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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미치도록 무서워.

 

불만 환하게 켜졌지 이 집안엔 나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습니다. 그는 간만의 외출을 한 걸 꺼에요. 그와 함께하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이집에 혼자 남았습니다. 책상밑에 구겨져 계속해서 문을 살펴요.

 

언제올까..

 

규칙적인 시계초침소리와 문을 할퀴는 바람소리, 타닥타닥 벽난로가 타는소리. 모든게 평소보다 3배는 크게 들릴만큼 예민해져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서운건 야옹, 하고 울어도 나를 안아올려줄 그가 없다는 것. 울음이 공중에 흩어져버려 내가 혼자라는걸 무수히 상기시켜주는 침묵만이 목을 옥죄고 있는듯합니다.

 

십몇년만에 외톨이가 된 느낌.

어느새 까드득 손톱을 물어뜯고. 나는 그가 없으면안돼. 안돼.

 

새카만 어둠이 깔린 창문 밖으로 누군가가 서있을것만같아 서재로 숨어들었습니다. 누가오면 어떡하죠? 어디로 숨지? 어서 그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혼자있는 집은 너무 무섭고 미치도록 조용하고, 꼭 무언가가 나타날것만 같아요. 물어뜯던 손톱에 피가 고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이 꼭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것만 같아요. 웅크린 몸이 떨리기 시작합니다.

빨리와서 꼭 안아줘요...심술부려서 미안했어... 빨리와서 안아줘...

혼자있는것이 너무 싫고, 무섭습니다...

 

 

 

 

 

*

 

 

 

 

 

 

기대반 걱정반, 나름 긴장된 모습으로 찾아간 그곳은 내가 바라던 풍경과는 사실상 거리가멀었다. 담당자인 재효씨는 집으로 돌려보낸지 한시간째. 뒤숭숭한 마음에 거리를 배회하다가, 마른세수를 해보았다가, 그렇게 다시한번 고민하고 걱정했던게 모두 부질없는 일이되었다.

 

하...

 

언제 쓴건지 알수없는 바랜 편지를 구긴다. 형편없이 구겨진 종이가 마치 지금 나의 마음과 같다. 왠지모를 공허함. 놀이터 벤치에 앉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오래전에 끊었던 담배가 당기는 밤이다. 구겨진 종이를 다시 펴본다.

 

'XX년X월X일

고모가 영주권을 얻어서 네 아빠와 함께 이민을 결정했단다. 그럴일은 없겠지만 연락하고 싶다면 전화하거라.

 

010 XXXX XXXX'

 

...4년도 더 된 편지.

멍하니 새카만 하늘을 바라보다 미련없이 종이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벤치는 차갑고, 한숨에 섞인 입김이 유난히 짙다. 이해해줄줄 알았는데 결국은 잃어버렸다. 따뜻한 원목과 도도한듯 여린 유권의 머릿결이 그리워진다. 남은건 작가 이민혁, 그리고 유권. 얼음을 넣은 스카치블루와 누군가의 따뜻한 품이 필요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발걸음을 옮긴다. 돌아갈곳은 한곳. 터덜터덜 땅을보며 걷다가 앞을 가로막은 낯익은 구둣발에 고개를 들었다.

 

 

 

 

"...위로...필요해요?"

 

 

 

 

 

*

 

 

 

 

 

"귀신 같네요 재효씨"

 

"출판사에 들어온진 얼마안됐어도 눈치만 9단인걸요.."

 

 

말을듣던 민혁이 쓰게 웃는다. 누가봐도 바스러질것만같은 표정인데 애써 웃는게 너무 확연히 보여서, 더 우울해졌다. 해줄수있는게 딱히 없다. 그저 앞에 앉아 지켜봐주는것 밖에는...

 

 

 

 

"벌써 자정이네요. 늦은시간까지 실례했습니다."

 

"아...작가님.."

 

"네?"

 

"...힘드시면...근처에"

 

"괜찮습니다.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깊게 패인 보조개에 잠시 정신이 팔렸다가 돌아온다. 고양이가 있었던가? 그와중에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덩그러니 남겨진 재효가 뒷머리를 긁적인다.

 

 

 

 

사실은 나쁘단걸 알면서도 몰래 뒤를 따랐다. 온기가 느껴지지않는 집앞에 그를 내려줬을때부터, 좋지않은 예감이 엄습해와 모른척 오피스텔로향하던 차를 돌렸다. 나는 그에대해 아는것이 없었지만, 감정이 오롯이 드러나는 모든행동에 마음이 아프다. 모든감정을 때론 여리디여리게, 때론 견고하게 주무르던 작가 이민혁도 결국 나와같은 사람이구나..누구가의 아들이기도 하고, 무언가에겐 따뜻한 주인이며, 또 다른누군가에겐 흠잡을곳없이 완벽한 베스트셀러작가였다. 싸구려동정이라기보다 왠지모를 동질감. 나도 무언가를 잃게되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꼭 저런모습일것같다고 생각한다. 사라져가는 뒷모습을보다가 차에 올라탔다.

이 이상은 해줄것이없어서, 왠지 울적해져버렸다.

 

 

 

 

 

 

 

 

 

오는길엔 택시에서 내내 눈길을 구경할수 있었다. 맘은 한없이 우울한데 모순적이게도 어느한 부분은 속 시원하기도 했다. 사람 이란게, 정말 무서운 거구나. 가슴에 구멍이 뚫려 버릴만큼 시리고 아팠다가도 금새 유권과의 식사나 다음 소설의 시시콜콜한 부분이 머릿속을 채운다.

어쩌면 나는,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해를 바랬던 것은 어설픈 나의 바람일 뿐이었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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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편도 재 엽로드와 함께 다시 왔습니다. 신알신알림이 계속 갔을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ㅜㅜㅜ

비회원 분들도! 재업로드와 함께 내용도 수정을 거쳤으니 정주행을 권하겠습니다.

 

아직도 왜 1편과 2편이 갑자기 사라졌는지 알수가 없군뇨 ㅠㅠㅠ

 

 

알려주신 우동님

 

암호닉주신 권력님 맥심님 감사합니다.

 

이전 덧글이 모두 날아가서 기억나는대로만 암호닉을 적어드렸는데 혹 빠지신 분이있다면 덧글달아 주세요.

 

 

덧글은 늘 글을쓰는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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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비회원이지만진짜계속잘읽고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취향저격ㅠㅠ너무잘쓰시는거같아요
작가님사랑해요쭉쭉계속써주세요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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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사랑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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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동입니다! 진짜 좋네요ㅠㅠㅠ민혁이가 얼른 유권이에게 가야할텐데 유권이가 걱정이네요 민혁이가 씁쓸해 하는 것을 보니 저도 괜히 씁쓸해지고 그러네요 오늘도 잘 봤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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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감사합니다! 알려주신것도 ㅠ ㅠ 덕분에 빨리 재업로드 했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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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권력이에요! 재효는 글에서마저 천사 마음씨네요ㅋㅋㅋㅋ 유권이는 아직 민혁이의 보살핌이 필요한가봐요. 겁에 질려서 집안에서 이리저리 숨는 게 너무 안쓰러워요ㅠㅠ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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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궈니는 애긔애긔해. 담편에서뵈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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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아ㅠㅠㅠ권이 오들오들 떠는게 안타깝고 막 그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민혁신은 뭔가 공허하고 허탈하면서도 그동안 이럴까 저럴까 생각만했던게 답이 나버렸으니 묘하게 통쾌할것같기도하고....오두막님글은 오두막님 필명대로 너무 순수하고 공허한듯 묘한게 아주ㅠㅠㅠㅠㅠㅠㅠㅠ죽겠어요....ㅋㅋㅋㅋㅋ잘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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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장문의 덧글감사합니다♥ 다음편도 순수하면서도 공허함이 있는, 오두막같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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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오롯이 혼자 남는게 여전히 두려운 유권이와, 혼자 남겨진 민혁이ㅠㅠㅠㅠㅠㅠㅠ어휴 진짜 너무 재밌어요
자신을 두고 떠난 가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할지도 궁금하고 그런 민혁이가 쓰는 책은 어떤 책일지도 굉장히 궁금하고 그래요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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