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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먼저 집 가. 나 회사 좀 들렀다가 오게. " 


 


 

[ 회사? 왜? ] 


 


 

" 왜긴 왜야, 사장님이랑 깊은 대화를 해야되니까. " 


 


 

[ 알겠어, 저녁에 너무 늦게 자지 말고. 내일 시상식이잖아. ] 


 


 

" 알겠어, 알겠어. 조심해서 들어가고. " 


 


 

[ 응, 너도. ] 


 


 

" 사랑해. " 


 


 


 


 

응, 나도. 그 대답이 들려오자 실실 웃음이 나왔다. 전화기를 끊고 회사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촬영장 근처라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휴대폰을 다시 집어들고 주소록을 뒤져가며 사장님의 번호를 찾았고 곧바로 전화를 걸자 내가 부른 이번 드라마 ost가 흘러나왔다. 흥얼흥얼 따라부르다가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에 사장님! 하고 불렀다. 사뭇 진지한 얘기를 해야하는건데 쓸데없이 너무 밝게 말했다. 다시 목을 가다듬고 곧 가겠다는 말을 남긴채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은지 일분도 안 되서 찾아가자 표정을 굳히고선 벌써 왔냐며, 날 장난스럽게 살짝 노려봤다. 평소같으면 바보같이 헤실헤실 웃으며 애교를 부릴텐데 아무 표정도 없이 그냥 앞에 놓인 쇼파에 앉으니 살짝 바라보다 곧 다가와 앉았다. 


 


 

" 무슨일인데? " 


 


 

" 나, 내일 상 받죠. " 


 


 

" 당연하지, 남우주연상은 네가 받는건데. " 


 


 

" 그럼 나 거기서 학연이 형이랑 사귄다고 얘기할래. " 


 


 

" 뭐? 너, 너 미쳤어? " 


 


 


 


 

이미 이런 반응은 예상하고 왔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으니까 이런 말 하죠, 안 미쳤음 내가 이러겠어요? 살짝 웃어보이자 눈을 감고 고개를 젓던 사장님이 그래, 일단 들어보기나 하자. 하며 바라봤다. 마른 입술을 한번 훑고 긴장감에 살짝씩 떨려오는 손을 마주잡았다. 입을 떼기 전 흐르는 그 적막이 너무나도 숨막히게 느껴져서 몇번이고 말을 못 하고 눈을 내리깔거나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그가 결국은 답답했는지 빨리 좀 말하라며 소리쳤고 적반하장으로 말하려 했다며 소리치자 점점 언성이 높아져만갔다. 


 


 

" 내가 학연이 형이랑 사귀는거 뻔히 알면서 누구야, 그 여자애랑 열애설 내고. 내가 그거때문에 하자는거 아니야! " 


 


 

" 그거 내가 학연이한테 이미 다 얘기 해놓은거였는데 왜 네가 와서 그래! 그거가지고 뭐? 수상소감으로 커밍아웃을 하겠다고? 미쳤어? " 


 


 

" 미쳤다고, 미쳤어! 이렇게라도 얘기 안 하면 미쳐서 죽어버릴 것 같은데 어쩌라고 나보고! " 


 


 

" 안돼, 안된다고! 너 이미지도 걱정되고 너 이미지 상하면 우리 회사 망해. 안돼. " 


 


 

" 사장님, 내가 그동안 벌어다 준 돈 아직 엄청 남았잖아. 이번에 그 여자애도 데뷔한다며. 한번만 양보해줘, 제발. 응? " 


 


 


 


 

결국은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그만큼 내가 간절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루하루 사람들 눈치만 보면서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두고 내가 이사람이랑 사귄다. 좋아한다 얘기하는게 너무 힘들다고. 사장님이 회사 경제때문에 걱정되는거라면 내가 모아놓은 돈 전부 드릴게요. 그러면, 그러면 되는거 아니에요? 제발, 학연이형한테 한번이라도 당당한사람, 그런 사람 되게 해줘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 그거 하나면 돼.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눈물이 쏟아져 나와서 말 하기가 힘들어졌다. 숨을 꺽꺽 들이 마시며 말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을 잡은 내 손을 한번 포갰다. 정말, 그거 하나면 돼? 하고 되물었고 흠뻑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네 마음대로 해. 하고 말하고선 단호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섰다. 그 모습을 보다가 진짜, 진짜죠? 하고 묻자 난 한번만 말해. 하는 그 모습에 함박웃음 지으며 냅다 안겨버리자 머리를 세게 쓰다듬었다. 


 


 


 

" 내가, 내가 진짜 이 은혜는 안 잊을게요. 정말. " 


 


 

" 그래, 알겠으니까 좀 떨어져. 이새끼야. 옷 다 젖는다. " 


 


 

베실베실 웃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 머리를 한대 콩 쥐어박았다. 열대, 아니 백대라도 좋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에게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 야, 이 멍청아! 내가 너 일찍일찍 자라고 했지. 디질라고 형아 말을 안들어! " 


 


 

" 어제 바로 잠들었어, 근데 울어서 눈이 부었다. " 


 


 

" 울긴 왜 울어! 아이, 눈 부어서 어떡해. " 


 


 


 


 

자기가 더 속상해 하며 퉁퉁 부어버린 눈두덩이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리고선 손을 잡아들고 엄지와 검지손가락 사이를 꾹꾹 누르며 여기 누르면 붓기 잘 빠진댔어, 하고 꾹꾹 누르고 있었다. 그러다 시계를 바라보며 샵 가야돼! 하며 거기 꾹꾹 누르라는 말만 한 채 빠르게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학연의 말대로 꾹꾹 누르며 샵까지 가자 약간의 붓기는 남았지만 좀 지나면 금방 가라앉을 것 같았다. 메이크업을 하고 코디가 건내는 옷을 받아 갈아입고 한번 더 점검했다. 만족스럽게 웃으며 휴대폰을 하고있는 학연에게 다가가 어때? 하며 빙그르르 돌자 오,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뿌듯하게 웃고선 차에 올라탔다. 옷 망가지지 않게 조심조심 타. 하는 코디의 말에 알겠어요, 하고 대답한 뒤 학연을 부르자 시동을 걸던 학연이 왜? 하며 귀엽게 대답했다. 


 


 


 

" 남우주연상 받을때, 어디 가지말고 나 꼭 보고있어. 알겠지? " 


 


 

" 너 상받아? 알겠어─ " 


 


 


 


 


 


 


 


 

" 네, 다음은 남우주연상 순서인데요. 후보 먼저 볼까요? " 


 


 


 

학연이 멋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그 옷을 입고선 뻐근한 목을 풀며 말하려고 준비했던 수상소감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되새겼다. 후보를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현장 스태프에게 다가가 오늘 상 제가 받는거 맞죠? 하고 물었다. 당연하죠. 하는 대답을 듣고나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봉투 안에는 수상자의 이름이 들어있는데요. 궁금하시죠, 여러분? 따위의 멘트가 울려퍼지고 이내 내 이름 석자가 불렸다. 예상도 못 했다는 듯 살짝 놀란 표정을 한 번 짓고선 상을 받고 한 품 가득 꽃다발을 받은 뒤 마이크 앞에 섰다.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멈추고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일단 처음으로 얘기하는 건데 제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MC들도 당황해서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고 안에 있던 사람들과 관객들이 무슨 소리야, 하며 수근거리기 시작했지만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무명시절때부터 함께 있던 사람입니다. 그 사람한테 한번도 당당한 남자가 되지 못하고 그냥 친한 형, 동생 사이인 척 여러분들 앞에 지내왔지만 연기만큼, 연기보다 더 소중한 사람입니다. 동성애가 아직 좋지 않은 편견에 있다는 거 알고 있고 많이 고민하다가 더이상 속이기 싫어서 이야기 합니다. 실망하셨을 팬 여러분들께 죄송합니다. 이 상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 자리에 있게해준 학연이형, 정말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고마워요. 무대 내려가서 다시 얘기해요. 


 

허리를 잔뜩 숙여가며 인사하자 정적이 흐르다 사방에서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어떻게 끝냈는지도 기억도 채 안난다. 기억나는 건 사람들의 눈빛이 날카롭지 않았다는것. 무대에서 내려오자 여러 스태프들이 멋있어요, 하며 손가락을 치켜 세우기도 했다. 적지않게 놀란 듯 무대 아래 빼꼼 나와있던 학연이 날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며 미쳤냐며 덜덜 떨었다. 그런 학연을 바라보며 한 품 가득 그를 끌어 안았다. 어때, 나 좀 멋있었어? 하고 묻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학연이었다. 


 


 

" 내가 품절남인게 온 세상에 알려졌다, 형이 바라는데로. 어때, 좋아? " 


 


 

베시시 웃는 그의 얼굴에 짧게 입 맞췄다. 난, 이대로가 좋아. 


 


 


 


 


 

끝이에요 여러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험기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거 쓰고있었는데ㅠㅠㅠㅠㅠ 드디어 끝ㅠㅠㅠㅠㅠㅠ 물론 시험이 끝나면 

번외를 한번 생각하고 있기는 함당! 근데 다른 좋은 썰같은게 생각나면 번외는 8:45 하늘나라로.. 

암호닉 공룡 쓰리빈 아몬드 님 과 저번편 댓글 달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뽀뽀 날림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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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재환이 멋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설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둠칫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용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몬드에영 시골 내려갔다오느라 이제야 이 편을 보네요ㅠㅠㅠㅠ 브금이 심상치 않아서 혹시 슬픈내용인가했는데 행복한 결말이네요!ㅠㅠㅠ시상식에서 커밍아웃을 할 생각을 하다니 재환이도 정말 대단하네요...ㅠㅠㅠ이제 편히 데이트 할수 있어서 좋을거같아요ㅠㅠㅠㅠ 전 번외도 좋고 다른 좋은 새 작품도 좋은데... 둘다 써달라고 조르면 안되겠죠ㅋㅋㅋㅋ 잘 봤어요ㅠㅠㅠ
10년 전
둠칫
아몬드님 시골은 잘 다녀오셨나용ㅠㅠ 아몬드님이 원하신다면야 번외도 쓰고 새작품도 써야지요! ㅎㅎㅎ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용 좋게 봐주셔서 늘 감사드려요:)♥
10년 전
독자3
아익ㅠㅠㅠ이것도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 저번에 자살에 댓글 달았던 비회원이에여ㅠ_ㅠ 많이 늦었지만 열심히 보고있어여..★
10년 전
둠칫
우어ㅓ앙 재밌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늦었는데도 댓글 달아주시고..(감동)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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