에 댔다. 아 이게 뭐냐고. 내가 김태형이랑 깍지를 왜 잡아.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김태형의 손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김태형은, 떨고 있었다. 표정은 완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꼴에 남자인 척 하네. 한 쪽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갔다.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도 같고.
"착하네, 우리 복숭아."
하고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건 뭐 바보도 아니고. 그냥 불쌍한 사람 하나 구제해준다 생각하고 잠자코 손을 잡고 걸어줬다. 아직도 손이 떨리는 것 같은데. 굳이 빼지 않았다. 뭐 따뜻하기도 하고.
타이밍을 잡기가 도통 어려웠다. 언제 이 샌드위치를 전해줘야할까. 지금 줄까, 아니 이따가 줄까? 내가 왜 김태형 때문에 고민해야 하냐고! 그래서 김태형을 살짝 떠보기로 했다.
"김태형, 배 안 고파?"
"왜? 우리 복숭아 배고파?"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나도 안 고파!"
대화가 다 내 위준데 내가 어떻게 해야하냐고요. 답도 없고 참...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방을 돌려멨다. 눈이 커다래져서 나를 바라보는 김태형을 무시하곤 가방 지퍼를 내리려 손을 올리는데.
"야 이것 좀 놓지?"
내 손을 놔주지 않는 김태형이었다. 싫어... 하며 끝까지 꽈악 내 손을 쥐고 놔주지 않는데 하마터면 버럭 할 뻔 했다. 태형아 놓자?^__^ 살인미소로 답하자 살기를 느낀 건지 그제서야 시무룩한 표정으로 스르륵 손을 푸는 김태형이었다. 아랫입술이 뿍 하고 나와있었다. 습관처럼 아랫입술을 톡하고 쳤다. 넣어라.
가방을 뒤적거려 샌드위치통을 찾았다. 김태형은 많이 먹으니까 두 개 정도 만들어왔는데, 이정도면 배에 차려나? 샌드위치통을 김태형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통을 열어보지도 않고 통의 앞 뒤를 살피는데... 야, 내가 그렇게 의심스러워? 확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먹으면 되지.
"샌드위치니까 좋은 말 할 때 그냥 열어서 먹어라."
한 마디 하자 김태형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통을 열고 샌드위치를 하나 꺼냈다. 보물이라도 되는 양 손을 벌벌 떨며 샌드위치를 하늘 위로 올렸다. 정...말 샌드위치네... 내가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이나. 얘도 참, 가끔 보면 나를 아주 못된 사람으로 본다. 내가 평소에 하는 행동을 생각하면 뭐 이해도 가지만.
"복...숭...아..."
왜, 뭐. 짜식 감동받았구나. 내색은 안 해도 마음 속으로 꽤나 뿌듯했다. 얼른 맛있게나 먹어라. 이게 엄마의 마음일까. 괜히 코를 쓱하고 닦았다. 근데 으악-!
김태형이 나를 꽉하고 안아왔다. 너무 갑자기여서 저항할 틈도 없고. 복숭아... 이렇게 감동 주면 내가 어떻게 해...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너 때문에... 김태형이 내 머리 위에서 말해 오는데 기분이 간질간질한 게... 나 미쳤나보다.
김태형의 몸에서 떨어져서 올려다봤다. 눈물이 한 가득 차있는 눈으로 나를 보길래 울보니? 놀려주려다가 참았다. 얼른 먹어라 바보야. 혹여나 내가 저를 좋아한다고 착각이라도 하면 어떡하지.
"원래 너 주려고 만든 건 아니야... 그냥 오늘 아침에 내 거 만들다가 남아서 준 거야, 알지?!"
"그럼그럼. 우리 복숭아."
"진짜 너 주려고 만든 거 아니다?"
"그럼그럼."
그럼그럼봇이라도 된 건지 아까부터 그럼그럼 타령만 하는데 밉지가 않았다.
길을 걷다가 앞에 돌이라도 있을라치면 발로 걷어 없애주고. 사람이라도 부딪칠라치면 어깨를 감싸 안고 끌어당겨 피해주고. 공주님이라도 된 것만 같았다. 덕분에 상쾌한 아침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내 샌드위치를 먹으며 크으으으으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안전 맛있다!!!!!!! 와!!!!!!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방정을 떨길래 김태형을 째려주었다. 와구와구 쉬지 않고 먹길래 우유도 열어서 주고. 그 때마다 감동 받은 표정으로 나를 꽉 안는데, 학교도 가기 전에 질식사할 뻔 했다. 주위 사람에게 이거 복숭아가 준 샌드위치에요!! 자랑하려 하길래 이번엔 정말 안 되겠다 싶어 등짝스매쉬를 날려주었다.
샌드위치 통을 싹싹 비우곤 이건 내가 내일 설거지 해서 돌려줄게, 고마워 우리 복숭아!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실실 올라갔다. 알아서 해- 입은 그렇게 달달하지 않은 말을 내뱉지만 마음은 김태형 때문에 달달했다. 달달하다 못해 느끼했다. 느끼한데도 괜찮았다. 오히려 좋았다.
어느덧 교문이 보이고 우리 학교가 보였다. 옆에 김태형은 뭐하고 있나 봤더니 울상이다. 아쉽기라도 한가. 난 후련해 죽겠네. 김태형이랑 붙어있었더니 땀띠가 날 지경이었다. 또 아랫입술이 뿍 하고 나왔다. 태형아 넣자~ 김태형의 입술을 톡톡하고 쳤다.
일부러 느릿느릿 걷는 김태형을 모른 체 해주었다.
"복숭아!!!!! 잘!!!! 가!!!!!"
우리 건물 앞에서 저렇게 소리를 지르니... 안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뒤를 돌아보니 부끄럽지도 않은지 양 손을 휘휘 휘젓고 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얼굴만 빼서 소리쳤다. 공부 열심히 해, 김태형!
폴짝폴짝 뛰는 김태형을 뒤로 하고 반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들이 웅성웅성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내 자리에 가방을 퍽 하고 올려놓고 퍽 하고 앉았다. 아이들이 내 자리로 몰려 왔다.
인공아, 그냥 사귀어버려~
야, 너를 저만큼 좋아해주는 남자애도 드물겠다.
왜 비싼 척이야, 이 년아.
아 몰라몰라 고개를 흔들었다. 다 듣고 싶지 않아-
김태형은 생각만 해도 골칫덩어리였다. 그런데 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건 분명했다. 그래서 골칫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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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타투 따라한 팬들 심정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