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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범권] 구원 07 | 인스티즈

 

 

 *          *         *

 

 

 

 

빠르게 집에서 멀어져가는 민혁을 확인한 그녀가 느리게 미소를 지었다.

 

"가요"

 

차문을 닫고 나온 세영의 뒤로 연장을 든 장정둘이 따라붙는다. 민혁씨 나를 너무 우습게 봤어. 애써 돌아왔는데 그런식으로 반겨주면 내가 너무 비참해 지잖아. 안그래?

 

 

 

 

 

 

 

 

 

잠기지 않은 현관이 힘없이 열렸다. 오늘은 남아있는 그의 모든것을 모두 없애버릴 참이었다. 아무것도 없으면, 내게 돌아올지 누가알아? 긴 웨이브머리를 쓸어 넘기던 그녀가 손짓하자 남자둘이 들고 온 드럼통을 바닥에 들이부었다. 책상위에 있던 노트북도, 떨어트려 구둣발로 짓이겼다. 마지막으로, 구경이나 할까? 싶어 방을 둘러보던 그녀가 서재앞에 멈춰 섰다. 여기가 가장 잘 타버리겠지. 닫겨있던 문을 열다가 흠칫, 뒤로 물러선다.

 

 

"... 누구야"

 

 

느리게 눈을 깜박인 권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누구냐고, 날카롭게 묻던 그녀의 시선이 그의목에 걸린 방울에 멈췄다. 반쯤 풀어헤쳐진 흰 와이셔츠와 깨진 와인병, 소파위에 늘어져있던 그가 몸을 일으킨다. 소리를 지를 새도없이 다가온 유권이 그녀의 팔목을 움켜잡고 끌어당겼다. 반항할틈도 없이 그의 품에 안겨버린 세영이 몸을 비틀자 그녀를 안고 뒷머리를 음미하듯 쓸어내린다. 풀린 눈으로 입술을 귀에 바짝 가져다댄 그가 오로지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뺏기지 않아..."

 

 

그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남자들에게 팔이 꺾인 유권의 뺨이 벽에 사정없이 쓸렸다. 와인향이 지독히도 풍겼다.

 

 

 

 

 

 

 

 

 

 

 

 

 

굽이친 도로를 히터도 키지 않은채 운전해왔다. 다시 돌까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핸들을 꺾진 않았다. 그냥..그냥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매일과 같이 웃어줄까..? 생각하며 가다가 멀리서 보이는 검은 연기에 급브레이크를 밟아 끽 하고 도로한복판에 재효의 차가 멈춰섰다. 분명 그의 집 쪽이 확실한데...제 눈을 의심하던 재효가 다시 빠르게 차를 몰기 시작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홉시반, 게이트만 뚫어져라 쳐다본지 삼십분째였다. 뭔가 잘못되었다. 이제는 사람도 드문드문 들어왔다. 천천히 한번 더 공항을 살피던 민혁이 공항직원을 발견하고 뛰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아홉시에 도착하기로 한 캐나다비행기...혹시 연착되거나 취소되었습니까?"

 

숨을 고르며 묻자 그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오늘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오후 네시쯤되야 도착합니다. 연착기록은 없구요"

 

감사합니다...대답한 민혁이 뒷걸음질 치다가,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뭔가 확실히, 잘못 되었다.

 

 

 

 

 

 

 

    *

 

 

그녀는 꼭 '그녀'를 닮았어요. 나를 상처 입히는 것 마저도. 날이 밝아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햇볕에 산산 조각난 유리조각이 눈부시게 빛나네요. 따뜻한 요람인줄 알았는데, 또 다른신의 구렁텅이였습니다. 매일같이 나른한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고, 나를 어루만져주고, 함께 뒤엉켜 사랑을 나누던 아름다운 안식처가 깨지고 더럽혀졌어요. 그가 돌아온다면, 정말 슬퍼하겠죠. 이제 그는 사랑할것이 보다 많아졌습니다. 초라한 나만을 바라볼 여유가 되지 않아요. 나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에 벌을 받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

 

   

 

 

 

바닥에 쓰러져있던 유권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현관으로 걸어나갔다. 발치에 툭, 걸리는 무언가가 있다. 멍청한 그녀의 지포라이터, 그제서야 유권이 일어난 것을 발견한 그녀가 라이터를 켠 그를 보곤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너 미쳤어!? 바닥에 기름안보여?!!"

 

눈을 느리게 깜박인 유권이 고개를 갸웃, 하다가 켜진 라이터를 거실로 던져버린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인 거실에 주방 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여느때보다 처절했다.

 

쿵, 현관문을 닫고 나온 권이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한다. 살을 애는 추위에 발바닥이 시린 감촉, 아직 녹지않은 눈이 파리하게 질린 유권을 방해하는 듯. 하염없이 걷던 그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붉게 타오르는 오두막을 돌아다 봤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택시를 타고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맞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바보같은 나는 낌새가 이상해도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한숨을 쉬고, 창가에 기대어 이마를 짚었다. 밀려오는 편두통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지금까지 잘 유지되어왔던 10여년간의 평화로움이 그녀에 의해서 철저하게 부숴졌다. 아마 그 메시지도, 그녀의 계략이었겠지. 중요한것은 갈피를 잡을수 없는 그녀의 복수심이었다.

 

얼마나 더 나를 골려야 만족할까.

 

생각하다가 답답한 공기에 창문을 내린다. 멀리보이는 새카만 연기에 민혁이 미간을 구겼다.

 

 

 

 

 

 

 

 

 

 

 

 

여자비명소리에 재효가 달궈진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려다 앗! 하고 손가락을 떼어냈다. 깨진 창문에선 이미 불길과 연기가 쏟아져 나오고, 2층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겉옷을 벗어 눈 속에 굴린 그가 후드지퍼를 올리고 모자를 쓴채 창문을 뛰어넘으려다 뒤를 돌아다 봤다.

 

민혁이 얼음을 깨고 물 양동이를 뒤집어 몸을 적신다. 벙찐 재효를 뒤로하고 뒷문을 부순 그가 순식간에 까맣게 그을린 한구의 시체와 두 명의 남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잘 지어진 원목의 집이 재만 남을 기세로 활활 타올랐다. 마른기침을 해대는 그녀를 거칠게 일으킨 민혁이 눈을 똑바로 맞추고 물었다.

 

"네 년도 철저하게 짓밟고 뭉개줄테니까 목닦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 권이는 어디갔어"

 

"...몰라...난...몰라"

 

그녀를 내팽게 친 민혁이 한 번 더 몸을 적셨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부서진 뒷문으로 발길을 옮기는 그가 세영의 울부짖음에 멈춰섰다.

 

"민혁씨!!!거기...거기 없어...혼자 나갔어...정말이야!! 믿어줘...겁만 주려고했는데...그랬는데 걔가..."

 

등을 돌려 그녀에게 다가선 민혁이 소름끼칠 만큼 표정 없는 얼굴로 뺨을 내리쳤다. 그가 젖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고양이를 찾으러 사라질때까지, 재효는 옆에 서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어렴풋이 알수가 있었다. 유권, 말하지 않아도, 민혁이 그고양이를 온전히 사랑한다는것이 느껴져서 할말을 잃었다. 내가 낄 틈이란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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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주신 권력님, 바게트님, 우동님, 해바라기님, 맥심님 감사합니다!

다음은 마지막편과 메일링이 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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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네????아니 일단 전 해바라기에요 요즘 작가님이 자주오셔서 좋습니다 근데 잠시만요 제가 잘못읽은거죠? 마지막편이라뇨 ㅠ ㅠ 이럴순없어!!!죄송해요 진짜 마지막이라는 글자를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요즘 시력이 않좋아 진것같았는데 이제 글씨가 잘 안읽어 지나??하고 그런데 다리 읽어봐도 마지막이네요...하 일단 이번편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오신줄 알았어요 그런데 속임수였다니...권이가 라이터킬때 같이 죽으려는줄 알고 식겁했네요 무사한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과연 민혁이가 사라진 권이를 찾을수 있을까요??찾을수 있기를 빕니다..민혁이가 저여자에게 화를 안냈으면 실망할 뻔했어요 민혁이화내는 부분보고 통쾌해서 웃긴했지만..민혁이 화나면 무섭군요...자 이제 재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ㅠㅠ 재효도 민혁이도 권이도 모두 전처럼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ㅠ ㅠ이제 다음편이 마지막 편인가요??여태 신알신 알람에 오두막님이 뜨면 마냥 좋았는데 다음알람은 씁쓸할것 같네요.. 그래도 독자답게!! 재미있게 보고 댓글 남기겠습니다!!항상 하는말이지만 재미있게 읽고 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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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해바라기님 늘 읽어주셔서 감사할 다름입니다! 보름동안 달려왔던 구원이 막을 내릴시간이에요 ㅜㅜ 시간이 참 빠르네요... 말은 이렇지만 구상해놓은 에피소드가 끝났을뿐입니다. 에필로그나 후속작으로 다시 찾아뵐 예정이구요. 매번 주옥같은 덧글들 잘 읽었습니다! 사랑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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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후속작!!애필로그!!!기다릴께요 작가님ㅎㅎ 저도 사랑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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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바게트)헐 아버님의 출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계략.....와.....근데 권이가 뺏기지않는다고할때 소름돋았어요ㅠㅠ권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정없이 지포라이터를 던지고 나가는 모습도그렇고 한없이 순수해보이지만 그만큼 냉정하다는걸 뼈저리게 느낀 이번화....재효는 마음을 깨닫자마자 접어야하나요...ㅠㅠㅠㅠㅠㅠㅠ슬퍼ㅠㅠㅠㅠ민혁이가 여자한테 눈맞추고 말하는것도 엄청 무섭?달까 약간소름.....제가 만약 그 여자였다면 지렸을듯....흐엉 이제 끝이라니ㅠㅠㅠㅠㅠ재밌게보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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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바게트님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화...분량은 짧지만 신경쓴 회차였네요! 저두 슬프규 ㅠ.....더 재미있는 글을 쓸수있도록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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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작가님..마지막이라뇨..털썩..아진짜이번편완전몰입해서완전두근두근거렸는데..ㅁㅏ지막..☆★진짜어떻게살아갈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그래도다음작도기대할께요아진짜눈물ㅜ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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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또르르...★☆ 눈물을 닦으세요♥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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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우동입니다! 아 드디어 마지막화 인가요 아쉽네요ㅠㅠㅠㅠ 여튼 유권이가 말을 했어요! 뺏기지않아 할때 얼마나 제가 다 가슴이 아프던지...ㅠㅠ 여튼 민혁이가 화를 내는 부분에 저도 감정이입해서 같이 화를 냈어요 그나저나 권이 어디로 갔나요ㅠㅜㅠㅠ민혁이가 많이 걱정하겠죠? ㅠㅠㅠㅠ 다시 돌아갈 때라고 해서 제가 다 철렁하고 권이 독백? 부분에서정말이지 그여자 갈구고싶었어요ㅠㅠ 가만히 있었으면 이런 일이 있지도 않았을텐데..ㅠㅠㅠㅠㅠ아무튼간 재효나 범권이들이나 잘 됐으면 좋겠네요ㅠㅠ 작가님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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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우동님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표현하고싶었던 감정을 너무 잘 캐치해주셔서 감동감동..! 마지막편으로 함께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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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저 정주행했는데ㅜㅠㅜㅠㅠㅡ진짜글잘쓰시는것같아요ㅠㅜ권이는어디로갔을까요ㅠ여자진짜짜증나여ㅠㅠㅜㅜ근데 벌써 마지막이라니!!!!!아쉽네욤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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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정주행 해주셨군요! 칭찬에도 너무 감사합니다. 벌써 마지막이 눈앞으로 다가와있네요 ㅜㅜ 저도 아쉬워용 ㅜㅜ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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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권아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민혁의 옆자리야...네가 제일 행복할 수 있고 네가 제일 사랑받을 수 있는...민혁이도 평생 네 자리를 비워놓을텐데 왜 네가 떠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그런거 아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마지막 한편만 남았고..제 귀에는 제가 브금으로 깔아놓은 아련한 노래가 계속 나오다가, 어. 지금 끊겼습니다.
노래가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 어서 마지막 편으로 넘어가야겠어요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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